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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굴레(태가트 머피) | 자유로운리뷰 2021-07-31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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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예스리커버] 일본의 굴레

태가트 머피 저/윤영수,박경환 역
글항아리 | 2021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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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굴레

-태가트 머피

 

 

헤이안 시대에서 - 아베 정권까지,

타인의 눈으로 안에서 통찰해낸 일본의 빛과 그늘

 

 

 

 

# 들어가며,

 

유년시절에 읽었던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이 생각난다. 그당시 필독서였기 때문에 읽었지만 서문을 여는 내용은 꽤 흥미롭게 기억된다.

 

나의 연구 과제는 매우 까다로운 문제였다. 미국과 일본은 교전 중이었다. 전쟁 중에는 적을 나쁘게 깎아내리는 것은 쉽지만, 적이 어떤 방식으로 인생을 보는가를 적의 입장에서 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해야만 할 임무였다. 문제는 일본인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 있지, 만일 그들과 같은 처지에 놓였을 때 우리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 있지 않았다. 나는 전시에 일본인이 보여 준 행동을, 부정적인 요소가 아니라 긍정적인 요소로서 이용하도록 노력했다. 그들의 전쟁 수행 방식을 군사적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 문제로 바라보았다. p27, 국화와 칼

 

20여년이지나, 내 앞에 놓인 책은 태가트 머피의 <일본의 굴레>이다. <국화와 칼>은 일본을 한 번도 방문해보지 않은 저자가 연구자료, 미국 현지의 일본인들, 다양한 인터뷰들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쓴 책이지만, <일본의 굴레>40년간 일본 땅에서 살아온 미국인(학자)이 쓴 책으로 그 차이가 명확히 드러나는 바이다.

 

# 이 책은,

 

(그것은) 일본의 정치와 경제에 관한 생각을, 여전히 사람들이 꾸준한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인 역사 및 문화와 결합시켜보는 작업이었다.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지금의 세계 금융시장의 틀을 형성하는 데 일본의 여신창조가 수행해온 중심적인 역할 같은 것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슈들을 하나하나 떼어놓고는 일본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 경험의 총합을 다루지 않고서는 일본 현실의 그 어느 측면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달리 말하자면, 일본 은행의 통화 정책, 일본 기업의 인사 관행, 도쿄의 기묘한 스트리트 패션, 일본 정치의 끊임없는 의자 뺏기 놀이 수 세기에 걸친 일본의 쇄국, 이런 문제들이 어떤 식으로든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p16

 

1)

메이지 시대의 근대화

 

일본이 식민지화되는 것을 막고 선진 산업국이자 제국주의 국가로 탈바꿈시킨 소수의 비범한 인물들을 당시 천황의 이름을 따서 메이지 지도자들이라고 부른다.

 

메이지 지도자들은 세 가지의 긴급하고도 서로 얽혀 있는 과제를 해결해야 했다.

 

일본도 열강 그룹에 포함될 만한 조건들을 갖췄다고 서구 열강들이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제도들을 만들어야 했다.

 

근대 제국을 그럴듯하게 흉내 내지 않고서는 서구 열강을 설득하여 불평등 조약을 개정할 수도 없고, 유럽인들에게 빼앗긴 관세 주권과 치안 기구를 되찾아 올 수도 없었다. p126, 127

 

2)

천황의 신격화, 국가에 대한 만들어진 충성심

 

메이지 지도자들은 이런 농촌의 가치에, 자신들의 전통이자 농민들에게는 생소하던 사무라이의 가치를 끼워 넣었다. 전 세계의 다른 농민들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농민들도 전통적으로 군국주의와 전쟁을 혐오했다. 군주가 당한 모욕을 젊은이가 복수하고는 기꺼이 스스로의 배를 가른다는 생각은 대부분의 농민에게 기괴하고 불효스럽게 느껴졌다.

 

헤이안과 그 전 시대부터 천황은 전사 계급과 동떨어져 있고 그들보다 명목상 우월한 문화적, 종교적 인물이었으나, 더 이상은 아니었다. 천황은 이제 정기적으로 군 제복을 입고 등장해서 군대 최고의 가치인 무조건적 충성의 궁극적 대상이 되었다.

 

이것은 의도된 정치적 계산이었다. 비스마르크는 민족적 감정을 투사할 대상이 필요하다고 1871~1873년 이와사키 사절단에게 조언한 바 있다. 애국심을 의도적으로 주입해서 예전 가족, 마을, 종교, 지방, 군주에 집중되어 있던 충성심을 국가 전체로 옮겨올 필요가 있다고 말이다. p139, 140

 

메이지 신궁이나 야스쿠니 신사와 같은 곳들의 사회적, 정치적 역할은, 신도들의 영적 수요를 충족시키는 전통적 교회나 절이라기보다는, 나치의 싱플라츠 극장이나 마르크스주의의 무신론의 궁의 그것에 가까웠다. 국가 신토는 국가에 대한 충서이 다른 무엇보다 우선하며, 국가가 영원한 진리의 체현이라는 사상을 주입하는 지극히 의도적인 정치적 산물이었다. p140

 

마시마가 말년에 쓴 <봄눈>20세기 일본의 운명을 다룬 4부작 소설 중 1편이다. 2<분마>는 일부 엘리트들의 서양에 대한 요란한 환호 떄문에 나타난 필연적인 반작용에 대한 이야기다. 그 반작용이란 민족적 정수, 국체, 천황의 개인 우상화를 중심으로 한 극단적인 광기의 등장이다. 이런 극단주의는 원래 지도층이 농민들의 충성심을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었지만, 결국 정치적 통제의 범위를 벗어나 오히려 지도층이 구축한 세계를 파괴하게 된다. p146

 

 

3)

나쓰메 소세키 마음과 메이지의 유산

과거를 그토록 지워 없애면서도 왜 그래야 하는지 이야기할 수 없었던 메이지 시대에 대한 가장 깊은 고찰은, 20세기 초 가장 위대한 소설가인 나쓰메 소세키의 1914년 걸작 <마음>에서 찾아볼 수 있다. 주인공이자 선생이라고만 나오는 노년의 남성은 어두운 과거를 끌어안고 산다. 수십 년 전 자살한 친한 벗의 죽음을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소설의 세 번째 부분을 이루는 장문의 편지를 통해서야 그 사건과 자신의 죄책감에 대해 비로소 얘기한다. p148

 

4) (주제문장 중)

일본이 가진 모순과 좌절된 열망

 

이런 간극은 물론 중학교 도덕 교과서를 빼고는 어디든 존재한다. 그러나 일본이 유독 독특했떤 것은 나라의 지배 구조에 대해 하나도 아닌 두 가지 다른 허구가 병존했기 때문이다. 하나는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서양에서 들어온 것이었다. 과거로부터 이어받은 허구는 천황제이고 서양으로부터 들어온 허구는 입헌정치와 법치주의다. 이 중 후자는 부분적으로 자유민권운동이나 이타가키와 같은 사람의 대의 정치 요구에 대한 응답이기도 했지만, 더 큰 동력은 일본에 대한 서양의 기대로부터 나왔다. p149

 

카럴 판볼페런은 일본에서 정치적 책임을 지는 주체가 없다는 문제의 원인으로 바로 이 결함을 지목했다. 책임의 주체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당일 수도 있고, 위원회나 독재자나 심지어 세습 군주일수도 있다. 핵심은 어떤 개인 혹은 개인들이 정치적 주체로서 국가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경정할 경우, 그런 행위에 대해 설명해야 할 책임이 수반된다는 사실이다. 유권자가 아니라면 공평무사한 사법부, 그도 아니라면 독립적인 언론, 그것도 아니라면 최소한 스스로에게라도 설명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p151

 

그 결과, 일본 정치사에서 줄곧 그래왔던 것처럼 정치권력의 실질적인 원천이 무엇인지 모호하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러한 사실은 오늘날까지도 일본에서 진정한 의미의 혁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을뿐더러, 근본적인 제도 개혁을 가로막고 있다. 집권계층이 누구인지 알 수 없는데 어떻게 그들을 전복시킬 수 있겠는가. p422,423

 

소위 원로라 불리며 20세기까지 살아남은 메에지 지도자들은 적극적인 정책활동에서 물러나면서 추밀원 같은 자문기관으로 소속을 옮겼다. 그리고 그곳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되 결과에는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역할을 맡으면서, 거대한 정치적 무책임의 무대가 마련되었다. > 이런 무책임의 정치는 승리할 전망이 없는 아시아에서의 지상전에 뛰어든다든가, 일본보다 열 배는 더 큰 산업 기반을 가진 열강을 향해 침공을 감행한데서 그 절정을 보여준다. > 그 결과 일본은 메이지 지도자들이 처음부터 미연에 방지하고자 했던 그 상황, 즉 독립국가로서의 지위를 상실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p152

 

일본의 경우 사악한 광기에 사로잡힌 미치광이 독재자가 그 원인은 아니었다. 많은 분석가가 일본에서 히틀러나 무솔리니에 해당되는 인물을 찾으려 했고, 한동안 도조 히데키를 지목했다. 도조는 악명 높은 관동군의 사령관이었고 나중에는 총리가 되어 진주만 폭격을 지휘한 인물이다(실제로는 도조가 천황에게 폭격을 권유하고 천황이 마지못해 승인했다고 한다). (중략) 도조는 광적인 신념에 사로잡혀 일본의 국가기관을 탈취한 것도 아니었다. 그는 스스로의 의무라고 생각한 일을 성실히 실행한 군인이었고 관료주의 사회의 경쟁에서 동료들보다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 총리의 자리까지 올랐을 뿐이다.

 

일본을 재앙으로 몰아넣은 범인()을 찾는 부질없는 작업을 하기보다는, 전쟁에 이르기까지 수십 년간 일본 지배 체제의 연속성이 단 한 번도 끊어지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p156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의 경험은 권력이 정치적 감시에 의해 통제되지 않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에 대한 일반적인 교훈 외에도 세 가지의 시사점이 있다.

 

일본의 눈부신 전투 전술과, 일본의 능력을 일관되게 반복적으로 과소평가한 서구 열강들의 오만함이다. 일본 또한 적을 잘못 파악하고 있었따. 이들은 중국인이 열등하고 후진적이기 떄문에 계속 싸우는 대신 항복할 것이라 믿었고, 미국은 퇴폐적인 나라라 한 방 세게 먹이면 무너져버릴 것이라고 믿었다. > 이 두가지 오판에 드러난 차이는 흥미롭다. 일본은 일관되게 적의 동기와 의지를 잘못 판단하고 있었던 반면 서양은 일관되게 일본의 능력을 잘못 판단했던 것이다.

 

전쟁이 그토록 커진 이유는 일본이 대담한 도박을 벌였기 때문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본의 지도자들은 일본이 전쟁 속으로 끌려들어간다고 느꼈다.

이 전쟁의 궁극적 원인은(또는 적어도 전쟁에서 일본에 책임이 있는 부분에 관해서 말하자면) 권력을 탈취한 사람들의 손에 권력이 집중되어 있었던 것이 아니라, 권력이 통제를 벗어나 여기저기 분산되었다는 데 있었다.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내세웠던 개전의 이유는, 식민주의를 끝내고 서양의 제국주의세력을 아시아로부터 몰아내는 것이었다. 단 하나의 예외를 빼고 (일본 자신)일본은 이런 목표를 모두 달성했다.

> 일본과 그 식민지였던 타이완 및 한국만이(남쪽에 한해) 여전히 미국의 방위선에 기약 없이 묶여 자국의 안전 보장을 미국에 의존하고, 외교 정책에 있어서도 미국의 동의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 p165-167

 

도쿠가와 막부의 붕괴 이후로 일본의 권력자들이 열망했던 것은 일본이 정치, 경제적 목표를 세울 때 외세의 요소를 고려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외국에의 의존도를 줄이고자 했던 것이었고, 그 꿈이 드디어 손에 잡히는 듯 했다. p246

 

5)

일본식 경제 모델의 한계

일본의 경제 기적은 서양에 의해 곧 동아시아 성장 모델이라는 또 다른 별명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동아시아 성장 모델이라는 말에는 수출 주도 경제를 통해 달러 보유고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 외에도,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내부 모순이 터져 나오기 전까지 일정 기간만 작동하는 경제 성장 모델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었다. p175

 

이웃에 까다롭고 위협적인 국가가 있을수록 기민한 외교 수완과 장기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안보 정책이 필요하다. 일본은 이 둘 중 하나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는 동안 국내에서는 경제 모델을 완전히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이 벌써 한 세대가 넘도록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 엔저를 무기로 한 수출주도형 기업들이 무한한 자본과 인력을 가져다 쓰던 경제 모델은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하지만 기저에 깔린 만성적 문제가 겉으로 드러날 때마다(그런 일이 과거 반복해서 발생했고 2021년 말에 또 한번 찾아왔다) 정치 지도자들은 매번 똑같은 낡은 수법에만 의존하려고 했다. 엔화를 크게 평가절하하고, 인구가 줄어만 가는 지방에 건설 프로젝트를 다시 돌려대고, 세계가 일본 제품을 더 사주기를 바라는 수법이 그것이다. p418

 

미국이 일본 대신 국가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이자 가장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되기 쉬운 두 가지 역할인 국방과 외교를 대신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 번째로 중요한 국가의 역할인 경제 정책의 수립(조세 및 금융정책을 포함)은 정치적 논의를 필요로 하지 않았던 것이, 당시에는 국민 모두가 경제의 재건을 지상 목표로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p424

 

6)

미군정의 실패점, 일본을 구성하는 두 가지 허구

 

그렇기는 하더라도, 미군정은 초기 멤버들이 이루려고 노력했던 일본 사회의 민주화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결국 실패했다. 존 다우어는 이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군사정부가 직접 통치했던 전후 독일과는 달리 일본의 미군정은 기존 정부 조직을 통해 간접통치를 했다. 이는 항복 이전의 일본 정치체제에서도 가장 비민주적이었던 두 가지 제도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았다. 다름 아닌 관료제와 천황제다.”

 

GHQ는 천황제에 대한 처리에 완전히 실패한 나머지, 전후 일본에서 천황의 신분을 명확히 교정하지도 못하고, 영국이나 스칸디나비아식의 입헌군주제를 확립하지도 못했다. P187

 

하지만 일본의 일반 국민에게는 이런 어리석음(미국을 향한 전쟁)의 원인을 되돌아보고 재발 방지를 위한 논의에 참여할 기회가 전혀 주어지지 않았다. 이들은 정복자인 미국, 일본의 우익 양쪽으로부터 과거의 일은 묻고 잊으라며 적극적으로 주문받았다.

> 이런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일본의 이웃국가들은 오늘날까지도 일본에 대한 의심의 눈을 거두지 않는다. 이들에게 일본은 자기 연민에 빠진 채 아시아 사람들 전체에게 커다란 고통을 일으킨 원인은 전혀 돌아보지 않는 나라다. 이들은 일본의 권력층이 우익의 과거사 왜곡을 끊임없이 묵인하고 있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P191

 

1950년대와 1960년데에 자민당으로 은밀하게 흘러들어갔던 CIA의 원조에 대해 오랜 의혹이 있었다. 이것이 마침낸 드러난 것은 1994109일자 <뉴욕타임스> 기사를 통해서 였다. ‘CIA, 일본 우익을 지원하기 위해 1950~60년대에 수백만 달러 사용.’ p425

 

록히드 사건으로 인해 일본 정치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누구도 외며나지 못할 정도로 만천하에 공개되었을 뿐 아니라, CIA가 자민당에 비밀 정치 자금을 대주던 일과 자민당 창당에 관여했던 과거 또한 모조리 드러날 위기에 처했다. p449

 

 

독일은 과거의 일을 인정하고 자신들의 잘못이며 그런일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도록 보장하며, 제도적인 조치를 취함으로써 자신들의 죄를 뉘우침을 공공연하게 알렸다.

 

일본은 아직까지도 그러지 않았다. 일본이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일본 체제의 근본적인 정통성에 의문을 제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 장에서 살펴보았듯이 메이지 시대에는 하나의 현실에 정통성을 부여하기 위해 두 개의 서로 모순되는 정치적 허구를 만들었다. 두 개의 허구란 의회 정치가 존재한다는 허구와 천황이 직접 다스린다는 허구이고, 하나의 현실이란 싸스마-조슈 파벌이 나라를 통제한다는 것을 뜻한다. P192,193

 

그렇다고 해서 독일과는 대조적으로, 통치의 정통성이 어디로부터 오는가 하는 문제는 일본의 패배로도, 군정에 의해서도, 전후 헌법의 도입을 통해서도 해결되지 않았다. 국가 정치의 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언제든 끔찍하고 파괴적인 무질서 상황은 재현될 수 있다. 전쟁 전의 일본에서 그랬고, 어떤 의미에서 오늘날의 중동에서도 같은 상황이 벌어지도 있다.(재스민 혁명)

 

그럼에도 전후 일본에서 나라의 통치가 매끄럽게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은, 다우어가 천황제와 더불어 지목한, 미군정의 정책에 의해 살아남은 또 하나의 비민주적 제도가 정책에 대한 실권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관료제다. p192,193

 

7)

미국과 일본의 관계

한국전쟁은 일본이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에 서명하면서 법적인 독립을 되찾고 얼마 지나지 않아 종료되었다. 이 조약에는 명시되지 않은 두 가지 조건이 있었으니, 하나는 일본이 미국의 정체에 따라 중화인민공화국과 어떠한 관계도 맺지 않을 것, 또 하나는 일본에서 좌식이 권력에 다가가지 못하도록 확실히 보장할 것이었다. 이것은 미국을 만족시켜 양보를 얻어내는 일본 특유의 교섭 방식이었다. p197

 

닉슨 쇼크’ - 경제와 외교 정책에 관한 닉슨의 파격적인 선언들과 미, 중 물밑 외교 협상이 드러났던 일. 일본 수입품에 10퍼센트의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와 더불어 미국은 타이와과의 정식 외교관계를 폐기하고 중화인민공화국을 전체 중국을 대표하는 정부로 인정하며 외교 협상을 진행한 것.

 

> 일본이 보란 듯이 이뤄낸 성공이 이제 가장 중요한 우방(미국)과의 관계를 위협하고 있엇떤 것이다.

 

미국은 일본의 안보만 책임져준 것이 아니었다. 진정한 글로벌 경제가 작동할 수 있도록 정치적 환경도 제공해주었고, 일본은 그 안에서 산업국가를 건설해 키울 수 있었다. 그 환경에서 중요한 요소에는 결제 수단 및 준비통화로서 기능했던 달러와, 자유 무역 시스템이 포함되어 있었다.

 

미국과 일본이 서로 완전히 다른 경제 수준에서 출발했음에도 계급 문제에 관한 관념은 비슷하게 변화해왔다는 사실은, 이게 단순히 경제력만의 문제가 아니라 훨씬 더 많은 요소가 얽혀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해 준다. p399

 

일본의 금융 당국은 1978년부터 이미 몇 차례나 국제 환율시장에 적극 개입해서 세계의 주요 결제통화와 준비통화로서 미 달러의 역할이 지속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p495

 

8)

종신 고용

그간의 고용 관행은 일본 경제에 잘 맞았을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노동 시장의 의도적인 억압은 가부장적인 고용 관행과 맞물려서는, 전후 초기에 등장했던 계급투쟁적인 노동운동으로의 회귀를 막았다. 일본의 지도층은 1940년대 말과 1950년대 직장의 주도권을 놓고 벌어졌던 투쟁을 잊지 않고 있었다. p221

 

9)

현실의 관리

현실의 관리란 여러 제도와 관행이 합쳐져 사회 구성원들이 모두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서 행동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일본이들이 모순을 알아차리지 않기로 의도적이고 집단적으로 결정한 듯 보이는데서 종종 드러난다. p236

 

프로젝트를 철회한다는 것은 곧 해당 부처가 실수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 p409

 

일단 그렇게 결정되고 나자(도쿄전력의 원자력 사업) 다시는 이를 철회할 방법이 없었따. 그때까지 들어간 막대한 매몰 비용 때문이기도 했고, 더 정확하게는 그러한 규모의 결정을 되돌릴 만한 제도적 수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려면 절대로 실수할 리가 없는 조직이 근본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음을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p410

 

이 모든 것의 결과는 알려진 바와 같다. 일본에 원전을 들여오는 치명적인 결정을 내렸고, 지난 20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하던 경제를 지휘했고, 중국과의 관계를 엉망으로 만들었으며, 미국이 주도한 그 모든 이기적이고 불완전한 정책에 비위를 맞추기 급급했던 세력이 2012년 말 다시 정권을 잡고 말았다. 그냥 정권을 다시 잡은 게 아니라, 해외 언론의 표현에 따르면 화려하게 복귀했다.” 압도적인 격차로 선거에서 이기고 정권을 되찾은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p414

 

모든 국민은 자기 수준에 걸맞는 지도자를 갖는다는 오래되고도 사라지지 않는 거짓말이 있다. p415

 

월가나 실리콘밸리에서 야근을 한다면 공개적으로 인정되고 투명하게 보상된다. 반면 일본에서는 대부분의 직원이 일주일에 48시간만 근무한다는 정교한 픽션이 존재했다. 이런 픽션은 기업의 근태 기록과, 노동성과 기업 사이를 오가는 공식 보고서에 의해 뒷받침되었다. 야근 시간을 의논해야 할 때는 서비스 야근’ (수당 없는 무료 야근)과 같은 완곡한 표현이 대신 사용되었다. p237

 

물론 이 또한 권력의 공식적인 겉모습이 현실의 모습과 극적으로 달랐던 에도 시대의 몇 세기에 걸친 정치 구조에서 비롯된 일본 문화의 또 다른 특징이다. 그래서 다시 한번, 일본어에는 이런 것들을 처리하기 위한 수많은 단어가 존재한다. 우리는 다테마에(모두가 립서비스로 말하는 꾸며진 현실)와 혼네(실제의 현실)의 차이에 대해 살펴본 바 있다.

 

10)

성장의 대가 - 일본 문화

교토는 전쟁 전 일본을 휩쓸었던 산업화 광충에서도 열외되었고, 그 건축적, 문화적 유산으로서의 가치가 너무나 귀중했기 때문에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본토를 폭격할 때 교토를 제외했다. p249

 

가부키, , 수묵화, 꽃꽂이, 다도 정원과 같은 일본의 전통 예술들은 모두 살아남았다. 동네와 마을의 축제(마쓰리), 민요, 일상생활에 사용하는 공구를 만들던 장인들의 민예와 같은 전통 대중문화도 모두 살아남았다. 하지만 고도성장이 가속화되고 사람들이 텔레비전이나 팝송이나 야구 같은 것에 빠져들면서, 전통 민속 예술은 한 때 한 세기 전 서양인들을 그토록 매혹시켰던 그 즉흥성을 상당 부분 잃어버렸다. > 하지만 대기업 샐러리맨들의 문화가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가면서, 인간의 조건에 질문을 던지던 이런 예술적 탐구들은 점점 뒤로 밀려난다. 그 대신, 회사 일과 사회적 스트레스를 잊도록 응원해주고 아무 생각없이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오락들이 사람들을 잠식해갔다. p251

 

11)

낮아지는 출산율의 의미

2005년에는 기록적으로 낮은 1.26명을 기록했다. 출산율의 붕괴는 일본이 급격하게 변하는 경제 환경에 제도적으로 대응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나타난 가장 치명적인 결과 중 하나다. p274

 

12)

버블의 정체

금융 시스템을 구제하고 나라가 전반적인 공황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컸다. 그 비용에는 선진국 최대 규모의 누적 재정 적자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일본 정부를 아마도 가장 당황케 했던 것은 선진 기술과 제조업에서 거의 달성한 듯 보였던 일본의 절대 우위, 자부해 마지않던 그 절대 우위가 알고 보니 크게 과정되어 있었거나 환상에 지나지 않았다는 깨달음이었다. p305

 

버블경제의 구제를 위한 움직임

상황을 더 악화시켰던 것은, 경제 회복을 위해 수혈한 정부의 돈이 일본의 정치 구도 탓에 가장 효과적인 곳에 쓰일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도시 중산층의 생활수준을 직접적으로 개선하는 지출이야 말로 당시 상황에 가장 효과적일 것이었다. 도시 주택을 전반적으로 재개발하는 사업 같은 것을 벌였더라면, 직접적으로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간접적으로는 내구성 소비재가 필요한 거주공간을 공급함으로써 수요를 자극하는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도농 불균형이 심했던 일본 정치권력의 구조상, 예산은 결국 쇠락하는 농어촌 지역의 요란한 인프라 건설 사업에 갈 수 밖에 없었다. p317

 

세수의 확보

다행히 경제를 파탄시키지 않으면서도 세수를 증가시킬 방법은 많이 있었다. 소비세가 도입되기 전에는, 일본 세수의 대부분이 수익성 좋은 대기업에서 징수하는 법인세와 샐러리맨들의 급여소득세에서 나왔다.

> 이런 조세 시스템은 이제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이 지난 20년의 세월 동안 명확해졌다. 1950년대 말 노동 쟁의의 결과로 등장했던 급여체계는 인구 구조의 변화로 인해 결국 붕괴될 수 밖에 없었다. 구인구직 시장은 아직 본격적으로 등장하지 않았으나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 일본의 세수는 더 이상 샐러리맨의 급여소득세에만 의존할 수 없었다. 정치적으로도 공정하고 경제적으로도 효과를 거두려면, 조세 시스템은 샐러리맨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자기 몫의 세금을 내는 방식으로 보편화되어야 했다. p318, 319

 

> 재무성은 이들(농민, 자영업자, 종교단체, 건설회사와 같은 중소기업)을 과세하기 시작하면 그 기반이 사라질까봐 오랜 세월 두려워했다. p319

 

13)

일본기업들이 선택한 잘못된 길

 

그러는 동안 일본 기업들은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새로운 세상의 회사들은 고객들이 미리 알고 있지도 못하고 심지어 원치도 않았더 무언가를 만들어 팔았다. 무엇은 텔레비전이나 자동차와 같은 단일 제품이 아니었다. > 새 회사들은 아이팟이나 킨들처럼 제품과 서비스를 융합한 하이브리드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일본 기업들의 제품은 기술적으로는 정교하지만 오직 일본 국내 수요만 만족시키고 있을 뿐이다. 일본의 비즈니스 미디어는 이것을 갈라파고스 현상이라고 이름 붙였다. 특정 제품 분야가 세계 표준의 트랜드와 무관하게 일본 안에서만 진화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p345

 

일본의 사업 시스템은 원래부터 착취적인 면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그 착취는 주로 하청업체와, 하청업체의 하청업체 사이에서 발생해, 거대한 일본 산업 시스템의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해왔다. p340

 

과거에는 명목상으로만 독립법인인 중소 하청업체가 하던 그 역할을, 이제는 과로에 시달리는 저임금 비정규직이 하고 있을 뿐이다.

 

> 하지만 일본 대기업들이 이런 요청(임금 인상)에 수긍해서 정사원들의 임금을 올려준다 하더라도, 저임금 비정규직에 대한 의존도가 계속 올라가고 있는 한 사회 전반의 구매력 증가로까지는 이어지지 못한다. p342

 

하지만 이 모든 성공에도 일본의 비즈니스는 세계화의 한 가지 중대한 측면에서 뒤쳐져 있으니, 그것은 바로 주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지위에 외국인을 앉힐 수 있는 포용력이다. 일본 회사에서 외국인의 부재는 중간 관리자 단계에서도 임원 단계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 단순히 언어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식 협업방식과 일처리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인이라고 여기기 때문

 

> 일본의 경영자들은 여전히 미국의 화전농업식 경영법에 쯧쯧 혀를 차면서, 그런 방식이 사회적 응집력이 강한 일본에서는 절대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한다.(정확한 분석이다) 하지만 이들은 이제 더 이상 태평양 건너의 미국을, 무엇을 해야 하고 말아야 할지 참고하는 모델로 삼지 않는다. 이들은 바다 건너 서쪽의 나라로 두려움과 경탄의 눈길을 돌리고 있다. 바로 일본이 오랫동안 가난한 친척처럼 여기며 멸시해왔던 나라, 한국이다. p358

 

아무도 한국을 미국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한국의 정치, 경제 체제는 미국보다는 일본을 훨씬 더 닮아 있다. (재벌이라는 시스템이 일본에서 온 것처럼, 한국의 많은 부분은 일본의 것을 그대로 모방한 것이다.) 지구상의 어떤 나라도 한국만큼 일본과 문화적으로 비슷한 나라는 없다. 혹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한국이 상대적으로 일본과 덜 다르다. p359

 

(한국의 기업들이 일본의 비즈니스를 크게 위협하는 세력으로 떠오른 것에 대한 종합적인 설명은 환율 문제를 훌쩍 뛰어넘는 것이고, 그것만으로도 책 한 권 분량이 필요하다.)

1. 한국에는 국제화된 엘리트가 더 많다. <한국적이지 않다? no! 한국의 엘리트 계급에 들어가기 위한 필수 조건에 가깝다.

 

2. 한국의 경제, 정치 기관들은 훨씬 더 명확한 권력 구조와 뚜렷한 책임 소재를 갖고 있어서 빠르고 과감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3. 한국은 실수가 허용되지 않는 위기상황(북한과의 대치)에 놓여 있는 나라라는 점이다.

 

14)

오늘의 일본을 구속하고 있는 어제의 굴레

 

다음의 모든 문화 현상을 아우르는 것은 무엇인가. 야마모토 요지와 가와쿠보 레이의 패션,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시로 마사무네의 만화, 젤다 게임 시리즈, 모노노케히메와 같은 애니메이션, 링과 같은 공포영화, 포켓몬, 게이모이, 서양의 젊은이들을 한 세대가 넘도록 사로잡아온 수많은 애니메이션과 망가, 이런 모든 것 사이에 도대체 어떤 관련성이 있는가. 어떻게 이 모든 것이 다 일본 문화일 수 있는가. p368

 

일본만의 독특한 창의성의 기원을 흔히 모순과 모호함을 참고 견디는 능력에서 찾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서양 사람들에게 모순을 참지 말라고 말했다. 일본의 철학 사상에는 그런 명제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5장의 현실의 관리에 대해 얘기하면서 지적한 것처럼, 일본에서 사회적, 경제적으로 성공한다는 것은, 서양 사람이라면 도저히 견디지 못할 수준의 모순을 관리하면서 공생하는 능력의 결과인 경우가 많다. p371

 

> 이것으로 일본 문화가 세계에 일으키고 있는 반향 전반을 설명할 수 있다. 제정신을 얼마쯤 유지하기 위해서는 모순과 공생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점점 더 필수 덕목이 되어가는 나라는 덩 이상 일본뿐만이 아니다. p375

 

15)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가진 장점

일본은 녹색 특허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나라고, 앞으로 세계가 필연적으로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선구적 역할을 할 수 있는 훌륭한 문화적(검약의 오랜 전통), 지리적(풍부한 태양력과 수력 자원) 조건을 갖추고 있다. 초기 메이지 시대의 지도자들과 같은 기량과 비전을 가진 이들이라면 일본이 에너지 정책의 전환을 실현하도록 국가적 역량을 동원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나라에 다시금 활력을 불어넣고 국민의 마음에는 사명감의 불씨를 다시 지필 수 있었을 테다. p419, 420

 

일본에서는 누구라도 크게 아플 때 지역 소방서에 전화 한 통만 하면 몇 분 안에 구급차가 도착한다. 병원으로 실려가 받는 치료도 수준이 높고, 그로 이내 본인 또는 가족의 경제를 위협할 만큼 터무니없는 금액의 진료비 청구서가 날아오지도 않는다. 거리는 안전하고 깨끗하며, 대중교통의 효율성은 경이로울 정도다.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글자를 가진 이 나라에서, 학교는 산술능력과 읽고 쓰는 능력을 착실히 갖춘 시민을 꾸준히 배출한다. 일본 경제와 그 정치 시스템에 대한 신뢰만으로 담보된 일본 엔화는 미 달러와 유로의 뒤를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국제결제통화 및 국제준비통화로 사용된다. 일본 경제활동의 종합적인 힘은 세계 최대의 금융시장인 미국의 달러와 미국채 시장마저 좌지우지할 수 있고, 타국가들이 경제적 운명의 갈림에 서 있을 때마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p420, 421

 

스캔들과 더불어 지하 범죄세계의 역할이 드러나자, 1955년 체제를 간신히 유지하던 정통성의 마지막 꺼풀이 벗겨지면서 마침낸 정치적 위기가 찾아왔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오직 탁월한 정치인만이 정치인에 대한 분노와 혐오의 에너지를 동력 삼아 낡은 질서를 깨뜨리고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힘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그리고 당시 일본에서 그런 일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탁월한 정치인은 다나카 가쿠에이가 한때 아들이라 불렀던 사람, 오자와 이치로였다. p459

 

미국인들은 하토야마의 나라를 자유 자본주의를 표방하는 민주국가로 다시 태어나게 한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하토야마 총리만큼 그것을 잘 보여주는 인물이 어디 있겠는가? 그를 총리 자리에 앉힌 것은 불만에 찬 군인들이 일으킨 쿠데타도 아니었고, 일당 독재 국가의 상임위원회와 정치국이 벌인 술책도 아니었다. 그는 한 국가가 과연 민주사회인가를 가름하는 궁극적인 제도의 힘으로 총리가 되었다. 그 제도란 바로 한 정당에서 다른 정당으로 정권을 평화적으로 이양하도록 하는 자유롭고 공정하며 투명한 선거다. 하토야마가 총리가 된 것은 미국 방문 7개월 전 그의 정당이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p495, 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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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 | 자유로운리뷰 2021-07-20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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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

이슬아,남궁인 공저
문학동네 | 202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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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쓰는 기쁨중 하나는, 어쩌면 편지에 대한 답장이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아닐까? 매번 돌아오는 답장의 즐거움을 누리며 읽어나간 왕복서간에세이.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무한대만큼 멀거나 제로만큼 가까운 우리 사이를 웃으며 거닐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선생님과의 여행 정말이지 피곤하고 즐거웠습니다. 여전히 선생님을 생각하면 울렁거립니다. 처음보다 더한 울렁거림입니다. 저도 모르게 생긴 애잔함 때문인 것 같습니다. 잘나가는 의사 양반을 어느새 애잔해하게 되다니 시간이란 참으로 이상합니다. 함께 책을 쓰며 보내는 시간은 특히 곤란하고 짠합니다. p264, 생각하면 울렁거리는 남궁인 선생님께

 

왜 이슬아 작가는 남궁인 작가를 애잔하게 여기게 되었을까? (궁금하다면 이 책을...)

 

문학동네에서는 친절하게도 20206월부터 서점 서가에서 꽤나 핫한 두 명의 작가를 엮어 연재를 시작했다. (이웃님에게 소식을 전해듣고 알게 되었지만, 정작 시간내어 읽진 못했던 그 이야기들이 책으로 발간되었다. 웹진보다 책이 더 가까운 사람.)

 

서점 서가의 고유명사가 되어버린 이슬아 작가와 남궁인 작가.

마치 사춘기 시절 주고 받았던 교환일기 격의 서간문은 좀처럼 진실함을 담는다.

뭐든지 캐릭터 설정이 중요한 요즘인데, 이번 연재의 캐릭터는 멋짐을 글에 담으려는 남궁인 작가를 꾸짖는 냉혹한 글 선배 같은 이슬아 작가가 활약한다. 두 분의 부캐 모두 성공적입니다.

 

비슷한 세월을 살아온 남녀작가의 서신은 어쩐지 설레는 일이기도 하다. 메이지 시대의 대표작가인 나쓰메 소세키가 강연에서 사랑합니다 (I love you)를 번역하면서 달이 아름답네요.” 정도로 표현하면 된다고 한 것이 떠올랐는데,

어쩌면 이 두 작가는 서로에 대한 존경과 어떤 (작가라는 공동체에서 솟아나는) 애정을 서신 속 거친, 혹은 무심한 문장 속에 숨겨둔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다.

 

유쾌하기도 하고, 엄하기도 하고, 때로는 애잔하기도 하고, 때로는 극사실주의에 숙연해지기도 하는 서신들에 작가라는 부캐 너머의 삶을 그려본다. 그들이 겪는 실존적 고민과 현실의 문제들이 당신도 나도 너무나 똑같아서 내 앞에 놓인 삶에 고개가 끄덕여 진다.

 

저는 부족함을 느낄 때마다 죽고 싶은 욕망까지 느낍니다. “부족한 자가 죽음을 생각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라고 일기장에 쓴 날도 있었습니다. 온전한 정신으로 침대에 누우면 습관처럼 관자놀이를 뻥 뚫어버리는 상상을 합니다. 살기 위해 강박적인 성격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완벽한 사람이 될 수 없음은 제가 더 잘 알고 있습니다. 순환하는 욕망을 떨쳐버릴 수 없는 구조입니다. 그럼에도 의궁인은 소멸하는 타인의 생명을 보면 견딜 수가 없습니다. p125, 126, ‘라떼를 엎어버리는 불호령의 왕 이슬아 작가님께

 

편지를 쓰는 기쁨중 하나는, 어쩌면 편지에 대한 답장이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아닐까? 굳이 이메일을 써도 되는데, 손편지를 써 국제우편을 부치던 날들이 있었다. 그 행동에는 내가 쓴 편지만큼 정성스런 수신자의 답장을 기다리는 행위 또한 포함되어 있었음을 고백한다.

 

편지를 기다리고, 읽고선 따박따박 따지고, 그러다 사과하고, 하나의 글 안에서 여러 인격을 들키고, 놀리고, 조롱하고, 걱정하고, 선물하고, 소중한 이야기 중 하나를 꺼내놓고, 그에 따르는 슬픔도 덧붙이고, 금세 농담을 하고, 편지를 보내고, 또다시 답장을 기다립니다. 선생님이 살아 있어서요. 만나보지 못한 사람의 얼굴도 상상합니다. 한강에 13분간 잠겨 있었다가 생으로 돌아온 사람의 알 수 없는 표정 같은 것을요. 그의 13초와 13분과 13년을 헤아리다가 아득해집니다. 그 앞에 10초간 서 있다가 집으로 가는 선생님을 상상해도 아득해져요. 선생님은 저보다 9년 먼저 태어났는데 가끔은 90년 넘게 산 것처럼 지쳐있습니다. p112, 113, 간혹 스텝이 꼬이는 남궁인 선생님께

 

임경선과 요조, 두 작가의 교환일기부터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2019) 최근 브런치 대상 수상작이었던 김이슬과 하현, MZ세대의 두 작가의 편지 (우리 세계의 모든 말, 2021) 그리고 문학동네에서 연재되고 있는 서간에세이들. 서간문이 유행처럼 인다. 이번 시리즈가 에세이 분야의 새로운 획을 긋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벌써 4쇄를 찍고 있다는 소식...(역시가 역시죠?) 편안히 읽혀서 좋다. 서간문답게 친근하고, 가깝고, 두 작가의 거리가 좁아지는데 괜히 내가 그 사이에 있는 기분이다. 그래서 이들 사이엔 종국적으로 오해가 사라진다. (아니다)

 

작년 6월에 쓰신 첫 번째 편지에서 선생님은 말씀하셨어요. “문득 남을 생각하다가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서간문의 본질이라고. 사실 저는 쭉 반대로 생각해왔답니다. 서간문의 본질은 자기만 생각하던 사람이 문득 남을 돌아보게 되는 과정이라고. 양쪽 다 진실일 것입니다. 서간문의 본질은 다양할 테니까요. p205, 남궁인밖에 모르는 남궁인 선생님께

 

친구들에게 종종 편지를 쓴다. 실수할까봐 연습장에 먼저 써보고 (서간문에도 퇴고가 필수다) 완성된 편지를 편지지에 옮겨 적는다. 내가 보기 위해 일기를 쓰고,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편지를 쓴다. 오직 상대방을 향한 글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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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아이는 없어요, 조금 다를 뿐이에요. [우리 아이는 조금 다를뿐입니다] | 서평단으로 글쓰기 2021-07-15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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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우리 아이는 조금 다를 뿐입니다

데보라 레버 저/이로미 역
수오서재 |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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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어머님, 한 학기 동안 지켜봤는데 아이에게서 약간 경계성°이 나타나는 것 같아요>

 

경계성 지능°: 심리학적으로 확인된 지능 검사를 통해 판별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지능 검사는 웩슬러 지능검사다. 소검사별 지능 지수를 총합해 계산한 전체 지능 지수로 경계선 지능 여부를 판가름한다. 검사결과 IQ 70-79에 속하며 IQ 70 미만인 경우부터 지적장애로 구분하기에 지적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경계선으로 분류되는 상태로 느린 학습자라고도 한다.

 

5분만 시간 내실 수 있으세요? 하며 자리를 만든 아이 유치원 담임 선생님이 건넨 첫 문장이었다.

 

데보라 레버 저자의 <우리 아이는 조금 다를 뿐입니다>를 읽은 것이 마침 이런 상황이 일어날 때를 대비한 것인지, 어제까지 읽었던 책의 단어들이 머릿속을 헤집고 나왔다.

신경다양성, ADHD, ADD, 서번트증후군, 비전형적인 아이들.

 

<네 저도 긴가 민가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침묵) ... 한 번 검사를 받아볼께요. 국공립유치원 연계된 곳도 있다하셨으니 거기로 가볼게요.>

 

하고 담담하게 말하며 돌아서 나왔지만,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와 어제 읽다가 덮어둔 책을 첫 장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다.

 

 

책 속으로,

 

뭔가 아이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다른 한편으로 저명한 소아과 의사에게 큰 문제가 아니라는 설명을 듣거나 인터넷, TV, 기사에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말이 나오면 별문제 아닌 듯 스스로 마음을 다독였다. p25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긴장하는 부분은 우리 아이의 행동이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고 느낄때다. 그런 순간을 맞이할 때마다 혹시 우리 아이가?’ 하다가도 <금쪽같은 내새끼>같은 유수의 육아프로그램들을 보면서 그래 아이들이 그런 면이 있지.’ 하면서 한시름 맘을 놓곤 했다. 가장 두려운 말은 <어머니, 아이가 이런 행동을 보이는데 보신 적 있으신가요?> 같은 특출나게 남다른 행동을 하는 아이를 향한 감지의 의견을 전할때. 그런 말을 전해 들을 때마다 뭔가 잘못한 일을 들킨것만같은 조마조마함과 씁쓸한 자책감을 함께 느끼곤 했다.

 

가장 친한 친구 몇 명과 내 동생, 부모님 외에는 우리가 얼마나 힘든지 아무도 몰랐다. 누군가가 애셔가 보이는 행동의 문제점을 차곡차곡 정리해 설명하고 고칠 방법을 알려주면 시키는 대로 할 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중략) 우리와 비슷한 일을 겪는 가족은 세상 어디에 있는 것일까? 구체적인 전략은 무엇이고 해결 방법은 무엇인가? 그런 것이 있기는 할까? 왜 나와 남편은 세상에서 이런 문제로 씨름하는 부모가 오로지 우리뿐인 것 같다고 느낄까? p26

 

이듬해 가을 애셔는 영재아동을 위한 사립학교에 입학했다. 그리고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지 두 달 만에 우리의 기대는 와르르르 무너졌다. 이때 나는 애셔의 같은 반 친구들은 물론 담임교사까지 애셔가 하는 행동(그들에게 이상하고 잘못된 것으로 보이는)이 무엇이든 다 틀렸다고 단정한다는 것을 알고 상심했다. 아이는 자존감에 큰 상처를 입었다. p29

 

나의 자녀가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하면서 부모가 맞게 될 좌절감은 얼마나한지, 그 좌절감의 기원은 아마도 정상성이라는 기준에 맞춰진 공교육 때문일 것이다. 우리 교육에서 다양성은 얼마만큼 존중받을 수 있을까? 다양성이라는 꽃망울 속에 든 아이의 자질은 얼마나 꽃 피울 수 있을까? 그것이 힘듦을 안다. 그렇기에 아이가 맞이하게 될 모든 평가, 친구들의 반응, 나아가 조력자이며 평가자가 되는 선생님까지, 모든 부분에서의 걱정이 시작된다.

 

학교라는 체계에서 사고방식이 특이하거나 평범하지 않은 아이들이 욕구를 충족하기란 불가능한 곳임을 새삼 깨달았다. p33

 

그럼 이 책에서 말하는 신경다양성은 어떠한 모습을 지칭하는 것일까?

 

두뇌회로가 다른 것은 왼손잡이가 별나지 않은 것과 같은 맥락으로 취급해야 하지만, 어쨌든 지금 우리는 위기를 겪고 있다. 오늘날 어린이의 약 20퍼센트는 그들이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방식이 불편하거나 현실에 도전적이라는 이유로 학교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책 몸살을 앓고 있다. 이들의 신경생리학적 다름은 사회에서 창의적이고 복잡하며 중요한 무언가가 될 수 있다는 지지를 받기는커녕 결핍으로 평가 받는다. p41

 

ADD/ ADHD

그러면 ADHD가 무엇인지 현실적으로 생각해보자. 아동의 학습과 주의력에 관한 훌륭한 온라인 자원인 understood.org에 따르면 ADHD는 뇌와 관련된 흔한 증상 중 하나다. ADHD는 대표적인 증상인 과잉행동 외에 여러 가지 부정적인 성향이 따른다. 가령 집중력 결핍, 헛된 공상, 산만한 행동, 충동성, 급한 성미, 끊임없는 방해, 둔한 눈치, 안절부절못하는 행동을 반복하는 특징이 있다. > 이들 성향을 종합해보면 왜 ADHD 성향의 아이가 교실에서 어려움을 겪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영재성

앨리스(교육심리학자/취학 전 아동 전문가)는 영재성은 주관적인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영재성은 인정하고 지원해야 할 신경다양성 중 하나라는 것이다. 실재로 재능이 출중하다는 것 자체가 특수교육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한다.

 

영재성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하나 이상의 분야에서 뛰어난 수준의 적성(추론과 학습에 특출한 재능을 보이는), 또는 역량(성과와 성취가 상위 10퍼센트에 들거나 희귀한 기록을 보이는)이 있는 사람을 말하며, 각각의 상징체계가 있는 구조화된 활동(수학, 음악, 언어 등)이나 감각운동 기술의 집합 활동(그림 그리기, 무용, 스포츠)으로 나타난다.

 

쉽게 말하면 영재아동은 다르게 생각하는 아이로 두뇌회로가 다른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필요를 충족해주지 못하는 제도 안에 갇혀 있다. 영재아동의 범상치 않은 욕구를 육성하고 지원해 그들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

 

학습차이/ 학습장애

학습차이는 신경학적 처리 문제로 읽고 쓰고 수학 문제를 푸는 것부터 계획과 정리, 추상적 사고와 기억, 주의 집중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서 어려움이 나타난다. 학습장애 하면 보통 난독증을 떠올리는데 이는 읽기 유창성(쉽게 쓰고 말하는 능력)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로 가장 흔히 보이는 유형이다. 이보다 덜 알려진 학습장애에는 필기(쓰기)장애, 계산(수학)장애, 실행기능 부족, 느린 처리속도 문제, 비언어 학습장애, 소리처리장애, 시각정보처리장애 등이 있다. 사실 학습장애는 일단 많이 알려지지 않았고 정확히 뭐라고 콕 집어 말하기 어려운 탓에 종종 잘 알아채지 못한 채 넘어가거나 학교에서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다.

 

우리 사회는(미국을 지칭) 장점보다 단점에 집착하며 교육자, 심지어 부모조차 아이들이 잘하지 못하는 것에 집중한다.

 

아이가 이중으로 예외적인 아이로 밝혀져도 현실적으로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가장 주된 이유는 이중으로 예외적인 학습자는 가르치기에 매우 어려운 아이들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가진 개인적 특징에서 나아가 가족의 측면에서 발생하는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두뇌회로가 다른 아이의 필요를 충족해주려면 훨씬 많은 시간, , 에너지가 들어가는데 이 아이에게 전형적인 형제나 자매가 있다면 그 아이들은 또 어떻게 돌봐야 하는가?

 

한 엄마가 두뇌회로가 다른 큰 아들과 전형적인 작은아들 간의 관계를 지켜주는 일이 가장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이건 전적으로 우리 집에도 해당하는 내용이라 책의 내용이 내 이야기처럼 읽혔다.

 

엄마는 두 아들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두뇌회로가 다른 큰아들이 동생에게 하는 행동은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님을 아는 엄마는 큰아들을 지켜주고 싶은 동시에 전형적인 둘째 아들의 정서과 건강도 지켜주고 싶은 딜레마에 빠진다. p88, 89

 

Part1에서 신경다양성 아이를 키우며 겪게되는 현실적인 문제들과 부모들이 겪는 심리적인 문제들을 깊이 있게 살펴보았다면, (자괴감에 빠진 마음을 정성껏 돌봐주는 효과를 경험하고)

 

Part2에서는 어떻게 현실적으로 남다른 아이들을 키워나갈지, 실제 저자가 운영하고 있는 틸트 페어런팅(TiLT Parenting)을 활용하며 솔루션을 제시한다.

 

18가지 Tilt를 제안하는데 나는 그중에서 다섯 가지 Tilt를 내게 적용해 보았다.

 

Tilt2 고립에서 벗어나 필요한 사람을 만나자

(누구에게도 털어놓고 싶지 않은 비밀의 문을 연 듯, 선생님과의 짧은 면담에서 그간 은근히 나를 따라다니던 고민을 털어놓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구했다. 선생님께서 교육청에서 운영중인 특수교육 관련 공문이 내려오는대로 연락을 주시겠다고 했다. 아이가 학교의 일과를 소화하며 활동보조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Tilt4 아이의 현실을 거부하지 말고 받아들이자

(부정과 외면이 가장 쉬운 현실도피 방법이지만, 이것은 전적으로 나만의 문제가 아닐뿐더러(앞으로 아이가 맞이하게 될 사회생활의 시작점) 나는 적극적인 조력자가 되어야 함을 깨달았다.)

 

Tilt6 아이 맞춤형 시간을 가동하자

(공식적인 방학이 시작되었지만 실제로 유치원 친구들 90%이상이 등원한다. 정규일과가 아닌 방과후 수업위주로 돌아가지만 그래도 전체 출석률과 반 아이들의 리듬은 계속해 등원 모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이는 40여일의 방학을 다 누리기로 했다. 방학 기간은 전적으로 가정보육을 하겠다고 했다. 현재 우리 아이 수준에 맞는 발달 프로그램 모색.)

 

Tilt10 자기돌봄을 끈질기게 실천해보자

(엄마로서 드는 자괴감에서 헤어나오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이 책은 그 부분을 독려한다. 쉽지는 않지만 분명 아이와 한 팀이 될 엄마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치지 않기 위한 셀프 모티베이션에 딱 인 책이다.)

 

아무리 바빠도 일상생활에 자기돌봄을 끼워 넣을 방법은 언제나 있다. 자기돌봄을 삶에 끼워 넣는 것은 자기돌봄이 무엇인지 재정의하는 것만큼 간단한 것일 수 있다. 앞서 이미 다뤘듯 자기돌봄은 거창하거나 큰 비용이 들거나 완전히 빠져들 필요가 없다. 내가 보기에 아침 출근 시간에 팟캐스트나 라디오 듣기, 스타벅스 드라이브 스루에서 카푸치노 한 잔 건네받기, 따뜻한 물에 몸 담그기도 의식적으로 하면 자기돌봄이 될 수 있다.

 

Tilt11 부모로서 ‘~ 해야한다는 불가능한 기대를 내려놓자

우리는 날마다 페이스북, 트위터, 블로그, 서점에 진열된 책을 보면서 남들을 따라 하고 싶은 작은 충동을 느낀다. 부모로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기대를 내려놓는다는 것은 주변의 온갖 잡음 속에서도 우리 내면이 편안해질 수 있다는 걸 이해했음을 의미한다. 미디어가 우리가 부모로서 일을 잘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은근히 내보내는 때가 언제인지 알아내는 것은 중요하다. 주스를 만들 때 과육을 걸러내듯 육아 미디어를 필터에 넣어 우리 상황에 긍정적이고 유용한 것만 취하고 나머지는 그냥 흘려보내야 한다.

 

 

각 틸트 단계에서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먼저 에피소드로 풀고, 나아가 이 경험을 통해 배운 것들. 그리고 틸트화를 거쳐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의 답하는 과정에서 이 상황에 적합한 태도를 독자 스스로 내재화하게 돕는다.

 

현실을 어떤 식으로 바라보는 게 내게, 나아가 그 영향을 받는 아이에게 더 유리한지를 깨닫게 해준다.

 

나오며,

 

 

아이를 기르는 일은 한마디로 끝이 없는 일이라고 보면 돼.” p79

 

이 말이 사무치게 와 닿는다.

세상 앞에 두려울 것 없이 고개를 들고 나아가던 내가 한없이 겸손해지고 고개 숙이는 날들이 늘어간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너무나 두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저 이 길을 간 육아 선배는 <우리 아이는 조금 다를 뿐이야>라며 어깨를 도닥여준다.

 

아이는 알고 있었다. 여섯 살인데도 알고 있었다.

여러 해 뒤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을 받았을 때 우리는 애셔를 앉혀 놓고 새로 알게 된 것을 말했다. 이야기를 듣자마자 아이는 그렇지, 그게 맞는 것 같아요라고 했고 아이가 보인 감정은 안도감이었다. 아이는 망가진 것도, 나쁜 것도, 잘못된 것도 아니었다. 다만 두뇌회로가 다른 것뿐이었다.(사실 아이는 자기 두뇌회로가 남들 것보다 더 좋다고 했다.) p367

 

가족끼리 자아발견 사고방식을 적극 조성하고 있는가? 남들이 아이의 신경학적 다름을 더 잘 이해하도록 자주 대화를 나누는가? 벌을 주거나 문제 행동만 다루기보다 아이 자신이 누구인지 알도록 도와주는 데 초점을 맞춰 힘든 상황과 어려움을 다루고 있는가?

 

앞으로 내가 나아가야 할 길에 던져주는 질문처럼 다가왔다. 신경다양성 분야가 아니라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어떤 부분에서 여느 아이들과 다른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도움이 될 만한 견해들을 풍부하게 담고 있는 책이다. 육아하는 부모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우리 아이는 조금 다를 뿐입니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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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야 함께 놀자 (일본의 야욕을 끝낼 대한민국 독도 사료집) | 서평단으로 글쓰기 2021-07-12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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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독도야, 함께 놀자

강보홍,권택성,이대영 저
생각나눔 |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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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최근 지역의 수산과학관이 새로이 개장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들렀던 과학관 2번째 전시실의 주제는 독도였다.

 

한국 해양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독도에 대한 이야기와 실시간으로 독도의 모습이 생중계되고 있는 전시실에서 어쩐지 이 섬에 대한 애잔한 마음이 일었다.

 

 

이전에 살던 곳은 안용복 사당이 있는 사적공원이 있었다. 현재는 안용복 장군이라고 칭하지만, 조선 어부였던 안용복은 국경을 넘어 고기잡이를 하는 일본의 불법행위에 항의하며 도해금지를 명하는 서계를 일본으로부터 받아 왔다. 이곳에도 독도의 실시간 모습이 생중계되는 화면이 설치되어 있어서 이 공원을 오가는 시민들의 일상에 독도가 자연스레 닿게 한다.

 

우리에겐 의심할 여지없는 이 섬, 독도는 우리땅, 이라는 노래는 7세가 동요를 제외하고 가장 먼저 배워오는 대중가요이며, 노래가사에 읊듯이 너무나 당연한 우리 땅인데 왜 우리는 독도를 우리 땅이라고 증명해야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을까?

 

일본은 틈만 나면 독도 문제를 거론하고,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겠다고 한다. p370

 

이에 대해서 지난 2006년에 우리나라 정부에선 해양법 협약 제287조 제1쟁송절차 선택에 따른 강제관할권 배제 선언을 국제적으로 공시, 선언했기에 국제사법재판소나 국제해양재판소로 제소() 가능성을 차단했다. 그러나 유엔해양법협약과 국제상설중재재판에 관한 제7부속서 규정에 따르면 협약 당사국 사이에 분쟁이 발생할 경우 상대국 동의 없이도(심지어 결석재판까지) 일방에 의해 국제 법원(국재사법재판소, 국제해양재판소, 국제상설중재재판소) 제소가 가능한 강제적 분쟁해결 절차제도가 있다.

 

이러한 방법을 활용하고자 하는 일본의 야욕에 역사적으로도, 지정학적으로도, 현재 관할하고 있는 현실적 이유는 깡그리 무시된 채 쉼없이 분쟁지역화 되고 있는 곳이 현재의 독도.

 

문제는 우리땅이기에 법적 절차를 거쳐 확인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 그러나 일본은 그러한 주장을 무력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을 철저히 준비 중이라는 것이다. 이미 우리로부터 45km 떨어진 대마도를 자기네 땅으로 편입시키는 경험을 하면서 울릉도로부터 87km 떨어져 있는 독도를 (일본 본토로부터는 200km 넘게 떨어져 있다) 촘촘한 전략을 펴나가면서 분쟁지역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실제 국제사법재판소장이 일본인이었던 시기도 있었고, 국제기구에 진출한 자국민의 수는 일본이 한국에 비해 월등히 앞서는 현실에서 과연 절체절명의 순간에 우리가 우리 땅을 지킬 수 있을까?

<독도야 함께 놀자>라는 발랄한 제목과는 달리 이 책은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일본의 야욕을 끝낼 대한민국 독도 사료집이다.

그래서 방대한 양의 자료가 실려 있고, 단순히 독도에 관한 기록이 아닌 조선시대부터 근현대사까지를 아우르는 하나의 역사서이기도 했다. 특히 1900년에 식민통치와 19506.25전쟁을 거치면서 일본은 더욱 국내외 정세를 활용해 독도를 차지하려는 구체적인 단계에 착수했다.

 

1)

이순신의 답금토패문 중

 

명 수군제독 진린이 이순신에게 보낸 퇴군하는 일본 군병을 치지 말라고 보낸 패문에 대해 답하며 이렇게 말했다.

변화와 꼼수에 능수능란한 일본이 자고로 신의를 지켰다는 건 듣지 못했다.” p240

 

이후 오늘까지 우리는 당하기만 했다.

 

 

2)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만들려는 속셈의 시작,

 

그러나 일본은 멀고 긴 미래를 생각했다. 1876222일에 조선과 강화도 조약 체결과 18768월에 대마도를 대마번으로 승격하고 나가사키현에 편입시켰다. 1905년에 들어와서는 본격적으로 영토 침탈을 도모했다. 1905128일 일본 내각은 독도 영토편입을 전격적으로 의결했고, 222일엔 시네마현 고시 제 40호로 우리나라 땅 독도를 자기네 다케시마로 개칭해, 시마네현에 귀속됨을 국제적으로 공고했다. 동시에 조선총독부를 통해서 조선 정부에 인정을 강요했다. 언젠가는 전개될 영유권 확보를 위한 한 발 앞선 외교적 양동작전을 전개했다. -프롤로그 중

 

 

3)

독도를 분쟁지역화하기 위한 일본의 행동 개시,

1954120일 이후 일본은 시도 때도 없이 기회라고 생각하면 언제든지 독도 문제를 국제사업재판소 등에 제소하고자 20여 차례나 발언했다.

 

 

4)

이 책의 출간 이유

만일이 아니고, 분명히 다가올 사실을 대비해 제출할 객관성 있는 사진 한 장, 메모 쪽지 한 장이라도 더 챙겨놓아야 하고, 구제재판소의 일본인 재판관까지 심증이 가도록 진정성을 갖춰야 한다.

 

 

5)

독도는 언제 독도가 되었나?

독도는 우산국, 돌섬, 석도, 요도라고도 불렸는데, 동해바다에 혼자서 매일 아침을 바라보는 외로운 섬이라는 뜻에서 독도라 이름 붙여졌다. 같은 독도를 두고 일본은 송도, 죽도, 죽서, 다케시마(대나무 섬), 마쓰시마라고 불렀다.

 

이와 같은 독도에 대한 호칭 정리는 1656년 실학자 반계 유형원은 <동국여지지>저서에서 울릉과 우산은 모두 (두개의 섬을) 우산국 땅이다. 우산은 왜가 말하는 송도다라고 명확하게 정리를 했다. 만기요람에서는 이를 인용해 적고 있다. 이와 같은 독도의 섬 이름으로 나중에 일본과 야기될 문제를 명확하게 하는 선인들의 선견지명이 돋보였다.

 

 

6)

최초로 서양에 알려진 독도의 기록

미국의 포경선 체로키 호와 프랑스 포경선 리앙꼬르 호는 우리나라 독도까지 왔다. 1848417일에 미국 포경선 체로키호는 자신들이 갖고 있었던 해도에도 없는 2개의 작은 섬에는 새벽녘에 희미하게 동틀 무렵 눈에 들어오는 거대한 고래가 있었다. 그러나 사라지지 않고 계속 시야에 들어왔고, 아침 햇살을 받아 신비의 나라 두 공주님처럼 보였다. 미려한 모습에 홀려 태양이 남중할 때(12)까지 봤다.

 

 

7)

치밀한 일본의 전략

 

일본인들의 독도 도발 야욕은 참으로 대단했다. 이제까지 일본이 우리나라에 사용했던 방법으로는 1) 을사조약, 한일 합방조약 등에서 우리나라 고관대작을 은사금 혹은 귀족 작위를 주어 매수 2) 외교서계, 조일수호통상 조약 등에서 이면 협상으로 강압 3) 가쓰라 태프트 밀약처럼 주변 국가와 조약 등을 통해 고립화 방안 4)6.25동란을 통해 일본의 경제 부활, 독도 폭격연습장, 독도 무단점령 도발로 분쟁지역화 5)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

6) 현재 미군이 한국의 전시작전권과 첨단군사무기를 장악하고 있는 실채를 최대한 활용하고 미,일 밀월관계를 이용하는 차도살인계

 

-> 이제 일본은 독도 탈환 기획을 장기적 프로젝트로 전환했고, 일본이 UN 안전보장회의 상임이사국이 되는 날까지 독도의 국제분쟁지역화에만 주력한다는 전략수정이 엿보인다.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에 포함된 일본영역도에 처음엔 독도가 한국의 영유권에 속한다고 분명하게 표시되었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속내로는 식민지국 조선을 고스란히 넘겨주는 치욕을 당할 수 없었다.

일본 내각은 곧바로 외교적 뒤집기 프로젝트를 감행했다. 곧바로 평화조약의 본문에선 독도가 한국의 영역에서 빠지는 결과를 만들었다. 준비합의서에선 한국의 완전한 주권 영토라고 명기했다가 본조약의 본문에서 독도라는 말조차 들어가지 않았다. 한국 영토에 있던 독도를 일본의 영토에 뒤집어 넣는 100% 완승보다도 150%완결승이었다. (대마도를 일본 영토화했고, 독도를 최종 조약본문에서는 제외시키는 목표를 달성했기에..)

이때도 우리나라의 주장은 6.25전쟁 중이라 어쩔 수 없었다와 미국이 중재, 해결해주리라는 순진한 믿음의 콜라보로 만들어진 결과라 할 수 있겠다.

 

나오며,

 

이 책을 읽으며 근현대사의 파고 속에서 풍랑을 맞아온 독도를 다시 한 번 더 보게 되었다. 정서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현재까지 실효적 지배를 이어가고 있는 독도는 의심할 여지 없는 우리땅임에도 불구하고, 사촌이 땅을 사서 배가 아픈 이웃을 넘어서는 격으로다가 독도를 걸고 넘어지는 일본의 작태에는 분노가 일었다. 그렇지만 비창조적 흥분이라는 단어로 본문에서 설명한바와 같이 이러한 분노 일색은 향후 우리가 맞게 될지도 모를 법적공방에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계속적으로 평화롭고 조용한 유지관리로 대응해나가야 한다.

독도 행정구역화, 독도의 날 제정(이미 일본도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했다), 독도 주소지의 명예 호적등록(2020610일 현재 60,484, 이중 외국인이 1,700여명이다.)

국내법제상 법제화(‘독도의 지속 가능한 이용에 관한 법률을 의결했다.)

 

 

독도는 우리 땅입니다. 그냥 우리땅이 아니라 40년 통한의 역사가 뚜렷하게 새겨져 있는 역사의 땅입니다. 독도는 일본의 한반도 침탈 과정에서 가장 먼저 병탄되었던 우리 땅입니다. 일본이 러일전쟁 중에 전쟁 수행을 목적으로 편입하고 점령한 땅입니다. 또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제국주의 침략 전쟁에 의한 점령지 권리, 나아가서는 과거 식민지 영토권을 주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독도는 완전한 주권 회복의 상징입니다.”

 

-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의 한,일관계 특별 담화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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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 | 자유로운리뷰 2021-07-08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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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

이동호 저
창비 | 2021년 06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채식주의는 어렵지만 현실에서 좀 더 동물들이 덜 고통받는 방법과 인간의 공존, 고민해봐야하는 지점이라 이 책을 읽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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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를 부탁해>라는 제목과 생동감 넘치는 글이 인상깊었다.

 

 

창비(출판사)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된 소식을 듣고 주문했더니 제목이 바뀌어 있었다.(편집자의 손을 거쳐 새 옷을 갖춰 입고 출간된 신작> 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잘 팔리는 제목이랄까? 모순형용을 사용한 제목에서 전문가의 손길이 느껴진다...)

 

일단 쉽게 생각해본다.

육식 일체를 식탁에서 빼 버리면 당최 차림새가 안 난다. 그래, 사실은 어떻게 한 상을 차릴 순 있겠지만, 사실 자신이 없다. 부위별 소고기 5-600g이면 적당히 그릴에 구워가며, 열무김치나 상추겉절이를 곁들여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영양 면에서도 미안하지 않고, 밥상 차림새도 그럭저럭 괜찮다.

 

1주일의 상차림이 있다면, 돼지고기(는 다용도), 소고기, 닭고기를 적당히 분배하여 몇 가지 요리가 가능하다. (돼지고기 김치찌개, 소고기 미역국, 닭고기와 양파를 듬뿍 넣은 치킨 카레와 소고기구이, 모든 야채를 넣을 수 있는 닭갈비, 돼지고기를 볶아 넣은 김밥, 유부초밥 등등)

 

이런 상황에서 채식주의는 너무나 이상적으로 들린다. 고기를 뺀 밥상이라. 글쎄 한 두 끼는 어찌 가능하겠지만, 매일 매일을? 나는 아보카도와 낫또 김치만 넣고도 맛있게 먹을 수 있지만 과연 아이들은? 채식주의로 얻고자 하는 건 무엇이길래?

 

고민이 많은 부분이다. 올해 읽었던 책들에서 배웠기 때문에 쉽게 외면할 수 없다. 단어 그대로 산업화되어버린 축산업과 공장식 도축. 이제는 현실을 안다.

 

(이런저런 고민에 빠져 있던 내게 다가온 글)

 

그 와중에 직업군인이었다가, 귀농을 선택한 이 저자의 이야기가 참 흥미롭게 다가왔다.

 

거대 축산업의 현장이며, 친환경 축사가 혼재하는 이 마을에서 단 3마리의 돼지를 키우는 이유. 그 과정의 험난함 (돼지열병과 같은 감염병의 위험-축사 바깥에 위치한 이 3마리 돼지가 감염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사료화 되지 않은 돼지 밥을 매끼니 마다 준비해주는 수고로움-자연그대로 키워보겠다는 의지)을 여실히 담은 이 책을 읽으며, 정말 책 한권은 그냥 나오는 게 아니구나 하는 (엉뚱한 소감과) 것과 축산업의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종국에는 채식을 선택하게 되는 기승전결의 과정이 너무도 다이나믹하게 읽혔다.(연재분보다 더 새로운 내용이 있을까 싶어 책을 주문해보았다)

 

그 와중에 안에 그려진 삽화로의 돼지들은 또 어찌나 귀여운지...(실제는? 멧돼지의 후손느낌이 물씬 풍긴다는데...) 돼지들을 돌보는 저자의 자세가 참으로 생경하게 다가와 책을 읽다가 일상을 놓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남편 역시 읽더니 꼭 리뷰로 남기고 싶다고 책을 따로 챙겨 놓는 걸 보니 역시 브런치 8회 대상작 다운 반응이라는 생각도 들었다.(권한 책을 집중해 읽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한켠이 뿌듯)

엄격한 채식을 생각하면 어쩌면 거리를 좁히기 어려울지 모르겠으나, 이 책의 저자가 느낀대로 가축화된 동물들이 사는 동안은 동물들에게 친화적인 공간에서 자유롭게 먹고 자면서 일생을 누리는 삶은 어떨까. (=동물권의 보장 vs 결국 잡아먹는다는 결론에는 그것이 다 무슨 소용?) 

 

어쩐지 두서없는 문장에 저자의 말을 빌려본다.

 

그렇게 결론이 났다 싶었는데, 생각은 다시 뫼비우스의 띠처럼 처음으로 돌아왔다. 돼지가 사는 동안 행복했다고 하더라도 돼지를 잡아먹는 것은 괜찮은 걸까. 결국 잡아먹힐 거라면, 살아 있는 동안 행복했다는 것이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는가. 질문들이 꼬리를 물었다. 결국 나는 돼지를 직접 키워보지 않고서는 안 될 지경이 되었다. 1년이 조금 안 되는 기간 동안 세 마리 돼지를 키우고, 잡아먹었다. p11, 12

 

190쪽의 분량은 부담 없이 읽기 좋다. 당신 채식주의자입니까? 하면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책이 아니라, 좀 더 현실적으로 동물과 인간 모두에게 가능한 방법을 고민하는 책이기에 채식에 관심을 갖고 있는 독자라면 한 번은 읽어보길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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