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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 13 - 실화에 기초한 위기 극복의 군상극 | 기본 카테고리 2012-01-3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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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하워드 감독의 1995년 작 ‘아폴로 13’은 1970년 4월 11일 달을 향해 발사된 아폴로 13호가 산소 탱크 폭발로 인해 달에 착륙하지 못하고 달을 선회한 뒤 지구로 귀환하는 위험천만한 과정을 묘사한 실화에 기초한 극영화입니다. 극중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짐 러벨과 제프리 클루거의 공저 ‘잃어버린 달’을 각색했습니다.  


산소 및 전력 부족, 선내 기온 급강하, 지구 귀환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생명의 위협에 시달리는 우주비행사 짐 러벨(톰 행크스 분), 프레드 헤이스(빌 팩스톤 분), 그리고 발사 직전에 합류한 존 스위거트(케빈 베이컨 분)의 사투뿐만 아니라 그들을 귀환시키기 위해 갖은 묘안을 짜내는 진 크랜츠(애드 해리스 분)가 이끄는 NASA의 직원들, 그리고 짐의 아내 마릴린(캐스린 퀸란 분)을 비롯한 우주비행사의 가족 등 다양한 인물이 등장합니다. ‘아폴로 13’은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서 닥친 위기를 극복하는 인간들의 군상극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폴로 13’의 장점은 자칫 참사로 연결될 뻔했으나 결국은 해피 엔딩으로 종결된 극적인 실제 사건을 영화화하면서도 신파적 감동을 강요하거나, 미국식 영웅주의를 강조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최근 오락 영화들이 매우 빠르며 현란한 편집을 강조하는 것과 달리 ‘아폴로 13’은 140분의 긴 러닝 타임 동안 우직하게 서사를 끌어갑니다. 빠른 편집이나 카메라 워킹은 배제된 채 실화에 기초한 서사에 집중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편집에 있어 현란함과는 거리가 먼, 우직한 정면 승부를 선택한 ‘아폴로 13’은 1996년 아카데미 편집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식 영웅주의를 표면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나 ‘아폴로 13’은 매우 미국적인 영화이기도 합니다. 애당초 달 탐사 계획은 냉전 체제 하에서 소련과의 경쟁에 우위를 점하기 위해 시작된 것입니다. 달착륙선을 발사한 국가는 현재까지 미국 밖에 없으며 NASA의 달 탐사 계획이 언론과 여론에 민감한 것 역시 미국답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동료들을 다독이는 영웅적인 리더이며 아내를 비롯한 가족에게도 완벽한 가장으로 묘사되는 주인공 짐 역으로 분한 것이 미국을 상징하는 배우인 톰 행크스인 것도 의미심장합니다.


주연 톰 행크스 외에 조연급도 굵직한 호화 캐스팅입니다. 케빈 베이컨, 빌 팩스턴, 애드 해리스, 그리고 게리 시니즈까지 출연했는데 애당초 아폴로 13의 승무원이었으나 불운하게도 탈락한 켄 매팅리 역의 게리 시니즈는 후반부 상당한 비중을 부여받아 인상적입니다.


‘아폴로 13’의 영화로서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우주선의 발사부터 귀환까지를 사실적으로 재현한 영상에 있습니다. 장엄한 발사의 순간부터 3분 동안 교신이 끊기는 위험천만한 귀환까지의 과정을 CG와 세트를 활용해 꼼꼼하게 재현해 아폴로 계획을 소재로 한 영상물 중에서 가장 재현도가 뛰어난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폴로 13호의 귀환 이후의 에필로그는 톰 행크스의 내레이션으로 간결하게 처리되는데 아폴로 13호 사건 이후 아폴로 계획이 축소되고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인류가 다시는 달을 밟지 못했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합니다. 아폴로 17호로부터 40년, 영화 ‘아폴로 13’이 개봉된 1995년으로부터 17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인류는 아직까지 달을 다시 밟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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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 - 추리소설 뛰어넘은 사랑이야기 | 기본 카테고리 2012-01-29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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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용의자 X의 헌신’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잡지 ‘올 요미모노’에 2003년부터 2005년까지 2년에 걸쳐 연재한 ‘용의자 X’를 단행본으로 묶어 출간한 ‘용의자 X의 헌신’은 이혼녀 야스코의 전 남편 토가시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푸는 추리소설입니다.


일반적인 추리소설이 범행을 저지른 살인자의 정체를 밝히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만 ‘용의자 X의 헌신’은 초반에 살인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묘사함으로써 살인자가 누구인지, 살인의 이유가 무엇인지 명확히 합니다. 대신 살인자인 야스코를 도와 범행을 은폐한 천재 수학 교사 이시가미가 범행을 어떻게 은폐한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 풀어나갑니다.


이시가미의 라이벌로 등장하는 것은 ‘갈릴레오’라는 별명의 천재적인 물리학과 준교수 유카와입니다. 대학 시절 친구인 두 주인공의 이름은 상당히 암시적입니다. ‘이시가미(石神)’는 돌(石)처럼 냉정한 성품을 지닌 동시에 수학의 신(神), 즉 천재임을 의미하고 유카와의 이름인 ‘마나부(学)’는 유카와가 천성적으로 탐구하며 파고들기 좋아하는 교수임을 드러내는 듯합니다.


유카와의 친구인 형사 쿠사나기를 비롯한 경찰은 야스코와 이시가미의 알리바이의 허점을 공략하는데 집중하지만 정작 이시가미는 범행 은폐를 위해 더욱 치밀한 또 하나의 범죄를 준비했음이 후반부에 밝혀집니다. 애당초 간결하며 쉬운 문체로 인해 손쉽게 읽히지만 이시가미의 자수로부터 시작되는,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는 후반부의 남은 100여 페이지의 몰입도는 대단합니다. 이시가미가 새로운 범죄라는 패러다임으로 경찰을 농락했듯이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 역시 이시가미의 천재적인 발상을 활용해 독자를 농락합니다.


굳이 아쉬운 점을 꼽으면 이시가미가 범행을 계획하게 된 근본적인 동기가 되는 야스코와의 첫 만남 장면이 다소 억지스럽다는 것입니다. 처지를 비관해 자살을 기도하기 직전 이시가미가 이웃에 이사 온 야스코 모녀와 만나게 되어 자살을 포기했다는 설명인데 이시가미가 야스코 모녀와 만나기 전 신세를 극단적으로 비관했음을 설명하는 부분이 많지 않아 다소 작위적인 감이 없지 않습니다.


일본 경찰은 용의자의 휴대 전화 통화 내역을 조사하지 않는 것인지도 의문입니다. 사건을 전후해 야스코의 휴대 전화 통화 내역을 조사했다면 경찰은 보다 손쉽게 사건을 해결했을 것입니다. 이시가미의 트릭으로 활용된 지문은 전 국민이 지문을 날인하는 한국에서는 결코 사용될 수 없는 것이라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용의자 X의 헌신’에서 ‘용의자 X’는 이시가미를, (하지만 작품 속에서는 ‘용의자 X’라는 단어를 한 차례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헌신’은 그가 꾸민 범죄를 의미하는데 그야말로 ‘헌신’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정도로 이시가미는 야스코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헌신합니다. 사랑을 위해 흉악범인 살인자뿐만 아니라 저열한 스토커임을 자처하는 이시가미의 치밀하고도 계획적인 헌신은 놀랍습니다. ‘용의자 X의 헌신’은 결국 사랑이야기였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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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탄 소년 - 성장, 잔혹한 재탄생 | 기본 카테고리 2012-01-28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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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로부터 버림받아 보육원에 사는 시릴(토마 도레 분)은 미용실을 운영하는 독신 여성 사만다(세실 드 프랑스 분)에게 주말마다 보살핌을 받습니다. 사만다 덕분에 아버지가 팔아치운 자전거를 되찾은 시릴은 아버지를 찾아 나서 재회하지만 냉대에 충격을 받습니다.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형제의 2011년 작 ‘자전거 탄 소년’은 무책임하며 몰염치한 홀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사춘기 초입의 소년 시릴의 좌충우돌을 묘사합니다. 시릴은 헌신적인 주말 위탁모 사만다의 속을 썩이며 끊임없이 말썽을 일으키다 결국 범죄에 연루되기까지 합니다.


자신을 보호하려는 사만다와 착한 친구 무라드(유세프 티베르카닌 분)에게는 냉정하면서도 자신에게 무심한 아버지 기(제레미 레니에 분)와 자신을 이용하려는 범죄자 웨스(에돈 디 마테오 분)를 따르는 시릴의 모습은 답답함을 넘어 밉상이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양육을 받지 못한 시릴이기에 영화 중반을 넘어설 즈음에는 안타까움에 감정을 이입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자전거 탄 소년’은 성장이란 매우 잔혹한 통과의례임을 새삼 일깨웁니다. 유혈이 낭자한 장면이 제시되기 때문이 아니라 시릴이 처한 상황이 매우 잔혹하기 때문입니다. 시릴은 성장을 위해 죽을 고비까지 넘겨야만 합니다.


감독인 다르덴 형제는 신파로 흐를 가능성이 농후한 서사를 묵직한 연출을 통해 등장인물들과 거리를 두면서 비극성을 심화시킵니다. 수가 많지 않은 등장인물들은 자신의 속마음을 좀처럼 입 밖으로 꺼내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장면은 롱 테이크로 처리되었으며 배경 음악의 삽입도 최소화합니다. 컷 수를 줄여 기교를 부리지 않은 편집은 우직하고 담백한 서사를 돋보이게 해 마치 한 편의 단편 소설을 접하는 듯합니다. 단순하기에 더욱 강렬합니다. 휴대 전화라는 21세기적 소품과 잠시 등장하는 콘솔 게임기를 제외하면 고전 리얼리즘 흑백 영화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가장 큰 의문은 왜 사만다가 시릴의 위탁모를 자청해 금전적, 정신적 부담을 지는 것인가, 이지만 시릴로부터 이유를 묻는 질문을 받고도 사만다는 분명한 답변을 하지 않습니다. 동침하는 남자친구보다 더욱 소중히 여기며 막대한 금전적 손실에도 불구하고 시릴을 포기하지 않는 사만다의 모습은 신화적인 모성과도 같지만 정작 그녀의 내면은 거의 드러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관객은 사만다의 심리를 미루어 짐작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붉은 반팔 티셔츠와 붉은색 트랙 저지가 암시하듯 불안정한 심리 상태의 시릴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강하게 드러냅니다. 사만다와 함께 자전거를 타는 장면에서 시릴이 그녀에게 연애 감정을 느끼고 있음이 노골적으로 드러납니다. 시릴이 가장 즐기는 자전거 타기를 사만다가 함께 한다는 점은 의미심장합니다.


시릴과 사만다의 ‘데이트’는 무라드 가족을 불러 함께 하는 저녁의 바비큐 파티로 완결되는데 시릴은 바비큐 파티를 위해 예상치 않은, 험난한 고난을 극복해야만 합니다. 가사(假死) 상태의 시릴을 깨운 반전의 원인은 사만다로부터의 전화벨 소리(시릴이 소지한 휴대 전화 역시 사만다가 사준 것입니다.)로 시릴이 각성해 어두운 과거와 결별하고 재탄생했음을 의미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떠나는 뒷모습을 포착하는 마지막 장면은 그가 성장의 한 고비를 넘어 사만다를 진정 소중히 여기게 되었음을 의미하는 해피 엔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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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 동물 앞세우지 않지만 산만하다 | 기본 카테고리 2012-01-2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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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 전문 기자 벤자민(맷 데이먼 분)은 아내의 죽음으로 실의에 빠져 직장을 그만두고 사춘기 문제아 아들 딜런(콜린 포드 분)과 7세의 똘똘한 딸 로지(매기 엘리자베스 존스 분)와 함께 동물원이 딸린 새집으로 이사합니다. 동물원의 개장을 앞두고 벤자민은 경영상의 어려움과 사육사 켈리(스칼렛 요한슨 분)를 비롯한 부하 직원들과의 마찰에 직면합니다.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는 실의에 빠진 장년의 사나이가 고난을 극복하며 재기하는 과정을 묘사하는, 코미디 요소가 가미된 드라마라는 점에서 카메론 크로우 감독의 전작 중 가장 유명한 ‘제리 맥과이어’를 떠올리게 합니다. 주인공 벤자민 미가 원작자이며 영화 속 이야기가 실화임을 감안하면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의 전개와 결말을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동물이 등장하는 대부분의 영화들이 동물을 전면에 앞세워 모든 갈등을 봉합하는 손쉬운 전개를 선택하는 일이 흔한데,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는 그와 같은 함정에 빠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인상적입니다. 동물을 코미디의 대상으로 활용하거나 다큐멘터리 ‘동물의 왕국’과 같이 동물 생태의 새로움을 부각시키기보다는 인간 드라마의 부속물로 한정합니다. 가장 많은 비중이 할애되는 늙은 호랑이 ‘스파’는 고뇌에 찬 결단을 내리며 과거와 결별하는 벤자민의 심리를 반영하는 소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쉬운 점은 등장인물이 많아 다소 산만하다는 점입니다. ‘제리 맥과이어’의 경우 주변 인물들은 그야말로 조연에 그치며 타이틀 롤 제리 맥과이어 역의 톰 크루즈에 집중되었는데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는 주인공 벤자민은 물론 두 아이와 그 주변인물, 그리고 마지막 장면까지 벤자민을 사로잡는 죽은 아내까지 등장인물의 숫자가 많아 군상극에 가까워 서사의 초점이 흐려진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벤자민이 죽은 아내를 쉽게 잊고 켈리와 새로운 사랑에 빠지는 진부한 전개를 선택하지 않은 것은 현실적이지만 마지막 장면까지 죽은 아내를 위해 할애한 것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모험을 즐기는 벤자민이 기자 시절 경험했던 모험을 능가하는 것이 동물원 경영이며 동물원 경영보다 더욱 어려운 모험이 바로 두 아이와의 관계 회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벤자민의 남매로 등장하는 두 배우의 연기력에 차이가 드러나는 것도 아쉽습니다. 아들 딜런 역의 콜린 포드는 지나치게 뻣뻣한 연기로 일관하며 섬세한 심리 묘사에 약점을 보여 복잡한 내면을 지닌 사춘기 소년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합니다. 반면 딸 로지 역의 매기 엘리자베스 존스는 두 미녀 배우 스칼렛 요한슨과 엘르 패닝보다 더욱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며 관객을 사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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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스웨덴판’과 ‘핀처판’ 비교 | 기본 카테고리 2012-01-22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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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밀레니엄 제1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티그 라르손의 소설 ‘밀레니엄’ 3부작 중 제1부를 영화화한 닐스 아르덴 오플레브 감독의 2009년 작 ‘밀레니엄 제1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을 관람하며 동시에 개봉 중인 데이빗 핀처의 동명의 영화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닐스 아르덴 오플레브 감독의 작품을 ‘스웨덴판’, 데이빗 핀처의 작품을 ‘핀처판’이라고 하면 전체적인 서사의 얼개는 ‘스웨덴판’과 ‘핀처판’이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의 성격과 그들을 둘러싼 세세한 에피소드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핀처판’에서 주인공 미카엘은 배우 다니엘 크레이그의 바람둥이 007 이미지를 활용해 유부녀인 회사 동료와 불륜 행각을 벌이며 리스베트와 삼각관계를 형성하지만 ‘스웨덴판’에서 미카엘 블룸키트가 분한 미카엘은 매우 진지한 인물로 동료와 섹스를 하지 않으며 따라서 삼각관계를 형성하지 않습니다.


‘핀처판’에서는 헨리크가 하리에트 사건의 조사를 제안하며 베네스트롬의 비밀을 넘겨주겠다고 제안하지만 ‘스웨덴판’에서는 전혀 언급되지 않습니다. 결말에서 베네스트롬의 죽음의 공식적 이유 또한 ‘핀처판’에서는 암살로, ‘스웨덴판’에서는 자살로 언급됩니다.    


대신 ‘스웨덴판’에서는 미카엘이 하리에트와 과거 인연을 맺었음을 강조해 미카엘이 하리에트 사건을 해결하고자 하는 중대한 동기로 제시됩니다. 미카엘과 하리에트가 일면식도 없었던 ‘핀처판’과는 다릅니다. 사건의 열쇠를 쥔 하리에트는 ‘핀처판’에서는 중반에 한 차례 등장시켜 결말의 반전을 위한 여지를 남기지만 ‘스웨덴판’에서는 마지막에 처음 등장합니다. ‘핀처판’의 하리에트는 영국에 거주했지만 ‘스웨덴판’의 하리에트는 스웨덴에서 매우 먼 호주에 몸을 숨겨온 것으로 드러납니다.    


미카엘과 리스베트의 인연이 맺어지는 방식도 다릅니다. ‘스웨덴판’에서는 리스베트가 미카엘과 대면하기 전부터 조사 과정을 해킹해 메일로 조언하지만 ‘펀처판’에서는 두 주인공이 정식으로 만난 뒤부터 조사가 이루어집니다. ‘핀처판’에서는 미카엘이 저격당한 뒤 리스베트와 처음으로 섹스하지만 ‘스웨덴판’에서는 저격 이전에 리스베트가 충동적으로 미카엘과 섹스합니다. ‘핀처판’에서는 리스베트가 미카엘을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스웨덴판’에서는 리스베트가 미카엘을 사랑하지는 않는다고 단정합니다. 


두 주인공이 주변 인물과 관계를 맺는 과정도 다릅니다. ‘핀처판’에서는 미카엘의 딸이 10대 사춘기 소녀로 많은 장면에 등장하며 사건 해결의 실마리도 제공하지만 ‘스웨덴판’에서는 미카엘의 딸은 매우 어리며 단 한 장면만 등장할 뿐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지 않습니다.


리스베트의 가족에 대한 묘사도 ‘스웨덴판’에서는 부모가 모두 등장하며 아버지 살해 장면이 직접적으로 제시되지만 ‘핀처판’에서는 부모가 모두 등장하지 않으며 아버지 살해도 대사로만 처리합니다. 따라서 ‘스웨덴판’은 ‘핀처판’에 비해 리스베트의 트라우마에 대해 많은 비중을 할애한 셈인데 마르틴이 죽을 때 리스베트가 불가항력이었던 ‘핀처판’과 달리 ‘스웨덴판’에서는 리스베트가 마르틴을 구출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지만 의도적으로 죽음을 방관한 것처럼 묘사됩니다. 리스베트 역시 성폭행을 경험한 여성임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리스베트를 괴롭히는 후견인 닐스의 이미지는 ‘스웨덴판’에서는 최소한 겉모습은 멀쩡한 이중적 인물인 반면 ‘핀처판’에서는 폭압적인 거구로 묘사되어 다릅니다. ‘스웨덴판’에서는 리스베트의 응징 이후 닐스가 등장하지 않지만 오락 영화의 성격을 강조한 ‘핀처판’에서는 응징 이후 닐스 앞에 리스베트가 나타나 관객을 웃기는 장면이 제시됩니다.


배경 음악은 ‘스웨덴판’이 장중한 오케스트라 위주라면 ‘핀처판’은 속도감을 강조하기 위해 팝 음악 위주라는 점에서 다릅니다.


두 작품 중 한 작품을 골라 관람한다면 전개가 빠르며 긴장감을 자아내는 오락 영화로서 장점이 많은 ‘핀처판’이 낫습니다. 두 주연 배우의 매력이나 폭력 및 섹스의 수위 또한 ‘핀처판’이 우월합니다. 두 작품을 모두 관람한다면 ‘스웨덴판’을 먼저 관람하고 ‘핀처판’을 나중에 보는 편이 나을 듯합니다. ‘핀처판’을 먼저 접하면 ‘스웨덴판’의 전개가 느리게 느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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