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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스미노 요루] 너의, 나의 췌장은 안녕하신지? | Memento 2018-10-15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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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스미노 요루 저/양윤옥 역
소미미디어 | 2017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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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나의 췌장은 안녕하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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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영화로 개봉한 책은 잘 사보지 않습니다. 특히 책보다 영화를 먼저 본 경우라면 긴 시간이 흐른 후에나 읽어 봅니다. 영상의 힘은 생각보다 강력해서 책 속의 묘사가 영화와 겹치면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영화(애니)를 본 적은 없지만, 예고편이나 이야기를 어디선가 많이 들었기 때문에 망설였습니다. 췌장을 먹겠다니. 이 기괴한 제목에도 불구하고 수 많은 사람이 읽고 호평했다니, 다수의 의지를 믿고 췌장 탐험에 나섰습니다. 내장 고기를 좋아하는, 죽음을 앞둔 유쾌한 여학생과 고립되어 책과 벗삼는 내성적인 남학생 간의 췌장 스토리인데, 평가에 따라 연애소설 일 수도, 성장소설 일 수도, 둘 다 일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췌장'이라는 점만 빼면 특별하게 눈에 띄는 점은 없어 보입니다. 순수한 사랑, 학창 시설의 이야기, 인기녀와 비인기남의 조합은 식상한 소재입니다. 간혹 보이는 악평은 이 점을 명확하게 지적합니다. 성장소설 측면에서도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소재 역시 흔하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그럼에도 이 소실이 인기가 있는 이유가 뭘까요. 불륜이라는 소재가 흔할지라도 <마담 보바리>나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이 위대한 예술이 되어 읽히듯, 이 책도(고전이 될 거라는 생각은 없지만) 그런 힘이 있어 보입니다. 아슬아슬한 재미라고 해야 할까요.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는 여주인공의 태도 였습니다. 인상 깊었습니다. 사실 남주인공과의 관계 시작이 어떻게 정당성을 얻느냐가 관건인데, 하필 박찬국 교수님의 책(<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를 읽던 중이라 연관지어 생각이 났습니다. 하이데거의 철학을 쉽게(?) 해설해 주는 책인데 근본기분인 '불안'에 대해 읽다가 문득 여주인공을 떠올렸습니다. 제가 바르게 이해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꿈보다 해석이라는 억지 춘향식 느낌인지 모르겠지만, 제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인간은 삶을 짊으로 여기는 존재'로 죽음에 대한 불안을 안고 살아갑니다. 이 불안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느끼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일상에 매몰되어 세상적 가치에 따라 자기 중심적으로 살아갑니다. 하지만 여주인공은 시한부 삶을 살며 '죽음이라는 불안'을 통해 '존재' 자체를 그대로 보게 됩니다. 자신의 남은 삶, 남주인공을 비롯한 주변 지인들을 있는 그대로 대하고자 합니다. 자신 역시 있는 그대로 쾌할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모습에서 어떤 '경의'를 느꼈다고 해야 할까요. 이런 태도는 남주인공 역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게 합니다. '죽음'이라는 매개가 일상의 의미를 되새기게 합니다. 많은 예술, 문학 작품의 힘은 일상을 새로보게 하는 것인데, 저 역시 '불안'을 느껴야만 경의를 보게 될까요. 스스로와 타인을,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게 할까요. 아닐 겁니다. 과분한 의미 부여일지 모르겠지만, 소설은 저에게 물었습니다. 네가 만약 모월 모시에 죽는다면 어떻게 살 것인가. 너와 절친한 사람이 자신의 죽음을 숨긴채 내 옆에 살아가고 있지는 않을까. 이런 대입은 나만이 아니라 소설을 읽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죽음의 불안을 대신 체험하고, 새로이 저를 돌아 보았습니다.

 두 번째는 남주인공이 사는 삶에 대한 변화의 궤적에 대한 로망입니다. 수 많은 피상적 인간관계에서 피로감을 느끼며 삽니다. 히키코모리까지는 아니지만 외부와의 관계는 최소화 한 채 대용물(남주인공의 경우에는 책)에 매몰되어 자폐적인 삶을 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외롭습니다. 스스로 인정하지 않더라도. 언제고 닫힌채로만 살 수 없습니다. 알을 깨고, 껍질을 벗고 나와 더 큰 세계로 나가야 합니다. 성인이 된 채로 유아복을 그대로 입고 살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남주인공은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알아주는 여주인공을 우연히 만납니다. 이를 계기로 고립에서 해방되어 가는 과정은 관계단절 속에 살아가는 우리의 판타지를 자극하는게 아닐까 합니다. 지금 외롭고 힘들지만 진정한 나를 알아봐주는 누군가(게다가 쾌활하고 멋진 내 반쪽일지 모르는 사람이라면)가 나타나 나를 구원해 주지 않을까! 그래서 주인공들이 함께 보내는 시간들이 더 아름답게 보이고, 췌장이 기이하게 느껴지지 않고, 누군가 췌장을 먹고 싶은 사람을 기다리게 만드는게 아닐까 합니다.

 정통 문학 작품이 아닌 라이트 노벨이라 거부감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췌장이라는 저자의 기괴한 취미에 눈쌀이 찌푸려 질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제게는 삶과 죽음, 관계와 단절, 불안과 경이를 느끼게 해줬습니다. 제 옆에 있는 사람을 돌아보게 했습니다. 내가 아낀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고 있는지, 그들도 나를 있는 그대로 보아주고 있는지. 내 췌장은 건강한지. 소설을 본 다른 분들의 췌장은 어떠하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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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모르는 건 아니지만. 이를테면 비밀을 알고 있는 클래스메이트도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어?" "......없지는 않다, 라고 할까." "근데 지금 그걸 안 하고 있잖아. 너나 나나 어쩌면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그런 의미에서는 너나 나나 다를 거 없어. 틀림없이. 하루의 가치는 전부 똑같은 거라서 무엇을 했느냐의 차이 같은 걸로 나의 오늘의 가치는 바뀌지 않아. 나는 오늘, 즐거웠어." p.24

말은 때때로 발신하는 쪽이 아니라 수신하는 쪽의 감수성에 그 의미의 모든 것이 내맡겨진다. p.91

모든 인간이 언젠가 죽을 사람처럼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 나도, 범인에게 살해된 피해자도, 그녀도, 어제는 살아 있었다. 죽을 것 같은 모습 따위, 내보이지 않은 채 살아 있었다. 아, 그렇구나, 그게 바로 어떤 사람이든 오늘 하루의 가치는 모두 다 똑같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p.107

그녀의 삶에 대해 감성적이 되는 것은 단순한 우월감일 뿐이다. 그녀보다 내가 먼저 죽는 일은 절대로 없다고 확신하는 오만함일 뿐이다. p.108

곧잘 '집에 돌아올 때까지 소풍'이라고 말하지만, 집에 돌아와 '평소의 식사를 할 때까지가 소풍'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p.210

가만히 생각해보면 사랑에 빠진 사람이 맹목적이라는 것은 소설 속 얘기로서 알고 있는 것일 뿐, 실제 사람의 마음을 접해보지 못한 내가 살아있는 인간의 행동을 파악한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었다. 소설 속 등장인물과 실제 인간은 다르다. 소설과 현실은 다르다. 현실은 소설만큼 아름답지도 않고 정확히 맞아 떨어지지도 않는다. p.255

"좋아, 말해줄게. 실은 벚꽃은 꽃이 떨어지고 그 석 달쯤 뒤에 다음 꽃의 싹이 생겨나. 하지만 그 싹은 일단 잠드는 거야, 날씨가 다시 따뜻해지기를 기다렸다가 한꺼번에 피어나려고. 즉 벚꽃은 자신이 피어나야 할 때를 지그시 기다린다는 거야. 어때, 멋있지?" 그녀의 말을 듣고 나는 꽃의 습성에서 의지를 감지하는 것은 지나치게 억지스러운 것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실은 꽃가루를 날라줄 벌레나 새를 기다리는 것뿐인데, 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나는 굳이 그 얘기는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약간 다른 시점에서의 의견이 생각났기 때문이다.(p.294) "그렇군, 네 이름으로 딱 어울린다." "아, 예뻐서? 부끄럽네." "그게 아니라 봄을 골라 피는 꽃의 이름이, 만남이나 사건을 우연이 아니라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너의 이름으로 딱 맞다는 얘기야." p.295

"산다는 것은 ......" "......" "아마도 나 아닌 누군가와 서로 마음을 통하게 하는 것. 그걸 가리켜 산다는 것이라고 하는거야." p.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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