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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글쓰기 | 기본 카테고리 2022-09-28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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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침묵과 한숨

옌롄커 저/김태성 역
글항아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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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롄커의 휘몰아치는 소설 10권과 자전적 이야기를 읽고 마지막 책은 작가가 미국 듀크대학과 하버드, 예일, 스탠퍼드 등 여러 대학에서 했던 강연의 기록과 녹취를 정리한 <침묵과 한숨>이다.

이 책에서 옌롄커는 중국과 문학과 글쓰기에 대해서 총체적으로 자기 생각을 밝힌다.
자신이 '어둠을 가장 잘 느끼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옌롄커의 문학적 고백이자 결산이라고 할 수 있다.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들던 소설의 실제 배경들이 소개되면서 놀랍기도 했고,
글쓰기의 원리를 깨닫게 됐던 손전등을 들고 다니던 맹인 이야기,
중국에서 금서가 가지는 이중적 의미,
중국에는 중국이라는 나라와 중국의 역사, 중국의 현실 그리고 '중국식 인류'에 부합하는 중국 문학이 존재하지 않으며,
자신의 글쓰기는 '미지와 회의, 시험'의 상태에서 뭔가를 찾으면서 바쁜 걸음을 옮긴다고 고백하는 옌롄커.

''불안, 두려움, 초조함이 평생 그의 뒤를 따라 다녔지만 오히려 이로인해 그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중국의 현실을 봤고 이를 작품으로 쓸 수 있었다.''

''살아있는 한 나는 글을 써야 하고, 글을 쓰는 한 필연적으로 초조와 불안, 두려움이 따라 다닌다.''

''존엄 없이 살아가는 것. 이것이 바로 중국 인민들의 생존 현실이다.''

''농민들이 순수문학을 읽지 않는 것은 그들의 생활과 일상, 행위가 전부 순수문학이기 때문이다.''

적응도 하기 전에 빠르게 변화했던 중국 사회가 이제 또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요즘, 과연 옌롄커가 무사할 수 있을지 걱정 된다.

혹여 옌롄커가 노벨상을 받는다면 이 책에서 썼던 이 말을 떠올릴 것 같다.
''어쩌면 셰익스피어가 자신이 위대한 작품을 써낼 수 있는 위대한 재능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처럼 중국 작가들이 비천한 시대에 깨어 나오지 못했기 때문에 위대한 중국 이야기를 써내게 될지도 모른다.''

그는 이미 위대한 중국 이야기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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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새로운 글쓰기 옌롄커 | 기본 카테고리 2022-09-27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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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작렬지

옌롄커 저/문현선 역
자음과모음 | 2020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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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번역된 옌롄커의 소설을 다 읽었다. 이 책이 마지막 권이다. 2013년 작품이니 최근작이다.

이 책은 옌롄커 작가가 '자례'라는 마을에 대한 역사지리서를 써달라는 의뢰를 받아 직접 쓴 것이라고 자세한 연보까지 첨부하면서 시작한다.
정말? 음~ 설정이다.
자례는 허구의 도시다. 그러나 여느 중국의 대도시 같다.
또한 이 책은 단편 '류 현장'을 발전시켜 쓴 장편같다. 마을을 키우는 도입부는 단편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작은 시골 마을인 '자례촌'이 진이되고 현이되고 시가 되고 직할시까지 되는 과정을 그리고있다.
문화대혁명이 대대적으로 시작되는 시절 쿵씨와 주씨는 자례촌에서 양대 파벌을 형성했다. 쿵씨 가문의 네 아들 중 둘째 '쿵밍량'은 주도적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례촌을 키운다. 도적질과 매춘을 권장하고 그것으로 돈을 모으고 마을은 번창해간다. 마을이 커지고 돈을 많이 가질 수 있다면 수단 따위는 모두 정당화 된다. '쿵밍량'과 '주잉'은 전략적 결혼을 하고 서로에게 두 가문의 오래된 복수도 하며 자례촌과 운명을 함께 한다.

마술적 묘사가 이야기 전반에 걸쳐 나오는 게 인상적이다.
느릅나무에 배꽃이 피었지만 동백나무 향이 나고, 잘 되가는 일은 지나가기만 해도 잎이 나고 꽃이 피며, 안되는 일은 옆의 풀들이 다 죽어 버리고, 시계가 멈추면 사람이 죽는다는 식이다.

세상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보편적 황당함 속의 인물과 사건에서 비롯된 '신실주의'로
한 도시의 흥망성쇠를 보여줌으로써 중국 전반에 대한 이해를 조금 더 할 수 있었다.
작가의 말을 보면,

''모두 진실 같지 않고 인류의 상식적 논리에 부합하지도 않는다...
이곳은 새로운 나라면서 오래된 나라다. 극도로 봉건적이고 전제적이지만 무척 현대적이고 풍족하다...
따라서 진실하지 않은 진실과 존재하지 않는 존재, 가능하지 않은 가능을 내포한다...

전 세계가 오늘날 중국에서 날마다 발생하는 기이한 일들에 아연실색할 때, 모든 중국 작가는 그러한 인류 역사와 경험을 초월하는 실재 앞에서 현실에 대한 글쓰기가 얼마나 무능하고 무기력한지 느꼈다.
세계문학의 모든 유파와 주의, 기교가 중국의 기이한 이야기 앞에서는 거센 탄식을 내뱉을 것이다.
중국의 현실은 새로운 글쓰기를 강요하고 있다.''

나의 짧은 식견으로 잘은 모르겠지만, 분명 옌롄커는 중국에 대한 새로운 글쓰기를 하고 있으며 전 세계를 주목하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진짜 몇 년 안에 노벨상을 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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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대혁명 | 기본 카테고리 2022-09-26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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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사서

옌롄커 저/문현선 역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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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도 읽어도 옌롄커는 새롭다.
제목만 보고는 무슨 내용일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
우리가 아는 사서四書는 논어, 맹자, 대학, 중용인데
이 책에서는 <하늘의 아이>, <죄인록>, <옛길>, <시시포스의 신화>로 구성된 사서四書다.

황허강 주변 황량한 땅에 강제수용소 99구가 있다. 전국의 지식인들 중 '사상이 불충한' 자들을 99구에 모아놓고 건전한 육체노동을 통해 당에 충성을 배우고 사상을 개선하도록 힘겨운 목표량의 노동을 시킨다.

이들을 관리하는 감독은 사춘기 소년 공산당원 '아이'다. '아이'는 죄인들이 서로 감시하며 밀고를 하면 붉은 종이꽃을 주는 '홍화오성제'를 시행한다. 종이꽃 125송이를 모으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실험'은 머리를 써서 어떻게든 수용소를 벗어나려 하고, '학자'와 '음악'은 서로 사랑하지만 매우 조심하고, '작가'는 <죄인록>에 이들의 수상한 점을 쓰면서 밀애 현장을 잡고 싶어한다. '작가'는 <죄인록>을 '아이'에게 보여주고 종이꽃을 모으면서 몰래 종이와 잉크를 남겨 본인의 역작 <옛길>을 쓴다.

끝없이 올라만 가는 생산량과 불가능한 미션에 모든 게 바닥나고 대기근이 찾아온다. 상상할 수 없는 대기근은 참혹하다는 말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마지막까지 지키고 싶었던 자존심과 인격은 모두 뭉개진다. 처참한 환경 속에 사람들은 사람이길 포기하게 되고 '아이'는 뜻밖의 놀라운 결정을 내리는데...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이 어땠는지 많은 작품과 기록에서 봤지만 언제봐도 답답하고 가슴 아프다.
이렇게 대놓고 문화대혁명을 표현하니 이 책도 당연히 금서가 된다. 2011년 작품이니 옌롄커는 정말 용감한 건지 무모한 건지...

소설은 이제 한 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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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을 가르치는 대학교수 | 기본 카테고리 2022-09-24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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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풍아송

옌롄커 저/김태성 역
문학동네 | 2014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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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롄커의 이번 책은 대학 교수 '양커' 이야기다. 베이징대학을 겨냥했다는 비판을 받으며 대대적인 논쟁을 일으켰다고 한다. 역시 중국에서 가장 쟁의가 많은 작가.
농촌과 농부의 이야기를 주로 해오던 옌롄커는 이 책에선 '중국 당대 문학에서 최초로 지식인을 소재로 한 소설'로 '옌롄커의 정신적 자서전'이라 평가받으며 중국 지식인들의 민낯을 보여준다.

제목 '풍아송(風雅頌)'은 중국 최고의 시가집인 '시경'에 수록된 삼백다섯 편의 시를 내용별로 분류한 일종의 종목이라 할 수 있다. '풍(風)'은 민간에 떠돌던 민가이고, '아(雅)'는 조정의 음악이며 '송(頌)'은 선조들의 덕을 기리는 노래다. 작가는 시경의 작품 제목으로 장을 구성한다.
시경은 제목만 들었지 읽을 생각은 없었는데 이 책을 읽으니 아무래도 '시경'도 읽어야 할 듯하다. 이러다 사서삼경 다 읽는 거 아닌가 몰라.

시골 출신이나 최고 대학인 칭옌대학의 교수가 되어 '시경'을 가르치는 '양커'는
아내 '자오루핑'과 부총장 '리광즈'의 불륜 현장을 보고만다.
양커는 미적지근하고 답답한 반응만 보이고
모래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 학생들과 함께 한 일이 하필 6월 4일이어서 학교에서 정신병원으로 쫓겨나지만
정신병원에서 도망친 양커는 자신의 고향 첸스촌으로 가서 옛 연인 '링쩐'을 찾고 천당거리를 헤매는데...

그동안 중국의 깊은 속살인 인민들의 힘겨운 삶을 봤다면 이 책은 대학과 지식인들도 글 모르는 농촌의 인민들과 별반 차이가 없음을 느끼게 한다.
옌롄커 특유의 예측할 수 없는 서사는 이 책에서도 여실히 펼쳐진다. 읽으면서 옌롄커의 펜끝에 이리저리 끌려다닌 느낌이었다. 이런 책인가, 아니 저런 책인가 알 수 없이 그저 책장만 부지런히 넘길 뿐이었다.

옌롄커는 이렇게 얘기했다.

''몇 년 전 중국에서 이 책이 출판되고 나서 당시 벌떼 같은 비평과 비판, 쟁론에 부딪혔을 때... 그저 '풍아송'은 내 정신적 자서전이라고, 나 자신에 대한 따돌림이자 비판이라고만 했다...
이 작품의 탄생은 내 생명 전체를 관통하는 글쓰기에서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작품이 되었다.''

''현실은 상상보다 더 부조리하다.
글을 쓴다는 건 인생에 대한 도둑질, 죽음이 엄습한 곳에서 생명을 도둑질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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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록 슬프고 아름다운 꿈 | 기본 카테고리 2022-09-23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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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나와 아버지

옌롄커 저/김태성 역
이지북 | 2012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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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현실이 혼재된 방대한 서사를 쓰는 옌롄커가 자신의 이야기를 썼다.
어느날 여동생이 우리 집안에 대한 얘기도 써보라는 말에 옌롄커는 ''순전히 우리 아버지 세대의 쌀과 땔감, 기름과 소금에 관한 글을 쓰기로 마음 먹었다.''

중국 최고의 문제 작가이며 금서가 된 책이 수두룩한 옌롄커지만
이 책은 당당히
'2009년 중국 10대 도서',
'2009년 중국 30대 필독서'다.

아버지, 큰아버지, 넷째삼촌의 삶을 중심으로 1950~1970년대 중국의 고단한 삶을 살았던 모습들을 소설이 아닌 진솔한 사실 이야기로 들려준다.

아버지 이야기는 소설속 이야기들이 허구가 아니라 사실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고, 아버지가 오히려 소설속 주인공 같았다.

큰아버지의 말씀은 주옥같다.
''젊어서 열심히 일할 때는 항상 삶과 사이좋게 지내도록 해라. 그러다가 늙어서 질병과 고독이 찾아오면 이번에는 죽음과 사이좋게 잘 지내야 할 게다. 죽음이라는 것이 사실은 매 시각 그림자처럼 너를 따라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돼. 그렇다고 죽음이 항상 널 따라다니는 사실을 매일 기억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

넷째삼촌 이야기에는
''도시 사람들은 '세월'을 '삶'이라 부르고 시골 사람들은 '삶'은 '세월'이라고 부른다.''
'이터우천'_ 시골 출신이면서 아내들은 전부 시골에 남아 농사를 짓고 있는 도시 노동자의 애환이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옌롄커 문학은 '생존과 존엄'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에세이에서 더 깊은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중국 문단에서 옌롄커는 항상 '시대와 불화 하는 작가'로서 호치(虎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원인은 그가 소설을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예술'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감하게 현실을 마주하여 모든 사회적, 정치적 금기에 구애받지 않고 현실을 죽도록 슬프고 아름다운 꿈 이야기로 전환시키는 것이 바로 다른 작가들이 흉내 내지 못하는 옌롄커 문학의 고유한 서사 전략이다.''

이 책은 소설이라고 우길 수 없어서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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