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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장강명]톰슨가젤과 사자의 연대는 가능할까? | Memento 2018-10-06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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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한국이 싫어서

장강명 저
민음사 | 2015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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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슨가젤과 사자의 연대는 가능할까. 정글과 축사에서 어떻게 살지를 고민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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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분명 발전한 나라다. 발전에 대한 정의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복지제도는 늘고 있고, 경제규모도 커지고 있으며, 민주주의와 평화의 기운도 상승하고 있다. 그렇게 믿고 싶다. 그럼에도 장강명의 소설 <한국이 싫어서>는 우리가 사는 이 나라의 민낯을 보여준다. 모 전 대통령께서 나라가 텅텅비도록 중동으로, 해외로 떠나라고 했었다. 젊은 세대는 그것을 아주 잘 실현하고 있다. 아에 한국을 떠나거나, 자식을 낳지 않음으로써. 그가 바랬던 바는 아니겠지만 확실한 것은 한국이 텅텅비고 있다는 점이다. 인구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한국이라는 나라가 움직일 수 있는 동력적인, 정신적인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젊은 세대는 "한국이 싫다." 그리고 외친다. "여기서는 못 살겠다."(p.7)고. 무엇이 우리를 조국인 한국, 아름다운(?) 이 땅에서 살지 못하게 하는가. 혹자는 말한다. 요즘 젊은 것들은 인내하지 못하고, 끈기가 없기 때문에, 도전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진부한 젊음이 개새끼론과 입씨름 할 생각은 없다.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요즘 세대는 싸가지가 없는게 아니다. '민감성'이 기성 세대와 다르다. 감수성이라고 바꿔 말해도 좋겠다. 현 세대가 받아들이는, 받아들여야 하는 정보의 양은 기성세대가 살아오며 받아들인 양과는 차원이 다르다.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세대다. 그렇기 때문에 (질의 문제는 차치하고) 항상 민감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도태되고 만다. 끓는점이 다르다. 기성 세대가 보기에는 분명 역치가 분명 낮아진 것으로 보일테다. 분명한 것은 기성세대가 그렇게 무덤덤 했던 것 역시 정상은 아니었다. "인간성이고 존엄이고 뭐고 간에 생존의 문제 앞에서는 다 장식품 같은(p.14)"것인 줄 알지만, 2호선에 몸을 구겨넣고 "어떤 조직의 부속품이 되어서" "난 내가 무슨 일을 왜 하는지도 모(p.18)"르는 채로 살기는 싫다. 배가 부른걸까. 그렇다고 부모 세대 보다 최초로 못사는 세대가 된 젊은 세대에게 "내가 그냥 여기 가만히 있는다고 더 나아질 거라는 보장은 아무 데도 없(p.119)"는데, 버티라고만 말해야 한다면 그 또한 얼마나 무책임한가. 가진게 없기에 더 조심해야 한다. "낮은 데서 사는 사람은 더 바닥으로 떨어지는 걸 조심해야 해. 낮은 데서 추락하는 게 더 위험(p.145)"한 곳이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절은 세대가 욕심이 많은 것도 아니다. "명품 백이니 뭐니 그런 건 하나도 필요 없(p.179)"다. 가족과 함께하는 소소한 행복, "내 이름으로 된 식당도 열어 보고 싶(p.160)"다는 꿈,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존중받으며 살 수 있다는 희망. 이런 희망이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과분한 것일까. 허희 문학평론가의 표현대로 "가까이에서 보면 정글이고, 멀리서 보면 축사인 장소"인 "한국(p.234)"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죽거나(자살), 도망치거나(이민), "남의 불행을 원동력 삼아 하루하루를 버티는(p.218)" 것 뿐이다. 평론가는 ""톰슨가젤들이랑 사자랑 맞짱뜨자는 게 아니야. 톰슨가젤들이랑 사자랑 연대해서 우리를 부숴버리자는 거지." 이것이 사육장 너머를 지향하는 내가 최종적으로 도출한 방안이다. (p.238)"고 말하지만, 개인적으로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그런 일이 이루어지는 곳은 <주토피아> 아니면, 이론속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다. 현실에서 사람들은 늘 분열되어 있고, 서로 배신한다. 최약자인 톰슨가젤과 최강자인 사자의 연대가 이뤄지더라도, 이는 필연적으로 유약하다. 사자 입장에서는 우리가 아쉬울리 없다. 자기는 거리낄게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있다면 톰슨가젤은 더 멀리 달아나지 못할테니까. 내가 내린 결론은 정반대다. 톰슨가젤이 장렬히 멸망하는거다. 죽거나, 이민을 가거나, 참거나(후세를 낳지 않는) 그렇다면 결국에는 사자도 굶어 죽을 것이다. 그렇게 파멸로 향해야만, 사자가 협력을 하든 아니면 주인이 우리를 깨든 무슨 변화가 생길테다. 둘이 연대하여 우리를 깨려 덤빈다면, 주인이 총으로 모두를 죽이겠지만 내 견해는 그렇다.

 문득 조한혜정 교수가 말하는 "선망국"이 떠오른다. 우리는 용기가 필요하다. 희망을 꿈 꿀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큰소리로 우기고, 누군가를 발고 서려는, 차별을 내면화한 한국의 톰슨가젤인 나 역시 반성한다. 시스템 안에서 개인은 나약하지만, 그래도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서는 개인이 변해야 한다. 나라를 구성하는 건 영토, 주권 그리고 그 속에 살아가는 국민도 포함하기 때문에.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불가능한 연대를 꿈꿔야 할까. 쓰디쓴 풀을 우물거리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역시 나도 "안정감과 예측 가능성이 너무나 소중(p.140)"한 걸까. 이 나라를 떠나고 싶었던 나로써, 그리고 그럴 용기도 없었던 나 자신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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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회사 다닐 때는 매일 울면서 다녔어. 회사 일보다 출퇴근 때문에. 아침에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아현역에서 역삼역까지 시도림 거쳐서 가 본 적 있어? 인간성이고 존엄이고 뭐고 간에 생존의 문제 앞에서는 다 장식품 같은 거라는 사실을 몸으로 알게 돼. p.14

여자들더러 아이 많이 낳으라는 사람들은 출근 시간에 지하철 2호선 한번 타 봐야 해. 신도림에서 사당까지 몇 번 다녀 보면 그놈의 저출산 이야기가 아주 쏙 들어갈텐데. 그런데 그런(p.14) 소리 하는 인간들은 지하철을 타고 다니지 않겠지. p.15

회사에서 일할 때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던거 같아. 내가 어떤 조직의 부속품이 되어서 그 톱니바퀴가 되었다 해도, 이 톱니바퀴가 어디에 끼어 있고 이 원이 어떻게 굴러가고 이 큰 수레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그런 걸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난 내가 무슨 일을 왜 하는지도 모르겠고 이 회사는 뭐 하는 회사인지 모르겠고, 온통 혼란스러웠달까. 아니 아예 알려고 하지도 않았지. 중고생과 다름없었던 거 같아. p.18

한국이 선진국이 됐다고, 서울이 옛날이랑 몰라보게 달라졌다고 하는데, 어떤 동네, 어떤 사람들은 옛날 그대로야. 나아지는 게 없어. 내가 그냥 여기 가만히 있는다고 더 나아질 거라는 보장은 아무 데도 없어. p.119

은혜랑 미연이 그 두 얘기를 너무 오래하는 거야. 몇 년 전에 떠들었던 거랑 내용도 다를 게 없어. 걔들은 아마 앞으로도 몇 년 뒤에도 여전히 똑같은 얘기를 하고 있을 거야. 솔직히 상황을 바꾸고자 하는 의지 자체가 없는 거(p.139)지. 걔들이 원하는 건 내가 "와, 무슨 그럴 쳐 죽일 년이 다 있대? 회사 진짜 거지 같다, 한국 왜 이렇게 후지냐."라며 공감해 주는 거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냐. 근본적인 해결책은 힘이 들고, 실행하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니까. 회사 상사에게 "그건 싫다."라고 딱 부러지게 말하기가 무서운 거야. 걔들한테는 지금의 생활이 주는 안정감과 예측 가능성이 너무나 소중해. p.140

"예나야, 너 비행기에서 낙하산 메고 떨어지는 거랑, 빌딩 꼭대기에서 낙하산 메고 떨어지는 거랑, 어느 게 더 위험한지 알아?" "어느 게 더 위험한데?" (p.144) 내 동생은 뭔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듯 뜨악한 표정이었지. "빌딩 꼭대기에서 떨어지는 게 훨씬 더 위험해. 높은 데서 떨어지는 사람은 바닥에 닿기 전에 몸을 추스르고 자세를 잡을 시간이 있거든. 그런데 낮은 데서 떨어지는 사람은 그럴 여유가 없어. 어차, 하는 사이에 이미 몸이 땅에 부딪쳐 박살나 있는 거야. 높은 데서 떨어지는 사람은 낙하산 하나가 안 펴지면 예비 낙하산을 펴면 되지만, 낮은 데서 떨어지는 사람한테는 그럴 시간도 없어. 낙하산 하나가 안 펴지면 그걸로 끝이야. 그러니까 낮은 데서 사는 사람은 더 바닥으로 떨어지는 걸 조심해야 해. 낮은 데서 추락하는 게 더 위험해." p.145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 나중에는 내 이름으로 된 식당도 열어 보고 싶어. 내가, 사실 어디서 뭘 배우고 일을 해서 남들한테 인정을 받은게 태어나서 처음이야. 한국에 있는 동안에는 한 번 도 그런 적이 없었거든. 남자들이라는 게 단순해. 회사에서 인정받으면 얼굴 펴지고 어깨 으쓱으쓱하고 그러는 게 남자들이야." p.160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건데, 내가 뭘 하겠다고 나서건 그게 성공할지 성공 안 할지는 몰라. 지금 내가 의대 가서 성형외과 의사 되면, 로스쿨 가서 변호사 되면 본전 뽑을 수 있을까? 아닐걸? 10년 뒤, 20년 뒤에 어떤 직업이 뜰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러니까 앞으로 전망 얘기하는 건 무의미한 거고, 내가 뭘 하고 싶으냐가 정말 중요한 거지. 돈이 안 벌려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좀 덜 억울할 거 아냐. 지명이가 그렇게 자기 진로를 선택한 거지. 그런데 난 내가 뭘 하고 싶은지를 잘 모르겠어. p.177

내가 아는 건 '무엇을'이 아니라 '어떻게' 쪽이야. 일단 난 매일매일 웃으면서 살고 싶어. 남편이랑 나랑 둘이 합쳐서 한국 돈으로 1년에 3000만 원만 벌어도 돼. 집도 안 커도 되고. 명품 백이니 뭐니 그런 건 하나도 필요 없어. 차는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돼. 대신 술이랑 맛있는 거 먹고 싶을 때에는 돈 걱정 안하고 먹고 싶어. 어차피 비싼 건 먹을 줄도 몰라. 치킨이나 떡볶이나 족발이나 그런 것들 얘기야.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씩 남편이랑 데이트는 해야 돼. 연극을 본다거나, 자전거를 탄다거나, 바다를 본다거나 하는 거. 그러면서 병원비랑 노후 걱정 안 하고 살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해.(p.178) 그리고 나는 당당하게 살고 싶어. 물건 팔면서, 아니면 손님 대하면서 얼마든지 고개 숙일 수 있지. 하지만 그 이상으로 내 자존심이랄까 존엄성이랄까 그런 것까지 팔고 싶지는 않아. 난 내가 누구를 부리게 되거나 접대를 받는 처지가 되어도 그 사람 자존심은 배려해 줄거야. 자존심 지켜 주면서도 일 엄격하게 시킬 수 있어. 또 여유가 생기면 사회를 위해 작더라도 뭔가 봉사하고 싶어. p.179

한국 사람들이 대부분 이렇지 않나. 자기 행복을 아끼다 못해 어디 깊은 곳에 꽁꽁 싸 놓지. 그리고 자기 행복이 아닌 남의 불행을 원동력 삼아 하루하루를 버티는 거야. 집 사느라 빚 잔뜩 지고 현금이 없어서 절절 매는 거랑 똑같지 뭐. p.218

한국인이 한국을 등진다는 말이 틀렸음을 단언할 수 있다. 오히려 한국이 한국인을 나가라고 등 떠미는 상황이다. p.226

정글과 축사는 상반된 공간으로 간주된다. 정글은 경쟁하여 생존하는 장이고, 축사는 관리되어 생존하는 장이다. 그런데 정글의 법칙과 축사의 논리가 한국에서는 혼용되어 나타난다. 가장 부정적인 점만 취합한 방식이다. p.233

가까이에서 보면 정글이고, 멀리서 보면 축사인 장소가 한국이다. 치열하게 아귀다툼하는 사방에 커다란 울타리가 쳐져 있다. 이곳의 주인은 약자를 홀대하하고 강자를 우대한다. 자유를 영위하며 사는 줄 알았던 곳이 실제로는 거대한 사육장이었던 셈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양한 형태로 우리에서의 탈출을 꿈꾸고 결단하지 않으면 안된다.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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