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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책 | 기본 카테고리 2019-10-14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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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책의 책

키스 휴스턴 저/이은진 역
김영사 | 2019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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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물건의 역사 - 책의 책

저는 지인들 사이에서 소문난 ‘마이너스의 손’입니다. 손으로 하는 건 영 소질이 없거든요. 사진으로 나를 어필한다는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데도 사진이 늘 흐리멍텅합니다. 도대체 금손이신 분들은 어떻게 태어나신 건지... 전 당연히 사진 찍는 것도, 찍히는 것도 그닥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책 ‘책의 책’ 만큼은 정말이지 아무리 날것 그대로의 사진일지라도 안 보여드릴 수가 없습니다. 책의 구성과 디자인, 그리고 디테일이 너무도 살아있기 때문이죠.

겉표지의 설명 보이시나요? 자세히 보세요. 책머리부터 책발까지 모든 디자인과 구성이 설명되어 있답니다. 게다가 책의 디자인과 색감도 예전의 오래된 책을 보는 느낌이라 어찌나 맘에 드는지요.

뒷표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추천사부터 약력까지 설명이 간단하게 쓰여 있습니다.

책의 옆모습도 그냥 넘어갈 수 없죠. 머리띠싸개부터 출판사 로고까지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친절합니다.

속지도 마찬가지죠. 감상해보실까요.

사실 요새 책 좀 읽는다 하시는 분들치고 전자책 안 읽으시는 분들 없으시더라구요. 트랜드에 발맞추지 못해서, 라고 하면 좀 서운하구요, 전 아직까진 전자책의 매력을 느끼지 못해서 아날로그 감성을 한껏 살린 종이책만을 읽고 있습니다. 이런 종이책의 매력을 역사를 통해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이 책 '책의 책'입니다.

저는 종이책을 읽으면서 이토록 책이 풍족한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에 대해서는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었습니다. 파피루스와 양피지를 사용한 종이 대용의 글쓰는 재료를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인지를 책을 통해 알게 된 후로는 다행이라는 생각과 부끄럽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더군요. 종이 뿐 아니라 잉크와 필사도 마찬가지죠. 사실 저도 필사에 몇 번 도전해 봤지만 대단한 인내심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거든요. 마지막을 성공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게다가 저는 읽기의 또다른 방법 - 가장 느리게 읽는 방법 - 이라는 측면에서 필사에 도전했던것이지 정말 책의 내용을 전파하기 위한 방법은 아니었기에 필사를 노동으로 하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지는 상상도 되지 않습니다. 오죽하면 종교개혁의 가장 큰 단초가 된것이 인쇄술이라고 후세 사람들이 평가했을까 싶네요.

사실 책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책, 그 자체에 대해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해보진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책에 대한 지식도 그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책 ' 책의 책'을 읽고 나니 책이 풍족한 세상에 살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분들의 노력과 고민이 있어 왔을지 상상이 됩니다. 책에 대한 열정을 지닌 분들이 지금의 세상, 평생 읽기에도 벅찬 정도로 책이 풍족한 세상을 만들어 주었다고 생각하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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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언니에게 | 기본 카테고리 2019-10-06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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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이제야 언니에게

최진영 저
창비 | 2019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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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호가 깁스를 풀고 목발 없이 걷게 되면, 어른이 되고 서른이 되면, 사람들은 승호의 교통사고를 거의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내게도 그럴 수 있을까? 내게 달라붙은 더러운 소문과 억측을 지우고 나를 대할 수 있을까? 승호는 교통사고를 비밀로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난, 내가 저지른 게 아니라 당한 것임에도 비밀로 해야 한다. 들키지 않으려고 전전긍긍 눈치를 보고 거짓말해야 한다. 누군가를 내게 당당하라고 하겠다. 주눅 들지 말고 떳떳하게 살라고 말하겠지. 그런 말도 역겹다. 누구도 내게 떳떳해져라 당당해져라 말할 수는 없다.

이제야 언니에게 p132

이 책 '이제야 언니에게'는 내 잘못이 아닌데, 내가 비난받고 내가 아파하고, 내가 가해자가 되는 불행을 겪은 소녀, 제야가 이 불행을 어떻게 견디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대부분의 이야기들처럼 이 불행을 제야가 잘 극복하고 결국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이야기였다면 얼마나 행복했을까요. 하지만 이 이야기는 불행을 극복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견디는 이야기입니다.

분량이 긴 책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읽기 어렵거나 힘든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많이 필요했던 이유는 읽는 내내 감정이 어딘가에 꾹 눌려 있어 그 불편함을 참기 힘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제야가 겪은 불행은 너무 특별하고 보기 힘든 일이라서가 아니라, 주변에서 쉬쉬하면서도 어디선가 들려오던, 앞에서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누군가는 누군가에게 전달해주던 이야기라서 더욱 불편했던 것 같습니다. 2016년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 후 ‘나는 우연히 살아남았다’라는 표현이 모든 여성들의 마음을 그대로 대변해 주었던 것처럼 ‘이제야 언니에게’에서 하고 있는 이야기 역시, 여성이라면, 더욱이 나이가 어리다면, 그리고 누군가로부터 힘의 논리에 지배되어 봤다면, 누군가의 아픔을 직간접적으로 건드리고 있지 않은가 생각해봅니다.

왜 자신에게 이런 불행한 일이 일어났는지, 가해자가 왜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 끊임없이 이해하려 했던 제야가 결국 가해자는 괴물도 아니고 짐승도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고 느껴야 했던 좌절감이 가장 마음 아팠습니다. 친절한 동시에 비열하고, 진실한 동시에 비열한 인간의 본성을 마주한 제야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려 했던 자신을 그냥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가해자와 자신의 불행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멈춥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삶. 그것이 제야가 선택한 길이지요.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이제야 언니에게'의 '이제야'는 단어인 부사 이제야로서 ‘말하고 있는 이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라는 의미라고 생각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작가가 이중적 의미를 도모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주인공의 이름일수도 있지만 10년이 지난 '이제야' 그 불행을 이야기하기엔 너무나 늦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의 이야기, 책 속의 이야기로만 치부해버리지 말고 어째서 피해자가 피해자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부여받을 수 없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제야처럼 이제야 그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아니라 불행한 일이 벌어졌을 그 당시에도 당장 이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는 세상이 되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 역시 우리 모두의 숙제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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