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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 - 현대 미술의 허상을 폭로하다 | 기본 카테고리 2011-08-30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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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를 숨긴 그래피티 아티스트 뱅크시가 감독한 2010년 작 다큐멘터리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는 미술 전시회 동선의 마지막에는 항상 선물 가게가 있다는 의미의 독특한 제목처럼 자본의 논리에 의해 좌우되는 현대 미술의 속물스런 허상을 고발합니다.


오프닝을 장식하는 것은 평소 캠코더로 일상을 촬영하는 행위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티에리입니다. 게임 ‘스페이스 인베이더’의 캐릭터를 타일로 제작해 거리에 부착하는 그래피티 아티스트이자 사촌인 스페이스 인베이더를 촬영하면서 티에리는 그래피티에 눈을 뜨게 됩니다. 이후 셰퍼드 페리 등의 아티스트의 활동을 촬영하던 티에리는 오매불망하던 정체불명의 거물 아티스트 뱅크시와 조우해 그의 작업을 촬영하며 협력자가 됩니다.


관타나모 수용소를 비판하는 작품을 디즈니랜드에 설치하던 뱅크시를 촬영하던 티에리가 붙잡혀 심문 받는 장면에서는 미국의 테러에 대한 과민 반응을 엿볼 수 있으나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의 주제는 미국의 정치적, 사회적 폐쇄성을 비판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한 주제는 뱅크시의 충동적인 권유에 의해 그래피티의 관찰자이자 기록자였던 티에리가 제작자, 즉 그래피티 아티스트로 돌변하는 급반전에 함축되어 있습니다.


티에리는 예술적 수양을 거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을 촬영하던 경험을 살려 자신의 전시회를 계획합니다. 찰나성과 주류 문화에 대한 저항이라는 그래피티의 본질과는 상반된, 집까지 저당해 많은 비용을 투자하며 사람들을 고용해 ‘예술 작품’을 기업적으로 대량 생산한 티에리의 LA 전시회 ‘인생은 아름다워’는 엄청난 성공을 거둡니다. 티에리는 ‘미스터 브레인 워시’라는 이름으로 명성을 얻으며 자신의 작품들을 고가로 판매하게 됩니다.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의 결말은 티에리의 결과물이 과연 예술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감독 뱅크시의 언급과 스페이스 인베이더의 노 코멘트는 티에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암시합니다.


하지만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가 단순히 벼락출세한 티에리를 비판하기 위한 의도의 영화라고 해석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자신의 전시회가 ‘사기’라고 고백한 티에리는 그래피티 아티스트들과의 교류를 통해 예술의 본질인 ‘사기성’을 영리하게 꿰뚫어 본 것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자본과 언론을 부풀리기를 통해 예술가가 탄생하는 현대 사회의 기형적인 풍토를 통렬하게 폭로하는 것이 진정한 주제로 볼 수 있습니다.


예술의 본질이란 무엇인지 집요하게 추구하는 진지한 주제 의식을 지녔지만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는 러닝 타임 내내 무수히 등장하는 다양한 그래피티처럼 경쾌하며 유머러스합니다.


개인적으로는 2007년 유럽 여행 중 숙소인 프랑스 파리의 동역 근처 호텔 바로 옆에 그래피티 전문점에서 다양한 색상의 캔 스프레이 도료와 작례집을 판매하는 것을 보고 거리에서 그래피티를 찾아볼 수 없는 한국의 상황과 크게 다르다고 절감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이른바 ‘G20 쥐 그림’ 사건과 재판이 크게 논란이 되었음을 감안하면 그래피티가 조만간 한국에서도 보다 일반화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뱅크시의 상징이 쥐라는 것과 G20 쥐 그림이 우연히 소재가 일치했다는 점도 이채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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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적 - 마이클 치미노의 밋밋한 데뷔작 | 기본 카테고리 2011-08-29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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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자동차 상점에서 차량을 훔친 라이트풋(제프 브리지스 분)은 목사 행세를 하다 옛 동료에게 살해당할 뻔한 썬더볼트(클린트 이스트우드 분)를 구출합니다. 자신을 위협했던 두 명의 옛 동료와 화해한 썬더볼트는 라이트풋과 함께 은행을 털 원대한 계획을 세웁니다.


마이클 치미노 감독의 1974년 작 ‘대도적’은 원제 ‘Thunderbolt and Lightfoot’가 암시하듯 두 범죄자를 주인공으로 설정한 버디 무비입니다. 40대 중반의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냉정한 스테레오 타입의 캐릭터를 맡았지만 20대 중반의 제프 브리지스는 최근의 묵직한 이미지와는 달리 여장까지 감행하는 가벼운 캐릭터를 연기합니다. ‘라이트풋(Lightfoot)’이 이름과는 정반대로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 시늉을 통해 차량을 절도하는 오프닝부터 눈길을 잡아끕니다. 따라서 ‘대도적’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차분함보다 제프 브리지스의 경쾌함에 방점을 두기에 액션보다는 코미디의 요소가 더욱 강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네 명이 한 팀을 이뤄 은행 강도를 감행하기 전 주변 건물 및 상황에 친숙해지기 위해 위장 취업해 근무하는 장면입니다. 일반적인 범죄 영화라면 범행 직전 등장인물들이 위장 취업을 하더라도 긴 시간을 할애하지는 않을 텐데 ‘대도적’에서는 상당한 시간을 할애합니다. 초로의 구디(제프리 루이스 분)가 아동 대상의 옹색한 아이스크림 판매 차량에 탑승해 한적한 주택가를 도는 장면은 실소를 자아냅니다. 


마이클 치미노가 각본과 연출을 담당한 데뷔작 ‘대도적’은 훗날 ‘디어 헌터’와 ‘천국의 문’에서도 드러나는 광활한 대자연에 대한 집착을 읽을 수 있으나 전반적으로 밋밋하며 개연성이 부족해 서사가 불균질합니다. 몇몇 장면은 인상적이지만 서사의 전반적인 흐름에 녹아들지 못하고 튑니다.


썬더볼트는 한국 전쟁에 참전한 경력을 지닌 것으로 묘사되는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역시 한국 전쟁에 참전한 것으로 설정된 감독 겸 주연작 ‘그랜 토리노’를 떠올리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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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블루레이, dvd 지름 - ‘달콤한 인생’ 커피북 외 | 기본 카테고리 2011-08-2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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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 주문했던 블루레이와 dvd가 도착했습니다.


 


'달콤한 인생'의 블루레이 커피북. 스틸북으로 출시될 것이라는 예고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터미네이터2'의 스틸북 불량 사태 이후 커피북으로 발매되었습니다. 상단 사진 오른쪽 하단의 심의 표시는 비닐 포장 위에 붙은 스티커이기에 포장을 벗기면 제거됩니다.


 


 


커피북 내부. 외국의 커피북에 비해 내구성이 다소 취약합니다. 김지운 감독은 꿈이 아니라고 직접 밝혔지만 여하튼 꿈 논란을 야기한 엔딩 장면도 보입니다.


디스크를 수납하는 마지막 장.


디스크를 제거하면 이병헌의 얼굴이 드러납니다.


동봉된 4장의 사진. 랜덤으로 김지운 감독의 사인이 된 엽서가 있다는데 당첨되지 않았습니다. 4장 모두 이병헌인 것은 일본의 한류 팬들을 노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함께 구입한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의 블루레이.


'미쓰 홍당무'의 할인 dvd. 2디스크 사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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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드 투 킬 - 기교 돋보이는 ‘싸이코’ 오마쥬 | 기본 카테고리 2011-08-26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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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싸이코’와 ‘드레스드 투 킬’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브라이언 드 팔머 감독의 1980년 작 ‘드레스드 투 킬’은 알프레드 히치콕의 걸작 ‘싸이코’의 철저한 오마쥬입니다. ‘드레스드 투 킬’의 오프닝과 엔딩을 장식하는 샤워실 장면은 영화사 사상 가장 유명한 살인 장면으로 꼽을 수 있는 ‘싸이코’의 샤워실 살인 장면의 오마쥬입니다. ‘드레스드 투 킬’의 초반부는 성적 욕구를 해소하지 못해 불만으로 가득한 중년 여성 케이트(앤지 디킨슨 분)를 중심으로 전개되기에 주인공처럼 보이지만 영화 중반 갑자기 케이트가 살해당하며 서사는 의문의 살인자의 정체를 규명하는 것으로 급반전됩니다. 케이트와 우연히 만나 섹스하게 되는 선글라스를 착용한 수상한 이미지의 사내 워렌(켄 베이커 분)도 맥거핀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싸이코’에서 라일라(베라 마일즈 분)를 중심으로 중반까지 전개되다 갑자기 살해당하며 서사가 살인자를 중심으로 급반전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드레스드 투 킬’에서 지하철의 불량배에 쫓기는 리즈(낸시 알렌 분)가 제복 차림의 경찰관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오히려 경찰관은 리즈에 고압적인데 ‘싸이코’에서 선글라스를 착용한 제복 차림의 경찰관이 라일라를 위협하던 것을 연상시킵니다. ‘싸이코’의 희생자 라일리를 비롯해 히치콕의 금발에 대한 천착은 유명한데, ‘드레스드 투 킬’에서는 두 여주인공뿐만 아니라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여형사조차 금발이며 살인자 또한 금발에 집착합니다. 살인자의 범행 동기는 다르지만 여장을 통해 정체를 숨기는 범행 방식 역시 비슷합니다.


오프닝을 통해 ‘싸이코’를 오마쥬했다는 사실과 작품 제목만 봐도 ‘드레스드 투 킬’의 범인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드레스드 투 킬’은 단순히 ‘싸이코’의 리메이크 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느릿한 롱 테이크를 통해 긴장감을 자아내는 연출력은 상당합니다. 카메라 워킹뿐만 아니라 화면 분할 기교는 압도적입니다. 특히 엘리엇(마이클 케인 분)과 리즈가 동일한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모습을 좌우로 분할해 하나의 화면에 담은 장면에서는 살인자와 피해자를 한 화면에 담아냄과 동시에 살인자의 심리를 TV 프로그램을 통해 관객들에게 제시한다는 점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입니다. 20년 전의 걸작을 오마쥬했기에 서사는 단순하며 고전적이지만 기교의 측면에서는 현대적이며 감각적입니다.

         

‘드레스드 투 킬’은 ‘싸이코’의 오마쥬이지만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는 면도날에 의해 손이 베이는 ‘드레스드 투 킬’의 유명한 장면을 오마쥬한 바 있습니다. 1991년 작 MBC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에서 최경식이 작곡한 것으로 알려진 여옥의 테마는 ‘드레스드 투 킬’의 메인 테마를 표절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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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 유사 남매의 2인 3각 스릴러 | 기본 카테고리 2011-08-24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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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간부 후보생 출신의 수아(김하늘 분)는 교통사고로 인해 남동생을 잃고 시각장애인이 됩니다. 3년 뒤 수아는 뺑소니 교통사고에 휘말려 경찰에 증언하지만 또 다른 목격자인 오토바이 배달 소년 기섭(유승호 분)과 증언이 엇갈리게 됩니다.


안상훈 감독의 ‘블라인드’는 시각장애인이며 여성이라는 육체적 약점으로 인해 살인자에게 맞서기 더욱 힘든 주인공의 핸디캡을 설정해 긴장을 배가시키는 스릴러입니다. 여주인공에게 소년이 합세하지만 아직 미숙하기에 경찰 대학 출신의 여주인공에 비해 육체적, 지적 능력이 부족합니다. 따라서 소년은 여주인공을 어느 정도 도울 수 있으나 동시에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불완전한 존재입니다.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는 시각장애인 여성과 소년의 공조, 즉 2인 3각이 ‘블라인드’의 근간입니다.


최근 한국 영화는 젊은 여성을 피해자로 설정해 잔혹한 범죄를 고어 장면을 통해 전시하는 ‘추격자’, ‘악마를 보았다’와 같은 작품이 속속 등장해 논란거리가 되고 있지만 비슷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블라인드’는 자극적인 고어 장면을 앞세우지 않고 절제합니다. ‘추격자’와 ‘악마를 보았다’에서는 범죄자와 그에 맞서는 주인공 모두 남성으로 설정되어 철저히 남성 중심으로 전개되며 여성은 피해자로 소외된 바 있습니다. 반면 ‘블라인드’는 피해자가 여성이지만 사건을 해결하는 주인공도 여성이기에 자극적인 고어 장면을 나열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블라인드’가 청소년 관람 불가 판정을 받은 것은 안타깝습니다. 유승호까지 캐스팅되었으니 15세 관람가였다면 흥행 성적이 보다 나아졌을 것입니다.) 시류에 영합해 잔혹 논란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키거나 기교에 의존하기보다 각본의 힘에 우직하게 의존한다는 점에서 ‘블라인드’는 돋보입니다.    


캐스팅은 두 주연 배우의 기존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김하늘은 고독, 외유내강, 자립, 연상녀의 이미지를 통해 감정 이입을 유도하며 유승호는 미소년, 동생, 철없음, 연하남의 이미지를 통해 보호 본능을 자극합니다. 변신을 통해 강렬한 연기력을 과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관객으로서는 배우의 기존 이미지 활용에 편안함을 느끼며 영화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마음이’에서 타이틀 롤을 맡았던 견공 달이가 안내견 슬기 역으로 가장 슬픈 장면을 훌륭하게 연기합니다.  


아쉬운 것은 두 주인공의 공조가 인상적인 지하철역 장면에 비해 클라이맥스의 보육원 장면의 호흡이 다소 길다는 점입니다. 수아에게 있어 세상을 떠난 동생과 안내견의 지위를 대신하는 기섭과의 유사 남매 관계까지 확인한 두 주인공이 맞이할 결말을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안상훈 감독이 호러 영화를 연출했던 경험을 적극 살린 것이 아닌가 싶지만 5분 정도 줄여 보다 간결하게 편집했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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