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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시대, 우리가 꿈꾸는 나라-노회찬] 내가 꿈꾸는 나라 | Memento 2020-05-3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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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우리가 꿈꾸는 나라

노회찬 저
창비 | 2018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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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꿈꾸는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그래서 책을 뒤적여 본다. 모르면 아무것도 할 수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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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싶은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우선 자유로웠으면 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눈치 없이 간섭 없이 하고 싶다.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다면, 돈 때문에, 시간 때문에, 신분 때문에 좌절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차별받지 않았으면 한다. 개인적인 취향, 소득, 거주지, 소비 성향 때문에 부당하게 비난받고 싶지 않다. 노력한 만큼 정당하게 평가받고, 합당한 대우를 받고 싶다. 다름은 인정받되 차이는 존중받고 싶다. 내가 나로서 온전히 존재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을 지닌 나라에서 살고 싶다. 누군들 아니겠는가. 다만 정도의 차이일 뿐.

그간 수많은 정치인들이 출사표를 던지며 우리 사회에 화두를 던졌다. 공정사회, 창조경제, 문민정부, 보통사람의 세상, 녹색성장, 국민참여, 저녁이 있는 삶, 과정의 공정과 결과의 정의... 어느 것 하나 내가 바라는 나라에 부합하지 않는 게 없다. 모두가 좋은 말이고, 내가 살고 싶은 나라를 대변한다. 하지만 수사에 그치는지, 어떻게 실현해 나가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또한 그 정치지인이 생각했던 말과 내가 생각하는 의미가 다를 수 있다.

돌이켜보면 내가 원하는 나라, 원하는 사람에게 투표를 하고 지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다. 어떨 때는 선거권이 없었고, 어느 때는 정보가 부족했다. 내가 사는 지역에는 그 정치인이 없었고, 그럼에도 누군가를 택해야만 했다. 진영논리에 따라 누구라도 선택해야만 했고, 그런 한 표는 너무나도 미약했다.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승복해야 했지만, 나의 의도가 전해지기를 바랐다.

위대한 정치인은 아닐지라도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정치인을 떠올려 본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살고 있고, 그만큼 다양한 정치인이 필요하다. 그러다보면 좌로 우로 갈라져 싸워야만 하고, 그러다보면 흠집이 나게 마련이다. 사람이라는 게 흠집이 없을 수 있겠느냐만, 기대가 크기에 흠집도 커보이리라. 관건은 이 흠집이 생활 기스에 그치는지, 아니면 태생적인 하자가 있는지가 중요하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태생적 하자를 지닌 경우가 많다. 제도적이거나, 사회적인 문제로 인해. 정치인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우리 모두 그렇다. 나 역시도 수많은 하자를 지니고 있을 테다.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하는.

그래서 오늘도 책을 뒤적여 본다. 내가 살고 싶은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우리 사회는 어떤 사회를 지향해야 하는지를 고민한다. 작은 한 표로 이룰 수 있는 게 없지만, 모르면 아무것도 할 수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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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좋은 사람이어서 형을 좋아했어요.” -2018.7.26. 유시민 작가 p,10

당신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치인은 아닐지라도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단 한 사람이었습니다. -2018.7.26. 이정미 정의당 대표 p,14

촛불이 우리에게 준 과제는 무엇이냐. 그 과제란 촛불이 일어났던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다.(p.41) ... 불평등을 평등으로, 불공정을 공정으로, 전쟁의 위협으로부터 평화의 정착으로, 이 세 가지가 우리에게 떨어진 시대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p.42

공정의 문제는 민주화 이후 우리 사회에서 드러난 아주 큰 문제입니다. 공정하지 못하다. 공정하지 않은데 뭐하러 노력을 합니까? 편법을 쓰지요. 어떻게든 을 찾으려 듭니다. p.52

제가 지금 이야기한 평등이란 사회적 격차의 해소를 가리킵니다.(p.58) ... 불평등은 다른 말로 기회의 불균등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결과의 불균등과는 다릅니다. 어차피 사람은 다 다르기 마련이고, 모든 일의 결과도 같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모든 사람이 똑같은 기회를 받아야 합니다. p.59

국회의원들도 우리 경제의 문제점을 모르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점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해결하려는 열의가 있고 자세를 갖추었는지, 어떤 방향으로 모색하는지 등이 다르다는 것이지요. p.64

불평등의 해소란 바로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는 것, 일자리에서 차별받지 않고 일한 만큼 제대로 받는 것, 그래서 모두가 스스로 노동해서 먹고 살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p.68

최저임금 문제가 대두되는 것도 결국은 강자가 이익을 독점하며 분배가 이뤄지지 않는 구조가 오랫동안 이어져왔기 때문입니다. p.74

이렇게 다른 나라를 예로 들면 어떤 분은 그 나라들의 국민소득을 이야기합니다.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니까 복지가 잘된다는 말이지요.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국민소득이 높아서 좋은 복지가 가능하다면, 왜 프랑스가 미국보다 대학교 등록금이 싸겠습니까. 미국의 등록금이 더 싸야지요. 복지는 소득보다 정책 방향에 달린 문제입니다. p.80

평화란 의견이 갈릴 수 없는 문제입니다. p.87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과제를 풀 수 있을까요? ... 우선, 정치를 바꿔야 합니다. 불공정한 불법채용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불평등함도, 한반도의 평화도, 정치가 움직이면 바꿔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민주주의입니다. (p.88) ... 수준 이하의 정치인들을 그대로 둔 채 촛불 시민들이 이야기한 것들을 이뤄낼 수 있겠습니까? p.92

민주주의란 시스템입니다. p.110

정치를 바로 세우기 위해 가장 중요하며 필요한 일은 무엇일까요? 역시 촛불의 경험이 알려주지요. 국민의 참여가 필요합니다. ... 그렇다면 가장 역동적이며 직접적인 참여는 무엇일까요? 정당에 가입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정당에 가입하는 사람을 권력지향적이거나 권력에 매수당한 사람으로 오인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실제로 과거에는 그렇기도 했습니다만, 지금은 다릅니다. p.112

르노 자동차가 힘들 때 프랑스 정부가 어떻게 했는 줄 아십니까? 정부가 회사를 사들였습니다. 노동자는 누구도 해고하지 않았지요. 어느 날 주식회사 르노가 국립 르노로 탈바꿈한 것입니다. 르노가 정상화한 다음에는 다시 민영화했습니다. 영국의 시장들도 비슷한 일을 합니다. 가망성 있는 기업이 돈이 없어 쓰러지면 아예(p.128) 시 예산을 들여서 사들입니다. 그렇게 일자리를 유지하고 정상화한 다음 매각해서 차익을 챙기지요. 영국은 심지어 지방자치단체가 이런 일을 하니, 우리도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p.129

보수파가 이미 확보한 현실을 지키려는 사람들이라 이권다툼만 한다면, 진보파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상상해야(p.165)하니 논쟁이 필연적이다. p.166

진보를 좋아하고 진보를 지향하는 사람들 속에 가장 부족한 것이 다원주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관용의 태도가 굉장히 부족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자기하고 견해가 다르면 그것이 작은 일이든 큰 일이든 선을 확 그어버리는 거죠. 저는 진보가 진보답지 않으면 보수를 이길 수 없다고 봐요. 자기가 지향하는 가치가 진보라는 이유로 자신의 모든 것(p.177)을 다 합리화할 순 없는 것이고, 끊임없이 진보는 진보적인 방식으로 풀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오히려 바깥에서 진보세력을 볼 때 편협해 보이는 것이 현실이고 이것이 전혀 근거가 없는 말은 아니라는 것이죠. 물론 과도하게 비판하는 면도 있지만 우리가 근거를 제공했다는 거죠. 이 싸움은 끝이 없는 것 같아요. -노회찬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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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항일 의열투쟁의 선봉, 조명하-김주용] 누가 말이 맞는것인가... | m o r i 2020-05-30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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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타이완 항일 의열투쟁의 선봉, 조명하

김주용 저/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기획
역사공간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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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말이 맞다는거지... 어떻게 해야하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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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적으로 드는 의문은 이 책이 과연 10,400(e-book 기준)의 가치가 있냐는 점이다. 솔직히 내용은 실망스럽다. 잘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차원에서 그 의의는 공감하지만, 조명하에 대해서 알기에는 너무도 부족하다. 씁쓸하지만 그만큼 조명하 의사에 대해 남은 기록이 없다는 반증이겠다. 다만 앞서 언급한 내용을 다시 반복하기에는 100여 쪽 남짓의 분량을 너무 헛되이 써버린 게 아닌가 싶다. 저자가 지적한대로 조명하 의사에 대해 잘못 알려진 점이 많다면 차라리 그 부분에 대해서 지적하고 논박하거나 증거자료나 의문을 남겨서 궁금증을 유발함이 더 적절하지 않았을까.

네이버에 검색하면 조명하 의사에 대한 공식적인 정보가 나온다. (혹시나 해서 국가보훈처 공훈록도 확인했다.) 사형직전에 남긴 유언이나, 칼로 구니노미야를 공격했고 이 후유증으로 사망했다고 나온다. 하지만 저자는 유언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었고, 구니노미야는 피해가 없고 운전수가 다쳤다고 했다.에 대한 공격은 진짜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런 부분들을 차라리 모아서 적절하게 해명하는 게 차라리 올바른 정보를 줄 수 있는 길이 아닐까. 그렇다면 네이버 등 다른 정보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인지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책이 진실을 더 혼란스럽게 만든다. 정보 부족의 한계겠지만...

한 개인의 우발적인 사건으로 처리하기에는 그 과정과 성격과 영향 등에서 수긍할 수 없는 점이 너무 많다. (p.95)” 지만, 저자의 설명에 대해 나 역시 수긍할 수 없다.

(20.06.01. 잘못 표현 한 부분 일부 수정)


내가 헷갈리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국가보훈처 독립유공자 공훈록 중]

 "구이궁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지만 보검도는 불행히도 그의 왼쪽 목언저리와 어깨를 찌르고 빗나가 운전사의 오른손등에 꽂히고 말았다." 

[책에서] 조명하의 의거 현장을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 그를 자격하려고 했지만 자격 순간을 놓치고 말았다. ... 칼을 던졌지만 운전수 손등을 스쳤을 뿐이다. p.63~65 직접적인 부상을 입지는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구니노미야는 이듬해 1월 사망하였다. p.68

공훈록에는 공적심사 이후에 확인된 내용은 기재되어 있지 않다고 했고, 조명하 의사의 공적이 이런 사실관계의 차이로 인해 폄하되거나 할 여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차이는 신뢰성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어느 쪽이 정확한 이야기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책은 2016년, 네이버 지식백과는 2011년, 공훈록 8권은 1990년 발간이다. 순서대로라면 책의 정보가 최신이니 맞는 내용이라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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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에서 한인들의 활동은 타이완총독부의 중요한 관심사였으며, 특히 한인 독립운동가들의 활동에 대해서는 항상 촉각을 세우고 있었다. 즉 타이완에 대한 식민지 안정성이 강조될수록 이에 저항하는 집단에 대한 통제와 탄압은 바늘과 실처럼 따라 다녔다. p.64

의열투쟁은 인류보편적 가치의 실현에 그 목적이 있다. 물론 그 성과가 직접 도출되지 않았을지라도 의열투쟁은 피압박 민족의 울분과 억압된 자의식의 표출이었다. 조명하의 의거 역시 이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특히 타이완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등에 업고 실행되었다는 점이 일제 당국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즉 의열투쟁의 특수성과 일반성이 그대로 나타난 의거였다. 따라서 조명하 의거는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일제가 주장하고 판결을 내린 것처럼 한 개인의 우발적인 사건으로 처리하기에는 그 과정과 성격과 영향 등에서 수긍할 수 없는 점이 너무 많다.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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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다이어트-롤프 도벨리] 그래도 뉴스는 어떤 방식으로든 필요하다 | Memento 2020-05-29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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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뉴스 다이어트

롤프 도벨리 저/장윤경 역
갤리온 | 2020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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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과잉의 시대에서 정보를 가려 받는 방법. 언론에 대한 역기능은 공감하나 그래도 뉴스는 필요하다. 어떤 방식으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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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과잉의 시대다. 신문, 라디오, TV, 인터넷이 나올 때마다 그랬지만, 스마트 폰은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비약적으로 상승시켰다. 스마트 폰으로 인해 우리는 24시간 전 세계와 연결된 상태로 살 수 있게 되었다. 필요한 정보는 즉시 검색할 수 있고, 동영상으로 볼 수 있다. 한마디로 없는 게 없다. 반대로 말하면 정보의 바다 속에서 24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말도 된다. <뉴스 다이어트>의 저자는 이 낭비에 대해 일갈한다. “언론 매체들은” “거창한 이름을 달아 보도하곤 한다. 하지만 이런 소식들은 당신의 사적 세계와 무관하다.(p.15)”

우리 한번 솔직하게 말해보자.” “그 뉴스가 아니었더라면 결코 내릴 수 없었을, 일생일대의 중대한 결정이 하나라도 있는가? (p.32)”라는 질문에 결코 아니다! 나는 있다!고 답변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만큼 무의식적으로 뉴스를 소비한다. 거기에 원치 않는 광고와 개인적인 취향까지 끼워서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저자는 단호히 말한다. 우리는 뉴스에 중독되어 있다! 세상은 뉴스를 소비하지 않아도 잘 돌아간다! 그러니 단호히 끊자! 방대한 이야기들 보다는 내가 잘할 수 있는, 내가 해야 하는 영역에 집중하자. 차라리 책을 읽고, 다큐멘터리를 보자!

분명 저자의 얘기들에 반박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론에 기대하는 바가 있다.” “헛소리를 걸러내는 피터 기능을 담당해주기를 기대하고 바란다. 하지만 현실을 정반대다. 오히려 뉴스 매체가 헛소리를 지속적으로 만드는 주체다. 필터가 아니라 헛소리를 끌어 모으는 자석 역할을 한다.(p.100)” 이러한 헛소리는 자극적이고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다. 결국 양질의 기사, 우리 삶과 직결되는 기사보다 헛소리만 모여든다. 뉴스는 오염되었다. 양화가 악화를 구축했다. 과감히 뉴스 산업에서 멀어지자. 남의 불행과 고통을 소비하지 말고, 차라리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저자의 말에 일견 고개가 끄덕여 진다. 뉴스의 역기능에 대해서 누구나 공감하는 만큼 저자의 비판은 유의미하다.

그러나 정말 뉴스를 끊어낼 수 있을까. 아니 끊어야만 할까. 뉴스 산업은 더 이상 자가 치유가 불가능할까. 저자처럼 해낼 수 있을까. 나는 불가능하다. 우선 우리 모두 저자처럼 고상하게 살 수 없다. 사회생활을 위해 때론 가십거리도 필요하다. 고상한 논의만으로 살 수 없다. 점심시간에 주제를 정해 놓고 심도 깊은 토의를 하자. 취지는 좋다. 과연 누구나 가능할까. 그렇지도 않다. 불가피하게 새로운 사람을 매일 만나야 하는 사람이나, 직장 동료 선배들과 밥 먹으면서 가볍게 던질 소재마저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그 난관을 헤쳐가야 한단 말인가. 여기에 뉴스는 더 없이 좋은 소재다. 그게 자극적일수록 더. 어쨌든 뉴스는 어떤 방식으로든 필요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취지가 뉴스 칼럼 덕이다. 생각해보자. 어쩌면 본인이 유명해진 이유도 뉴스 덕이다. 인기 있는 강연자가 되기 위해서는 강연을 잘하는 본인의 능력이 제일 중요하다. 하지만 그 명성이 다수에게 전해져야만 한다. 어쩌면 자신이 싫어하는 뉴스가 아니었다면 그저 강의 잘하는 강연자에 그쳤을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뉴스가 자신의 삶에 연관이 없다 했지만, 뉴스가 없었다면 그런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얻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날 서 있는 것 보니... 저자가 보기에 뉴스 중독에서 탈출할 준비가 되지 못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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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매체들은 이러한 짧은 소식들에 뉴스 속보세계 주요 머리기사라는 거창한 이름을 달아 보도하곤 한다. 하지만 이런 소식들은 당신의 사적 세계와 무관하다. 개인의 영역을 건드리지 않으며 아무런 변화도 가져오지 않는다. 물론 전 세계에서 벌어진 소식을 통해 일말의 위로를 받을 수는 있다. 속보가 많을수록 나와 상관없고 무의미한 일들이 늘어나는 것이므로. p.15

우리 한번 솔직하게 말해보자. 그 뉴스들 가운데 당신의 인생, 가족, 사업, 경력, 그리고 몸과 마음의 건강에 보다 유익한 결정을 내리게 도와준 뉴스가 있다면 하나만 꼽아보자. 그 뉴스가 아니었더라면 결코 내릴 수 없었을, 일생일대의 중대한 결정이 하나라도 있는가? p.32

중요도관련성은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다. 어떤 뉴스가 나에게 중요하며 내 삶과 밀접한지는 다른 사람이 정의할 수 없다. 국가나 교황, 상사나 심리치료사가 대신 정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 매체의 입장에선 대중의 관심을 확실히 끌 수 있는 것은 모두 중요하다. 뉴스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 중심에 바로 이 같은 속임수가 자리하고 있다. 매체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 우리와 관련이 없는 뉴스들은 마치 굉장히 중대한 것인 양 포장하여 판매한다. 그로 인해 현대인들은 중대성 대 새로움사이에서 근본적인 갈등을 겪는다. p.36

뉴스 전문가인 기자나 뉴스 소비자인 우리나 뉴스의 중요성을 객관적으로 판가름할 감각 기관이 없는 것이다. p.35

매체의 주목도와 뉴스의 중대성은 상관관계가 없다. 즉 보도가 요란한 것과 중요도는 비례하지 않으며 우리의 삶과는 더 무관하다. p.35

뉴스의 중요성은 각 개인이 결정할 문제(p.44)p.. 어떤 뉴스가 중요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가르는 보편타당한 경계는 어디에도 없다. p.45

뉴스 중독자인 우리는 머릿속의 잘못된 위험 지도를 붙들고 이리저리 헤매고 있는 셈이다. 우리 주변의 다리에 결함이 있는지, 앞으로 다리를 어떻게 지어야 하는지, 이를 책임지고 관리하는 자는 누구인지 등을 묻고 따지며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다른 곳에만 눈을 돌린다. 다리는 하나의 예일 뿐이다. 다른 주제와 관련해서도 우리는 지극히 부차적인 문제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p.53) ... 일상적인 뉴스 소비는 사건, 사고의 중요성을 판단하는 감각을 무디게 한다. 그로 인해 현실과 크게 동떨어진 판단을 내리게 만든다. 쉽게 말해 날마다 습관적으로 뉴스를 소비하면, 현실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된다. 이는 잘못되고 부적절한 행동으로 이어진다. 당신이 언론을 통해 접한 위험은 진짜 위험이 아니다. p.54

팩트라 불리는 사실들은 우리의 생각을 가로막는다. 사실이 넘쳐나면 생각은 그 안에 갇힌다. 뉴스를 소비하면서 당신은 세상을 이해하고 있다는 환상에 빠지게 돈다. 이 같은 환상은 자기 과신으로 이어진다. p.60

뉴스 소비는 이 같은 논리적 오류(사후확신)을 강화한다. 뉴스는 하나의 이야기를 짧은 길이로 축약해 전달해야 한다. 이 조건을 채우려면 조악한 단순화 과정이 유일한 답이다. ... 그러면 다른 수많은 원인과 사건과 원인들 사이에 발생한 상호작용 및 반작용은 모두 침묵 속에 묻힌다. (강화 효과와 완화 효과가 동시에 일어난다.) 그렇게 뉴스 소비자들은 세상을 실제보다 더욱 단순하게 보게 된다. p.67

뉴스 보도는 주로 분석된 자료라는 이름으로 팔리지만 사실 그저 일화에 지나지 않는다. p.71

오늘날 매체들은 토크쇼 사회자, 스포츠 방송 진행자, 슈퍼모델 혹은 유투버에게도 이유를 붙여 셀럽이라는 칭호를 부여한다. 그런 식으로 명성과 업적 사이의 관계에 구멍이 나고 가짜 명성이 생겨난다. 이 유명인은 소위 자기 언급 시스템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셀럽이 셀럽인 이유는 그가 셀럽이기 때문이다. 그녀 또는 그가 어떻게 셀럽이 되었는지는 무척 빠르게 잊혀 진다. 게다가 뉴스라는 혼잡한 서커스 속에서는 그들이 셀럽이 된 이유가 전혀 중요하지 않다. p.73

뉴스 매체들은 명성과 업적 사이를 이었던 끈을 끊어버렸다. 뉴스를 소비하면 당신은 가짜 뉴스와의 싸움에서 패배할 뿐 아니라, 가짜 명성과의 싸움에서도 지게 된다. p.76

매일 신문을 일는 당신은 진실을 읽는 것인가 아니면 프로파간다를 읽는 것인가? -소설가 업튼 싱클레어 p.93

우리는 언론에 기대하는 바가 있다. 즉 독자나 시청자를 위해 헛소리를 걸러내는 피터 기능을 담당해주기를 기대하고 바란다. 하지만 현실을 정반대다. 오히려 뉴스 매체가 헛소리를 지속적으로 만드는 주체다. 필터가 아니라 헛소리를 끌어 모으는 자석 역할을 한다. p.100

누군가의 불행을 뉴스로 소비하는 일에 당신의 인간애를 할애하지 말자. 이 세상의 고통에 관심을 기울이며 진짜 도움이 되고 싶다면 뉴스가 아닌 다른 길을 찾아보자. 고난에 충분히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은 따로 있다. p.111

테러리즘은 뉴스 매체 덕분에 작동한다. 테러리스트들의 실제 무기는 폭탄이 아니라, 폭탄이 유발하는 두려움이다. 두려움이라는 위협은 폭탄보다 막대한 효과를 발휘한다. 이를 실현하는 것이 바로 뉴스매체다. 뉴스 매체는 테러리스트가 유발하는 두려움을 대중이 직접 느끼도록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p.115

오늘날 정보는 결코 부족한 자원이 아니다. 반면 집중력은 점점 더 부족해지고 고갈되고 있다. p.125

전설적인 투자가 워런 버핏은 능력 범위라는 놀라운 개념을 이야기하며 그 중요성을 강조하곤 한다. 버핏이 말하는 능력 범위란, 우리 각자가 정통하고 압도적으로 해낼 수 있는 한계 범위를 의미한다. 우리는 이 범위 밖에 놓인 것은 부분적으로만 알거나 아예 이해하지 못한다. 버핏이 인생 모토는 다음과 같다. “자신의 능력 범위를 알고 그 안에 머물러라. 이 범위의 크기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정말 중요한 건, 범위의 경계선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것이다.” IBM의 창업자 토머스 왓슨은 이 명제를 몸소 입증한 살아 있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왓슨은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나는 천재가 아니다. 그러나 나는 특정 분야에서는 뛰어나다. 그리고 나는 이 분야에만 시종일관 머물 것이다.” p.135

당신의 의견이 틀렸더라도 당신의 의견을 뒷받침하는 정보는 뉴스를 통해 쉽게 얻을 수 있다. 오늘날 뉴스는 단순한 시추기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시추기는 더 이상 잘못된 견해에 구멍을 내지 않는다. (예전에는 옳지 않은 의견을 무력화하는 뉴스가 생산되기기도 했다.) 대신 그 견해를 공고히 할 뿐이다. p.146

기자들은 초점을 예방보다는 사후 행동에 맞춘다. p.154

기자들은 쉽게 접할 수 없는 것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그리고 부재하는 것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치환한다. p.156

정보가 무엇을 소비하는지는 꽤 명백하다. 정보는 바로 수신자의 주의를 소비한다. 정보의 풍요는 주의의 빈곤을 낳는다.” -허버트 사이먼 p.166

뉴스를 소비하면, 언젠가 해결될 거라는 희망조차 희박하며 결코 풀리지 않을 문제에 지속적으로 직면하게 된다.” -조디 잭슨 p.180

뉴스 산업은 사회의 맹장이다. 지속적으로 염증을 일으키지만 없어졌을 때 꽤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p.204

음식이 달라지면 몸이 달라지듯이, 소비자가 달라지면 시장도 변화한다. 소비자가 몸을 틀면 시장은 금세 방향을 선회할 것이다. p.215

지금 우리는 지식의 폭이 아닌 깊이에 집중해야 하는 시대에 산다. 방대한 양의 정보를 얻으려 애쓰지 말고 당신에게 반드시 필요하고 당신의 능력 범위와 연관된 내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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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한강-김세영,허영만] 역사는 꼭 교과서로 만 배우는 게 아니다 | Memento 2020-05-29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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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세트] 오! 한강 (총5권/완결)

김세영,허영만 저
가디언 | 2019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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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꼭 교과서로 만 배우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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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으로 역사를 배울 것인가. 우선 교과서가 가장 안전하고 무난한 방법이다. 상황마다 다르지만 교과서만큼 가장 논쟁적이지 않고 합의된 역사서는 드물다. 하지만 재미가 없다. 왜 그럴까. 역사 수업시간을 떠올려보자. 시험에 나온다고, 꼭 외워야 한다고 강조했던 것들 중 내 머릿속에 남아 있는 이야기는 무엇이 있을까. 하나도 없다. ? 살아 있는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논쟁을 피하기 위해 맥락을 지웠고, 애매하거나 중의적인 사항들은 삭제된다. 진실보다는 사실을 전달해야 하며, 그래야만 세상에 나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잠을 부른다.

반면, 야사나 비화들은 시간이 지나도 잊혀 지지 않는다. 시험에 절대로 나오지 않는다고 강조하지만, 이 이야기들은 뇌리에 박혀서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잠자던 학생도 웃음소리를 듣고 일어나기 마련이다. 재미있기 때문이다. 역사는 그렇게 현실이 된다. 그들도 나와 같은 사람임을 깨닫고, 과거의 망령이 아닌 현실의 고뇌를 담고 있음을 아는 순간. 역사는 단순히 기록을 넘어서 현재에 되살아난다.

모두가 역사를 전문적으로 배울 필요는 없다. 하지만 역사에 재미를 느끼고 편하게 생각해야 한다. 최소한 시험과목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 역사도 인문학의 한 분야다. 사람을 위한 학문이지, 사람의 뇌를 고통 받게 하는 학문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정통 역사서가 아닌, 하지만 정통 역사서만큼 시대를 관통하는 만화들이 많았으면 한다. 역사에 흥미를 얻고, 시대에 관심을 가지기 위해서 이만큼 대중적인 재료도 없다.

많은 사람들이 걱정한다. 이렇게 역사를 배우게 되면 잘못된 정보를 가지게 되어 왜곡이 심해지지 않을까. 하지만 기우다. 관심이 커지면 배움은 저절로 따라오게 된다. 그 배움의 과정에 시행착오는 있겠지만, 사실을 통해 진실에 다다르려는 노력은 지속될 것이다. 오히려 영화, 드라마, 만화 등의 팩션을 지나치게 경계하는 것은 그들의 영역을 침범하는데 대한 불쾌감이 아닐까 싶다. 도서관 안에 먼지만 쌓이는 연구서 100권 보다 때로는 핫한 드라마 한 편이, 이러한 만화책 시리즈가 더 없이 중요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연구서가 없다면, 2차 가공물이 나올 수 없음을 부정하는 게 아니다.)

<!한강>은 분명 역사서는 아니다.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대변하지도 않는다. 다만 그 일부를 가장 쉽고, 가장 사실적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인지 모른다.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생각을 일부나마 볼 수 있는 기회지 않을까. 아직은 완결이 나지 않았지만, 어쩌면 나 역시 그 후반부에 일부일지 모르는 이야기가 어떻게 채워질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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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심 없는 놈은 맞아서도 작살나지마는, 때리서도 작살나는 법이요. 그것을 참고 살아야지 잉. p.190

짐성들은 속고 속이도, 땅하고 식물들은 속이지 않어. 뿌린 대로 거두는 벱잉께. 니는 니 헐 일이나 디지도록 해라. 묵을 거시 없으믄 땅이라도 받아 묵을 참으로. p.202

 

[2]

먹어야 한다는 게 또한 근본적인 죄악이었다. p.121

콩 볶는 소리에 눈을 뜨니/숲속은 아직도 악몽에 푸르도다./하늘은 본디 검고/땅은 본디 누른 것을/누구는 붉다 하고/누구는 푸르다 하도다./입 다물고/한결같이 새끼 치고/살아가면 될 것을/서로서로 이쁜 꽃을 피운다고/무참히 꺾어버리도다./눈망울이 고운 여인/고백 한 번 못 해본 채/내 청춘/짙푸른 녹음 속을/헤매도다. p.140

원래 똥 속의 구더기 같은 거지.

그보다 낫다고 믿는 건 안 되는 건가요?

믿는 건 구역질 나는 자존심에 불과해...

이런 인간들이 어찌케 문화랑 역사를 창조할 수 있었는지...

역사 자체가 인간의 피와 살과 똥으로 이루어진 거니까...

근디 끝긑내 포기해서는 안 되는 거 아니오? 절망이 곧 타락이고 죄악 아니오?

아직도 혁명에다 희망을 걸고 있나?

그 수밖에 더 있겠소?

부럽군. p.188

 

[3]

사람은 누구나 맛있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으려 애를 쓴다카이~ 허무한 일이지. 그래 봐야 전부 똥으로 나올 뿐 아닌가베~ 철학이니 사상이니 하는 것들도 똑같은 걸세. p.99

나는 대통령이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대통령과 싸울 사람조차 없다는 국민이 너무 불쌍하다. 독립투사로서의 이승만은 존경하나 행정 수반으로서는 적격이 아님이 드러났다. (조봉암) 143p.

단일화가 되건 안 되건 이번 선거는 이승만이 이기게끔 돼 있는 거요.

어차피 질거믄 구 형은 뭣땀시 그리 열성이었지?

그게 바로 민주주의니까... p.178

 

[4]

우리 집 가난은 너무 전형적이고, 드라마틱해요. 안 그래요?

냉소적이군.

그런 건 아닐 거에요. 가난해서 고통스러운 일이 많지만 가난한 사람만 알 수 있는 인생의 기쁨 같은 것도 있거든요. p.8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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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여행자를 위한 파리x역사-주경철] 나와 파리는 안 맞는 듯 | Memento 2020-05-10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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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도시여행자를 위한 파리x역사

주경철 저
휴머니스트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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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둘 다 맞을 것이다.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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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치 않은 기회로 독일과 프랑스를 여행할 기회가 생겼다. 주로 독일의 주요 도시 몇 군데와 파리를 묶어서 다녀오는 코스였다. 첫 해외여행이다 보니, 모든 게 새로웠다. 애석하게도 새로움은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길도 모르고, 문화도 모른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은 가장 큰 난관이었다. 부딪혀 보는 수밖에 다른 길은 없었다. 게다가 당시 유럽은 테러 문제로 민감한 시기였다. 심지어 한 달 뒤에 내가 갔던 장소에서 무장테러가 일어났었다. 그 자리에 있었던 회사의 직원은 여행은커녕, 공포의 순간을 벗어난 다음날 바로 귀국했다고 했다. 유럽은 지상 낙원은 아니었다. 기차역에는 영어로 테러를 조심하라는 배너를 보았다. 경찰이나 군인에게 달려오지 말라는 문구를 보는 순간 내가 겁에 질려 달리다가 총에 맞는 상상이 떠올랐다. 심심치 않게 무장경찰(혹은 군인)이 총을 들고 관광지에 상주하기도 했다. 우리가 북한의 도발을 무심히 넘기듯, 그들도 그랬을까. 당시 (아마도) 유로파가 한창이어서 여기저기 흥분한 사람들이 넘쳐서 더욱 그랬는지 모르겠다.

이런저런 악재들이 겹쳐서 일까. 2일 정도 짧게 파리를 경험했지만, 긍정적인 기억이 없다. 지하철은 더럽고 정말로 찌릉내 가득했다. 한국의 지하철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내 눈 앞에서 중국인의 가방을 소매치기하는 장면을 보았고,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다. 몽마르트 언덕에서는 야바위꾼이 넘쳤고, 가게는 일찍 닫았으며 불친절했다. 여기저기서 알 수 없는 모욕감을 느꼈지만 (아마도 인종차별적인 발언이나 행동으로 추정했지만 정확히는 알 수 없었다.) 두려움에 질려 자리를 벗어날 수밖에 없었다. 공원에서 연인과 여유를 즐기는 시민들, 서로 속삭이며 사랑을 나누는 게이 커플들, 아름다운 건축물과 이야기를 담고 있는 문화재들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하긴 했다. 일주일만 더 주어진다면 좋겠다는 생각과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연일 뒤섞여 혼란스러웠다. 혼란스럽기에 아름다운 것일까. 혁명, 혼돈, 이것들이 파리가 아름다워진 원동력일까.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부지런히 걸으며 눈보다는 머리만 바쁘게 움직였다.

사람들은 파리는 정말로 멋진 텍스트’(p.519)”이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번성하는 도시라 칭송한다. 파리를 동경하고, 찬양한다. 하지만 루소처럼 나에게 파리는 더럽고 악취가 나며 시커먼 집들이 흉한, 냄새나는 걸인들과 가짜 차를 파는 여인들로 가득한 곳처럼 느껴졌다. “아마 둘 다 맞을 것이다.(p.259)” 무엇보다 내가 파리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더 그러할 테다. 모른다는 것은 두려움을 낳기 마련이다. 그나마 한국의 위대한(?) 파워블로거들이 없었다면, 같이 간 동료들이 나를 떠안고 가지 않았다면 절대로 가지 못했을 여행지이기도 하다. 아는 만큼 보는 법. 딱 나는 블로거들이 올려준 정보만큼 파리를 보고 왔다.

주경철 교수의 <도시 여행자를 위한 파리x역사>는 이런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 준다. 파리 시내 곳곳에 있는 유적들의 역사와 이야기를 찬찬히 설명해 준다. 내가 걸었던 그거리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무심히 지나쳤던 그 순간들을 떠올리게 한다. 걷기에 지쳤던 그 장소에서 위대한 혁명이 일어났었다. 시간상 들르지 못했던 그곳은 한 번쯤 들어가서 구경을 했어야 했었다. 주경철 교수의 안내대로 내가 갔던 길을 되짚어 본다. 공포와 피로는 늘 그렇듯 시야를 가리고, 이성을 마비시킨다. 게다가 아는게 하나도 없었던 그때를 돌아본다. 파리에 대해 조금이나마 더 알게 된 지금, 다시 한 번 파리를 가게 된다면 무엇을 할까. 그래도 조금이나마 더 알게 되었으니, 알차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갈 시간과 돈이나 있을지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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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강은 그 차이가 훨씬 적고 일 년 내내 강물이 풍부한 덕분에 강을 통한 운송이 일찍부터 발달했다. ... 프랑스 동부 및 남부 지역과 북해 연안 지역을 연결하는 교역이 발달하기 좋은 조건이 갖추어져 있었던 것이다 이는 파리가 성장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소다. 파리시 문장에 배가 그려져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문장에 함께 쓰인 슬로건은 흔들리더라도 가라앉지 않는다 Fluctuat nec mergitur’이다. p.24

원래 파리 주민의 세련된 문화유산과 야만족이 가지고 온 강건한 문화 요소가 합쳐지며 프랑스 문화가 형성되어 갔다. p.55

성당은 그 자체가 중요한 텍스트다. 글을 못 읽는 서민에게 건물과 그 조각은 교리를 가르쳐주는 교과서와 다름없었다. ... 초기 신학자들은 읽기보다는 보기로 신의 충직한 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감각의 피조물이다. 그러므로 영적인 원리는 지성보다는 감각을 통해 받아들일 때 우리 영혼은 더 튼튼하게 할 수 있다. <성서>보다도 <성서> 내용을 표현한 스테인드글라스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p.85

당대 주류 신학자나 종교인의 관점에서 신앙은 그냥 절대적인 것이지, 거기에 모호함과 부조리함이라고는 아예 없었다. 믿음으로 산을 움직일 수 있다 하지 않는가. 부조리? 부조리하기 때문에 믿는 것이다 cerdo quia absurdum, 하느님이 하시는 일은 인간의 머리로 헤아릴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렇지만 아벨라르의 새로운 철학은 완전히 다른 견해를 내놓는다.(p.103)

마치 어둠이란 빛이 있어야 할 곳에 없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듯이, 죄란 존재가 아니라 부재에 있기 때문이다.(p.104)

파리 시내에는 말 동상이 많은데, 여기에는 숨겨진 의미가 있다. 말이 앞다리를 모두 들고 뒷발로 서 있으면 그 말을 탄 사람은 전사한 인물이다. 앞다리를 하나만 들고 있으면 암살당했거나 전투 중 부상을 입은 후 사망한 인물이다.(에티엔 마르셀이 그런 경우다.) 네 다리 모두 땅에 붙어 있으면 침대에서 눈을 감은 분이다. 그렇지만 이 규칙이 엄격히 적용된 건 아니다. p.157

프롱드의 난은 기이한 방향으로 끝났다. 처음에는 귀족부터 서민까지 모든 사람이 국왕에게 저항했다가 끝판에는 너나 할 것 없이 누구나 국왕에게 복종을 약속하는 이른바 복종의 전염병사태가 벌어졌다. 모든 권위가 실추한 가운데 왕권만이 홀로 강력해졌다! 이른바 절대주의는 루이 14세의 작품이기 이전에 국민이 원하는 바였다. p.225

당시 파리는 엑스피이 수도원장이 보기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번성하는 도시였고, 루소에게는 작고 더럽고 악취가 나며 시커먼 집들이 흉한, 냄새나는 걸인들과 가짜 차를 파는 여인들로 가득한 곳이었다. 아마 둘 다 맞을 것이다. p.259

사회가 바뀌어야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고,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사회가 바뀐다. 다시 말해 사회와 의식은 함께 변화한다. p.261

(볼테르)는 실로 엄청나게 많은 글을 썼다. 글을 쓰는 이유는 행동하기 위해서이다. 그는 홀로 깊은 사색에 빠지는 부류가 아니라, 문제의식을 가진 현실 참여적 지식인이었다. 그야말로 당대의 모든 문제에 대해 논쟁을 벌였고, 그것을 글로 남겼다. p.264

프랑스 혁명은 프랑스뿐 아니라 세계사에서 실로 의미 있는 사건이다. 유럽 사회, 더 크게 보면 인류 사회가 공통으로 안고 있던 신분의 문제, 불평등의 문제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과감한 해결책을 찾아보려 했기 때문이다. 18세기 프랑스는 가난한 사회가 아니라 불평등한 사회였다. 이 문제가 결국 국가와 사회를 뿌리째 흔들었다. p.276

역사는 두 번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한 번은 비극, 한 번은 코미디. -카를 마르크스 p.369

파리는 정말로 멋진 텍스트이다. 서구 문명이 때로는 아름답게, 때로는 폭력적으로 분출되었다가 누적된 중심점이다. p.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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