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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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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곳에 가고 싶다. | 기본 카테고리 2008-07-2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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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제레미 머서 저/조동섭 역
시공사 | 2008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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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헨리밀러나 그무리와는 달랐어. 그 사람들은 계속 돌아다니면서 욕구를 채웠지. 나는 애인과 사랑을 나누는 게 좋아. 여기 내 책상에서 애인에게 연애편지를 쓰는 게 좋고 애인이 눈물을 흘릴만한 선물을 주는 게 좋아. 그런 면에서는 내가 좀 구식인가봐.


책 제목부터 굉장히 서정적인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 세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의 줄거리는 어디서든 쉽게 아주 잘 요약되어 있는 것을 찾아서 읽을 수 있으니까 생략하고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뜨내기 같은 감성들에 대해 썰을 좀 풀어봐야겠다. 여든이 되어가는 조지는 스무살이 갓 넘은 이브와 사랑을 한다. 언뜻 듣기에는 나이 여든 잡수신 노인네의 주책이라거나, 세속적인 이유가 애정으로 포장된 것이 아닌가 싶지만, 앞서 인용했던 저 구절말마따나, 그둘은 연애를 한다. 정말이지 연애다운 연애다. 어찌보면 연애를 위한 연애라는 말도 맞겠다. 일체의 스킨쉽이 배제된 연애. 책의 주된 내용은 이 둘이 엮어 가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내겐 주인공의 어설픈 연애감정보다는 그들이 인상 깊었다. 이 책의 내용이 허구인지 아닌지는 상관없다. 오히려 허구일 것같은 조연공들의 이야기가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더 사실 같았다. 중점적으로 다뤄지진 않지만 책에는 여러가지 사랑 이야기, 연애이야기가 나온다. 그중에는 동성연애도 있고, 굉장한 나이차이를 극복한 연상연하커플, 신분과 계급을 떠난 사랑. 속물적인 이해가 맞물린 관계, 일방적인 애정의 소통로, 소위말하는 짝사랑도 나온다. 그네들의 이야기들중에 어느 것 하나에도 내 감정을 투영할 수는 없었지만 소소하게 읽히는 에피소드들 사이에서 나는 내가 해보지 못했던 경험들과, 내가 해봤으면 어땠을지 모를 선망과 동경, 좌절도 모두 간접적으로나마 겪었더랬다. 현실에의 도피, 그리고 이어지는 사람들과의 만남, 만남속에서 필연적, 또는 우연스럽게 싹트는 사랑. 책임, 갈등, 혼란, 안정, 나아감. 희망. 희망. 희망.

좌절을 극복하고 희망을 일궈낸 사람의 일대기가 흔히 설파하는, 자의식 강한 성공담은, 이 책엔 없다. 모두가 어딘가 결핍되어 있고, 어설프며, 다가오는 미래에 알 수 없는 불안감으로 흔들리는 나약한 인간 군상들에 관한 이야기다. 하지만 결코 우울하지 않다. 억지스런 희망을 쥐어주지도 않지만 불안하고 부정적인 미래를 답이라고 내놓지도 않는다. 그저 담담하게 이야기를 들려줄 뿐이다. 그 이야기가 내 구미에 찰싹 달라 붙어 달달한 만족감을 전해줬다.

 

다 읽고,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는 세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에 달려가고 싶어졌다. 그리고 조지에게 내 작품을 내밀며 이 곳에 묵어도 되냐고 묻고 싶어졌다. 그가 내게 들려줄 대답은 퉁명을 가장한 yes일까. 그에게서 듣는 yes라면 내 인생의 밝은 등불이 될 것도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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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의 유럽 '산책!' 내숭따윈 없다! | 기본 카테고리 2008-07-1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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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 산책

빌 브라이슨 저/권상미 역
21세기북스 | 2008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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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책을 마케팅하는데 있어서, 제목에 저자의 이름이 들어간다는 것은 그 저자의 이름만으로도 -소위- 브랜드 가치가 생겼다는 것을 뜻한다. 무슨 글을 써도 그의 이름이 들어가면 일단 누군가는 읽어 준다는 소리다. 빌브라이슨의 발칙한 유럽산책이 바로 그 부류다. 제목 그대로, 빌브라이슨이 썼고, 유럽'여행'이 아닌, '산책'이며, 내용은 발칙하다 못해 괘씸하기까지 하다. 저가 다녀온 여행지를 '이딴식'으로 공유한다는 발상 자체가 그러하거니와, 기막히게도 건방지면서 유쾌한 그의 글 빨 때문이다.

파리에 있는 세익스피어 앤 컴퍼니를 다녀온 그의 감상에 대해 한줄 보자. 그는 서점의 위치가 센강과 노트르담 바로 곁이라는 것을 들먹이면서 그 위치에서 서점을 경영할 수 있게 만드는(혹은 방치하는) 프랑스 파리를 경탄한다. 근데 경탄하는 방식이 이런식이다.

다른 나라였다면 세익스피어 앤 컴퍼니는 서점이 아니라 노트르담 성당 미니어처나 콰지모도(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주인공)가 그려진 재떨이, 슬라이드, 엽서나 '울랄라(프랑스 어 감탄사)'라고 새겨진 티셔츠 따위를 파는 기념품점이 되었을 것이다. 아니면 시장 바닥처럼 복잡하고 웨이터들이 분주히 돌아다니는 그런 '초고속'카페가 들어섰을 곳이다. 주문을 받는 데는 40분이나 걸리면서, 막상 주문한 커피와 럼주를 넣은 건포도 과자 따위가 나오면 25초안에 해치우고 꺼지라며 웨이터들이 눈치를 주고, 물이라도 한잔 달라고 했다가는 물에 침이라도 뱉어서 나올 만한 곳 말이다. 그 서점이 이런 안타까운 운명을 어떻게 피할 수 있었는지는 기적같을 뿐이지만 그 여운은 어두운 거리를 걸어 숙소로 돌아오는 내게 존경심을 남겨주었다. '파리는 정말 근사한 곳이군.'

칭찬을 하는 건지, 악담을 퍼붓는 것인지 종잡을 수 없다. 하지만 글을 읽는 순간, 대번에 웃음이 터지면서 형용할 수 없는 공감대를 느끼게 된다. 맞아, 맞아! 그랬었어. 하지만 여행에 대해 고상함을 떠느라고 한번도 불평하지 못했었지! 라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일반의 여행기들이 현란한 사진을 들이밀며 그 나라의, 그 장소의, 어떤 상황이나 장면을 담아내려고 - 그림같이 예쁘기만한! - 심혈을 기울이는 동안 빌브라이슨은 그 흔한 사진한장 없는 빽뺵한 여행기를 들이밀며 여행은- 혹은 산책은- 이런 것이라고 설파한다. 감정의 과잉이나, 상황의 과대포장 따위도 없다. 중간 중간 마주치게 되는 사람들이 - 다른 여행자들의 여행일기 속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만큼 우연찮게도! 놀랍게도! 너무나 친절해서, 그 곳에 가기도 전에서부터 우리나라와는 달리 그곳엔 전부 천사만 사나봐! 따위의 기대를 품게만드는 류의 글과는 다르게 - 거의 전부, 친절하지도 않을 뿐더러, 특별한, 사건이라고 부를 만한 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해내서, 딱딱하게 이야기 하고 있지도 않다. 여행에 대해 특별한 환상을 심어준다거나, 홀로하는 여행에서 느낄 수 있는 지독한 고통과 외로움을 유언비어처럼 퍼트리지도 않는다. 대신에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가족을 대표하는 일원이 생각해내고, 느낄 수 있는 평범한 수준에서의 성적 농담과, 유머, 자조섞인 감탄과 조롱, 순수한 경외와 여행으로 느낄 수 있는 온전한 즐거움으로 책을 메운다. 중간중간 진지하게 자신의 -일종의 - 정치적인 성향도 드러낸다. 하지만 은근슬쩍이 아니다. 전범이 된 독일인들을 묘사할 때의 그는 이세상에서 두려운 것이라고는 자신의 양심 뿐이라는 듯 거침없이 글을 써내려간다. '감히' 그와 반대의견을 가진 이조차도 그의 당당함에 한번더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빌브라이슨의 글이 가지는 매력은 단지 웃기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박식하며, 절제되어 있고, 여행의 예절과, 상충되는 문화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심을 가지고 있다. 인류에 대한 숨길 수 없는 애정 또한 그렇다. -비록 한번씩 꼬아서 표현을 하긴 하지만 - 그의 글을 읽는 동안, 여행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던 단순하고도 일방적이었던 호감들은 한꺼풀씩 벗겨져 나가, 순수한 알맹이만 남게 된다. 하지만 그 알맹이들은 곧 단단한 진짜가 될 것이다.

평범한 사람이 조금 덜 평범한 글빨로 이야기 하는 세계는, 일방적으로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소통할 줄 모르는 사람이 쏟아내는 지루하고도 영웅적인, 그래서 너무나 상투적으로 감상적인 웅변과는 거리가 멀다. 때문에 재밌다. 오랜만에 정말이지 즐거운 여행기다. '내가 말이야, 왕년에, 군대에서 축구할 때...'로 시작되는 전국의 여성들은 모두 질색팔색을 하고 일부 남성들 조차 난색을 표하는 그 이야기조차도 빌브라이슨이 한다면 기꺼이 경청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이 여름, 작은 땅떵어리에서 고개만 돌려도 타인의 숨소리가 지척에서 불쾌하게 들러붙는 지금, 한적한 도서관이나 스탠드만 켜놓은 방안에서 읽기에 정말 안성맞춤인 도서다. 혹시 아나, 잠자리에서 읽다 잠들면 꿈에서 브라이슨이 말했던 유럽의 어느 소도시를 걷는 꿈을 꾸게 될른지.
상상만으로도 여름밤이 유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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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berso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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