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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거면 혼자 살라고 말하는 당신에게 (이런 개인주의는 어떠세요) | 자유로운리뷰 2022-01-18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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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이럴 거면 혼자 살라고 말하는 당신에게

최민지 저
남해의봄날 | 2022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혼자는 아니지만 개인주의는 하고 싶습니다. 작가의 내공이 담겨있는 친절한 개인주의 사용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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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란 단어와 함께 떠오르는 건 고1 화학과목 제일 첫 장에 등장하는 Atom이라는 단어다.

 

더 이상 나눌 수 없는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이 단어는 고대 그리스어 a-tomos에서 온 것으로 우리 말로는 '원자'라고 한다. 일상적인 물질을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를 일컫는 개념이다.

 

사회를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이며 더 이상 나눌수 없는 개인'인 우리는 사회 속 원자이다. 그러나 이러한 개인과 원자가 만난 표현을 살짝 들여다보기만 해도 우리 사회가 개인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바로 체감할 수 있다.

 

원자화된 개인

현대의 대중 사회 속에서 홀로 고립된 채 살아가는 개인. (출처. 구글 WORDROW 국어사전)

 

개인 자체를 불완전하게 보는 시선이 담겨 있다. 어딘가 소속 되어야 하고, 어딘가 연결되어야 완전해지는. 우리 사회에서는 '적령기' 라는 표현으로 어느 세대든 시기마다 속할 곳을 은연중에 부여하고, 그렇게 되기를 다그치는 바가 있다.

 

결혼 적령기라는 암묵적인 사회적 룰에 동조한 1인으로, 10년의 결혼 생활을 이어오면서 역설적으로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단단해지기 위해서는 그 안의 개인의 정체성을 또렷이 세워야 함을 깨닫게 되었다.

 

동명웹툰과 tv시리즈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스테디셀러 며느라기는 한 개인이 결혼과 함께 자신이 아닌, 가족이 바라는 이상적인 며느리, 아내로 행동하며 자신의 내면에서 충돌하는 가치관들과 내면에 끊임없이 떠오르는 질문들에 직면하게 되는 민사린이 등장한다. 왜 개인은 공동체 안에 들어가면 무색무취한 1인이 되는 걸까.

 

며느라기없는 결혼 생활은 불가능한 것일까?

우리는 왜 모든 것 중에서도 개인으로 존재하기를 가장 빨리 포기할까.

 

그에 대한 해법으로 든 책이 <이럴거면 혼자 살라고 말하는 당신에게>였다.

 

집단이 정한 공식과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가 우연히 일치한다면 행운이지만, 불일치한다면 공식에 자신을 억지로 끼워 맞추며 살거나 문제 자체를 안 푼 반항아로 낙인찍힌다. 정답이 하나뿐인 집단적 과제 앞에 개인으로 존재하기 어렵다. p18, 19

 

가족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 대부분은 더 많이 동일화되지 못해서가 아니라, 가족이 나와 다른 개인이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일어난다. 자식이 진정으로 잘되길 바란다면 가족 안에서도 일정한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p28

 

자유론을 썼던 존 스튜어트 밀은 1장에서 밝힌다. 자유와 권력의 관계는 개인과 다수자의 투쟁문제를 포함한다고. 자기 자신에만 관계있는 일에 대해서는 개인이 다수자의 전제에 복종할 필요가 없다는게 요지다. 그러나 우리 삶은 정말 만만찮다. 대입, 취업, 결혼, 자녀계획, 양육까지 어디에서나 침범하는 경계선 없는 걱정과 조언들은 우리 삶을 정말 피곤하게 만든다. 존 스튜어트 밀이 이 광경을 본다면 뭐라고 말할런지. 한국인의 종특이라고 할만한 오지랖 문화는 요람부터 무덤까지가 가능할 정도로 광범위하고, 개인의 자유 침해 수준을 넘어선다.

 

여기서 고통받지 않으려고, 선제적으로 결혼제도에 들어가고 자녀들도 낳아 키웠지만, 개인을 누르고 수행하는 역할극은 그리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올해의 목표는 개인성의 회복. 청년시절 가졌던 청운의 꿈을 다시금 회복하는 것이 올해의 목표가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이 책은 응원의 손길이 되었고 작가의 목소리는 결코 내가 이기적인 선택을 하는게 아님을 지지해주었다.

 

30대의 나이에 이모든 경험이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넓은 스펙트럼을 지닌,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수렴해온 작가의 삶은 개인주의자를 고수하면서도 지혜롭게 조직생활, 결혼, 양육의 세계로 들어갔기에 어느새 나는 작가의 삶을 선망하는 자세로 책을 읽고 있었다.

 

최민지 작가가 전하는 개인주의에 대한 통찰이 너무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개인주의는 이기주의의 다른 표현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점을 분명히 밝혀준다.

 

- 조직에서 개인주의하면 팀웍(team-work)이 가능할까?

 

그러나 나 하나만 편하면 된다는 이기심마저 개인주의로 둔갑시킬 수는 없다. 동료가 개인주의자인지 이기적인지는 어떻게 구분할까? 본인 한 사람의 편의만을 생각하느냐, 다른 동료의 권리도 생각하느냐로 가늠할 수 있다. p53, 54

 

동료들이 저마다의 이유와 목적에 끌려 이곳에 왔음을 헤아리고, 너와 나의 목적을 성공적으로 이룰 수 있도록 돕는 관계. 네가 나와 같지 않음을 알고, 각자의 개성으로 조직에 이바지하리라 믿는 관계, 그런 관계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다른 동료를 나만큼 중한 존재로 여기는 개인주의에 있다. p57

 

- 개인주의자가 어떻게 결혼을 해?

 

남편과 나의 결혼생활을 식기에 비유한다면 티포원(tea for one)이 아닐까. 찻상 앞에 마주 앉아 함께 차를 마시되 각자가 원하는 차를 1인용 티포트에 우려내는 것이다. 커다란 티포트에 하나의 차를 우려 두 찻잔을 채우는 날도 있지만, 때로는 수색과 향취가 다른 차를 마시고 싶은 날도 있는 법. 티포원을 꺼내면 함께라는 큰 울타리 속에서 로 분리될 수 있다. p89

 

우리가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는 이유는 인간생활의 공허함과 단조로움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만들어진 가족 안에서도 너무 바짝 달라붙으면 서로의 가시에 찔리고 만다. 여기에서의 적당한 간격은 무엇일까? p107

 

부모 자식 관계, 가족 관계라 해도 나와 동일시 하지 않고 상대방의 생각과 결정을 존중하는 정도의 적절한 거리감, 이게 바로 가족 간에 필요한 정중함과 예의 아닐까? p107

 

- 개인주의자가 결혼했다면 딩크? 아이 있는데 개인주의가 가능해?

 

서로에게 일정한 역할이 주어진다는 것을 수긍하고, 그것을 균형 있게 분담하는 육아. “그래, 네가 잘 할 수 있는 역할은 그거구나. 그럼 내가 이 역할을 해볼게. 다른 집들은 보통 저렇게 한다지만 우리는 이렇게 한 번 해보자하며 조율과 협의에 공을 들이는 육아다. p219

 

아이 삶의 밑그림을 짜임새 있게 그려 놓아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펜을 아이 본인에게 쥐어 주기로 한 것이다. 밑그림이 대단하지 않으면 어떠랴. 살아가면서 빈 공간에 채우고 싶은 것들이 자연히 생겨날 테고, 그때마다 부분 부분을 제 힘으로 채워 가면 되는 거다. p204 3, 육아, 작은 개인과 함께 사는 일

 

기존 질서에 질문을 던지는 이들로 인해 변화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는 과감하게 묻는다. 개인주의가 널리 전파되고 있다가 아니라, 개인주의는 팽배하다고 낙인을 찍는지. 개인주의자라서 할 수 없는 것들이 아니라, 개인주의자라서 더 잘 할 수 있는 부분들에 기꺼이 빛을 비춘다.

 

지속되는 코로나19, 비혼과 함께 부상하고 있는 1인가구의 등장. 생활동반자법을 근간으로 한 혈육과 결혼이 아닌 새로운 가족의 결합 등, 개인의 존재가 더욱더 부각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르네상스 시대는 (god) 중심이던 중세에서 개인(individual)에게 주목하며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그로부터 7세기가 지나고 2022년의 서막이 열렸다. 과거처럼 빛나는 문화부흥을 이끄는 르네상스가 아닌 코로나19시대가 되었지만, 시대의 흐름속에서 와해되는 공동체는 다시 객체화된 개인으로 환원되었다. 온전한 개인으로 돌아온 우리는 그 속에서 자신의 안위만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행동을 삼가며 타인을 지키고자 하고, 필요할 때는 연대를 통해서 다시 공동체를 구성한다.

 

개인주의와 공동체주의가 대척점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인간과 인간이 만나 이루는 공동체의 바탕에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개인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중략)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경험이 더해질수록 이런 생각은 더욱 견고해졌다. 개인주의는 성숙한 관계 맺기의 기본 바탕이기도 하니 말이다. 누군가가 나의 친구, 연인, 동료이기 이전에 나와 다른 의견과 가치를 지닌 개인이라는 것을 알고, 존중해야지만 올바른 관계를 맺을 수 있다.

p 9, 프롤로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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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라라슨의 패싱(문학동네) | 자유로운리뷰 2021-12-3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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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패싱

넬라 라슨 저/박경희 역
문학동네 | 202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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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라 라슨 패싱

 

 

입 밖으로 낼 수 없는 일을 상상한다. 넬라 라슨은 마치 인간의 그런 심리를 직접 들여다본 것 같다. 언어로 구체화 시킬 수 없는 생각들이 작품 속에서 문장이 되어 등장한다. 모종의 쾌감을 느낀다. 그래서 우리는 소설을 읽는가.

 

넬라 라슨의 패싱에는 결코 드러나서는 안 되는 비밀이 등장한다. 초반에 그 비밀을 놓고 아이린과 클레어의 남편 존 벨루가 공공연하게 논의를 이어가는 장면은 흡사 영화 바스터즈의 한스대령(유대인 소탕을 맡은 이)과 소샤나(한스대령이 어릴적 몰살시킨 가족의 일원)가 크림케익(슈트루델)을 놓고 나눈 대화의 긴장감을 떠오르게 한다.

 

이 비밀이 탄로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은 좀 더 복잡다단한 양상으로 바뀐다. 3부에서는 그 비밀의 키를 쥐고 있는 아이린(주인공)이 친구이 패싱 사실을 지켜주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드러내어 당사자를 곤경에 빠뜨리고자하는 심리의 충돌을 보여주는데, 인간의 양가감정을 이만큼 솔직하게 그려낸 작품이 있을까 싶다.

 

넬라 라슨의 패싱은 분량의 압박이 적기도 하지만 한 호흡으로 읽기에 적당한 책이다.

 

이 작품의 흡인력 포인트를 3가지로 정리해보자면,

 

1. 흑인혼혈 출신인 클레어는 패싱한 채 백인 남자를 만나 살고 있다. 남편이 지독한 인종차별주의자라는 사실이 등장하는 장면부터, 소설 속 시한폭탄은 독자의 손에 쥐어진다.

 

2. 아이린(주인공)은 클레어(친구)를 거부해야하는 것을 알지만, 계속해서 실패한다. (뒤돌아보면 안돼 라고 말하면 결국 뒤돌아 보게 된다. 오르페우스 신화)

 

3. 아이린은 남편과 클레어의 관계를 어렴풋이 짐작하게 되면서, 클레어를 위험에 빠뜨리고 싶은 충동에 휩쌓인다. 가장 쉬운 것은 클레어의 남편 에게 클레어의 패싱을 알리기만 하면 끝이다. 그리고 우연찮게 시내에서 아이린은 흑인 지인과 팔짱을 낀 채 쇼핑을 하던 중 클레어의 남편 을 마주치게 된다. “오늘 시내에서 존 벨루를 마주쳤어. 내가 흑인 친구와 있는 것을 보았지.”라는 말이 계속해 입속을 맴돌지만 이 말이 (클레어와 브라이언에게 오히려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 어떻게 자신이 속한 일상을 뒤흔들지 모르기에 결국 말하기를 주저하게 된다.

 

인종에 대한 본능적인 신의. 어째서 자신은 거기서 벗어나지 못할까? 어째서 신의의 대상에 클레어를 포함시켜야 하나?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티끌만큼도 배려하지 않는 클레어를. 그녀가 느끼는 감정은 분노라기보다 무딘 절망에 가까웠다. 자신의 관점을 바꿀 수 없음을, 개인을 인종에서, 자신을 클레어로부터 떼어낼 수 없음을 알고 있었으므로. p136

 

 

패싱은 두 가지 형태로 소설에 등장한다.

클레어가 택한, 백인행세를 하는 적극적인 패싱. 아이린이 의도적으로 백인인척 한 것은 아니지만 모욕적인 언사를 이어가는 존과의 티타임 대화에서 적극적으로 자신이 흑인임을 알리지 않은 것, 즉 소극적인 패싱으로.

 

1920년대에 발표된 이 작품은 그 당시 미국 사회 내 인종문제에 대한 부분을 짚고 있지만, 이는 현대에 와서는 젠더 정체성, 즉 타인이 선호하지 않는 정체성을 숨기는 커버링의 문제,다양한 소속 규정과 그 경계를 넘는 현상으로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다.

 

이 책을 추천하는 이가 많은 한 해 였다. 올해 신간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의 출판은 100년 전이고, (이미) 고전의 반열의 오른 책이었다. (초반부 여자 3인의 티타임, 브라이언과 결혼생활을 이어가는 아이린의 심리, 3부 아이린이 겪는 갈등에 대한 치밀한 심리묘사가 대단하다. 읽어나갈수록 점점 숨통이 조여오는 기분으로 독서를 하게 된다.)

 

그녀가 말했다. “‘패싱이란 게 좀 묘하긴 해. 우린 그걸 비난하면서도 용납하잖아. 경멸하면서도 부러워하기도 하고. 극도로 혐오하고 멀리하면서도, 눈감아주고.”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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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포매거진(vol.5) - 내면의 아이를 찾아서 | 서평단으로 글쓰기 2021-10-18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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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포포포 매거진 POPOPO Magazine (계간) : Issue No.05 [2021]

편집부 편
포포포 |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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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포포포 매거진이다. 계간지로 발간되는 매거진으로 매 주제에 걸맞는 작가들의 글들이 다채롭게 실린다. 우리가 잘 아는 작가도 있고(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법_ 정문정 작가의 글이 매번 첫 장을 장식한다), 새로 만났지만 더 알고 싶은 작가들이 다양하게 연재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이전과 달리 독자를 위한 지면이 할애되어(Be our guest) 3명의 개성있는 독자의 글을 읽을 수 있었다. 고단한 육아의 길에서 공감을 나누고, 진취적으로 살아가는 그들에게서 자극을 받기도 했다.

 


 

이번달의 메인 테마는 Inner child, 내면아이다.

성인ADHD에 자전적 에세이, 심리전문가들의 저서나, 공황장애 혹은 경도의 우울증에서 중증까지 심도있게 다룬 책들의 등장으로 정신과의 문턱이 점점 낮아지는 건 기능적 측면에서 긍정적 변화라는 생각이 든다.

이너차일드. 내면의 아이는, 어린시절 기억 속 나일 수도 있고, 혹은 내가 나라고 착각하고 있는 어떤 상황 속에서 만들어진 존재일수도 있고, 심리적으로는 키맨(key man)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이다.

엄마가 되고 내 아이를 돌보며 어느 순간 묘하게 내 아이와, 어릴적 내가 중첩되는 부분을 마주하게 된다. (이를테면, 다들 맞는 MMR백신만 맞았어도 7살때 수두는 그냥 지나갔을텐데, 지금도 얼굴에서 찾을 수 있는 흉터는 없었을텐데. 1만원이면 될 예방접종을 왜 안 했을까. 어쩌면 그 시절 1만원이 넘었을 그 접종을 시킬 여유도 없었을지도 모를일인데.. 그래도 이런식의 푸념은 자주 날 찾아온다.)

내면아이는 어떤 경험으로 만들어졌는지는 모르지만 분명 지금까지 내가 하는 선택과 행동들에 매우매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그 아이와 나는 양자대면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 마음을 돌보고 챙기는 건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요?

일상에서 하는 것. 조금 더 정확하게 숨쉬는 거랑 비슷한 거예요. 본인의 마음을 돌보려면 우선 내면에 집중해야 하는데 그게 어려운 이유는 '나'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예요. 쉽게 말해 제일 중요한 건 감정이에요.

요즘 아이들은 교과 과정에 감정을 쓰거나 그리는 부분도 있고 학교에서 감정에 대해 잘 배우더라구요. 지금의 어른들은 감정에 대해 배운 적도 없고 개념도 잘못 가지고 있어요.

감정은 판단할 필요가 전혀 없는 그야말로 있는 그대로의 현상일 뿐인데 대부분 여러감정이 떠오를 때 바로 브레이크를 밟아 버려요.

예를 들어 인간관계에서 힘든 감정이 올라오면 마음속으로 '이러면 안돼' 하고 바로 필터를 걸죠. 그런데 감정은 그런게 아니거든요. 사랑하는 우리 아이가 미울 수도 있는 거고 화가 날 수도 있는 게 자연스러운 거죠. 일부러 그런 감정을 가지는 게 아니라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요.

있는 그대로 내가 어떤 감정인지를 받아들이면 되는 건데 많은 사람이 감정을 판단하려고 해요. 이 감정은 좋다. 나쁘다. 바람직하다 이렇게 구분하는 게 습관이 되어서 자기감정조차 몰라요.

p110, '내면아이를 찾아서', 정신과 정우열원장

 

인터뷰로 실린 정우열 원장님의 글을 읽으며, 나 역시 원장님이 말하는 '과'의 사람임을 여실히 느꼈다. 내 감정을 제대로 바라본 적 없는 사람. 든든한 장남이 있는 집안의 막내딸로 자유롭게 살아도 되것만 마치 집안의 밑천이라는 맏딸처럼 행동하는 것. 내선택에 있어 가장 우선시로 고려되는 부모님에 관한 감정. 모든 것들이 층층이 쌓인 풀지 못한 문제들처럼 늘 마음 속에 남아있다. 

 

이 책을 읽어 나가며, 보통은 어떤 마음을 가지고들 사는지. '엄마'라는 역할에서 느끼는 중압감은 나만 느낀 것이 아님을 확인하며 조금은 위안을 받았다. 


 

나의 내면을 바라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 때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떠오르는 생각들을 바라보고, 이런 생각을 했구나, 이런 감정을 느꼈구나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러다보면 어떤 생각의 패턴이 나를 지배하고 있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그것들이 사라진 자리에서 혹은 그 사이사이에 존재하는 평화가 주는 산뜻함을 느껴보라고. 의사이며 예술가인 저자가 권하는 방법인데, 시도해보기 어렵지 않아 좋았다.

명상마저도 큰 마음이 필요한 일이라고 느껴진다면, 차를 마시거나, 수영을 하거나, 다른 생각없이 그 순간과 하나가 될 수 있는 무언가를 적어보라는 말 역시 금같은 조언으로 다가왔다.

 

이런 말이라면 요즘같은 시기에 누구에게라도 가 닿아 힘이 될 만한 문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문장으로 글을 마무리를 하고 싶다.

 

- 마지막으로 지금의 우리에게 필요한 메세지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사람이다. 그럴수 있다. 생각보다 훌륭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도 괜찮다. 훌륭한 무언가가 돼야 한다는 필터를 스스로 걸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_정우열 정신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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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동의 사연과 나폴리탄의 비밀 (일본음식 알고 먹으면 더 맜있다는 소식) | 자유로운리뷰 2021-10-0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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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텐동의 사연과 나폴리탄의 비밀

네모 저
휴머니스트 |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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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식도락 여행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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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한 계절을 살았다.

 

매일의 시작이었던 세이신-야마테선을 타러 가는 길에 늘 지나치는 인도 카레 전문점. 그리고 길 건너 2층에도 커리 전문점. 그리고 이케아에 기본 메뉴도 역시 카레.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김치볶음밥이 기본 메뉴인 것 같이) 대체 카레는 일본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 음식일까?

 

일본에 살기 전에는 당연 일식하면 스시(초밥), 사시미(), 라멘(라면) 등 한국인에게 떠오르는 음식3선 정도가 있기 마련인데, 웬걸 다녀보니 그렇지만은 않네? 일본사람들에게 일상적 메뉴들이란 이런 건가. 할 정도로 의외의, 그렇지만 입맛에는 잘 맞는 메뉴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낫또고항(낫또덮밥), 규동(소고기덮밥), 카레(이렇게 카레에 진심인 나라), 아이들 메뉴에는 무조건 함바그(함박스테이크). 이 나라에서 가졌던 외식에 대한 두려움이 점차 사라져갔다.

 

이렇게 일본에 숨은 식문화를 하나하나 자세하고 재밌게 알려주는 작가의 책을 최근에 만났는데, 마침 추석연휴를 끼고 있던 때라 맘편히 즐겁게 한챕터 한챕터 섭렵해 나갔다.

 

일본인 네모작가<텐동의 사연과 나폴리탄의 비밀>.

 

작가 네모는 일본인이다. 한국의 대학 내 어학당을 다니며 한국어를 배웠고, 그를 바탕으로 일본 식문화를 소개하는 책을 한국어로 썼다. (respect!)

 

그렇기에 어떤 음식에 대한 한국인의 스타일과, 일본인의 스타일을 비교해 적어나가는 부분들이 매우 흥미롭다.

 

활생선을 바로 잡아서 바로 먹는 한국, 지역에 따라 초장을 곁들이기도 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라면,

 

일본은 회를 숙성시켜서 먹기 때문에 훨씬 부드러운 생선살의 식감을 즐긴다는 것. 와사비와 간장을 주로 곁들여 먹지만 이 역시 사시미 고유의 맛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살~.

 

에도 3미로 소개되는 스시, 소바, 텐푸라 이야기는 먹거리의 배경지식을 풍부하게 전해주었기에, 이 책을 읽고 난 일과는 보통 다음과 같았다. 구글맵을 켜고 인근의 일식전문점(스시집, 소바집, 라멘집)을 검색한다. (다행히 이 동네에는 부부스시부산모밀이 이름 나있다)

 

텐푸라라는 단어는 한국에서도 자주 쓰는데, 한국어로 순화해서 쓰기를 늘 요청받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텐푸라는 사실 포르투갈에서 온 단어다! 포르투갈의 temporas 라 불리는 튀김요리가 현지화 된 음식이기 때문이다. (일찍이 일본은 포르투갈과 무역 교류가 빈번했다)

 

한국처럼 밥이 중요한 일본에 800여 가지가 넘는 쌀 브랜드가 있다는 것과, 일본에서 가정식으로 즐겨먹었던 낫또덮밥 이야기는, 짧지만 강렬했던 그 여름날의 일본으로 나를 잠시 데려가는 듯 했다. 일반적으로 모르고 골라도 고시히카리가 기본인 일본의 쌀들 (밥이 너무 맛있구요). 2kg씩 기본 포장되어 있었던 쌀을 보며 (한국에서 20kg씩 배달해 먹던 사람) 세상 야박한 심정으로 가슴팍에 안고 왔던 그 쌀들. 마트의 쌀 코너에 가면 다 다른 지역의 이름을 달고 빼곡하게 상단까지 채워져 있던 그 많던 쌀은 사실 일본 밥상에서 무엇을 가장 중하게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 아니었을까.

 

카레, 함바그, 규동의 지분으로 거의 매일의 외식 트라이앵글이 완성되었던, “우리는 일본에 와서도 이런 것만 먹고 가네.” (=한국에도 많은 것) 했는데, 아니었어, 일본사람들의 일상 메뉴에는 이들이 매우 가까이 있다는 것을 (이제사) 알게 되었다.

 

카레 알고 먹으면 더 맛있어요!

 

사실 일본인들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을 꼽으라면 그건 카레일지 몰라요. 자주 먹어도 질리지 않고, 서민적이고 친근한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종류와 맛집이 쏟아져 나오고... 카레는 바로 국민 음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싫어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평을 듣기도 하는, 그야말로 모두가 좋아하는 음식이죠. p276

 

네모작가님은 책을 내고도 계속해서 도쿄 현지의 맛집을 업로드 하고 있다. 랜선여행이 트렌드가 된 요즘, 이마저도 하나의 즐거움이다. 오늘 올라온 피드의 맛집을 보고 인근에 비슷한 메뉴를 하는 집 없나? 하고 구글맵을 띄우며 우리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비슷한 음식을 찾아서 먹고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며 그렇게 살아간다.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법이니까, 이 책을 추천하고 갑니다. <텐동의 사연과 나폴리탄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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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히로에겐 하쿠가 있듯이 (나의 특별한 친구) | 사는 이야기 2021-09-1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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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에세이스트 참여

그녀와 나는 가끔 조조영화를 본다.

영화를 기반으로 한 약속의 좋은 점은 영화 시작 10분전까지 만나면 되고, 영화 상영이 끝난 시점이 공식적으로 만남의 끝으로 연결되기에, 일상으로 편히 돌아갈 수 있다.

사실 우리 사이의 가장 좋은 점은, 둘 다 아이의 '엄마'라는 점이다. 그렇기에 모든 점에서 아이를 중심에 둬도 서로 섭섭해 하거나, 어떤 경우에 발생하는 미안함에서 조금은 덜 미안해도 된다는 점이 우리가 공유하는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그녀와 나는 함께 아이를 낳으며 알게 된 사이다. 그래서 쉬이 "친구사이에요" 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 우리 사이의 유일한 단점이 될 것 같다.

 

우리는 비정기적으로 연락을 한다. 어느 아침에는 이런 메세지가 도착해 있다.

"영화의 전당에서 <화양연화> 특별상영을 하네요."

"아 그 영화 10년전에 노트북으로 봤었는데 좋았어요.."

"리마스터 기념 재개봉이라네요. 전 아직 한번도 못봤답니다. 괜찮으면 내일 오전 어때요?"

"좋아요."

 

그렇게 시작된 조조영화는 봄날의 장범준 콘서트로 이어지고, 가을의 부산국제영화제로 이어졌다. 우리는 우리가 처음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취향을 공유하고, 감상을 나누는 사이가 되어갔다.

 

우리 대화에서 주어를 이루던 "아이가-"라는 문장은 "저는- "으로 바뀌어 나갔다. 아이를 키우며 겪었던 낯선 상황 중 하나는 누구도 나란 사람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결혼 후 생긴 인간관계중 시어머님의 지분이 가장 클 것 같다. 어머님과 그렇게 많은 대화를 주고 받았지만 정작 그 속에 나에 대한 질문은 거의 없었다. 늘 "그래, oo이는 어떻니?"라는 말로 시작된 대화는 아무리 길게 이어져도 늘 아이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우리의 대화에서는 자연스레 '내'가 배제되어 있었다. 나는 자주 공허했고, 때로는 무력감을 느꼈다.

 

여름 날, 그녀가 이런 날에는 맥주가 딱인데, 라고 지나가듯이 던진 말에 오늘 저녁에 한잔 할까요? 라고 답했다. 그녀가 사는 조용한 주택가의 호젓한 영국식 펍느낌의 맥주집은 그렇게 우리의 아지트가 되었다. 7월이 생일인 내게 생일주를 사주는 그녀는 같은 날 두 달 뒤 생일을 맞았기에 우리는 여름과 가을자락에서  매 해 두 번은 만났다(술자리로). 우리 사이에는 함께 본 영화가 쌓이고, 같이 마신 맥주들이 방울방울 쌓여갔다.

 

최근 '샹치'가 개봉했다.  (카톡) '샹치'봤어요? 보러 갈래요? 라는 메세지에 그럴까요?라고 답하고 찾은 상영관에는 미리 예매해둔 표가 무색하게 관객이 우리 둘 뿐이었다..

 

"오늘 대관한 거나 다름없네요. 이런날도 다 있네요." 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게요, 이렇게 큰 관에 아무도 없는 건 또 처음이네요."라며 기념샷이나 한장찍자는 그녀의 제안에 마스크를 야무지게 올려쓰고 렌즈를 응시했다.

 

카메라 화면은 거울처럼 우리를 담아냈다. 화면 속에는 집에서 아이 둘 건사하느라 진땀흘려 눅진한 티셔츠를 입은 어떤 엄마가 아니라, 한껏 취향과 감정을 발산하는 생기 넘치는 여인이 앉아 있었다. 

 

아이를 키우는 일에는 한 해 두 해가 아닌 평생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엄마라는 역할에 매몰되지 않고 나를 지킬 수 있는 것은 바로 일상 속의 이런 시간들 덕분이 아닐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는 치히로라는 본명을 마녀 유바바에게 빼앗기고 센으로 살아가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센이 '치히로'였음을 잊지 않게 도와주는 강의 신 '하쿠'는 결국 마지막에 치히로를 구하고, 하쿠 자신도 마녀의 주술이 사라진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온다.

 

때론 내게 그녀가 '하쿠'처럼 느껴진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뭐였지, 나는 어떤걸 할 때 즐거웠지, 가을이면 영화제에서 영화를 봤었지, 봄이면 버스커버스커를 들었지, 여름이면 우리는 온천천에 앉아 맥주를 마시곤 했지 하는 소소한 일상과 감각들을 일깨워준다. 그녀는 내가 본래의 '나'로 돌아갈 수 있게 지켜주는 강의 신 '하쿠'같다. <두 분은 어떤 사이세요?> 라고 누군가 우리에게 묻는다면, 나는 그녀는 내 특별한 친구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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