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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운-김애란]'워 더 쭈어웨이 짜이날' "제 자리는 어디 입니까?" | Memento 2018-10-22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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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비행운

김애란 저
문학과지성사 | 2013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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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 더 쭈어웨이 짜이날' "제 자리는 어디 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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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애란 소설과 첫 대면은 대학 신입생 때였다. 따끈따끈한 신간과 따끈따끈한 신입생의 만남. 첫 과제로 서평을 빙자한 독후감을 써서 제출하기 위한, 불순한 동기가 첫 만남이었다. 서점에서 작가의 신간을 볼 때마다 그 때를 추억하며 언젠가는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다 십수년이 지나 이제서야 만났다. 이제는 <달려라, 아비>의 내용이 떠오르지도 않는다. 작가가 나이든 만큼, 나의 나이도 같은 시간을 지났다. 

'워 더 쭈어웨이 짜이날' "제 자리는 어디 입니까?" <그곳에 밤 여기에 노래> p.171

 그래서 일까. 단편 소설의 여러 문구 중에 용대가 중얼거리던 문장이 잊히질 않는다. 나이가 든다는 것. 인생을 산다는 것에 대해서 말하기에 아직 너무나 어리다. 뭔가 어렴풋이 대답하자면, '제 자리'를 찾아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라고 아무리 노래를 불러봐도,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가 아니기에 그런 노래가 유행하는게 아닐까. 그래서 서로 주책이라고 손가락질 하는게 아닐까. 그래서 때에 맞는 자리를 찾는게 중요하다. 꼭 나이(때)만 문제인 건 아니다. 중환자실의 환자가 클럽에 사랑을 찾아 헤맨다면 그것 역시 문제다. 상황, 장소, 시간 이 모든 것들이 적절하게 어우러져야 한다. 그러고자 하면, "언제나 '어디'가 중요하다.(p.171)" 그래야만 그 자리를, 나의 자리를 찾아 가기 위해 최소한 노력할 수 있다. 나에게 적합한, 분수에 맞는자리를, 때에 맞춰 찾아가는 것. 그것이 삶과 인생에서 복이지 싶다.

 그런 면에서 소설의 인물들은 참으로 불행하다. 젊은이는 젊은이대로(<너의 여름은 어떠니>, <벌레들>, <물속의 골리앗>, <큐티클>, <호텔 니약 따>, <서른>), 중년은 중년대로(<그곳의 밤 여기에 노래>, <하루의 축>) 자리를 찾아 헤맨다. 하지만 모두들 자기 자리가 '어디'인지를 모른다. 아니 알더라도 비행운 앞에서 도리가 없다. 부모도 실력인 세상에서, 노오오력을 한들 달라질 건 없다. 지리한 자리 찾기에서 더 악화되지만 않으면 다행이다. 사회도, 자연도 "망설임, 회의, 반성" 없고 "책임도 물을(p.118)" 수 없다. 장강명 작가가 <한국이 싫어서에서> 말한것 처럼,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것보다, 낮은 곳에서 떨어지는 것이 더 위험하다. 낮은 데서 떨어지는 사람은 낙하산을 펼 시간도 없다. 

"리 쩌리 위안 마?" "여기서 멉니까?" <그곳에 밤 여기에 노래> p.221

나이 든다는 것.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지 모른다. 일부 행운을 가진 사람만이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김애란 작가는 2000년대 주목받는 '젊은 작가'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소설 속 인물들은, 나는 다르다. 비행운을 만난 그들과 나에게 감히 힘내라는 말조차 하지 못하겠다. 연기처럼, 구름처럼 흩어진 내 삶의 궤적, 그들의 자리는 어디쯤 일까.

 "리 쩌리 위안 마?" 여기서 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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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여름은 어떠니>

훗날 누군가 내게 사랑이 무어냐고 물어왔을 때, '나의 부재를 알아주는 사람'이라고 답한 것은. p.12

<물속 골리앗>

자연은 망설임이 없었다. 자연은 회의가 없고, 자연은 반성이 없었다. 마치 어떤 책임도 물을 수 없는 거대한 금치산자 같았다. p.118

<그곳에 밤 여기에 노래>

'워 더 쭈어웨이 짜이날' "제 자리는 어디 입니까?" 어디. 언제나 '어디'가 중요하다. 그걸 알아야 머물 수도 떠날 수도 있다고. 그녀는 '짜이날'이라는 단어를 잊지 말라 했다. 그 말이 당신을 원하는 곳으로 데려가줄 거라고. 그다음, 그곳에 어떻게 갈지는 당신이 정하면 된다고. 뜻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길 잃은 나그네에게 친절하다고. 그러니 외지에 나가선 대답하는 것보다 질문할 줄 아는 용기가 중요하다고. p.171

"리 쩌리 위안 마?" "여기서 멉니까?" p.221

<하루의 축>

많은 사람들이 쉴새 없이 오가는 공간에서 바로 그 '드나듦의 흔적'을 없애는 것. 이것이 공항 청소의 핵심이었다. p.232

제사는 조상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지내줘야 했다. 기옥 씨는 음식으로 자기 몸에 절하고 싶었다. 한 계절, 또 건너왔다고.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시간에게, 자연에게, 삶에게 '내가 네 이름을 알고 있으니, 너도 나랑 사이좋게 니재보자' 제안하듯 말이다. p.233

<큐티클>

이런저런 곁눈질과 시행착오 끝에 가까스로 얻게 된 한 줌의 취향. 안도할 만한 기준을 얻는 데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었던지. 상품 사이를 산책할 때 나는 엄격한 동시에 부드러운 사람이 됐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알고 있다는 데서 오는 여유. 그러나 원하지 않는 것 역시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식의 까다로움.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의심을 버리자 쇼핑에 자신감이 붙었다. 그리고 원하는게 많아졌다. 변화는 단순했다. (p.274) ... 명품은 아니어도 상품을 알아보는 눈이 생겼다 할까. p.275

만약 그런 '기분'도 구매할 수 있는 거라면 그걸 '계속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정도는 낭비가 아니라 경제적인 행복이라고. ... '아주 조금 나은' 물건에 대한 욕구. ... 직장 동료들의 조언도 한몫했다. 그녀들은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은' 식의 고집과 풍습을 공유했다. ... 모든 게 중요하(p.277)고 많은게 필수였다. 나는 그 필요에 쫓기지 않았다. 필요에 의지했다. 소비는 내가 현재 대도시의 왕성한 생산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줬다. 나 역시 그 신진대사에 속해 있다는 느낌. 그리하여 뭔가 지불 할 때, 나는 더 잘 생산할 수 있을 것 같은 암시를 받았다. p.278

그러니까 딱 한 뼘만 ...... 9센티미터만큼이라도 삶의 질이 향상되기를 바랐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 많은 물건 중 내게 '딱 맞는 한 뼘'은 없었다는 거다. 모든 건 늘 반 뼘 모자라거나 한 뼘 초과됐다. 본디 이 세계의 가격은 욕망의 크기와 딱 맞게 매겨지지 않았다는 듯. 아직 젊고, 벌 날이 많다는 근거 없는 낙관으로 나는 늘 한 뼘 더 초과되는 쪽을 택했다. 그리고 그럴 자격이 있다 생각했다. p.279

그런데 그날, 선배 언니를 만난 뒤로 나도 모르게 자꾸 손에 신경이 쓰였다. 자기 성기를 최초로 의식하고 수치심을 갖게 된 이브처럼. 일단 뭔가 알게 되자 그 앎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p.288

<호텔 니약 따>

"힘든 건 불행이 아니라 ...... 행복을 기다리는 게 지겨운 거였어." p.363

'1700년대 바흐가 작곡한 음악을, 2000년대 캄보디아에 온 한국 여자가 1900년대 굴렌 굴드가 연주한 앨범으로 듣는구나' '이상하고 놀랍구나' 하고 생각했다. 세계는 원래 그렇게 '만날 일 없고' '만날 줄 몰랐던' 것들이 '만나도록' 프로그래밍돼 있는(p.363) 건지도 모르겠다고. p.364

<서른>

다만 그랬을 뿐인데, 정말 그게 다인데. 이렇게 청춘이 가버린 것 같아 당황하고 있어요. 그동안 나는 뭐가 변했을까. 그저 좀 씀씀이가 커지고, 사람을 믿지 못하고, 물건 보는 눈만 높아진, 시시한 어른이 돼버린 건 아닌가 불안하기도 하고요. 이십대에는 내가 뭘 하든 그게 다 과정인 것 같았는데, 이제는 모든게 결과일 따름인 듯해 초초하네요. p.384

요즘 저는 하얗게 된 얼굴로 새벽부터 밤까지 학원가를 오가는 아이들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해요. '너는 자라서 내가 되겠지 ...... 겨우 내가 되겠지.' p.390

그렇게 단순한 논리에 매료된 건, 피라미드 제일 아래에 있는 사람을 애써 보지 않으려 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그게 내가 되리라곤 생각지 않았거나.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식으로요. p.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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