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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3 - 지루한 파괴의 향연 157분 | 기본 카테고리 2011-06-30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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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과 함께 지구의 평화를 지키는 오토봇의 리더 옵티머스 프라임은 스승인 센티넬 프라임을 달에 불시착한 우주선으로부터 지구로 옮겨옵니다. 한편 오토봇과 함께 지구를 두 번 구했지만 샘(샤이어 라보프 분)은 대학 졸업 후 취직을 하지 못해 새로운 여자 친구 칼리(로지 헌팅턴 휘틀리 분)의 집에 얹혀삽니다.


2년 간격으로 개봉된 시리즈 세 번째 영화 ‘트랜스포머3’는 판타지가 아닌 현실 세계에 로봇들의 두 발을 붙여두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1969년 아폴로 11호의 최초 달 착륙을 재현하고 스푸트니크와 체르노빌 사고를 끌어옵니다. 케네디, 오마바 등 미국 대통령들을 무명 배우들로 분장시키고 닐 암스트롱과 함께 달을 밟은 버즈 올드린 본인을 직접 출연시켜 영화의 세계관을 현실과 역사에 접목시키려 합니다. 주인공 샘이 취업난에 허덕이는 것 또한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적 사건들과 실존 인물 몇 명을 주워섬긴다고 사실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러닝 타임만 불어났을 뿐입니다. 어느덧 20대를 훌쩍 넘어 대학을 졸업했지만 샘의 정신 연령은 성장하기는커녕 10대 중반으로 퇴보한 듯 더욱 어린애 같아졌기에 서사는 퇴행했습니다. 시리즈 첫 번째 영화 ‘트랜스포머’가 주인공 샘의 연령을 10대 후반으로 설정한 것은 아동용 완구 판매 애니메이션이었던 원작의 한계에서 벗어나 성인 관객들도 극장으로 끌어 모으기 위함이었겠지만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인 ‘트랜스포머3’에서 4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정신적으로 전혀 성장하지 않은 주인공과 그로 인해 유치한 서사를 157분 동안 지루하게 지켜보는 것은 고역이 아닐 수 없습니다. 120분 정도로 편집해 압축했다면 그나마 나았을지도 모릅니다.     


줄거리가 철저히 옵티머스 프라임과 센티넬 프라임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샘과의 교감이 줄어 소외된 범블비로 인해 오토봇과 샘의 접점 또한 줄어들어 관객의 감정이 이입될 여지도 감소했습니다. 악역 메가트론의 비중도 약화되었습니다. 여주인공 칼리로 새로 발탁된 로지 헌팅턴 휘틀리가 전편까지의 히로인이었던 메간 폭스에 비해 매력이 떨어지는 것 또한 약점입니다. 메간 폭스와 샤이어 라보프의 조합도 어울리지 않았지만 로지 헌팅턴 휘틀리는 더욱 샤이어 라보프에 어울리지 않으며 전반적인 서사로부터 간단한 연결고리만 제공할 정도로 비중이 적습니다. 연기파 배우 존 말코비치와 프랜시스 맥도먼드도 유치한 서사에 충실히 복무하는 바보스런 배역을 맡았습니다.    


‘트랜스포머3’에 가장 크게 기대한 것은 서사가 아니라 역시 액션입니다. 하지만 거대한 촉수를 앞세우는 쇼크웨이브와, 비행 중인 옵티머스 프라임이 시가지에 착륙하며 디셉티콘의 로봇들을 연파하는, 예고편에도 공개된 장면(발키리가 지상에 착륙하며 배틀 포드를 격파하는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의 오프닝을 연상시킵니다.)을 제외하면 딱히 전편들에 비해 진보하거나 차별화된 액션 장면은 찾기 어렵습니다. 여전히 로봇들은 좌우로 몸을 흔들고 부닥치며 파편을 흩날리고, 카메라는 끊임없이 회전하며, 굉음으로 가득한 효과음과 인위적 감동을 유발시키려는 웅장한 배경 음악이라는 패턴에서 달라진 것이 없어 감흥을 느끼지 어렵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강조되는, 마이클 베이의 전매특허 성조기는 눈에 거슬립니다.


옵티머스 프라임과 더불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센티넬 프라임은, 샘이 얹혀사는 집의 TV에 등장하는 ‘스타트렉’의 스포크 부함장 역을 맡았던 레오나드 니모이가 목소리를 연기했습니다. 센티넬 프라임의 인간적인 코는 레오나드 니모이의 독특한 코의 모양을 그대로 적용한 디자인입니다. 오프닝에서 센티넬 프라임이 탑승한 우주선의 탈출 장면은 ‘스타워즈’의 데스스타 내부의 추격 및 전투 장면을 오마쥬한 것으로 보입니다. ‘트랜스포머3’에 조지 루카스가 설립한 ILM이 참여했음을 각인시킵니다.  


영화 본편과는 무관하지만 육지의 건물 내부 장면에서 ‘덱(Deck)’을 ‘갑판’으로 직역한 치킨런의 한글 자막은 어색했습니다. ‘2층’ 정도가 적절한 번역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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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문 - 액션 영화 아닌 애국심 고취 영화 | 기본 카테고리 2011-06-2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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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세계대전 유럽 전선에서 연합군을 도왔던 진진(견자단 분)은 중국 상하이로 돌아와 기천원이라는 가명으로 클럽 ‘카사블랑카’에 잠복합니다. 상하이를 점령한 일본의 만행에 맞서 진진은 가면을 쓴 정체불명의 협객 ‘천산흑협’으로 활동합니다.


‘정무문 : 100대 1의 전설’(원제 ‘정무풍운 : 진진’)은 홍구도장의 일본인들을 때려눕힌 진진을 주인공으로 한 이소룡의 출연작 ‘정무문’의 리메이크 드라마로 국내에도 TV에서 방영된 바 있는 1995년 작 ‘견자단의 정무문’의 후속작입니다. ‘정무문’의 결말에서는 진진이 일본군의 흉탄에 희생당하는 장렬한 최후를 암시하지만 ‘정무문 : 100대 1의 전설’은 진진이 살아남았다는 전제하에 전개됩니다.


‘정무문 : 100대 1의 전설’은 여러모로 아쉬운 영화입니다. 외형적으로는 견자단을 앞세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무협 액션 영화처럼 보이지만 내용물은 ‘8인 최후의 결사단’처럼 중국인의 애국심을 부추기는 선전 영화에 가깝습니다. 분량이 많지 않은 액션 장면 중 인상적인 장면을 찾아보기 어려우며 목숨을 초개처럼 여기는 중국인들의 열렬한 우국충정과 반일 감정에 러닝 타임의 대부분을 할애합니다.


서사에 약점도 없지 않습니다. ‘정무문’에서 장렬한 최후를 맞은 것이 분명한 진진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은 없습니다. 극중에서의 단순한 대사는 서사의 큰 구멍을 채우지 못합니다. ‘영웅본색’에서 죽은 소마(주윤발 분)를 되살리기 위해 쌍둥이 아건을 동원해 속편을 만든 ‘영웅본색 2’의 미약한 개연성에도 ‘정무문 : 100대 1의 전설’은 못 미칩니다.


여주인공 키키 역의 서기의 일본어 후시 녹음 대사와 입 모양이 맞지 않는 것도 어색한데, 키키의 정체가 밝혀진 이후에는 서기의 어눌한 일본어 대사가 더욱 어처구니없습니다. 꽉 짜인 서사와 숨 막히는 긴장감을 유발했던 ‘무간도’는 유위강의 플루크였던 것인지 의문입니다. 


당연히 ‘정무문 : 100대 1의 전설’은 이소룡을 연상시키는 요소들을 배치했습니다. 홍구도장에서의 진진과 수십 명의 결투, 결정적인 순간 뽑아드는 쌍절곤, 괴조음과 양 팔을 벌리는 격투 준비 포즈, 흰색 의상과 상의 탈의 등은 모두 이소룡에 바치는 오마쥬입니다.


진진이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검정색 제복과 모자, 그리고 마스크를 쓰는 천산흑협은 ‘그린 호넷’의 케이토를 연상시키며, 클럽 ‘카사블랑카’의 해프닝 중에는 영화 ‘카사블랑카’의 오마쥬도 엿보입니다. 진진이 천산흑협으로 변장한 채 고층 건물에서 상하이를 내려다보는 장면은 배트맨이 고담 시티를 굽어보는 ‘배트맨’ 시리즈를 연상시키며 진진과 형사 황오룡의 관계는 브루스 웨인과 고든의 관계와 유사합니다. 결말에서는 그다지 기대되지 않는 후속편을 암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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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킹 - 독재자와 주치의의 정치적 인간관계 | 기본 카테고리 2011-06-26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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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출신의 젊은 의사 니콜라스(제임스 맥어보이 분)는 의료 봉사를 위해 우간다에 머물다 쿠데타로 집권한 대통령 이디 아민(포레스트 휘태커 분)과 조우합니다. 아민의 인간적 매력에 이끌린 니콜라스는 그의 주치의가 됩니다.


케빈 맥도날드 감독의 2006년 작 ‘라스트 킹’은 1970년대 우간다 국민 30만 명을 학살한 희대의 독재자 이디 아민을 소재로 한 실화에 기초한 영화입니다. 니콜라스가 아민과 만난 뒤 주치의이자 최측근으로 독재에 영합하다 갈등을 빚어 극적으로 우간다를 탈출하기까지의 과정을 123분에 압축했는데 실제로 극중에 벌어진 사건들은 1970년에서 엔테베 인질극이 벌어졌던 1976년까지의 짧지 않은 기간을 묘사합니다.


실존했던 독재자를 주인공으로 했기에 정치적, 역사적 사건을 직접적으로 나열하는 함정에 빠지기 쉽지만 ‘라스트 킹’은 절친했던 측근 니콜라스의 관점으로 아민을 관찰하는 간접 화법을 선택합니다. 따라서 러닝 타임이 절반 이상 지날 때까지 아민이 자행한 학살은 제대로 조명하지 않으며 반대로 아민은 소탈하며 과단성 넘치면서도 속내를 알 수 없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스트 킹’은 매우 정치적인 영화입니다. 아민과 니콜라스의 관계가 매우 정치적이기 때문입니다. 절친한 친구이자 동료로 출발한 두 사람은 연인이자 유사 부자 관계를 거쳐 결국 삼각관계와 적대 관계로 변화합니다. 니콜라스는 아민을 ‘어린애 같다’고 규정하지만 자유분방하며 충동적인 니콜라스 역시 아민과 다르지 않습니다. 니콜라스가 아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계기가 아민의 권총으로 소를 살해한 충동적인 행위였음을 감안하면 니콜라스와 아민은 매우 비슷한 인물임을 알 수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호색한이었다는 점 역시 공통점입니다. 따라서 원제 ‘스코틀랜드의 마지막 왕’(‘The Last King of Scotland’)은 영국에 맞설 스코틀랜드의 마지막 왕으로 자처했던 아민을 의미하지만 한편으로는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우간다에서 한때 왕처럼 제멋대로 살았던 니콜라스를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팔색조처럼 복잡하며 변덕스러운 독재자를 연기한 포레스트 휘태커는 ‘라스트 킹’으로 2007년 아카데미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그가 선한 마스크를 앞세워 변화무쌍하게 연기하기에 아민은 관객으로부터 혐오를 넘어 동조와 감화까지 얻어냅니다. 필모그래피 중 비교적 이른 축에 속하지만 제임스 맥어보이의 연기 역시 포레스트 휘태커의 강렬한 카리스마에 뒤지지 않습니다. ‘X 파일’의 히로인 스컬리 역의 질리언 앤더슨도 조연으로 등장하는데, 이디 아민이 즐기는 포르노 영화가, 질리언 앤더슨을 스타덤에 올린 ‘X 파일’의 첫 번째 시즌의 정보 제공자 ‘목소리’의 원래 이름에 아이디어를 제공한, ‘목구멍 깊숙이(Deep Throat)’인 점도 흥미롭습니다.         


‘라스트 킹’은 국내에 극장 개봉되지 못한 채 dvd로 직행했습니다. 아민의 잔혹성을 대변하는 의외로 끔찍한 두 개의 고어 장면 때문인지 아니면 낮은 흥행 가능성 때문인지 알 수 없으나 영화 속 공간적 배경으로 실제 로케이션이 행해진 우간다의 이국적인 풍광과 음악을 즐길 수 있으며 1970년대의 의상을 비롯한 시대적 분위기를 재현한 매력적인 작품임을 감안하면 아쉽습니다. 아무리 국내에 아카데미상의 영향력이 미미하다 해도, 아카데미상 수상 여부를 떠나 개봉조차 되지 않은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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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랜턴 - 유심론 강조하는 슈퍼 히어로 | 기본 카테고리 2011-06-25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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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수호하는 그린 랜턴 군단 최강의 전사 아빈 수르(테무에라 모리슨 분)는 두려움의 화신 패럴렉스의 기습으로 부상을 입고 지구에 불시착합니다. 전투기 파일럿 할(라이언 레이놀즈 분)은 아빈 수르와 조우해 그로부터 반지를 물려받고 그린 랜턴 군단의 일원으로 훈련받습니다.


DC 코믹스의 슈퍼 히어로를 영화화한 ‘그린 랜턴 : 반지의 선택’(이하 ‘그린 랜턴’)은 우연히 초능력을 지니게 된 주인공이 악에 맞서 싸운다는 슈퍼 히어로물의 전형적인 서사를 풀어갑니다. 우주적 차원의 선과 악의 선명한 대립, 지구의 운명을 책임진 슈퍼 히어로, 아버지를 위협하는 악역, 힘의 원천인 무기가 선택하는 주인이라는 점은 지난 4월 개봉된 ‘토르 : 천둥의 신’(이하 ‘토르’)과 유사합니다. ‘스파이더맨’ 삼부작과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비긴즈’와 ‘다크 나이트’, 그리고 최근 개봉된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 등이 현실 세계에 슈퍼 히어로를 대입시켜 복잡하면서도 사실적인 주제 의식을 내세운 것에 비해, ‘그린 랜턴’은 판타지 세계로 눈높이를 낮췄다는 점에서 ‘토르’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린 랜턴’은 나름의 매력을 지닌 슈퍼 히어로 영화입니다. 주인공 할이 우주에서 유일무이한 존재가 아니라 이미 형성된 그린 랜턴 군단의 신규 일원이라는 점은 이채롭습니다. 슈퍼 히어로의 개성을 강조하기 위해 전 우주(혹은 지구)에서 유일한 능력을 지녔음을 강조하는 일반적인 슈퍼 히어로물과는 차별화됩니다.


그린 랜턴의 힘의 원천이 단순히 반지나 랜턴이라는 유물론적 대상이 아니라 두려움을 모르는 용기와 의지, 즉 유심론적 대상이라는 점도 독특합니다. 적인 패럴렉스 역시 두려움을 무기로 한다는 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인공의 힘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슈퍼맨’)이거나 우연한 기회에 물리적으로 습득한 것(‘스파이더맨’)이 슈퍼 히어로물의 일반적인 공식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합니다.  


총, 칼, 방패. 최첨단 전투기 등 상상하는 것은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그린 랜턴의 능력은 ‘그린 랜턴’이 얼마나 유심론을 강조하는 작품인지 입증합니다. 사실적인 공간 속에서 현실적인 문제로 고뇌하는 슈퍼 히어로가 최근에는 대세라는 점에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순식간에 만들어낼 수 있는 그린 랜턴의 만화적인 능력은 신선하기까지 합니다. 가면을 쓴다고 주변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한다는 슈퍼 히어로물의 진부하고도 익숙한 설정을 깨뜨린 것 역시 참신합니다.


자신의 능력에 대해 전전긍긍하다가도 친구와 연인에게 어린 아이처럼 과시하고 싶어 하는 할의 모습은 ‘그린 랜턴’의 전반적으로 샤프니스가 떨어지는 흐릿한 영상과 더불어 국내에는 MBC TV에서 ‘날아라 슈퍼맨’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The Greatest American Hero’와 같은 1970 ~ 80년대의 TV의 슈퍼 히어로물 시리즈를 연상시킵니다. ‘슈퍼 히어로라면 나무에 올라간 고양이를 구출해야 하느냐?’고 묻는 여주인공 캐롤(블레이크 라이블리 분)의 대사는 DC 코믹스의 가장 유명한 히어로이자 슈퍼 히어로 영화의 전범인 1978년작 ‘슈퍼맨’에서 슈퍼맨이 나무에 올라간 고양이를 구출해 소녀에게 전해주는 장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과거 슈퍼 히어로물의 TV 시리즈의 향수가 없다면 ‘그린 랜턴’은 액션이 약하며 서사와 설정이 진부한 영화로 수용될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그린 랜턴이 슈퍼 히어로로서 펼치는 액션보다 초능력을 지니기 전 할이 F-35 전투기의 파일럿으로서 펼치는 초반부 모의 공중전이 상대적으로 인상적인 것도 약점입니다. ‘슈퍼 히어로물 = 가족 영화’라는 공식에서 벗어나 다소 징그러운 장면도 없지 않은데 차라리 고어적 성격과 주인공이 바람둥이라는 점을 강화해 폭력과 섹스의 수위를 높인 성인용 슈퍼 히어로물로 제작되었다면 하는 어땠을까 싶습니다. 주연 라이언 레이놀즈의 이미지 역시 가족 영화보다는 성인 영화에 보다 어울립니다.      


해몬드 의원 역으로 분한 팀 로빈스의 분장과 의상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연상시키며, 아빈 수르 역의 테무에라 모리슨은 ‘스타워즈 에피소드 2 클론의 습격’에서 장고 펫으로 출연한 바 있습니다. 내레이션을 맡은 제프리 러시의 목소리도 인상적입니다. 엔드 크레딧 중간에는 으레 속편을 암시하는 추가 장면이 삽입되어 있으며, 엔드 크레딧 종료 후에는 ‘그린 랜턴’의 오리지널 코믹스를 홍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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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루셔니스트 - 88만원 세대의 ‘오래된 미래’ | 기본 카테고리 2011-06-23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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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일루셔니스트’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떠돌이 마술사와 소녀의 짧은 만남을 묘사한 실뱅 쇼메 감독의 애니메이션 ‘일루셔니스트’는 프랑스 코미디 영화의 거장 자크 타티가 생전에 딸에게 썼던 편지를 영상으로 옮긴 작품입니다.


1959년을 시간적 배경으로 파리에서 시작된 마술사 일루셔니스트의 고단한 여정은 런던과 스코틀랜드의 작은 섬, 그리고 에든버러로 이어집니다. 80분밖에 되지 않는 러닝 타임 속에서 주인공 일루셔니트의 여정이 이처럼 숨 가쁜 것은 노년에 접어든 그의 마술이 더 이상 호응을 얻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수공업적 아날로그가 풍미하던 한 시대가 저물어 젊은이들은 락 밴드에 열광하며 사람들은 극장을 찾아 관람해야하는 일루셔니스트의 마술보다 새로 등장한 TV와 극장의 컬러 영화(일루셔니스트의 일터인 극장을 빼앗은 영화가 자크 타티의 ‘나의 삼촌’이라는 점은 시대의 변화를 일깨움과 동시에 원작자 자크 타티에 대한 존경의 표현입니다.)에 열광합니다. 복화술 인형술사, 피에로, 그리고 3명의 곡예사 역시 일루셔니스트와 마찬가지로 일자리를 찾지 못해 허기와 외로움에 시달리거나 어울리지 않는 직업에 종사합니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놀림을 받으며 구타를 당한 피에로가 목매달아 자살하려 시도하는 장면은 매우 애처롭습니다. 일루셔니스트의 여정은 에든버러에서 결실을 맺지 못하며 짧은 만남을 뒤로 한 채 또 다시 모든 것을 버리고 정처 없이 홀로 떠나야하는 신세입니다.


해고와 가난이 일상화된 일루셔니스트의 애환은 지금으로부터 반세기 전의 것이지만 21세기 초반 고도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무한 경쟁과 정리 해고의 삶을 강요받고 있는 대다수 서민들의 삶과 다르지 않기에 의미심장합니다. 가족도 없이(엔드 크레딧과 함께 제시되는 아기의 사진은 일루셔니스트에게도 한때 가족이 있었음을 암시하며 ‘일루셔니스트’가 자크 타티가 딸에게 보낸 편지에서 출발했음을 상시키기도 합니다.) 노구를 이끌고 일자리를 찾아 각지를 전전해 정착할 곳 없는 일루셔니스트의 쓸쓸한 노년은 ‘88만원 세대’의 미래를 암시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일루셔니스트가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정작 돈을 챙기는 것은 사용자라는 점도 ‘재주는 곰이 부리고...’라는 속담을 연상시킵니다.


일루셔니스트에게 한때 삶의 의미로 다가온 앨리스는 자본주의의 때가 묻지 않은 천진난만한 소녀입니다. 철모르는 앨리스에게 있어 돈이란 일루셔니스트가 마법처럼 손쉽게 그러모을 수 있는 것이라 착각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질에 대한 소유욕을 마음껏 충족시킬 수 있는 마법은 환상에 불과하며 실존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일루셔니스트와 앨리스의 만남은 지속될 수 없으며 단지 일루셔니스트는 앨리스의 성장을 위해 잠시 스쳐가는 디딤돌일 뿐입니다.


이처럼 많은 상징과 암시를 포함한 ‘일루셔니스트’는 정작 대사가 거의 없어 원작자 자크 타티의 작품이나 무성영화처럼 여백의 미를 갖춘 작품입니다. 한글자막이 없어도 주제의식을 이해하며 페이소스를 느끼는 데는 무리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훌륭합니다. 대사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은 관객의 자유로운 상상에 맡깁니다. 아날로그 시대의 감수성을 CG를 통해 화사한 수채화처럼 재현했다는 점에서 아이러니컬하지만 움직이는 그래픽 노블을 보는 듯한 시각적 쾌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고양이처럼 말썽만 피우는 거친 토끼와 엔드 크레딧이 이후 추가 장면에서 에든버러를 거쳐 런던에까지 출몰하는 스코틀랜드의 사나이도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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