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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0

마르셀 프루스트 저/김희영 역
민음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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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권을 보고 나서 천천히 봐야지 했는데 아무래도 궁금해서 그냥 10권도 달렸다. 연재소설 보듯 이번 책엔 어떤 이야기가 펼쳐 질지 흥미롭다.

지난 책에서 '나'는 나의 연인 '알베르틴'을 자신의 집에 데려와 수감자처럼 감시하며 질투의 화신이 되어 모든 것을 알고 싶어하고 의심하며 스스로를 고통속에 가두었다.

10권에서는 잠시 알베르틴을 제쳐두고 샤를뤼스 남작의 행보가 나온다. 귀족이고 음악을 사랑하며 동성애 성향도 있는 그가 우월감과 오만함의 끝을 보여주다 베르뒤랭 부부의 음모에 의해 사교계에서 퇴출당하는 장면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흥분한 표정과 오만한 말투, 속삭이며 음모를 꾸미는 분위기, 모른척 가세하는 더 나쁜 인간들 등 스릴이 장난 아니다. 그렇지. 이게 푸르스트지 싶었다. 숨막히는 디테일. 어쩌면 이렇게 생생하게 그려낼까. 샤를뤼스 남작만의 경우가 아니라 지금도 곳곳에서 일어 나는 이런 일들을 옆에서 보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준다. 소오름~

그리고 그렇게 의심하며 아닌 척 감시했던 알베르틴의 깜찍한 거짓말들이 후루룩 드러나고 '나'는 의심한 내용보다 더한 사실에 기절할 지경에 놓인다. 매일 아침과 저녁 마음이 계속 바뀔만큼 고민과 혼란과 다짐을 반복하다 혼자 이별을 준비하기도 하고 희망찬 미래를 꿈꿔 보기도 하지만 막상 이별을 마주 하고선...

'갇힌 여인'은 프루스트 사후에 그의 형제가 글을 마무리해서 발표한 책이라서 글이 이전 책과는 조금 달랐다. 프루스트 같지 않은데 하는 부분이 중간중간 드러나기도 했지만 그래도 프루스트가 써놓은 글을 바탕으로 했구나란 느낌이 들었다.
번역가님이 마지막 남은 2부의 작업을 수월히 하시길 바라며 9,10권 출간 하자마자 11권 기다린다며 징징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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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의 작가 | 기본 카테고리 2020-12-21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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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연년세세

황정은 저
창비 |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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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년세세 #황정은 #창비

#스압주의

두달 전, 뮤지컬 베르테르를 보고 집으로 오는 길이었다. 3시 공연이라 끝나자 6시 퇴근 시간이었고, 차 많이 막힌다고 전철을 타자고 했더랬다. 민수는 학원에서 내리고 민아와 나는 한 정거장을 더 가야 했는데 퇴근시간에 전철은 정말 지옥철이었다. 민수가 내린 홍대역에서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탑승했고 나는 민아를 꼭 안고 있어야만 했다. 다음역에서 내려야 하는데 그게 가능할지 걱정만 한 가득인 채 문이 열렸다. 나는 외쳤다.
''이번에 저희가 내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에 내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저희가 내려보겠습니다.''
민아의 손을 꼭 잡고 문을 향해 가는데 잘 못 걷는 민아가 무서워 발을 떼지 못하자 누군가가 민아 등을 밀어 주었다. 정말 기적처럼 전철에서 내렸다.
전철에서 내리고 나서 헛헛 웃다가 응? 내가 뭐라고 한거지? '잠깐만요, 내려요, 죄송합니다, 내려요..' 이런 말을 하지 않고 내려보겠습니다? 이 말은 어디서 갑자기 튀어 나온거지? 생각도 못한 표현이 내 입에서 왜 튀어 나왔을까..
그리고 번쩍 '계속해보겠습니다' 작품이 떠올랐다. 작년에 읽었던 책이라 자세한 줄거리는 뭉개져도 그 말과 분위기는 계속 머릿속에 있었다. 황정은이란 작가가 내 머릿속에 각인 됐던 작품이었다. 1년이 넘도록 이 작품이 내 마음에 살아 있었다. 작가의 그 말이 너무 내 맘 같아서 나는 힘겨울 때마다 '계속해보겠습니다' 하며 순간을 살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위급함을 느끼자 '내려보겠습니다'를 외친거다.
후후.. 작품이 이렇게 살아 있다니.. 이렇게 내게서 꿈틀대고 있었구나.

그리고 이번 책 연년세세.
찬사가 너무 많아서 각종 수식어는 생략하고 개인적으로 작품이 넘 궁금했다.

형식적인 면에서도 가장 선구적인 작가라고 하는데 역시 딸, 아버지, 남편 같은 인물 관계를 전혀 밝히지 않고 인칭대명사도 없이 오직 이름으로만 인물을 표현했다.

그리고 '이순일'. 울 엄마였다. 너무 힘겨운 세대를 살아오느라 지금은 허리도 제대로 못 펴고 나이들어 수술을 열번이나 하며 이제는 딸바라기 하는 엄마. 세 살때 엄마가 죽고 허수아비 같은 아버지와 계모 밑에서 학교도 못가고 장사일을 해야 했던, 늙어서 한글을 깨치고 잘 못 쓰는 글씨로 은행을 다니고 매일 성경을 보는 엄마.

작가의 나이가 궁금했다. 알면서도 궁금했다. 어떻게 이렇게 잘 알지. 어떻게 이렇게 잘 표현하지. 우리 부모세대의 뻔한 아픔을 반복하는 소설이 아니었다. 글들이 살아 있었고, 글이 나를 사로잡았다. 짧은 분량이지만 한 장 한 장이 무거웠고 굵은 글씨로 쓴 것처럼 새겨졌다. 보편적인 글쓰기가 아니라 내밀한 나만의 이야기처럼 나에게만 위로를 건네는 듯한 살풀이 같았다.

'계속해보겠습니다' 가 하도 아파서 황정은 작가 책은 천천히 보려했는데 이번에도 좀 천천히 쉬었다 봐야겠다.

벽난로 영상이 좋다는 말에 벽난로 영상을 틀어놓고 오늘은 주절주절 말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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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예술가 | 기본 카테고리 2020-12-20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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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Vivian Maier 비비안 마이어 나는 카메라다

비비안 마이어 등저/박여진 역
윌북(willbook)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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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 마이어. 1926년 뉴욕 출생. 평생 독신. 보모, 가정부, 간병인 등으로 남의 집을 전전하다 말년에는 노숙자와 별반 다름없었던 삶을 살았다.

비비안 마이어는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그녀는 수십만장의 사진을 죽는 순간까지 아무에게도 공개하지 않았다.

15만장의 필름을 보관해둔 5개의 창고는 임대료를 내지 못해 경매에 부쳐졌고 그녀의 사진은 역사가 '존 말루프'의 손에 들어갔다. 사진이 범상치 않음을 느낀 말루프는 SNS에 사진을 올렸고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언론도 가세하여 그녀의 사진을 환영했고 전세계에 그녀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5년에 전시회가 열렸다는데 나는 못가봤다.

이 책은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 중 235점을 선별해 담은 사진집이다. 너무나 독특한 이력에 사진도 신비해 보일 지경이었다. 그녀를 '보모 사진가' '카메라를 든 메리 포핀스'라고 부른다고 한다.

''마이어의 작품이 매혹적인 이유는, 우리는 절대 알지 못할 이유로 스스로 예술가로 존재할 수도 존재하려고도 하지 않았지만 의심할 나위없이 예술가였던 한 여성의 시선으로 보았던 세상을 우리도 똑같이 본다는 점이다.''

비비안 마이어는 왜 자신의 사진을 공개하지 않았을까.
그녀는 분명 예술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지만 돈으로 후원을 받거나 인정받으려 하지 않고 홀로 작업했다. 아웃사이더 예술가.

많은 사진을 보면서 여러가지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일상적인듯 독특하면서도 익숙한 시선 속의 순간을 보는 느낌. 뷰 파인더를 통과한 세상은 또 다른 세상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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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의 화신 | 기본 카테고리 2020-12-19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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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9

마르셀 프루스트 저/김희영 역
민음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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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5부(9,10권)가 출간되었다. 총 7부작 중 이제 2부만 남았다. 번역가님이 2022년까지 완간 하시길 응원하며 반갑게 9권을 읽었다.

'갇힌여인'이란 제목의 이 책은 '나(마르셀)'의 연인 '알베르틴'의 이야기다. 해변에서 보고 사랑에 빠진 '나'는 알베르틴을 파리로 데려와 함께 산다. 그리고 끊이없이 질투하고 믿지 못하고 의심한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과연 누가 갇힌건지...

이번책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살짝 미친놈 같을 정도의 집착과 의처증에 가까운 또라이 같은 '나'가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의 한심함을 더해 온갖 미사여구로 자기 합리화를 하는 것으로 보였다. 생각이 많고 깊이 생각한다고 다 멋지고 좋은 게 아니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준 느낌마저 들었다.

물론 사랑을 하면 누구나 열정적이고 유치해지고 찌질하게 되지만 너무 장황한 말들 때문인지 사랑의 진심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고 오로지 의심이나 질투를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고민하는 찌질남만 보였다.
마르셀 프루스트가 잘하는 그 아름다운 묘사와 깊은 통찰력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예술 작품이나 자연을 묘사할 때는 그렇게 깊이 있고 아름답게 표현하면서 사랑에 대해선 바보같기 이를데 없다.

''처음에는 욕망으로 형성된 사랑이, 나중에는 고통스러운 불안에 의해서만 유지되었기 때문이다.''
''정복할 부분이 남아 있을 때라야 사랑은 태어나며 존속한다. 우리는 우리가 완전히 소유하지 못한 것만을 사랑한다.''
''잔인함이나 교활함에 대한 유일한 핑계가 사랑인 탓에, ... 사랑하는 사람에게 잔인하고 교활하게 구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 아닌가!''
사랑에 이런 면이 당연히 있지만 오로지 이런 것만 있지는 않지 않는가.

''우주는 우리 모두에게 진실이지만, 각각의 사람에게는 다르다.''
프루스트의 명언이면서도 오히려 프루스트에게 해주고픈 말이다. 프루스트의 생각을 쫓아가다가 사랑에서 콱 브레이크 밟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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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재미남 | 기본 카테고리 2020-12-18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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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환상수첩 - 김승옥 소설전집 2

김승옥 저
문학동네 | 2013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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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기행'에 이어 김승옥 선생의 소설전집 2권을 읽었다. 이 책에는다섯편의 중편소설이 실려있다.

'무진기행'의 명성이야 너무 많이 들었고 줄거리도 외울 정도로 익숙해져서 막상 책을 읽을 때는 확인하는 느낌마저 들었는데 이번 책은 정말 재미있었다.

김승옥 선생의 글솜씨는 정말 기가 막히다. 책을 읽다보면 이야기에 빠져서 읽을 때도 있고 감상에 젖을 때도 있지만, 찰진 묘사와 기막힌 언어의 맛에 빠지며 작가를 우러러보게 할 때가 있는데 김승옥 선생의 글이 그랬다. '산문언어의 연금술사' 라고 했는데 정말 어마어마한 연금술사다.

선애, 숙이, 재룡이, 공군, 이양, 소암선생 등 친근한 인물과 60년대 정서를 가득 담은 이야기들. 내가 읽는 걸 피했던 그런 시대물이 아니었다. 아주 현대적인 글이었다. 책 제목이 무진기행이 아니어서 오히려 선입견이 없어서 그런가. 이번 책속 다섯 편의 중편 소설들은 모두 펄떡거리듯 살아있었고 넘나 재미있었다.

'전후문학의 기적' '감수성의 혁명' '살아있는 신화' '현대문학의 고전' '단편 미학의 전범' 이런 수식어를 뒤로하고 작가님은 어느날 갑자기 붓을 꺽고 홀연히 사라지셨는데 계속 작품을 쓰셨다면 어땠을까 싶다. 진짜 진짜 글빨 쥑이는 멋진 작가님. 더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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