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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열전-박시백] 재탕에 불과할지라도 | Memento 2021-12-3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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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친일파 열전

박시백 글그림/민족문제연구소 기획
비아북 | 202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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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 화백의 [5년]을 열심히 읽은 독자라면 비교적 덜 필요한 책. 그래도 알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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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 화백의 <35년>을 열심히 읽은 독자라면 비교적 덜 필요한 책일지 모른다. 그래도 알아야만한다. 친일파는 우리 역사의 한 축이다. 친일 청산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 청산이 외과적 수술, 즉 삭제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삭제로 인한 공백은 그들이 원하는 상황을 만들어 준다. 권력이 공백을 허용하지 않는 것 처럼, 역사 역시 마찬가지다. 역사를 흔히 승자의 역사라고 말한다. 이 역시 일종의 권력인 만큼 공백은 불가능하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청산은 꼼꼼히 따져서 기록하고 기억하는 행위다. 거기에 이 책의 의미가 있다. 비록 친일 업적(?) 위주의 나열식에 그쳐 지루하다. 하지만, 친일파인명사전을 직접 뒤져보지 않을거라면 이책 만큼 손쉽게 친일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책은 없을 것 같다. 

가끔씩 생각해 본다. 친일파를 옹호하자는 게 아니라, 그 역시 입체적인 인간으로서 단순히 친일업적(?) 만으로 평가받기에 적합한 사람이었을까. 친일 행위에 다른 이유는 있지 않았을까? 조선을 원망했거나, 국가와 민족 이상의 무언가를 지키기 위했거나, 위장작전이었다거나. 물론 이러한 레파토리는 친일파가 외치는 변명 속에 다 들어가 있겠지만, 망각 속으로 사라진 기억들에 대한 상상을 해본다. 그의 선택과 행동은 민족과 국가에는 치명적이었겠지만, 본인과 가문에는 최고였을테니 말이다.

그들의 영향력이 여전한 한국사회에서 계속해서 노력하는 이들을 위해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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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무기력이다-박경숙] 오랜 숙성기간 끝에 만난 희망 | Memento 2021-12-2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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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문제는 무기력이다

박경숙 저
와이즈베리 | 2013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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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이라는 포로수용소에 갇힌 나를 발견하고, 뜨거운 사막을 벗어날 북극성이 되어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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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을 키운 게 8월이 바람이라면, 나를 키운 건 8할이 포기였다. 신포도 전략. 실패의 위험이 크다면 가질 수 없는 것이라 믿었다. 부족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질 수 있는 것만 시도했다. 실패는 용납될 수 없다. 두 번은 없다. 단 한번, 나에게는 단 한번 만의 기회만이 있다 믿었다. 그래서 신중했고, 완벽해야 했다. 중간에 잘못되면 안 되었기에 수시로 확인해야 했고, 결과가 잘 못될까 늘 불안했다. 최악의 상황만을 생각했기에 작은 목표를 달성한 순간 기뻐할 수 있었다. 분명 정상적인 대응, 방어기제는 아니지만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스스로에 대해 잘 안다고 믿었다. 자존감이 낮았기에 나를 믿지 못한다. 그래서 계속해서 확인해야 했다. 이러한 삶의 전략은 피곤하고 힘들긴 했지만, 어느 정도 도움은 되었다. 어느 정도의 완벽주의와 강박증, 불안함을 과도하게 느끼는 성향은 내 밥벌이의 전략이 되었다. 업무의 진행상황을 지속적으로 체크하고, 늦지 않게 일을 처리하게 했다. 항상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했기에 큰 문제없이 업무를 처리해내곤 했다. 소소하게 인정까지 받았다.

  하지만 스스로를 아는 것, 그렇게 믿는 것만으로 부족했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지한다고 믿었지만, 실재로는 아니었다. 당연하게도 상황은 생각대로 따라주지 않았다. 불안함은 정신을 집어 삼켰다. 독서는커녕 10분도 집중하기 힘들었다. 강박증과 완벽주의는 나를 조급하게 만들었다. 체중이 5kg 줄었다. 밥을 먹지 않아도 배고프지 않았다. 지금껏 유지해온 생존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할 수 없었다. 결국 고장 난 몸과 정신을 부여잡고 병원을 찾아야만 했다.

  내가 받은 진단은 불안장애다. 예측 불가능과 통제 불가능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 상담을 하며 실소가 났다. 짧은 생을 살면서 내가 활력을 가져본 적이 있었던가. 이것저것 재지 않고 도전한 적이 있었던가. 불안장애는 내가 가진 방어기제를 촉매로 언젠가 터질 일이었다. 예측 불가능한 일, 통제 불가능한 상황을 인력으로 어떻게 하겠는가.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그것을 통과해 내겠는가. 이때까지 운이 조금 좋았을 뿐이었다.

  <문제는 무기력이다>를 만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나 보다. 책을 처음 발견한 것은 2015년이다. 6년의 숙성기간이 지나고 필요한 순간이 되었지만, 정작 책을 제대로 읽을 수 없는 상태였다. 하루에 4페이지를 넘길 집중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꾸역꾸역 읽었다. 아니 읽어야만 했다. 저자는 대한민국 1호 인지과학 박사 학위자로, 자신의 겪었던 고통의 순간들을 바탕으로 책을 집필했다. 무기력이 어떻게 사람을 옥죄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무기력을 벗어나 온전한 자신을 회복할 수 있는지를 말한다.

  심리학적 용어로 무기력은 “‘하고 싶으나 에너지가 바닥나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스스로의 힘으로 처지를 바꿀 수 없는 상황’(p.15)”이라 정의한다. 무기력은 삶의 한계 앞에서 꾸준하게 학습된다. 차곡차곡 쌓인 무기력은 “‘은밀히 속이며 인생의 발목을 잡는 강력한 방해자’(p.7)”가 되어 자발성을 고갈시킨다.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p.53)”으로 전락시킨다.

  무엇이 우리를 무기력하게 하는가. 바로 예측 불가능과 통제 불가능이다. 무기력이 자발성의 상실이라면, 결과를 통제할 수 없고, 인력으로 불가능한 상황이 생기는 순간 자발성은 조금씩 사라진다. 반응과 결과 사이에 관련이 없다는 비수반성 인지가 형성되면 유기체의 행동은 느려지고 능력과 희망이 없다고 느끼게 된다. 그리하여 그들은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생각해 욕구의 충족이나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통제 능력을 상실한다.(p.86)“는 것이다. 사람이 무기력을 배우게 되는 것은 자극 자체가 아니라 그 자극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p.86)“

  바로 생각, 인지 체계를 바꾸는 데 실마리가 있다. 동기, 인지, 정서를 변경하여 행동을 이끌어 낸다면 자발성과 유능감을 회복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다만, 두 가지를 받아들여야 한다. 하나는 자신이 포로수용소에 갇혀 있는 포로 신세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곳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사막 여행과 같은 지루한 여행을 해야 한다는 것(p.207)”이다. 그만큼 쉽지 않고 단기간에 해낼 수 없는 일이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나서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 살아오면서 늘 되새겼던 말이다. 노력하되 결과는 하늘에 달렸다. 하지만 노력만으로 부족한 세상이다. 모든 게 불확실하고 결과는 알 수 없다. 결국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나 자신 뿐이다. 나는 인생의 1/3지점에 이르러서야 무기력이 뭔지 알아가고 있다. 포로수용소에 갇힌 나를 만날 시간이다. 그리고 뜨거운 사막을 헤맬 테다. 그 시작을 이 책과 함께 한 이 순간을 위해 이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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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은 내부에서 생겨나며 일종의 습관 같은 것인 반면, 무기력은 외부에서 가해지는 유기체를 반대하는 자극 때문에 의식과 무의식에 남게 된, 행위 하지 않으려고 하는 힘이다. ... 그래서 무기력을 은밀히 속이며 인생의 발목을 잡는 강력한 방해자라고도 부를 수 있다. p.7

하고 싶으나 에너지가 바닥나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스스로의 힘으로 처지를 바꿀 수 없는 상황’. 이를 심리학적 용어로 무기력 helplessness 이라 한다. p.15

하루가 쌓여 일생이 되는 것을 고려할 때, 의미 있는 인생을 살려면 하루하루를 승리로 장식해야 한다. 매일매일 승부를 걸어 내가 이긴 날이 많을 때 인생에서 승리할 수 있다. p.18

꿈을 이루지 못하는 것은 느리게 달려서가 아니라 달리지 않기 때문이다. p.19

꿈과 현실의 괴리에서 오는 심리적인 공백이 무기력을 유발하는 것이다. p.29

성격은 선천적으로 주어진 유전자와 후천적인 환경, 교육의 결과로 형성되는데, 한 인간 안에는 여러 가지 성격적 특질이 혼재한다. 여러 가지 성격적 특질 중에서도 의존적인 성격과 강박적인 성격이 특히 무기력에 취약하다. p.47

사는 것살아내는 것은 비슷한 단어처럼 보이지만 의미는 극과 극이다. 우리는 매일 오늘 하루를 보낼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살 것인가, 살아 낼 것인가? 어떤 방법을 택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하루를 보내게 된다. 이 둘은 전혀 다른 정신 레벨에서 비롯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 ‘살아내는 하루는 아프고 슬프다. 두려움과 절망 속에서 그가 하루만큼의 시간을 견뎌냈다는 의미이다. 다른 이가 시키는 일을 수동적으로 해내는 노예의 삶이다. (p.53) ... 이에 반해 하루를 산다는 것은 포효하는 사자처럼 사는 방식을 말한다. 하루를 사는 사람은 사자 같이 주도적이고 스스로가 고용주가 된다. p.54

무기력은 자발성을 상실한 상태이므로 자발성을 회복하는 단계까지 올라가면 무기력은 극복되었다고 볼 수 있다. p.64

자신을 구하는 유일한 길은 남을 구하고자 애쓰는 것이다.” <그리스 인 조르바> p.56

모든 고통은 위장된 축복이다. p.65

마음의 고통이란 마음이 해결하지 못하는 자기 한계를 벗어난 문제에 봉착했을 때 느끼는 부정적 에너지다. 그러므로 고통을 이겨낸다는 것은 한계를 벗어나 성장한다는 의미다. p.67

한계가 분명하고 모든 것이 통제된 상황에서 자유로운 유기체는 없다. p.84

학습된 무기력은 반응이 결과를 통제할 수 없다는 인지 양식에서 비롯된다. 이렇게 반응과 결과 사이에 관련이 없다는 비수반성 인지가 형성되면 유기체의 행동은 느려지고 능력과 희망이 없다고 느끼게 된다. 그리하여 그들은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생각해 욕구의 충족이나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통제 능력을 상실한다.” p.86

사람이 무기력을 배우게 되는 것은 자극 자체가 아니라 그 자극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p.86

무기력을 부르는 또 다른 요소는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p.95

분명한 것은 예측 불가능이나 통제 불가능이나 양쪽 모두 불행을 준다는 사실이다. 어느 쪽이든 아프고 고통스럽긴 마찬가지다. p.99

유능감이란 무기력의 반대 개념이다. 심리학자들은 무기력에서 벗어나려면 유능감을 획득하라고 하는데 유능감이란 단기간에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노력해 어떤 일에서 전문가가 되었을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다. 유능감을 얻기 위해선 오랜 헌신과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p.108

타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을 위해 타인에게 다가가라. 당신을 위해 용서하고 당신을 사랑하기 위해 타인을 사랑하라. 처음에는 어려울지 모르지만 그들과의 관계가 호전되면 그것은 작은 성공을 경험한 사례가 된다. 그것을 단초로 성취감과 유능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 유능감이 마음을 관대하게 만들어 당신은 점차 좋은 동료, 좋은 이웃이 될 수 있다. / 무기력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관대하지 못한 것은 자신의 문제가 너무 커 그것을 해결하는 데 에너지를 다 쏟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기력함 없이 자기 일에 몰입하는 사람은 긍정적인 시각의 소유자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당연히 사람들과의 관계도 개선될 수 있다. 아동기에는 받기만 할 수도 있었지만 성인이라면 주체가 되어야 한다. 줄 수 없는 사람에겐 점차 줄 것조차 사라진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p.113

미국을 세계 최고로 만들어낸 하면 된다는 사고는 우리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하면 된다해도 안 되더라라는 무기력을 양산하기 쉽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p.122

인간은 회복력과 창의성이 다른 동물에 비해 탁월한데 조직을 위해서는 인간답게 일하고 있지 않다. 인간의 회복력과 창의성을 고갈시키는 조직에 문제가 있다. 정확성과 원칙, 절약, 합리성, 서열, 결과물 등을 강조하는 경영 프로세스는 예술성, 독창성, 대담성, 비약성에는 가치를 두지 않는다. 대부분의 회사는 직원의 특성과 능력 일부분만 활용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매일 직장에 출근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몽유병 환자나 다름없다. 그들의 잠재력을 체계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조직이 낳은 결과이다.” - 게리 해멀, <경영의 미래> p.128

(에미) 워너는 무엇이 역경을 이기게 하고 정상적인 삶을 유지시켜주느냐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 마침내 그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제대로 성장해나간 아이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것은 성장 과정에서 그 아이의 입장을 무조건 이해해주고 받아주는 어른이 적어도 한 명 이상 있었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베푼 무조건적인 사랑이 그 아이의 인생을 바꿔놓은 셈이다. ... 40여 년에 걸친 연구를 정리하면서 내린 탄력성의 핵심적인 요(p.149)인은 인간관계. , 관계성이 높은 사람이 탄력성이 높고, 무기력에 빠지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p.150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나 아무리 원해도 그것을 얻을 수 없다는 절망, 자신의 능력에 대한 신뢰와 미래의 희망이 사라질 때 우리는 무기력해진다. 그런데 마음이란 가만히 내버려두면 게으름과 무기력, 나태와 절망 같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마음을 지키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p.515

카를 융이 80세가 넘은 나이에 자기 인생 전체를 돌아보면서 자신의 일생을 한 마디로 규정하여 (p.161)의 생애는 무의식의 자기 실현 역사다라고 한 것처럼, 나 역시 나의 변화와 성장이 무의식이 의식화해 나를 끌고 가면서 만들어 낸 운명적인 결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p.162

지금 무기력하다고 느끼는가? 그렇다면 우선 이 두 가지를 받아들이길 바란다. 하나는 자신이 포로수용소에 갇혀 있는 포로 신세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곳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사막 여행과 같은 지루한 여행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막과 수용소는 뜨겁고도 차가운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무기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사막의 결기보다 더 뜨거운 삶의 의미를 찾아내야 하고, 수용소의 교활한 간수를 넘어설 수 있는 차가운 자기 극복을 이루어내야만 한다. p.165

그 어떤 곳에서든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인간은 혹독하고 절망적인 상황에서조차도 영적 자유와 마음의 독립성을 보존할 수 있다. 진정한 자유란 혹독한 운명에 대처할 방법을 선택하는 자유,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다. p.175

냉혹한 현실 직시는 최후의 안전장치다. p.182

냉혹한 현실 직시와 굳은 믿음, 이 이중적인 개념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기업만이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 진화했다는 것이 짐 콜린스가 말하는 스톡데일 패러독스다. 순진한 낙관주의자도, 매사를 비관하는 자도 위대해질 수 없다. p.183

무기력이 우리를 가두는 수용소와 같다면, 그곳을 벗어나는 길은 마치 사막과 같다. p.185

미로가 분석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퍼즐이라면 미궁은 일종의 움직이는 명상 공간이다. 미로가 갈피를 못 잡게 하는 반면, 미궁은 중심으로 인도한다. 미로에서 길을 잃을지 모르지만 미궁에서는 자기 자신을 잊을 수 있다. 미로는 좌뇌를 움직이게 하고 미궁은 우뇌를 자유롭게 한다.” - 대니얼 핑크 p.196

得樹攀枝無足奇 懸崖撒手丈夫兒 득수반지무족기 현애살수장부아 가지를 잡고 오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되 벼랑에서 잡은 가지마저 놓을 수 있는 사람이 가히 장부로다.’ p.203

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지식을 습득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지식을 버리는 데 있다.’ - G.K.체스터턴 p.203

점진적인 변화가 안전해 보이지만, 점진주의로는 관성과 저항을 이기는 데 필요한 힘이 부족하다. 멈칫거리면 실패하고 만다. 일단 변화가 시작되면 후퇴는 치명적이다. 배수의진을 쳐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이다.” - 칼리 피오리나 p.210

단 한 가지라도 전문가가 되는 것만이 우리가 사는 길이다. 한 분야에서 숙달되어 유능감이 생기면 비로소 언덕을 치고 오르는 자동차가 될 수 있다. 이때는 인내로 버티는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시도해야 한다. 행동이 필요하다면 즉각 행동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의 선택이 무기력의 사막에서 탈출할 동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p.211

인지 과학과 심리학에서 말하는 인간을 움직이는 엔진은 인지, 동기, 정서, 행동이다. p.221

무기력이란 인간이나 동물이 통제 불가능한 상태를 경험하며 겪는 동기, 인지, 정서 장애를 나타내는 현상이다.” -마틴 셀리그만 p.223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하는 것이 무기력을 일으키는 동기 장애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다. p.249

무기력을 유발하는 사건에서 우리를 보호하려면 스스로의 삶을 끌고 갈 의미를 찾아야 한다. 의미를 찾는다면 거기에서 스스로 흔들리지 않게 할 재미와 자신의 분야에 기여하고 있다는 감정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p.250

문제를 유발한 사고 체계로는 문제의 해답에 이를 수 없다.” - 아인슈타인 p.252

의미가 없는 인생은 저급한 욕구와 환경에 따라 흔들리지만 삶(p.253)의 의미를 찾은 사람은 하위 욕구를 뛰어넘어 자신을 완성할 수 있다. p.254

무기력하다고 느끼는 것은 실제 무능력해서가 아니라, 할 수 없다는 생각의 오류 때문일 가능성이 많다. p.262

자존감 회복은 우리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귀중하고 독특한 존재라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우리는 모두 소중한 존재로 태어났고 각자의 강점이 있음을 잊지 말자. p.273

자기 인생에서 소중한 것만 남기는 일은 자신에 대한 애정인 자존감이 있어야 가능하다. ... 자신이 가장 잘하는 방식에 최선을 다하는 삶이 자존감의 원칙에 입각한 삶이라 보는 것이다. p.276

대부분의 정신적인 문제는 세상과 스스로에 대한 믿음의 오류에서 비롯된다. p.285

자기 감정을 모르면 인생을 바꿀 수 없다. 자기 감정을 이해할 때 인생에서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알 수 있다.” -게리 주커브, 물리학자 p.316

심리학자들은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유능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지나치게 경쟁적이다. 타인의 성공이 곧 나의 실패를 의미한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동료와 함께 성장하라고 배우지 않고 타인보다 유능하게 보이고 돋보여야 한다고 배운다. (p.318) ... 하지만 최근, 경쟁을 강조하는 환경에서는 유능감을 키울 수 없다는 보고가 쏟아지고 있다. p.319

승자는 경쟁에서 이김으로써 자기도취에 빠지고 패자는 심각한 자기비하에 빠진다. 더군다나 승자가 실패를 경험했을 때 겪는 실의와 낙담은 매우 심각하다. 경쟁은 기본적으로 실패 지향 체제다.” - 대니얼 에임즈 p.321

인간이 유능감을 가지기 위해서는 자신의 노력으로 나쁜 사태가 개선될 수 있다는 예상이 전제되어야 한다. p.323

전문가란 자신의 스키마에 따라서 행동과 결과에 대해 평가하고, 일이 잘되어가면 자기 스키마에 대한 확신과 자율성을 갖는다. 동시에 자신의 실력이 성장하는 듯한 만족도 스키마를 통해 얻는다. 이 느낌이 바로 유능감이다. 일을 지속하면서 키지는 유능감이 점점 그 일에 빠져들게 할 것이다. 이것(p.336)이 우리가 어느 한 분야에 숙달되면 무기력과는 멀어지는 이유다. p.337

숙달이 되기 위해서는 자율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누가 시켜서 잘하는 것보다 스스로 시도해서 잘할 때 강한 유능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니까 숙달은 무엇을 잘하고 싶다는 욕망에서 시작되고 숙달에 이르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자율성이 필요하다. p.343

노력은 우리의 삶에 의미를 주는 요인이다. 노력이란 우리가 삶에서 중요한 무언가에 신경 쓰고(p.348) 있으며 그 무언가를 위해서 기꺼이 일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목적으로 삼고 전념을 다해 노력하는 그 무언가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으면 우리는 참으로 불쌍한 존재가 되고 만다.” -캐롤 드웩 p.349

프로가 된다는 것은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는 날에도 열심히 한다는 뜻이다.” - 줄리어스 어빙, 농구선수 p.349

무기력이란 한 사람의 심적 에너지와 육체적 에너지가 이전보다 떨어졌을 때 그 유기체가 느끼는 자신에 대한 자체 평가다. p.360

지금 새로운 시작을 꿈꾼다면 그 출발점은 당신이 서 있는 그곳이다. p.371

- 터키 혁명 시인 나짐 히크메트의 <진정한 여행> p.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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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김영민] 그럼에도 불구하고 | Memento 2021-12-22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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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김영민 저
어크로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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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그렇듯, 정치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하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를 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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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수많은 선택지에서 최선의 결과를 추구하지만, 마주한 현실은 녹록치 않다. 삶은 고통스럽고, 밥벌이는 지루하다. 매일 같이 지옥으로 출근해야 하며,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온다. 내 몸 편히 누울 자리 하나 얻는 일조차도 쉽지 않다. 어쩌면 밥벌이의 지루함을 느끼고, 누워 쉴 집이 있는 것 자체가 행복인지도 모르는 세상이다. 살아가기 위한 모든 행동 자체, 모든 선택지가 고통을 요구한다. 산다는 것은 고단함을 집요하게 견디는 일(p.10)”이다. 포기하고 싶고 그만두고 싶지만, 질긴 목숨. 그것도 쉽지 않다. 삶은 계속된다. 선택을 강요한다.

  정치 역시 마찬가지다. 인간이 사회를 구성하고 살아가는 한 정치는 계속된다. 인간은 타인과 함께하지 않고는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는 존재, 혹은 타인과 더불어 살 때에야 비로소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존재기 때문이다. 인생이 그렇듯, 정치 역시 선택의 연속이다. 그 선택이 우리를 구속한다. 지옥 같은 세상에서 우리가 하는 수많은 선택들은 정치에 제약을 받는다. 밥벌이의 수단, 몸을 뉘일 장소를 고르는 일에 있어서 정치의 힘은 어마어마하다. 아무리 무관심하고 염증을 느껴도 정치를 벗어날 수 없다. 살면서 하는 모든 선택에 정치가 관여한다.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이다. 인간은 정치적 동물(p.12)”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현실이 고단한 만큼 정치 역시 얼마나 비루한가. 정치는 고단한 우리의 삶을 나아지기는커녕 우리를 괴롭게 한다. 정치인들의 선택은 현실과 괴리되어 삶을 더 고단케 한다. 차악이라 믿었던 선택은 최악처럼 보인다. 정치적 동물이 정치를 불신하게 한다. 냉소, 불신, 무관심, 생각 없음은 무책임, 부패, 방종, 표퓰리즘을 낳는다. 그 결과 우리는 우리 수준에 맞는 정치를 가지게 한다. 그리고 그것은 다시 우리의 삶을 더 고단하게 하고, 우리의 선택을 제한한다.

  그렇다면 어쩌란 말인가. 김영민 교수는 말한다. “nevertheless”, “그럼에도 불구하고고단한 삶을 이어갈 희망은 어디서 나오는가. 희망이라 이름 붙이기도 민망한, 최소한 삶을 견딜 수 있는 끈은 어디에 있는가. 지옥 같은 현실에 있다.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는 현실을 충분히 인식한 채 정치의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 “반성된 삶과 숙고된 정치를 위해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관심이 정치로 향해야만 한다.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하나의 문제이며, 정치는 그에 대한 응답이다.(p.14)” 책의 제목은 여기서 비롯한다. 우리의 삶과 선택은 하나의 문제이며, 그 문제를 푸는 것은 결국 정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고통이 마음의 잔을 넘재앙신이 된 사람들이 도처에 있(p.197)”, 만병통치약을 파는 이들(p.205)”이 현실을 주도한다. 과거의 축복이었던 자식은 도저히 감당 못 할 자식을 많이 두게 되리라는(p.235)”이 저주로 변했고, 책임자는 위험과 책임을 하청 주는 데 열심(p.282)”이다. 산업화의 서사를 넘어 민주화의 서사마저 붕괴한 채 길을 잃었다. 대한민국은 소수의 부자와 가난한 노인들이 불안하게 동거하는 소진된 사회가 목전에 있다.(p.315)” 이 지랄 맞은 세상을 어떻게 하면 답 없는 정치를 통해 바꿀 수 있을까. 늘 그렇듯 김영민 교수는 답을 주지 않는다.

 

생각은 침잠이 아니라 모험이며, 그것이야말로 저열함에서 도약할 수 있는 인간의 특권이다. 타인의 수단으로 동원되기를 거부하고, 자극에 단순히 반응하는 일을 넘어, 타성에 젖지 않은 채, 생각의 모험에 기꺼이 뛰어든 사람들이 만드는 터전이 바로 생각의 공화국이다. p.330

 

  “더러운 세속의 정치를 외면하고 싶겠지만, 복수의 인간이 사는 곳에서 정치는 불가피하다. 정치를 외면하는 것은 세속의 삶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다. 쿠데타는 하루아침에 일어나도 세속의 정치는 하루아침에 개선되지 않는다. 많은 퇴보와 갈지자걸음을 거쳐 아주 조금씩 전진한다. 그 느리고 비천한 과정(p.303)”을 미나리 마냥 버텨야 한다.(p.206) 그리고 생각의 모험을 해야 한다. 지루한 삶이 계속되어야 하듯, 정치 역시 계속되어야 한다. 우리의 특권을 멈춰서는 안 된다. 그것은 직무유기다. 고통스러운 현실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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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가 폴 비릴리오는 비행기의 발명은 추락의 발명이며 선박의 발명은 난파의 발명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인생의 발명은 고단함의 발명이라고 말할 수 있다. 비행기나 선박의 운행에서 사고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불가능하듯, 삶의 운행에서 고단함의 제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삶이 고단하다는 것은 상당부분 동어 반복이다. 산다는 것은 고단함을 집요하게 견디는 일이다. p.10

오늘보다 좋은 내일, 내일보다 좋은 모레, 매일매일 행복한 나. 제멋대로 미래를 꿈꾸는 것도 미망에 홀리는 것이다. 이것이 정도를 넘으면 죄를 짓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꿈이 결락되어 있는 인간은 무력한 사람이 된다. 인생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 기리노 나쓰오 p.11

인간은 타인과 함께하지 않고는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는 존재, 혹은 타인과 더불어 살 때에야 비로소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존재다. 즉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 그러나 타인과 함께하는 일이 어디 쉬운가. p.12

우리는 혼자 있을 수 없었기에 벌을 받는 것이다.” - 스가 아쓰코 p.12

나는 삶이나 정치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혼한 배우자와 다시 결합하기로 결심하는 것처럼, 어떤 사람은 인생이 고단하고 허(p.13)망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살아내기로 결심한다. 어떤 사람은 정치의 세계가 협잡과 음모로 얼룩져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은거의 유혹을 떨치고 정치의 세계로 나아간다. 그들의 인생이나 정치는 그러한 자각이 없는 인생이나 정치와는 다를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냥 사는 인생이나 마냥 권력을 쥐려는 정치가 아니라 반성된 삶과 숙고된 정치다.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정치적 동물의 길>은 바로 그러한 삶과 정치에로 초청하는 작은 손짓이다.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하나의 문제이며, 정치는 그에 대한 응답이다. p.14

인간이 그저 행복해지는 게 불가능할 때 정치가 시작된다.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이며, 그 문제를 다루는 데 정치가 있다. p.17

수십 년에 걸친 한국의 민주화 과정이 남긴 성취 중의 하나는 시민에 대한 물리적 탄압의 정도와 가능성이 그전 시대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는 것이다. 질서를 유지하겠다며 존재했던 폭(p.36)압이 꽤나 사라진 곳에 이제 무엇이 남았나 물어볼 때다. 폭압에 의존하지 않아도 삶에 필요한 질서를 창출하고 향유할 수 있을 때까지 민주화는 완성되지 않는다. 반드시 폭력을 동반하지 않더라도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적 상태를 일종의 자연 상태로 새삼 바라볼 필요가 있다. p.39

무릇 천하의 재앙 중에서 담백하게 욕심이 없는 상태보다 더 참담한 것은 없다.” - 연암 박지원 <명론> p.45

인간이 천사라면 정치처럼 피곤한 일은 필요 없을 것이다. 천사가 아닌 존재들이 어떻게든 견딜 만한 공존의 질서를 모색하고 유지하는 일이 바로 정치다. 무인도에 표류한 소년들에게 닥친 시련은 경제적 시련이기 이전에 정치적 시련이다. p.50

욕망과 목표가 있으면 권력은 존재하게 되어 있다. p.56

권위는 권력의 가장 말랑말랑한 형태다. 권위는 권력자가 권력을 휘두르지 않는 순간 발생한다. p.62

자신이 가진 힘 이상으로 상대가 두려워하는 것이야말로 권력자가 원하는 바이며, 그렇게 정도 이상으로 두려워하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권력의 작동이다. 권력은 약자로 하여금 권력의 증강 현신을 체험하게 한다. p.64

정치는 파워를 지향하고, 파워는 소프트 파워를 지향하고, 소프트 파워는 생각 없음(p.71)을 지향한다. 진짜 소프트 파워는 먹음직스러운 소프트 아이스크림과 같다. 저걸 왜 먹어야 하는지 생각할 필요도 없다. 혹은 생각할 틈이 없다. 당신은 이미 먹고 있으니까! 다 먹고 나서 제정신이 돌아온 뒤에야 자신이 왜 먹을 수밖에 없었는지 비로소 자신을 설득하기 시작한다. 정당화는 소프트 아이스크림 제조업체의 몫이 아니라 소비자의 몫이다. 마치 궁극의 정치적 정당화가 권력자가 아니라 추종자의 몫인 것처럼. p.72

정치에 참여하지 않으면 인간은 타고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없고, 결과적으로 끝내 온전해지지 않는다. 마음에는 언제나 공터가 남아 정치가 들어오길 기다린다. 비계가 있어야 삼겹살이 완전해지듯, 정치가 있어야 삶이 완전해진다. p.100

만약 그대가 진정 살기 원한다면/하루하루 새로이 힘을 내어/미친 듯 날뛰는 삶, 거칠게 콧김을 내뿜는 삶/굴복당하지 않으려는 삶을 살아내야 한다.” - 기 샤를 크로 p.101

저항 세력이 권력자가 되어 개혁의 예리함을 잃어갈 때는 곧 정치적 냉소가 자라나기 쉬운 시기이기도 하다. p.103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서도 자신과 타인에게 모두 좋은 길을 얻는 것은 위대한 사람만이 할 수 있다.” - 권적 <지리산수정사기> p.106

근대 정치 이론의 초석을 놓은 토머스 홉스는 저서 <리바이어던>에서 그처럼 한갓 사적 인간이 정치적 존재로 변신하는 과정에 주목했다. ... 그들은 죽지 못해서 변신하는 것이다. 변신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으므로. “지속되는 두려움과 난폭한 죽음의 위협으로 인해 인생이 고독하고, 열악하고, 고약하고, 잔인하고, 짧아질까 봐변신하는 것이다. 어찌해볼 도리가 없을 정도로 괴롭기(p.120) 때문에 정치적 존재로 변신하는 것이다. 그 변신 덕분에 인간은 비로소 삶을 견딜 수 있게 된다. 투표는 인간이 정치적 인간으로 변신했던 그 위대한 상상을 되살리는 축제다. p.121

사람들이 재현을 통해 원하는 것이 진실보다는 자기 욕망의 실현이라면 이미지를 볼 때 상상해야 할 것은 재현 대상이 된 원본이 아니라 그 재현물에 묻은 욕망이다. 원본은 여기 없다. p.129

어느 것에도 몰입하지 않기 때문에 거리를 둘 수 있고, 모든 일에 거리를 두기에 전체를 볼 수 있다. / 몰입하지 않는 이가 치러야 할 대가가 있다. 그는 상황으로부터 필연적으로 소외된다. 모두 기뻐 날뛸 때 뒤로 물러나 그 장면을 찍어야 하는 촬영기사처럼, 그는 상황으로부터 소외되어(p.135)있다. 그는 어떤 상황에도 몰입하지 않기 때문에 몰입이 주는 쾌감을 누릴 수 없다. 그는 모든 야단법석에 함께하되 그 일부가 되지 않고 늘 거리를 두면서 상황 전체를 생각한다. 게임에 참여하되 게임의 룰과 시작과 끝을 생각한다. 그는 행동하는 자라기보다는 생각하는 자다. (p.136) ... 몰입의 쾌감 대신 아득한 피로와 슬픔이 있다. 그것이 전체를 생각하는 리더가 치러야 하는 대가다. p.137

갱스터는 영화에서 협박을 가하고, 총을 쏘고, 목을 조르고, 피 묻은 손을 씻는다. 그리하여 세상은 강자들의 잔치 같아 보이지만 사실 갱스터는 약자다. 갱스터의 세계란 신대륙에 뒤늦게 건너온 약자들이 합법적인 경로를 찾지 못했을 때 도달하는 곳이다. 아직 기력이 남아 있는 누군가가 그저 약자로만 찌그러져 있지 않겠다는 야심을 가질 때, 그러나 합법적인 통(p.191)로로는 도저히 권력에 접근하기 어려울 때, 갱스터의 길을 가게 된다. / 사회의 진정한 강자는 갱스터처럼 명시적인 폭력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p.192

누구나 역치 이상의 자극을 받으면 돌진하고, 고통이 마음의 잔을 넘치면 재앙신이 된다. 신은 도처에 있다. p.197

삶에 아이러니가 존재한다는 말은 우리가 우리 행동의 결과를 다 통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고, 의도하지 않았던 일이 발생한다. 그래서 나는 예언자들을 기피하고, 쉽게 단정하는 이들을 의심하며, 만병통치약을 파는 이들을 경계하고, 쉽게 확신하는 이들을 불신한다. p.205

아이러니로 가득한 이 삶을 통제할 수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영화 <미나리>버티라고 말한다. 미나리는 버티는 식물의 대명사다. 실로, 삶에 아이러니가 있다는 것이 꼭 나쁜 일만은 아니다. 아이러니가 있기에 희망도 있다. 생각하지 못했던 불행이 있는 만큼 예상치 못했던 선물도 있다. 아칸소주 시골로 이사 왔을 때, 그 환경 변화가 손자의 심장 상태를 개선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나쁜 일만 있는 게 삶이라면 삶은 예측 가능하리라. 삶은 예측 가능하지 않기에, 좋은 일도 있다. 삶의 아이러니는 좌절할 이유도 되지만 버틸 이유도 된다. p.206

가장 좋은 것은 아직 오지 않았다. p.209

아이를 낳지 않는 일이란 이와 같은 집요한 질문을 자신에게 던진 끝에 내린 주체적 선택일 가능성이 높다. 한때 그런 선택이 원천 봉쇄되던 시절이 있었다. 과거에는 자식이 없으면 안정된 노후를 기대할 수 없고, 친족집단이 없으면 사회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몰렸으며, 자신의 유한한 삶에 영생의 환상을 부여할 방법이 딱히(p.234) 없었다. 그러한 시절에 자식이 없으리라(무후 無後)는 것은 최대의 저주가 된다. ... 이제 최대의 저주는 자식이 없을 것이라는 예언이 아니라 도저히 감당 못 할 자식을 많이 두게 되리라는 예언이다. p.235

더 엄혹한 시절에도 인구는 이처럼 빠르게 줄지 않았는데, 왜 하필 이 시대에 이토록 빨리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가? 이제 하나의 가설을 세워볼 수 있다. 인간이 주체적으로 선택하는 존재가 되었기 때문에 인구가 줄고 있다. 국가의 관점에서 인구 감소는 문제일지 몰라도 재생산을 거부하는 개개인에게 인구 감소는 문제라기 보다는 나름대로 문제에 대처한 결과다. 사람에 따라서 출산 거부는 삶의 난관에 대한 하나의 주체적인 해결책일 수 있다. 그러한 각성에 이른 인간은 1억을 빌려준다고 해서 낳지 않으려던 애를 갑자기 낳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p.237

정치학자 유홍림에 따르면, “혼란을 공동체 의식에 호소함으로써 극복하려는 시도는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특히 약자는 계약서의 조항보다 강자의 가변적인 선의에 의존하게 된다. p.254

단일 원인을 찾아내어 단죄하려는 유혹은 강렬하다. 그러나 분명하고 단순한 원인을 찾아내는 일은 쉽지 않다. 아니, 그런 것은 없다. 어떤 문제가 오래 잔존해왔다는 것은 다른 것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다른 많은 것들이 존(p.280)재하기 때문에 그 원인도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세월호 비극의 뿌리가 한국 사회 전체에 산포되어 있는 것처럼, 많은 문제의 원인은 대개 해당 사회 전체에 퍼져 있다. p.281

조직의 장이 되겠다는 사람은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일까(p.281)지 책임지겠다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러나 조직의 장이 된 사람은 책임을 지기보다는 보신에 힘쓰는 경우가 많다. ... 그래서 위험과 책임을 하청 주는 데 열심이다. 스스로 판단할 문제를 부하에게 미루고, 책임 소재를 흐리기 위해 위원회를 증설한다. p.282

한국 현대사에서 운동권은 하비 덴트였다. p.287

정치 공동체의 유지와 지속에 필수적인 공적인 가치와 서사가 부재하는 한, 그에 기초한 의소소통 능력과 갈등 해소 능력이 고양되지 않는 한, 자연 상태로부터의 탈피는 요원하다. p.291

정치 공동체는 곧 기억의 공동체라는데, 무엇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어떤 서사 속에서 살아갈 것인가. p.294

나의 우월함을 드러내는 연민이 아니라, 서로에게 원하는 것이 있어 바치는 아부가 아니라, 나에게도 있고 타인에게도 있는 외로움이 있어 우리는 작은 원을 그렸다. ... 소극적으로 사귀었고 말없이 헤어졌지만, 나는 이것이 우정이 아니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한정원 <시와 산책> p.298

세계를 변혁할 역량이 없을 때는 치장을 통해 환상이라도 가져보는 것이 인간이다. p.302

더러운 세속의 정치를 외면하고 싶겠지만, 복수의 인간이 사는 곳에서 정치는 불가피하다. 정치를 외면하는 것은 세속의 삶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다. 쿠데타는 하루아침에 일어나도 세속의 정치는 하루아침에 개선되지 않는다. 많은 퇴보와 갈지자걸음을 거쳐 아주 조금씩 전진한다. 그 느리고 비천한 과정을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그 답답한 과정을 견디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예식을 통해 꿈을 꾸는 일이다. 각자의 이해관계가 격렬히 충돌하는 지점에 심미적 형식을 부여하여 자칫 비천해질 수 있는 정치 과정을 고양하는 것이다. p.303

그 경제 대국이 도달한 지점은 일종의 번 아웃(burn out) 상태다. 사람들은 지쳤고, 싫은 것은 도대체 더 할 수 없다. 현 지점에 오기까지 정말 말 그대로 미치거나 죽을 뻔했기 때문이다. 이제 종신고용을 거부하는 직장의 소모품으로 살다가 부실한 사회 안전망 속으로 버려지고 싶지 않다. 개처럼 일하며 인생을 살다가 사라진 전 세대처럼 되고 싶은 생각이 이제 없다. 다수를 참고 견디게 했던 비약적인 경제성장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산업화의 성장 동력은 고갈되어가고, 민주화의 정치적 상징 자원은 퇴색하고 있으며, 모든 권위는 빠르게 몰락 중이고, 그 몰락을 틈타 사이비 역사 서술이 창궐한다. 소수의 부자와 가난한 노인들이 불안하게 동거하는 소진된 사회가 목전에 있다. p.315

시인 신해욱의 표현을 빌리면, 이 사회에 태어나 살아간다는 것은 곧 수동태 문장으로 된 자서전을 쓰는 일이다. 수동태 문장으로 하루에 한 줄씩 삶을 당하는일이다. “타성에 젖는 맹렬한 쾌락에 사로잡히지 않고 능동태 문장으로 된 자서전을 쓸 때 새로운 공동체는 시작될 것이다. 그 새로운 공동체의 사회계약의 내용은 무엇인가? 이것이 21세기의 새로운 10년을 맞는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이다. 이 질문에는 벗(p.321)어나고 싶은 현재가 주는 참담함이 있다. 우리가 건축한 현대는 부실 건물이었다. 허겁지겁 베껴온 제도들은 헛돌고 있다. 시민이 대거 출현하는 데 마침내 실패했다. 자신들이 추구할 공동선을 정교하게 정의하는 데 기어이 실패했다. 우리의 성취는 꼭 성취가 아니었다. 미국의 SF 소설가 할런 엘리슨은 자신의 작품에 <나는 입이 없다 그리고 나는 비명을 질러야 한다>는 제목을 붙인 바 있다. 우리는 대답할 입이 없다. 그리고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p.323

중년이 되고서야 깨닫는다. 중년의 위기가 찾아온 것이 아니라 인생은 늘 위기였는데 그저 중년이 찾아왔을 뿐이라는 걸. 허울 좋은 선진국이 되고서야 깨닫는다. 사회는 아직 문제로 신음하고 있는데, 선진국이 갑자기 찾아왔을 뿐이라는 걸. “절대빈곤에서 출발, 30여 년간의(p.326) 피나는 노력을 통해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된 나라가 어떻게 헬조선이 아닐 수 있겠는가. ... 한국은 지옥불에도 무너지지 않은 그을린 가옥이며, 한국인은 지옥불을 견디고 기어이 살아남은 사람들이다. /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들이 바이러스 방역에 성공하는 것은 놀랍지 않다. 한국이 방역에 상대적으로 성공한 것은 선진국이어서가 아니라 헬조선이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인적, 물적 자원을 갈아 넣을 수 있는 곳. 원하면 통신사 기지국을 통해 시민의 동선을 샅샅이 복구할 수 있는 곳. 와불처럼 달관하는 대신, 보란 듯이 살아남고야 말겠다는 결기를 가지고 너나 할 것 없이 추노꾼처럼 전력 질주하는 곳. 이곳에 안온한 선진국형 게으름과 권태가 들어설 자리(p.327)는 없다. ... 헬조선에는 독한 역동성이 넘친다. 사람들은 여전히 밥을 사냥하듯 먹고, 자신이 굴릴 돌을 앞장서 고르는 시시포스의 심정으로 직장을 고른다. 각자도생에 분투하는 동안 삶은 빨리 지나가고, 영혼은 간헐적으로나 존재한다. p.328

올리버 색스는 죽음을 앞두고 <나의 삶>이라는 글을 썼다. ... “지각 있는 존재이자 생각하는 동물로서 이 아름다운 행성에 살 수 있었다는 것이야말로 대단한 특권이며 모험이었다.” 실로, 생각은 침잠이 아니라 모험이며, 그것이야말로 저열함에서 도약할 수 있는 인간의 특권이다. 타인의 수단으로 동원되기를 거부하고, 자극에 단순히 반응하는 일을 넘어, 타성에 젖지 않은 채, 생각의 모험에 기꺼이 뛰어든 사람들이 만드는 터전이 바로 생각의 공화국이다. p.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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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30 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