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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률 [좋은 배치(2017)] | 취중잡설 2018-03-29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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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자로 무언가를 재고 있는 사람


그것이 흙구덩이의 넓이이건

벽과 벽 사이의 거리이건


목재와 목재 사이라든가

훌쩍 자란 키라든가


묵묵히 자를 들고

눈을 가늘게 뜨고서는

화단을 짜면서 폭과 높이를 가늠한다든가


한 소년의 슬픔과 미래 사이라든가

잦음과 무작정의 폭이라든가


고심되는 거리 사이에 

감정을 놓고 싶다든가

한 얼굴을 옮겨다 놓고 싶다든가


세상의 모든 진실한 배치란

점으로부터 점까지의 평행이면서

엄청난 일이 벌어지기 직전

손 닿으면 금이 갈 것 같은 팽팽한 의도


그러니까 태초에 인간을 만들었을 때도

심장과 뇌의 거리라든가

손과 등짝의 위치까지를 배치하기 위해

얼마나 재고 또 재고 그랬을 것인가 말이다.


이병률 <바다는 잘 있습니다(2017)>


참 저는 믿음이 좋은 아이였습니다. 아니 의심이 너무나도 많았지만, 당신이 없었다면 세상을 살아가기 너무 버거웠습니다. 지금 당신에게 소원해졌다해서, 제가 살기 나아졌다거나 살만하다거나 그런건 아닙니다. 늘상 집나간 탕자라고 믿고 있습니다만. 그리고 하루 하루가 아슬아슬합니다. 버티기 힘들고 그만두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도무지 당신의 사랑에 대해 의심만 듭니다. 분명 당신은 제 삶을, 제 인생을 재고 또 재고 그랬을 것입니다.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보시기에 참 좋았으리라 믿습니다. 그런 제가 당신의 뜻을 가장 거르는 사람이 되었다니, 거스르려 애쓰는 녀석이 되었다는게 참으로 웃깁니다. 분명 당신은 제 심장과 뇌의 거리를, 손과 등짝의 위치까지 재고 재었겠지만, 당신이 재신것들은 저에게 목재와 화단과 벽과 벽사이를 재신것이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요.

오늘도 취했나봅니다. 죄송합니다. 그저 집나간 녀석의 투정이라 여겨주세요. 늘 그렇듯. 언젠가는 당신이 제 심장과 뇌의 거리를 이렇게 멀리 두신 것이, 세상의 모든 진실한 배치를 깨닫고 무릎을 꿇겠지요. 문득 오늘 집으로 오던길에 지쳐서 창에 얼굴을 대었던 그사람의 자국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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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역사를 통해 배우는 지정학-다카하시 요이치] 집단적 자위권, 일본의 생각을 볼 수 있는 책 | Memento 2018-03-28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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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전쟁의 역사를 통해 배우는 지정학

다카하시 요이치 저/김정환 역
시그마북스 | 2018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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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적 자위권, 일본의 생각을 볼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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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학자 강만길은 "우리 땅의 지정학적 위치가 '해양 세력을 겨누는 칼'이자 '대륙으로 가는 다리'(강만길의 내 인생의 역사공부 p.86)라고 말하며, 현재의 한반도는 "'동강난 칼'이요 부러진 다리'"(p.99)라고 진단합니다. 그 말씀대로 우리 나라는 예로부터 수 많은 침략을 받았습니다. 한반도의 역사는 항전의 역사라 할 만 합니다. 때로는 대륙의 강대한 유목민족과 한족의 침입을, 때로는 일본의 침략을 받았습니다. 고대에서 현재까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는 것이 최선의 과제 였습니다. 그래서 산성을 쌓고 힘을 기르기도 했고, 중립 외교의 아슬한 줄타기도 했고, 근대에 와서 유길준은 '중립화론'까지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다들 잘 아는 대로 그 어느 것도 성공한 사례는 없습니다. 영원한 평화야 당연히 없겠지만서도...... 그렇게 보면 최근 또 한 번의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습니다.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었지만, 오늘 내일도 틀어질 수 있는 일이 남북관계지만요......

 <전쟁의 역사를 통해 배우는 지정학>은 이런 한반도의 정세를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입니다. 물론 한반도만을 다루지 않습니다. 세계 유수의 "화약고(?)"를 두루 훑어보기에 이 만한 책도 없다 봅니다.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저자의 설명이 쉽고 명쾌하다,' 입니다. "지정학은 '세계에서 일어난 전쟁의 역사를 아는 것'(p.9)"이라고 정의하며, 책의 제목을 정한 이유를 말합니다. 나아가 전쟁이 어떻게 지정학과 연관이 되어 있는지, 동일한 지정학적인 상황에서 현대에는 왜 전쟁이 덜 일어 나는지를 친절하게 설명해 줍니다. 

쉽고 좋은 책이지만, 개인적으로 더 흥미로웠던 이유는 저자가  "일본인"이기 때문입니다. 꼭 일본인이어서 흥미로웠다기 보다 "일본"이라는 나라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려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부상, (상대적인) 일본과 미국의 후퇴 국면에서 일본은 전쟁하는 나라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평화헌법에 대한 개헌추진이 대표적인 사례겠지요. 하지만 한 번에 이뤄질 수는 없을 겁니다. 우리가 한 번에 통일을 이룰 수 없듯이. 일본이 만약 전쟁하는 나라가 된다면 동아시아의 주변국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겁니다. 그렇기에 어떤 중간 다리가 필요할텐데, (저자가 말하듯이) "집단적 자위권"은 이런 일본의 속내를 우회적으로 시도하는 논리를 만드는 게 아닌가 합니다. 실제 6.25전쟁때 "UN군의 요청을 받아들여" 일본은 "'일본 특별 소해대'"를 파견했었고, "국제적으로는 무력 행사,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해당한다고 간주되었다. (P.77)"고 하니, 영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 봅니다. 일본의 안위를 위해서는 주변 우방과의 동맹을 안전하게 유지해야하며, 우방이 공격을 당하면 불가피하게 자신들이 공격을 받은 것과 동일하게 간주하여 함께 맞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반도에서 남북이 전쟁이 일어난다면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해 한반도에 자동으로 개입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지요.

그럴듯 하면서도 가만히 듣다보면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입니다. 조선이 러시아의 남하를 막으려면 '친중국, 결일본, 연미국'해야 한다. 김홍집이 일본에서 중국 관리에게 얻어온 <조선책략>에 나오는 이야기 입니다. 당시에 미국은 우리에게 별 관심이 없었고, 본인의 이익을 위해 가쓰라-태프트 밀약으로 일본의 편을 듭니다. 중국은 기존에 조선에 가지고 있었던 권리를 놓치기 싫었으니 당연히 이런 말을 했을 것이고, 일본은 서양에서 잃은 것을 조선과 만주에서 만회하고자하는 '정한론'이 대두했을 때니 겉과 속이 다른건 여전한 걸까요. 러시아의 남하를 막고자 일본을 끌여들였지만, 결국 조선은 망하고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습니다. 여기서 러시아를 북한으로만 바꾸면 뭔가 묘한 느낌이 듭니다. 과거나 지금이나 주변국들의 이해관계속에 우리는 어떤 길을 택해야 할지 고민스러워집니다. 

통일에 대해서 찬반도 많고, 당위적인 소리만 늘어놓다보니 잘 모르겠습니다. 북한이 주적이라면 일본은 우리의 우방이 맞습니다. 그렇다고 합시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지만, 그래도 우리는 최소한 배움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 모두가 지정학과 전쟁의 역사나 지나간 일과 현재의 정세에 전문가일 필요는 없습니다. 설사 그래야 할지라도 모든 분야에 전문가가 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있었던 일인만큼 지정학이 뭔지, 일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리고 북한이 없는 한반도는 어떨지에 대한 작은 생각 하나 필요하지 않을까요. 아니면 최소한의 관심이라도 말입니다. 왜냐하면 지정학적으로 한반도는 '해양 세력을 겨누는 칼'이자 '대륙으로 가는 다리'니까요. 바다를 원하건 대륙을 원하건 지나야할 거점, 아니면 지켜야할 장소니까요. 그리고 이런 관심은 우리 삶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여기가 최소한 우리의 조국, 후손의 터전, 아니면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집이니 있는 동안이라도 잘 쓰려면 어디서 물이 세는지 정도는 관심을 가져야하지 않을까요. 이런 생각을 일본인이 쓴 책을 읽고 느껴서 조금은 아쉽지만, 혹여 관심이 있다면 한 번 쯤 읽어봄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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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은 '세계에서 일어난 전쟁의 역사를 아는 것'이다. 지구상의 어떤 위치에 자리해 어떤 지리적 위기에 노출되면서, 혹은 어떤 지리적 이점을 누리면서 발전해 왔는지를 아는 것이다. p.9

지식은 현대를 살아가기 위한 지혜로 활용될 때 비로소 몸에 익히는 의미가 있다. p.10

지정학(지리적 정치학)이란 '지리적인 조건이 한 나라의 정치나 군사, 경제에 끼치는 영향을 생각하는 학문'이다. 이것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세계에서 일어난 전쟁의 역사를 아는 것'이 된다. 지리적인 조건이란 영토나 그 주변 지역을 뜻한다. 영토에는 그것을 빼앗기 위한 국가와 국가의 싸움, 즉 전쟁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지정학은 곧 전쟁의 역사를 배우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p.14

역사는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기묘하게 일어난 사건이 영향을 끼친 경우도 있겠지만, 역사의 배경에느 예외 없이 국가의 속셈이나 의도, 좀 더 적라나라하게 말하면 야심이 존재했다. ... 필요한 것은 "연도와 사건만 알면 충분해"라고 말할 만큼 사실관계를 냉철하게 파악하는 자세, 그리고 '대략적인 흐름을 평한다'라는 대략적인 관점이다. p.16

일본 정부가 UN군의 요청을 받아들여서 파견한 이 부대는 '일본 특별 소해대'라고 불리며, 전투 지역에서 후방 지원을 실시한 부대이다. 국제적으로는 무력 행사,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해당한다고 간주되었다.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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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1-주경철]인간이 역사를 만들고 역사가 인간을 만든다. p.5 | Memento 2018-03-24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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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 1

주경철 저
휴머니스트 | 2017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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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역사를 만들고 역사가 인간을 만든다.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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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서를 만들고 문서를 작성하다보면 늘 불편한 지점이 있다. 계획서에 '인간' 혹은 '사람'이 없다. 담을 수 있는 것은 숫자, 수치, 통계, 글자 따위다. 그래도 간혹 가려진 사람의 자리 위에 그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경우도 있다. 극소수에다, '인간'을 담아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하긴 서류에 사람을 담는게 얼마나 힘든가. 하지만 평가를 하거나 평가를 받는 입장에서는 본인을 온전히 표현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자신을 알리기에는 숫자, 수치, 통계, 글자 밖에 방법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대부분 우리가 하는 '일' 혹은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정작 중요한 '나'와 '너' 그리고 '우리'로 대표될 만한 '사람'보다는 어떤 '논리'나 '정의' 심지어 '돈'이 우선이다. 인간은 철저하게 지워지고 도구일 뿐이다. 역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오랫동안 우리가 살아온 기록인 역사는 '사람'들의 삶 그 자체다. 너와 나, 그리고 우리 선조들의 삶의 이야기고, 사람 살아온 기록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기록은 일부의 사람들과 영웅들, 그리고 그 외적인 것들에 의해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고 변화를 했는지가 주안점이다. 당연하다. 오롯이 살아온 수많은 삶을, 존재하지 않는 기록을 복원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에 그 특징점을 짚어내어 이야기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인간이 역사를 만들고 역사가 인간을 만든다.(p.5)" 그렇다. 저자의 말대로 인간이 역사를 만든다. 그리고 그 역사가 인간을 만든다. <유럽인 이야기>는 인간이 만든 역사, 그리고 역사가 만든 인간의 면면들을 보여준다. 하지만 우리는 얼마나 역사를 볼 때, 역사를 배울 때 인간과 사람과 삶을 기억했던가. 그저 소수의 영웅적 인물. 가문. 왕가에 의존해서 보지 않았던가. 지금도 마찬가지다. 저자가 설명한 "잔다르크, 부르고뉴 공작들, 카를 5세, 헨리 8세, 콜럼버스, 코르테스와 말린체, 레오나르도 다빈치, 루터" 등의 인물도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지만, 역사에서 사람의 모습을. 그리고 사람의 모습이 역사에 어떻게 영향을 받았는지 색다른 방향으로 고민해봄직한 이야기가 많다. 역사를 이렇게 배운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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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역사를 만들고 역사가 인간을 만든다. p.5

별로 기분 좋은 말은 아니겠지만, 역사의 발전은 반드시 선한 인물에 의해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p.249

신성성을 상실한 근본주의 도그마는 피에 굶주린 야수처럼 세계를 불안에 떨게 한다. p.469

이 세상을 이해하는 기본이 역사학이라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오늘날의 청년 세대는 곧 세계를 무대로 활약할 사람들이 아닌가. 세계를 보는 넓은 안목을 갖추어야 하는 동시에, 인간계에서 벌어지는 복잡미묘한 일들을 세밀하게 읽어내는 능력도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실제로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탐구하는 역사연구만한 것이 없다. p.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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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박시백 (1-3권)] 누가 나에게 술을 권한 것인지. | Memento 2018-03-21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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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고화질] 35년 1~3권 세트 (전3권)

박시백 글,그림
비아북 | 2018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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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은 배신하지 않는다. 다만 그만큼 치열한 시기였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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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오랜만에 서점을 갔다. 올해 들어 너무나도 정신없이 바빴기에 선물을 주고 싶었다. 더욱이 시기가 3.1절 전날이었다. 익숙한 작가의 이름을 보는 순간 이것은 고민할 필요가 없다 믿었다. 그리고 그 믿음은 배신하지 않았다. 역사학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배웠지만, 항상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그리고 가장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근대사 부분이다. 현대사는 개인적으로 아직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믿는다. (논쟁점이 많다보니) 그렇지만 근대사에서는 너무도 아쉬운 부분이 많다. 

각 계열이나 분파에 대해서 공부하다보면 그만큼 치열한 시기였기에 그만큼 치열히 분열한 것인가 싶기도 하다. 결국은 민족이, 동포가, 사람이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함이었음에도. 무엇이 그들을 치열하게 만들었는지. 우리의 시험문제 답안을 헷갈리게 만드는 것인지. 역사의 오명을 남기게 한 것인지. 이런저런 고민이 많게 한다.

지금도 다르지 않겠지만. 결국 사람이, 우리가, 내가 살아가는 세상임에도. 오늘 내 직장에서 분열하고, 다투고, 미워하고. 이 순간에도 저마다의 이익과, 저마다의 삶과, 저마다의 가치로 시험문제를 헷갈리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35년. 짤다면 짧지만, 우리에게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순간이듯. 지금도 잊지말고 기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겠지만. 에이 모르겠다. 누가 나에게 술을 권한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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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종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 취중잡설 2018-03-20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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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그래 살아봐야지

너도 나도 공이 되어

떨어져도 튀는 공이 되어


살아봐야지 

스러지는 법이 없는 둥근

공처럼, 탄력의 나라의

왕자처럼


가볍게 떠올라야지

곧 움직일 준비 되어 있는 꼴

둥근 공이 되어


옳지 최선의 꼴

지금의 네 모습처럼

떨어져도 튀어오르는 공

쓰러지는 법이 없는 공이 되어


정현종<나는 별아저씨>(1978)


어린시절 나는 소위 탱탱볼이라는 장난감이 너무 좋았다. 일단 혼자 놀기 너무 좋았다. 탱탱볼과 탱탱볼을 던질곳이 있다면, 혼자서도 몇시간을 놈직했다. 다만 내가 살던곳이 시골이었고, 불규칙한 시골 땅바닥은 탱탱볼이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었다는 점과, 내 용돈에 한계가 있었다는점이 아쉬울 뿐이었지만.

요새 책이나 기사를 읽다보면 "탱탱볼"이랑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처럼 취해서 헛소리 하는 짓은 회복탄력성에 좋지 않다. 오히려 알콜 의존증이나 알콜 중독의 지름길일 뿐. 회복탄력성이니.... 탄력? 결국 비슷한 말일까나.... 결국. 버텨내야한다. 한계를 버티고, 아픔을 버티고,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야 한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걸까.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라지만, 내가 내 경계를 이루지 못한다면, 둥근 구를 이뤄 탄력을 가지지 못한다면, 그저 덩어리에 불과해서 짜부라질 인생. 최선의 꼴인 원을 가져야만한다. 그 꼴이 모나게 힘들지 않는 긍정적인 사람. 착한 사람, 그 어떤 형태일지 모르겠다. 어쩌면 중요한 것은 모양이나 형태가 아닐지도. 결국 오늘 짜부라져도 내일 다시 튀어올라야 하는 점인지도. 

하. 취했다. 그래도 내일 출근해야하고. 아 너무도 싫다. 그래도 잠시후 만나야하고. 정말 끝내고 싶어도 다시 시작해야하는. 유도리. 착함. 사회생활. 그 둥근 구형의 누구도 욕할 수 없는. 최선의 모양을 가지고. 오늘도 쓰러짐 없이. 다시 튀어올라야하리. 그래야 내 통장에 돈이 들어오고, 너를 만나고, 나 앞에서 사람다워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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