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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덱의 보고서 | 기본 카테고리 2010-05-29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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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브로덱의 보고서

필립 클로델 저/이희수 역
미디어2.0(media2.0) | 2010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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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작가의 성품이 느껴지는 소설이 있는데 이번이 그런 경우가 아닌가 싶다. 두 소설은 확연히 차이가 남에도 불구하고 먼저 읽었던 <아이들 없는 세상>의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직접적으로 언급한 시대적 배경도 없고, 구체적인 설명도 없이 담담한 필치로 써내려간 <브로덱의 보고서>는 전쟁을 겪고 참혹한 실상을 저 밑바닥에 숨겨두고 살아가는 한 마을을 찾아온 이름도 뭣도 알수 없는 다른사람 안더러와 그에 대한 보고서를 쓰는 일을 맞게 된 또 다른 사람 브로덱에 관한 이야기다. 

 

마을을 점령한 무력 앞에서 비열해진 마을 사람들은 과거에 브로덱을 이방인으로 밀고해 브로덱은 말그대로 개처럼 살며 수년간 수용소 생활을 견뎌냈다. 죽음보다 비참했던 삶을 견디게 해준 아름다운 아내는 그가 끌려간 후 패잔병이 되어버린 군인들에 의해 낯선 여인들과 함께 무참히 짓밟혔고 딸까지 낳았다. 그러나 브로덱은 그 모든 것을 끌어안고 다시 그곳에서 삶을 시작한다. 하지만 어느새 등장한 이방인 안더러는 마을 사람들이 각자의 진실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불편한 그림들을 그리고 전시하며 사람들의 심기를 건드린 끝에 죽음을 맞이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감쪽같이 사라졌다고 나왔지만 나는 내 멋대로 그들이 함께 안더러를 없앴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방인끼리는 통했던가...안더러와 친분이 있었던 브로덱은 공동살인에 참여하지 못했고, 시장은 그 모든 것을 합리화할 수 있도록 브로덱에게 보고서를 작성할 것을 요구한다...글을 읽고 쓸 줄 안다는 이유로. 브로덱은 결국 불에 타버릴 보고서를 제출하고 가족과 함께 마을을 떠난다.  

 

와부와 단절된 막혀있는 공간, 시간을 초월한 것 같은 느낌마저 드는 이 마을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어쩌면 우리는 지금도 마주하고 있다. 누군가를 타인으로, 다른 사람으로 보며 우리의 편의와 보호를 위해 적으로 몰거나 방관하고 있는건 아닌지...사실 내 나와바리 안에 들어오는 모든 외부인은 나라는 인간의 진실을 엿보기에 가장 좋은 수단인데 말이다...다만 그것이 불쾌해지면 그때부터 인본주의는 시작된다. 두려움과 외면하고 싶었던 과거로부터 사실은 종노릇하던 인간들에게서 끄집어내진 추악한 본성은 책 전체를 관통하며 마지막장을 덮는 그 순간까지 묻는다. 너는 어느쪽이냐고. 너는 어떤 보고서를 쓸 수 있겠냐고. 현상유지와 보호라는 명목아래 발현되는 군중의 심리와 행동개시는 전쟁보다 끔직하고 지극히 야만적이었다. 클로델은 참으로 과장없이 진실된 감동을 전달하는 재주를 가진 작가다. 한마디로 정말 훌륭하다, 라는 한줄평을 인용해본다. 이 소설에 가장 어울리는 말인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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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할 수 없는 세상 | 기본 카테고리 2010-05-20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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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이들 없는 세상

필립 클로델 저/정혜승 역/피에르 코프 그림
미디어2.0(media2.0) | 2010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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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글인가, 하고 묻게 되는 책들이 있다. 이 소설집은 아이들과 함께 사는 어른들을 위한, 또 어른이 되어 아이들고 함께 하는 세상을 살야할 아이들을 위한 글들이기도 해서 소구대상의 범위가 무한대란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집을 읽으면서 동심의 세계가 순수하고 이쁜 것만이 아니라 참으로 어른들은 그 동심을 지켜주기 위해 많은 것들을 노력하고 살펴 보아야한다는 사명감이 들어서 조금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변하지 않는 진실은 아이들 없는 세상은 도저히 살아갈 재미도 희망도 없을거라는 것.

 

이 소설집엔 짧은 이야기들이 넘쳐나는데 그 내용은 환상적이기도 하고, 너무 현실감이 넘쳐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촌철살인이라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부모의 방관아래 놓인 아이들, 전쟁의 고통으로 멍들어가는 작은 가슴, 요정도 믿지 않고 더이상 어른들의 이야기가 재미없다고 느끼는 아이들...참으로 다양한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세계가 등장하는데 하나같이 재미있고, 묘하며 깊이도 느낄 수 있어서 아이들을 보고도 웃지도 뭔가 가슴 따뜻한 희망을 느끼지도 못하는 마음이 딱딱해진 어른들에게 권하고 싶어진다. 아이들은 꿈이고, 어른들의 휴식이고 미래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우리 아이들의 것이라는 생각을 잊지 말아야겠다고 다시 다짐해본다. 그저 작고 예쁘고 순수한 마음이 병들고 아파하는건 어른들의 잘못이다. 그래도 돈이나 물질이 아닌 똑바로 사는 모습을 남겨주고 싶다는 욕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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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시간 뒤.. | 기본 카테고리 2010-05-19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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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침묵의 시간

지크프리트 렌츠 저/박종대 역
사계절 | 201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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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청소년 문학선 시리즈 중 하나라니...청소년이 사랑에 대한 수준이 이렇게 높아? 아직 사랑에 철부지인 어른들이 얼마나 많은데!!!ㅋㅋ 막 그러면서 잡자마자 다 읽어버렸다.

매력적인 여교사 스텔라는 마치 현실에서 살아 숨쉬는 것같은 생동감있는 캐릭터이고 그녀를 순수하게 사랑하는 열아홉 소년 크리스티안은 뭐라고 설명할 수 없이 사랑스럽고 애처롭다. 소설은 스텔라의 추모식을 시작으로 하고 있지만 그 침묵의 시간에 끼어든 얼마전 사랑의 추억은 사람의 마음을 한없이 들뜨게 하고, 배꼽 아래서부터 저려오게 한다...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서로에게 빠져든 두 사람, 그 사랑에 인생을 던지고자 결심한 소년은 무결점의 사랑을 그녀에게 바치고자 하지만 여행 중 돌아온 그녀는 사고로 죽어버리고 만다. 그리고 그녀를 추억하고 추모하는 많은 사람들과 제자, 그 틈에 서 있는 소년 크리스티안은 이 갑작스런 상황 앞에서 그녀를 떠나보내야만 한다. 죽음 앞에 무기력해진 소년과 그의 사랑은...침묵의 시간을 견뎌내야겠지...그리고 그 시간 뒤엔 성숙이 따를 것이다.

 

독일의 한 고등학교의 영어교사와 열아홉살 소년의 너무나 짧아서 아름답고 강렬했던 사랑과 그 사랑이 정점을 찍을 때 다가온 이별이야기인 <침묵의 시간>은 사랑할때마다 생로병사같이 겪어야하는 사랑하고, 갈등하고, 헤어지고, 이별의 후유증으로 괴로워하는 그 모든 시간들을 덧없게 만들어버린다. 죽음...더 이상 미련을 가질수도, 다시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그 가장 확실한 이별...사랑하는 사람이 죽는 경험을 한 사람들은 내가 발 담그고 있던 세상의 한 귀퉁이가 잘려나가는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경험했으리라...그 막연했던 상상을 이번에 <침묵의 시간>을 통해 조금은 느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멋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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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고 대단한 소설! | 기본 카테고리 2010-05-15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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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히 강렬하고 멋진 소설 한 편을 읽었다. 과연 정신분석가 출신의 작가답게 인간의 심리를 다루는데 능하고 놀라운 전개를 보여준다. 이 사람의 소설은 거의 출판하자마자 영화 판권으로 팔린다고 하는데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만도와 루의 우정이 어떻게 악연으로 변질되어 간다는 걸까, 의구심을 증폭시키며 읽었는데 작가는 뜻밖의 의문과 진실을 드러내면서 우리기 그토록 아름답게 추억하는 우정이라는 이름의 또다른 악연과 악연이 될 가능성이 농후한 인연들, 그리고 우정 이면과 깊숙하게 자리잡은 각자의 죄책감을 떠올리게 만든다. 

영원히 변하지 않을 우정을 약속한 만도와 루, 하지만 성장해 나가면서 누구라도 그러하듯 각자 다른 길을 가게 되고 그 과정에서 조금도 의심치 않았던 우정에 조금씩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루는 외면하기도 하고, 합리화하기도 하고, 샴쌍둥이같은 아픔을 느끼기도 하면서 만도의 슬픔과 현실을 이해해보려고 하지만 어느사이엔가 만도는 자신만의 세계 속으로 너무 멀리 가버렸다. 루가 지키지 않았던 어느 날의 약속으로 인해 만도는 루에 대한 집착을 상처로 담은 상태로 세월을 보냈고, 결국 비참하게 자살을 한다....그리고 그가 일기장에도 기록하지 못했던 진실이 드러나면서 루에게도 비수가 되어 꽂히고 둘의 만남은 악연이었음을....깨닫게 된다. 둘도 없었던, 단짝 친구였던 두 남자가 모든 것을 함께 하기로 하고 함께 했지만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기까지 작가는 정신분석학 교수의 대사를 빌어 상황을 분석해주기도 하고 예견해 주면서 점점 집중도 높은 드라마틱한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의자 세 개로 버티는 사람의 이야기나 갑자기 정신병에 걸린것이 아니라 원래 정신병자였다, 라는 얘기는 내게도 쉽게 잊혀지지 못하고 이젠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의 하나가 되어버렸다. 어느새 내 마음 속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을지도 모를 사람에 대한 집착이나 독점하고픈 욕망을 자꾸 비워내야겠다고 생각해 본다...인간은 결국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상처를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장 큰 스크래치를 남기는 건, 결국 나 자신이라는 것을, 그리고 남자가 한을 품으면 여자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몹시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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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돌아보게 하는 책 | 기본 카테고리 2010-05-05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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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강심장 봉과장의 상사노릇

마쓰야마 준 저/이동희 역
전나무숲 | 201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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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구절
일의 완성보다는 일하는 사람의 완성에 집중하라.

나는 아직 상사가 되어보진 않았지만 상사노릇이 얼마나 힘들지에 대한 이해를 돕는 책이다. 생각보다 재미있고 유익해서 실은 조금 놀랐다. 딱딱한 내용이 아니라 아주 세심하게 상사와 부하가 마음으로 소통하는 법을 알려주고 있고 정말 한 번뿐인 인생에 인간관계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말고 행복하게 일하라는 저자의 진심어린 조언들이 담겨 있다. 거의 모든 내용들이  수직적인 사고가 아닌 유동적이고 때론 섬김의 자세로, 때론 하나가 되어야 할 이유들을 조목조목 친절하게 알려주는데 융통성이 없거나 사회생활이 인간 때문에 힘든 사람들은 상사건 부하건 관계없이 한 번 읽어보면 나의 상태가 돌아봐지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변화, 리더십, 성장, 동기부여, 대화, 소통, 완성 등 7개의 큰 범주로 나뉘어 상사수라는 역할을 잘 해나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데 각 챕터 말미에 놓인  Ask yourself 를 통해 답을 체크하다 보면 나라는 사람의 그릇이 보이고 작은 결단력들이 생겨나게 될 것이다. 화합을 위해서는 내 작은 것을 희생할 수도 있어야 하고, 회사라는 인생의 무대 속에서 상사와 부하가 서로 아주 작은 자세만 변화를 주어도 함께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읽으면서 참 상사노릇...어렵다, 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때로는 목숨을 걸고 꾸짖어 보라, 때로는 '침묵하는 힘' 이 부하의 마음을 연다. 요 두 문장만 가지고도 상사가 자신의 말과 행동, 생각을 스스로 조율해서 끄집어내는 일이 얼마나 힘들지 느껴지지 않는가.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존경을 표한다는 저자의 서문 마지막 문장이 매우 마음에 와 닿는다. 술자리 안주로 씹히는 상사들도 어쩌면 외롭고, 털어놓을 상대가 필요하며 중년의 위기 속에서 불안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하도 마음에 담아야 하고 멀리 가야한다면 '함께' 가야한다는 진리를 깨닫게 한다. 좋은책이고 마음을 흔드는 문장들이 참 많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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