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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적 고전살롱 : 가족 기담 | 기본 카테고리 2020-06-30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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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문제적 고전 살롱 : 가족 기담

유광수 저
유영 |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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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담(奇談)이란 이상야릇하고 괴상한 이야기를 말합니다. 그런데 이책의 제목은 가족기담입니다. 가족들간에 발생한 이상한 이야기라는 거죠. 게다가 고전을 통해서 가족들간의 괴상한 이야기들을 풀어보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목이 ‘문제적 고전 살롱 : 가족 기담’입니다.

서양의 백설공주나 신데렐라 같은 동화도 원작으로 읽어보면 상당히 잔인한 부분이나 그 시대에서만 허용되던 사회적 통념같은게 담겨 있다고 하잖아요. 마찬가지로 이 책 ‘문제적 고전 살롱 : 가족 기담’은 우리의 전통 설화나 민담 그리고 고전 소설 속에 등장하는 우리의 비틀린 욕망을 하나씩 끄집어냅니다.

1장 '불변의 희생양 메커니즘'에서는 쥐 변신 설화와 옹고집전, 김동인의 배따라기에서 왜 며느리들이 남편의 부재에 대한 죄를 대신 받는 희생양이 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게다가 그 죄값을 치루는 장면이 잔인하고 그로테스트까지 한 이유를 설명합니다. 잘못에 대한 희생양으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당하고 처벌당하는 설움, 그리고 그녀들을 타자화함으로써 그 외 사람들이 느끼게 되는 안도감의 매커니즘을 걸죽한 입담으로 설명합니다.

특히 김동인의 '배따라기'에서 등장하는 쥐 잡는 장면에서 ‘왜 하필 쥐인가?’를 설명해주는 데, 쥐라는 동물이 가진 성적인 은유와 자식이라는 상징성에 소름 돋더군요. 생각해보면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에 등장하는 쥐나 아이들이나 다 같은 맥락이잖아요.

2장 '열녀 이데올로기'는 열녀만들기와 효자만들기가 제도권 내에서 왜 필요했으며 어떻게 체계적으로 자리잡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합니다. 양반 집안에서만 여자가 재가가 불가했던 이유는 제한된 관직의 수를 놓고 지나친 경쟁이 벌어지지 않도록 ‘그들만의 리그’를 안정적으로 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였을 뿐이라니 기가 찰 따름입니다. 하지만 열녀가 되기를 은근히 강요하는 주변인들도, 열녀가 되기를 바라는 본인도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무의식적으로 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되었다는 사실이 더 끔찍하더군요.

3장 '처첩의 세계'는 홍길동전과 사씨남정기 그리고 춘향전을 통해 처첩의 문제와 적서차별의 문제가 어떻게 얽혀 있는지, 그리고 또 어떻게 분리되는지를 보여줍니다. 홍길동은 서자라는 신분 때문에 서러움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바다 건너 율도국을 정벌하고 왕이 된 후에는 처첩을 거느리고 행복하게 살았다,라고 결말을 맺습니다. 본인도 첩의 자식이라 그렇게 서러움을 겪었는데 결국 첩을 두다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결국 이 소설의 결말이 보여주는 것은 적서차별에 대한 비판이었지 처첩제도에 대한 비판은 아니었다는 것에서 홍길동전의 한계가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4장 '가부장의 이중생활'에서는 구운몽과 옥루몽을 통해 기녀들에게조차 옭아맨 남성들의 독점욕, 정절과 포르노그라피를 동시에 꿈꾸는 남성들의 성적들의 판타지에 대해 다룹니다. 왜 읽기로 정했는지 이유는 기억은 나지 않지만 오프 모임에 구운몽이 선정도서로 결정된 적이 있습니다. 읽는 내내 남성들의 성적 판타지를 채워주는 책이구나 싶어 혀를 끌끌 찼던 기억이 납니다. 게다가 어머니가 적적하실까봐 기쁘게 해드리려고 써낸 글이라니 더욱이 김만중이 이해가 가지 않더군요. 예전에는 교과서에까지 실렸던 작품이라니 세상이 빨리 변해가긴 하는구나 싶네요.

5장 '욕망의 짝패'에서는 처첩의 이야기가 다시 한번 반복됩니다. 다만 가부장적 아래에서 제도적인 억압에 거부할 용기 없이 처와 첩간의 갈등만이 살벌했다는 분석을 해줍니다. 마치 갑이라는 남편은 저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데 을끼리 벌이는 전쟁 같은 느낌이랄까요.

6장 '무능 열전'에서는 흥부전, 심청전, 그리고 변강쇠가를 통해 무능한 남편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7장 '은폐된 폐륜'에서는 손순매아와 헨젤과 그레텔, 그리고 장화홍련을 통해 가정내에서 벌어지는 조용한 폭력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장화홍련의 해석을 읽으면서 놀란 부분이 많았습니다. 장화홍련의 아버지 배좌수는 왜 혼기가 꽉찬 장화를 시집 보내지 않았을까. 왜 계모 허씨는 시집가버리고 나면 남의 집 사람이 될 장화를 그렇게 미워했을까. 장화가 외간 남자와 사통했다는 모함을 받았을 때 왜 배좌수는 계모 허씨의 계략에 의문 없이 동의했을까. 홍련은 장화가 죽은 뒤 왜 자살했을까. 마을 원님에게 나타난 장화와 홍련의 원귀 중 왜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은 유독 홍련일까.

이 모든 의문의 답을 찾아가다보면 가정내 성적 학대의 가능성이 읽힌다는 해석의 아귀가 너무 잘 맞아떨어져 놀랠지경이었습니다. 그러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 계모 허씨만 처벌받고 아무런 책임도지지 않은 배좌수의 모습에서 가부장제의 부당함을 다시한번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8장 '자식 사랑 패러독스'에서는 해와 달이 된 오누이와 여우누이를 통해 편애와 과잉된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님을 이야기합니다.

9장 '가족의 재탄생'에서는 최고운전과 견휜의 탄생 설화인 야래자설화, 지하대적퇴치설화를 통해 자식이란 고로 부모를 배신(?)하고 세상으로 나아가야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세대교체의 필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가족이란 혈연으로 맺어진 가장 가까운 관계이기에 친근하고 믿을 수 있는 사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속에도 역시 여느 인간관계와 마찬가지로 욕망과 욕구가 존재합니다. 사회적인 권력 관계와 계층 역시 존재합니다. 어쩌면 가족관계라는 것이 사적이기 때문에 이런 갈등관계와 욕망의 추구는 더욱 은밀하게 감추어져 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고전과 설화 등을 통해 그 속에 숨겨진 이데올로기와 개인적 욕망, 그리고 사회적 제도의 문제를 짚어 본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책이었습니다. 게다가 작가분의 입담이 어찌나 걸걸하고 시원한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어릴적 TV프로그램 ‘전설의 고향’의 주요 레파토리 중 하나였던 열녀문이나 효자이야기, 그리고 자식을 낳지 못해 구박받던 며누리이야기, 외동아들에 대한 비틀린 내리사랑, 그리고 처첩간의 질투가 당시에는 아무 생각 없이 즐겼던 재미있는 주제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생각해보니 무의식 중에 사회 지배층의 강요된 사고방식과 개념을 주입당해왔던 것은 아닌지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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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의 역설 | 기본 카테고리 2020-06-29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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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력의 역설

애덤 카헤인 저/정지현 역
메디치미디어 |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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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 협력해야 하는 세상>

이 책은 부제 그대로 '생각도 다르고, 좋아하지도 않고, 신뢰도 없는 사람과 함께 일하는 방법'을 다룬 책입니다. 다른 사람과 협력을 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있어 이제 더 이상 생소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초등학교에서는 모둠학습 위주의 협력학습을 강조하고, 대학에서는 팀별 과제가 일반적이며, 회사에서는 팀별로 성과를 측정합니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일하는 것 까지는 어떻게 보면 이젠 흔한 일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믿을 수 없는 사람, 동료는 고사하고 적과는 어떻게 협력해야 하는 걸까요?

<스트레치 협력이 필요한 이유>

지금까지 우리가 변화를 추구하는 방식은 두가지 전제를 바탕으로 해왔습니다. 첫째는 다른 사람들과 세상에 도움이 되는 최선을 방법을 찾아내는 엘리트 집단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지도자와 전문가로 이루어진 엘리트 집단은 최선의 해결책을 고안해 낸다는 것이지요. 둘째는 문제를 해결책을 찾기만 하면 더 나은 미래로 나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행동 방식은 최선의 이론일 뿐, 실제 현장에서는 구성원들간의 갈등과 이해차이로 인하여 협력을 일구어낸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 애덤 카헤인이 주장하는 것이 바로 스트레치 협력입니다.

<문제상황에서의 선택지>

우리가 문제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태도는 4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적응 강제, 협력, 퇴장입니다.

적응은 문제 해결의 방법을 정부나 엘리트 집단에게 대행으로 맡기는 것입니다. 상황을 참고 견디는 일방적인 방법입니다. 소극적인 해결방식이죠.

강제는 일방적으로라도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밀어붙이는 방식입니다. 전근대적인 사회에서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협력은 상황을 바꿀 수 있는 다자간 의견교환으로 상향식 문제해결법이니다.

퇴장은 문제상황의 변화도 요구하지 않고 상황을 참아내지도 않는 일종의 포기 상태입니다.

문제 상황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을 좀더 알아보기 쉽게 도표화 한다면 아래와 같이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 네가지 상황중에 협력이 가장 최선이고 올바른 디폴트 선택이라고 대부분은 생각하지만 협력이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절대적인 해결책이 아닌 것이지요. 협력이 항상 옳거나 항상 틀린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상황에 따라 가장 적절한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물론 거기에 따르는 위험 요소는 당연히 감당해야 하는 거구요.

<스트레치 협력>

전통적인 방법에 의한 협력에는 통제가 필요합니다. 목표 설정, 달성 계획, 실행의 과정에서 특히 개인의 일에 대한 통제를 전제로 합니다. 하지만 스트레치 협력은 통제와 억압에서 벗어난 협력의 방식입니다. 바로 이 책의 저자 애덤 카헤인이 주장하는 새로운 협력 방식입니다.

그렇다면 문제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이 하나 더 늘었다는 걸 알수 있겠죠? 바로 아래의 표와 같이 말이죠.

이 스트레치 협력의 기본 원리는 다음의 세가지입니다.

첫째, 팀과 관계를 맺는 방식입니다. 전통적인 의미의 협력이 팀 전체의 화합과 대의, 그리고 전체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스트레치 협력은 모든 사람의 입장이 타당하고 가치있음을 인정합니다. 즉 개인에 대한 수용이 먼저이며 갈등을 있는 그래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둘째, 팀의 과제를 진전시키는 방법입니다. 전통적 협력에서는 팀 전체의 합의를 끌어 낸 후 계획을 실행하는 과정을 거쳤다면 스트레치 협력은 다양한 관점과 가능성을 시도하고 실험해 나가면서 한 번에 하나씩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나갑니다. 즉, 함께 배우는 경험을 통해 진전을 이루어나갑니다.

셋째, 상황에 참여하는 방식, 즉 우리가 수행하는 역할입니다. 기존의 협력이 타인을 설득하여 변화시키고 통제하려는 방식이었다면 스트레치 협력에서는 열린 태도로 자신의 방식을 바꿉니다. 그래서 스스로가 문제해결에 일조하는 있다는 점을 깨닫습니다.

사회가 복잡해져 감에 따라 우리는 협력자의 폭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더욱 적어졌습니다. 이제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동료를 넘어 적과도 협력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졌습니다. 요 며칠 남과 북, 그리고 미국과의 정세만 보아도 믿을 수 없는 적과 협력을 해야 한다는 어불성설의 상황이 국가적으로 혹은 개인적으로 얼마나 자주 벌어지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완전무결한 이론적 맥락에서의 협력이 아닙니다. 현실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협력은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영향력을 인식해 더 빠르고 정확하게, 어제보다 나은 나로 적응하고 발전해 나가는 것입니다. 어쩌면 가장 어렵다고 생각되는 갈등 상황에서 가장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는 저자의 말에 이 책은 단순히 협력의 기술을 알려주는 것을 넘어 삶의 기술을 알려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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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 | 기본 카테고리 2020-06-27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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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유원

백온유 저
창비 |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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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살리기 위해 누군가가 희생했다면? 나를 살리기 위해 누군가는 목숨을, 누군가는 다리를 잃었다면? 그래서 사람들이 나에게 그들의 몫까지 제대로 살아야 한다고 강요한다면 나만의 삶의 살 수 있는 걸까?

 

 

‘유원’은 이런 의문을 가진 여고생입니다. 그 아이가 자신의 삶에서 타인을 덜어내고 온전한 나 자신이 되어 가는 이야기가 바로 이 책 '유원'입니다.

 

 

 

11층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언니는 이불에 말아 동생인 유원을 아래로 던져 살려냅니다. 언니는 현장에서 질식사합니다. 그런 유원을 받아낸 일면식도 없던 아저씨는 충격에 못 이겨 한쪽 다리가 으스러지고 그 다리는 영영 돌아오지 않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지 10년이 지났지만 동네에 유원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학교에서도 동네에서도 '이불아기'로 알려진 유원은 특별한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아이 혹은 희생자들의 몫까지 살아내야 하는 아이로 인식됩니다.

 

쟤, 걔 아니야?

라는 말 한마디면, 11층에서 떨어졌는데 살아남은 아이, 바로 걔, 유원을 가리킵니다. 모두가 자신에 대해 알고 있기에 유원은 어느 누구에게도 자신의 내면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친구 혹은 부모님이라고 해도 말이죠.

 

괜찮은 듯 괜찮지 않은 위태로운 균형감을 유지하던 유원의 일상에 수현이라는 친구가 나타나면서 균형은 깨어지고 위태로움의 민낯이 드러납니다.

 

 

언니의 목숨값까지 살아내라는 주변 사람들의 무언의 압력. 나 때문에 다리가 망가져 버린 아저씨가 부모님에게 끊임없이 요구하는 금전적인 압력. 유원은 자신을 살려낸 언니도 아저씨도 너무나 밉습니다. 그리고 그 미움은 절대로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는 어두운 비밀이죠.

 

유원에게 있어 자신의 삶은 온전한 나의 것이 아닙니다. 못하는 것 없이 성품마저 완벽했고 공부, 외모, 예체능에 글짓기까지 잘 해 냈던 언니의 대용품 같은 거죠. 게다가 나를 살려준 아저씨도 계속된 금전적 요구 때문에 이제 더 이상 고맙지도 않습니다.

 

 

 

절친인 수현과 옥상에서 불꽃놀이를 보기로 한 날, 진실게임을 하던 유원은 이제 일생 최대의 비밀을 친구 수현에게 밝히기로 결심합니다. 나는 나를 살려낸 언니를 미워한다고 이야기해 주려고 합니다. 하지만 친구 수현은 유원이 상상하지도 못한 비밀을, 유원의 것보다 훨씬 더 잔인한 비밀을, 유원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비밀을 이야기합니다.

 

 

이 책 '유원'은 한 아이가 온전하게 자신이 되어가는 성장소설입니다. 결국은 누군가에게 아무리 비싼 목숨값을 빚졌더라도 나의 삶은 온전한 나만의 것이 되어야 한다는, 혼자 서야만 한다는 것을 이야기해 줍니다.

 

 

성장 소설이라는 면에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이야기이지만 그 외의 이야기들도 반드시 짚고 넘어야 가야 할 만큼 충분히 의미 있습니다.

 

 

인터넷상의 댓글이 아무리 긍정적인 이야기라고 해도 당사자에게는 어떻게 무책임한 폭력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타인에 대한 관심이 어떻게 폭력으로 쉽게 탈바꿈되는지 이야기해 주는 것과 같습니다.

 

 

또한 누군가가 비극을 겪었다고 해서, 그가 아픈 상처를 지니고 있다고 해서 무작정 그에 대한 특별한 대우와 보살피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어쩌면 또 다른 상처를 낳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해줍니다. 가끔은 지나치게 까칠하고 사람 가리는 유원이 다른 아이들로부터 특별한 아이로 여겨졌기 때문에 무난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 유원 자신은 불만입니다. 보통의 아이들보다 더 조심스럽게 대하는 태도는 오히려 유원을 더 불편하게 하고 상처를 입힙니다. 그래서 다른 도시에서 전학왔다는 수현에게 쉽게 마음을 열 수 있었던 것이지요.

 

 

성장소설이라는 면을 넘어서도 생각해 볼 것이 많은 소설이었습니다. 특히 나에게로 이르는 길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라는 만고의 진리를 담담하게 이야기해주는 것 만으로도 내자리를 찾아 방황하는 이들에게 마음의 위안을 주는 책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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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 기본 카테고리 2020-06-27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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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통영

이서후 저
21세기북스 |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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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같이 여행 가기 어려운 때 여행책을 읽으면 오히려 더 괴롭지 않나?' 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하지만 그동안 '대한민국 도슨트' 시리즈는 여행책이라기보다는 한 도시와 도시의 기억에 대한 책이라고 생각해 왔어요. '춘천' 편은 특히 도시의 과거 기억에 대한 책이라고 생각했고요, '신안' 편은 현재의 기록에 대한 책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이번 통영 편은 여행을 위한 책이 맞습니다. 통영이 간절히 가보고 싶게 만들어주는 책입니다. 전 아직 통영을 가보지 못했습니다만 이번 '통영' 편만큼이나 여기저기 가고 싶고, 먹고 싶고, 보고 싶은 마음으로 읽은 대한민국 도슨트 시리즈 편은 처음입니다.

<예술의 도시>

통영이 박경리 작가와 유치환 시인 그리고 김용익 작가의 도시라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특히 박경리 작가의 '김약국의 딸들'에 등장하는 배경 하나하나가 통영의 구석구석을 묘사했다는 부분에서 박경리 문학 동네나 박경리 묘소 등구지 박경리 작가의 이름이 언급된 장소가 아니더라도 박경리 작가의 작품을 느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들었습니다.

청마 유치환 시인의 유명한 우체통이 통영이라는 사실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사실입니다. 그 우체통이 있던 곳이 지금의 중앙동 우체국이라고 합니다. 어렴풋이 들어본 이영도 시인과의 열애는 읽다가 궁금해져서 결국 검색까지 해봤네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애틋함과 문학적 감성을 나누는 플라토닉 한 사랑이라는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순수하게만 바라볼 수가 없더군요. 유치환 시인의 편지를 모아 펴냈다는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행복하였네'라도 읽어보면 그들의 관계에 대해 좀 더 이해할 수 있을는지는 모르겠지만 책을 출간한 이유부터 저는 납득이 잘되지 않습니다.

통영은 윤이상이라는 걸출한 음악가의 도시이기도 합니다. 윤이상이 고향 통영으로 돌아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걸림돌이 있었는지를 읽으면서 정치적으로 불안했던 시대에 고통받았던 피해자는 아니었을까 잠시 생각해봤습니다.

이런 예술가들의 도시일 뿐 아니라 유명한 동피랑 벽화마을이나 통영옻칠미술관, 통영국제음악당 등이 도시 전체에 예술적 분위기가 가득하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

아마 통영에 가게 된다면 동피랑 벽화마을과 통영이 한눈에 보인다는 서피랑은 꼭 가보게 될 것 같습니다.

<역사적 의미>

위에서 언급한 박경리 작가와 윤이상 음악가도 물론 유명하지만 통영 하면 뭐니 뭐니 해도 생각나는 분은 당연히 이순신 장군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하지만 막상 이순신 장군을 기리는 상징적인 장소는 이외로 없는 것 같더군요. 그럼에도 국보 305호라는 통제영 관아의 중앙 건물인 세병관이나 당포 성지와 같은 장소는 여전히 역사적 가치가 있는 곳입니다.

특히 옻칠로 유명한 통영에 있는 통영옻칠미술관 편을 읽으면서 통영의 전통 옻칠을 알리기 위해 영어 단어에 Ottchil이라는 고유명사를 정착시키려 노력했던 김성수 관장의 이야기에 우리 것을 지키고 알리려는 분들의 노력을 다시금 생각해봤습니다.

<먹거리 >

여행하면 역시 먹거리 아니겠습니까. 제가 여행다니는 커다란 이유 중 하나죠. 게다가 통영 하면 모르긴 몰라도 생각나는 것들이 있잖아요. 통영 굴 같은 거죠. 통영 분들은 워낙 굴이 싸고 싱싱해서 굴 요리를 음식점에서 먹지 않고 집에서 드신다는군요. 그리고 몰랐던 사실인데 멍게가 유명하군요. 작가가 추천한 굴 코스요리와 멍게비빔밥을 통영 여행 먹거리 리스트에 올려놓았습니다.

도다리쑥국도 통영에서 시작된 음식이라는군요. 쑥과 도다리를 함께 요리할 생각을 하다니, 누가 시작한 요리인지 대단하십니다. 비타민이 풍부하여 봄에 먹는 대표 영양 식품이라는데, 지금은 사시사철 먹을 수 있는 거겠죠. 전통 시장인 서호 시장에 가면 장어 육수로 맛을 낸 시래깃국인 시락 국과 가락국수를 기본 하여 하여 위에 짜장 소스를 올려주는 어쩌를 먹을 수 있다고 하니 이들 역시 먹거리 리스트에 올려봅니다.

통영만의 독특한 술집 문화라는 '다찌' 역시 지금은 그 의미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상당히 매력적인 부분입니다. 다찌는 안주를 따로 주문하지 않고 정해진 금액을 내면 한상 차려 나오는 술상입니다.

내 발로 다녀온 여행은 생생하고 강렬하지만 미처 정리되지 않은 인상으로만 남곤 한다. 일상에서 우리가 느끼는 모호한 감정이 소설 속 심리 묘사를 통해 명확해지듯, 우리의 여행 경험도 타자의 시각과 언어를 통해 좀 더 명료해진다. 세계는 엄연히 저기 있다. 그러나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인식하고 받아들이는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세계와 우리 사이에는 그것을 매개할 언어가 필요하다. 내가 내 발로 한 여행만이 진짜 여행이 아닌 이유다.

- 여행의 이유 by 김영하

김영하 작가는 '여행의 이유'에서 내가 직접 몸으로 경험한 여행만이 진짜가 아니라고 합니다. 타인의 시각과 언어로 객관화된 여행조차도 여행으로서의 의미가 있다고 이야기하는데요. 이번 '대한민국 도슨트 통영'편을 읽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네요. 간접 경험한 여행도 훌륭하긴 한데요, 통영은 아무래도 직접 가봐야겠습니다. 책 좀 보세요. 가고 싶어서 플래그 붙여 놓은 곳이 이렇게 많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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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0여 장의 사진과 도표, 상세한 지도와 그림

★ 역사를 관통하는 이야기의 향연

★ <하룻밤에 읽는 한국사>의 뒤를 이은 <하룻밤에 읽는 영국사> 이야기


카이사르부터 브렉시트·코로나19까지…

영국사를 알면 세계사가 보인다!


2020년 1월 31일, 영국의 웨스트민스터에는 수만 명의 사람들이 모여 ‘영국의 독립’을 축하했다. 영국은 무려 천 년이 넘는 기간 동안 타국에 점령된 적이 없고, 지난 백여 년간 수없이 많은 나라를 자국의 식민지로 만들었던 나라다. 오랜 라이벌인 프랑스조차 나폴레옹전쟁 이후에는 멀찌감치 따돌렸고,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의 승전국이다. 그런 영국에게 새삼 독립이라 할 만한 사건이 있었을까? 그것은 브렉시트Brexit, 즉 유럽연합으로부터의 독립이었다. 


영국은 유럽연합에 가입하기 위해 유난히 공을 들였다. 그러나 3수 끝에 이룬 통합 이후에도 유럽에 대한 영국의 소속감은 유달리 낮았고, 급기야는 탈퇴로 결론이 났다. 영국은 유럽의 역사에 끊임없이 관련해왔지만 정작 유럽과는 선을 긋는 일이 많다. 왜 영국인은 유럽과의 차별성을 유달리 강조하려 들까? 이를 알기 위해 저자는 우리가 영국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왕조의 부침은 겪었을지언정 천 년이 넘도록 타국에 점령당하지 않은 본토에 대한 자긍심과, 전 세계를 아우르던 대영제국의 찬란함이 이들에게 민족이 아닌 국민이라는 정체성을 형성하게 했다. 


나폴레옹전쟁에 이은 양차대전의 승리는 영국인에게 승자의 자부심과 함께 다가올 백 년도 영국의 세기가 될 거라는 희망을 간직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일어난 것이 유럽연합의 열성적인 가입과 그 뒤를 이은 브렉시트라는 모순된 결론이었다. 최근 백 년만이 아니라 비슷한 일이 영국에서는 그 전, 아주 오래전부터 반복해서 일어났다.


책은 카이사르의 브리튼 침공부터 브렉시트와 코로나19가 등장하는 오늘날까지 영국의 역사를 다룬다. 영국인에게 세계사는 곧 영국의 역사다. 영국인의 생각만이 아니라 실제로도 그러했다. 카이사르의 브리튼 섬 원정 이후 역사시대에 들어선 뒤부터, 영국의 역사는 곧 유럽의 역사이고, 유럽이 세계를 지배하던 시절에는 유럽의 역사가 곧 세계의 역사였다. 그 역사는 때론 세계를 긍정적인 면으로 물들였고, 때로는 세계를 어두움 속에 밀어 넣기도 했다. 


하지만 『하룻밤에 읽는 영국사』는 이 모든 면을 보여주려 한다. 역사의 밝은 면과 함께 그 밝은 면이 만들어낸 어두운 부분 또한 동시에 조명하려 했다. 역사는 사람이 만들어가는 것이기에, 교과서식의 단순한 나열 대신 사람의 행위와 감정, 동기에 천착했다. 사람이 사건 속에서 이야기를 만들고 이야기와 이야기가 모여 영국의 역사, 아니 전 세계의 역사라는 큰 흐름을 관망한다. 하나의 독립된 이야기가 아닌 이야기와 이야기가 만들어내는 반향을 책 속에 담아내려 했다. 


아서 왕의 전설은 그를 흠모하여 아들의 이름을 아서라 지은 헨리 7세의 이야기로 연결되고, 아서의 갑작스런 사망은 영국 국교회의 분리의 발단으로 이어진다. 왕위계승전쟁이 세계대전을 거쳐 유럽연합으로 이어지고, 전후 정치의 변동은 경제를 주인공으로 하여 다시 브렉시트의 오늘까지 이어진다. 300여 장의 사진과 도표, 상세한 지도와 그림들이 이야기로의 몰입을 돕고, 역사를 하나의 흐름으로 정리하게 한다. 10여 년간의 기자생활을 거쳐 10여 년간의 영국유학을 마치고 국제관계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저자의 내공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지은이  안병억

1965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나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문학사(독일어, 경제학)를 받고, 공군 학사장교로 군 복무를 마쳤다. 10년간 연합뉴스와 YTN에서 기자로 근무한 뒤, 만 36세에 가족과 함께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로 늦깎이 유학을 갔다. 유럽통합(국제정치)을 전공하여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구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브렉시트와 의회주권」, 「유로존 경제위기와 민주주의」, 「유럽통합에서의 독일문제」, 「유로존 재정 위기와 은행동맹」 등 유럽의 흐름을 분석하는 다수의 논문을 썼고, 『유럽연합의 이해와 전망』, 『유럽연합의 통화 정책』, 『한눈에 보는 유럽연합』, 『지구촌 경제와 G20 ? G20 참여자의 현장 보고서』, 『미국과 유럽연합의 관계』(공저), 『유럽 언론에 나타난 한국의 이미지』(공저) 등 10여 권의 관련 서적을 집필했다. 유럽통합과 지역주의 비교연구, 평화 연구가 주 관심사다. 유럽과 글로벌이슈를 분석하는 주간 팟캐스트 〈안쌤의 유로톡〉을 제작, 운영하고 있다. 처에게 고구마를 구워주는 게 큰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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