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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아이 책비 | 기본 카테고리 2014-05-24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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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책 읽어주는 아이 책비

김은중 글/김호랑 그림
파란정원 | 2014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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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선선하게 부는 저녁, 책비를 읽고 누군가에게 책을 읽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가 책비의 이량처럼 낭랑하고 청아한 목소리로 내게 읽어준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 것 같기도 하고.

그러면 좀 건조하게 쩍쩍 갈라졌던 내 마음이 촉촉해질수 있을까. 

책을 읽는다는 행위가 어느새 의무감처럼 자리잡아 나를 누르는지도 모르고 시간만 흘러가고 있었던 요즘, 그냥 아무것도 읽지 말아버릴까, 하다가도 또 어느새 이슈가 되고 있는 책을 집어드는 나를 발견하고는 너털웃음을 짓곤 했는데. 책비. 가 그런 나를 자유하게 하고 '책' 그 자체의 즐거움에 빠져들게 했다. 억울한 누명으로 귀향을 가버린 아버지, 그리고 화를 못 누르고 죽어버린 어머니. 졸지에 양반가문의 딸이었던 이량은 필사와 온갖 잡일을 해서 눈칫밥을 얻어먹는 신세가 되었지만, 죽으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그녀는 우여곡절 끝에 책을 읽어주는 책비가 된다. 어릴적부터 멘토이자 짝사랑하는 수현의 도움으로 어느 한 노부인을 만나게 되고 사람을 보고, 삶을 느끼고, 가난하고 병들어 죽어가던 아이에게 홍길동전을 읽어주며 절망적이었던 자신의 삶에 찾아온 희망을 보게 된다. 책의 힘. 사람을 슬프게도, 행복하게도 하고 웃고, 울게 만드는 책. 그리고 그 책 속에서 느끼는 카타르시스와 또다른 세계를 동경하고 희망하며 꿈꾸는 사람들...이량은 아비를 죽게 한 원수와 원수의 아들에 대한 복수심마저도 이 힘으로 무너뜨리고 그토록 꿈꿔왔던 '난초 짠보' 로 불리우며 중전이 있는 궁으로 향하게 된다.

궁전에서의 이량의 삶에 대해 2탄이 나온다면, 누군가가 이 이야기의 판권을 사서 드라마화 한다면 대장금 못지 않는 최고의 사극이 될 것이라고 감히 예언하겠다. 수현과의 사랑이야기나 각종 에피소드를 엮어 참으로 아름답고도 인간의 오감을 자극하며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작가가 왜 책비 이량의 이야기를 계속 과거 속에 놓아둘 수 없었는지, 책이 흔하디 흔한 세상이 되어버린 이 시대에 왜 이량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는지...너무나 공감이 갔다. 청소년들에게 읽히기에 훌륭하고 당시 사회와 문화가 아주 쉽고 재미있게 그려져 있어서 어른들이 보기에도 손색이 없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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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인간 | 기본 카테고리 2014-05-1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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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최초의 인간

알베르 카뮈 저/김화영 역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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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알베르 카뮈였다. 이방인과 시지프의 신화에서 받은 충격은 젊은 시절 참으로 어마어마했었는데. 이토록 시간이 흐른 뒤 만나도 어쩜, 카뮈는 한 장면으로 읽는 이를 압도해 버린다.

주인공 자크 코르므리는 어머니의 당부로 자신이 1살 때이자, 동시에 29살 나이에 전사한 아버지의 묘비 앞에 서게 된다. 마음에 어떤 감정도, 어떤 미동도 느껴지지 않는 상태로 서 있던 그는 아버지의 출생연도를 읽고 몸 속 깊이에까지 동요를 느끼게 된다. 현재 자신의 나이 사십 세, 저 묘석 아래 묻힌 그의 아버지는 스물아홉. 그의 아버지이지만 자신보다 더 젊은 고인에 대한 정다움과 연민의 물결이 그의 마음에 채워지고, 그의 주위에서 시간의 연속성들이 부서지며 옛날에 아버지였던 수많은 어린아이들로 뒤덮인 묘지의 땅바닥에 서서 자신도 전혀 아는 바 없는 저 목표를 지향하고 있는 자신의 삶을 돌이켜 보게 되고 아버지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을 찾기 위해 알제리로 가게 된다.

이 장면이 주는 미묘하고도 모순된 감정에 소름 끼치게 압도당하고 난 뒤에는 아주 술술 읽게 된 소설이다. 사실 알제리 출신의 카뮈가 정작 알제리에서는 그렇게 인정받지 못한다고 했던 어떤 인터뷰를 읽고 놀란 적이 있었다. 카뮈가 알제리 태생이었지만 알제리를 식민지로 하고 있었던 프랑스에서 생활하면서 알제리 독립전쟁에 반대를 했고 당시 알제리에서는 카뮈가 자본주의적인 작가로 여겨져 알제리적 정체성을 강하게 내세울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프랑스계 알제리의 이민자여서 일까, 텅 비어있고, 어디에도 발 붙일 것 없어 보이는 아버지 없는 아이이자 빈 공간과 망각의 땅에서는 모두가 그렇다고 외치는 최초의 인간은 더할나위 없는 제목이란 생각이 들었다. 카뮈 자신을 대입시킨 자크는 귀머거리 어머니의 침묵과 그 어떤 것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삶 속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아버지의 부재 속에서 너무나 궁핍했고, 무지했으며, 그 와중에 외삼촌은 장애인이었고, 할머니는 그들을 핍박하고 아프게 했다. 소설 속에서 자크 코르므리의 현재의 모습과 어린 시절이 교체로 등장하는데 알베르 카뮈의 자전적 소설이자 유작이라고 알려진 최초의 인간은 그가 갑작스런 자동차 사고로 죽게 되면서 남긴 육필 원고를 어렵사리 출판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버지가 제1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하고 난 후 어머니와 함께 산 그의 유년 시절을 만나볼 수 있었던 것은 우리에게 너무나 큰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최초의 인간은 카뮈 자신이기도 하기에 소년 카뮈의 일상과 삶은 가슴을 아련하게 하고, 아리게 한다. 이상하게도 내게는 아버지의 부재보다는 카뮈가 그토록 애정과 열정을 표출하고 싶어했던, 곁에서 침묵하며 사랑했던 어머니의 존재가 더 와 닿았던 소설, ‘최초의 인간은 미완성이어서 안타깝지만, 미완성이란 말이 무색하리만치...아름답운 최고의 작품이었다. 그의 작품들을 다시 읽어보면 더 깊이있게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것 같은 배경같은 소설이고, 작가수첩의 메모와 그의 여러 글을 만나볼 수 있기에 카뮈를 사랑하는 모두에게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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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코 | 기본 카테고리 2014-05-03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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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무지코

이태상 저
자연과인문 | 2014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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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것이 참으로 역설의 진리였구나.
떠나와야 돌아가게 되고 떨어져야 떨어질 수 없지.

 

새로울 것이 없는 세상, 어떤 것에 화들짝 놀랐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지고, 전 국민을 큰 슬픔에 빠지게 한 어마무시한 사건도 월드컵의 열기 앞에선 죽은 듯 사그라들것을 알기에 요즘 참...뭐랄까, 나를 보며, 사람들을 보며 무언가가 일어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바라보는 시선이, 누리는 삶의 태도가 더 중요한거구나..하는 생각이 들때가 많았다.

그런 찰나에 무지코라는 책을 만났다. 무지코의 뜻이 "무지개를 타고 지상으로 내려온 코스미안" 이라고 하는데 저자가 펼쳐내는 인생에, 인생의 맛에 피식, 실소를 금치 못했다가도 진지해지게 만드는 책이었다. 저자에 대해 칭하기를 열정의 만년소년이라고 했는데 맞는 표현인것 같다. 인생은 한 가지 색이 아니라 기쁨, 슬픔, 행복, 불행, 환희와 외로움 등 수많은 색으로 도배가 되어있고 누군가는 그 어느 한 가지색에 집중하여 살기도하고, 누군가는 무지개빛 인생을 살고 있지 않은가.

무지코의 저자의 인생이야말로 총천연색인것 같다. 글에는 계속해서 인생은 길고 인간이 우주와 소통하려면 반드시 '사랑'이어야 함을 강조하고, 그 밑바탕에는 케세라세라같은 느낌도 나지만 그보다는 훨씬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가 충만하다. 민감한 소재 앞에서도 예민하게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 유쾌하게 만드는 힘이 있고. 수필 중간중간 써내려간 성찰의 시, 노래도 재미있고, 무엇보다 박학다식한 저자와 어마어마한 독서량을 자랑하는 냄새가 풀풀나는 글에서 오랜만에 지적인 유희를 느낄 수 있었다. <시지프스의 신화>가 비극적인 것은 그 주인공의 의식이 눈을 뜨고 있기 때문이라며, 사람을 짓눌러버리는 사실은 이 사실을 인식할 때 소멸된다는 저자가 펼쳐내는 행복과 부조리에서는 잠깐 멈춰서 생각이라는 것을 했고, 수많은 주제에 대해 저자가 풀어나간 나름의 사색과 통찰 앞에서 모든 것에 동의할 수는 없었으나 공감하게 되는 글들이 많았다. 무엇보다 지루하지 않고 술술 읽어 내려갈 수 있다는 점이 좋았고. 중간중간 삽입해준 시가, 참으로 내겐 신선했다. 저자가 인용했던 수많은 책들을 나의 무식함이 다 알길이 없어 찾아보며 읽기도 했는데, 공허함을 느끼거나, 낙심해있거나 또는 인생이 재미없다며 자조섞인 넋두리를 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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