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이 참 에쁜책이다. 삽화도 느낌이 좋고. 인종과 지역을 막론하고 바닷길을 표류하며 미지의 세계로 통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늘 흥미롭다. 지금과는 달라 너무도 위험하고 무모한 도전일수도 있는 바닷길은 험난하지만 새로운 세계로의 견문을 넓힐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기도 했다. 제주에서 경차관을 지난 최부는 부친상을 당해 집으로 가던 중 표류하고 만다. 그로 인해 중국으로 건너가게 된 최부는 저장성, 항저우, 더저우, 베이징 등을 지나가게 되고 해적으로 오해를 받기도 하고 온갖 고초를 겪기도 한다. 그 와중에 명나라의 기후 등 지역적 특징과 풍속, 군사, 교통, 문물 등을 기록한 내용을 가지고 만든 책이 <표해록>인데 중간중간 당시의 전통과 법칙에 관해 저자가 팁으로 알려줘서 한결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난 무식해서 잘 몰랐지만 최부와 그 일행의 6개월 간의 여정을 일지형식으로 기록한 <표해록>은 <왕오천축국전> 등과 함께 세계 3대 중국여행기로 꼽힌다고 한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좀 쉽게 쓰여진 책이라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없다. 다 읽고나니 기행문학서라고 알려진 이책의 촛점이 최부의 인격과 선비정신에 맞추어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고비고비마다 최부는 대쪽같이 정직하고 의연하여 기개를 잃지 않았고, 오해가 풀리고 후한 대접을 받을 때도 상중인 상태를 잊지 않고 검소함을 지켰다. 관리로써의 위험을 잃지 않은 최부를 쫓아온 부하들은 풍랑을 만나고 명나라에서 어려움을 겪을때마다 원망하고 흔들렸지만 최부는 어디서나 당당했고 비굴하지 않았다. 솔직히 난 성인이라 청소년버전이 좀 아쉽긴 하지만 성인버전을 읽으면 훨씬 풍부하고 흥미로운 내용이 많을 것 같다. 청소년들이 읽기에는 무리가 없고 쉽고 빨리 읽혀서 추천하고 싶다. 무엇보다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충효, 예지 등 조선 선비로써의 자존심과 자긍심은 아이고 어른이고 할거없이 본받아야할 점인거 같다. 살면서 아무리 어려운 과정에 놓인다고 해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살 수 있다는 것도 큰 교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