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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 2010-08-2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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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마크 해던 저/유은영 역
문학수첩 리틀북스 | 2005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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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흥미로운 제목이죠. 순전히 제목만으로도 사람을 끌 수 있는 종류의 책입니다. 그리고 앞부분을 펴는 순간 그 흥미는 배가 됩니다. 정말이지 잘 쓰인 도입부라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이 책이 도입부와 제목처럼 정말 추리 소설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크리스는 물론 개를 죽인 범인도 알아내게 됩니다만, 일련의 사건을 통해 크리스가 진짜로 천천히 알아가게 되는 건 세상과 사람들이지요.

 

 이 책의 화자인 크리스는 세상과의 사이에 벽을 둔 자폐증 소년이고, 그는 세상의 룰과는 약간 다른 자신의 룰을 철저히 지킵니다. 챕터 번호도 자연수가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소수로 매겨져 있지요.

 

 "나는 소수가 인생과 같다고 생각한다. 소수들은 매우 논리적이지만, 당신이 한평생 생각하더라도 소수가 만들어지는 규칙은 결코 알아 낼 수 없다."

 

 옆집 개가 죽었고, 크리스는 자기 식대로 누가 그 개를 죽였을까 하는 미스터리를 풀려고 노력합니다. 그 과정에서 소년은 조금 더 세상과 가까워지고, 어른들의 피치 못할 사정이라는 것을 조금 알게 되고, 그리고 자랍니다. 책은 크리스의 성격만큼이나 군더더기 없는 담백한 문체로 진행되는데, 내용도 그리 긴 편이 아닙니다. 감정은 절제되어 있고 누군가의 내면이 구구절절 묘사되는 법이 없지요. 소년은 아예 다른 사람의 내면을 짐작할 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감동적이에요. 크리스에게는 남에게 공감하고 남의 감정과 생각을 짐작할 능력이 없는데, 그렇다면 자폐증이 없는 '보통 사람들' 사이에서는 완벽한 이해라는 게 가능할까요. 가끔 의사 전달이 안 되어서 삐걱거리고 서로 오해하기도 하고 상대의 행동이 전혀 이해 안 될 때도 있고, 상대방을 위해서 한 행동이라는 게 상대에게 큰 상처를 입히기도 하고. 그래도 우리는 서로에게 신경을 쓰고 관심을 기울이고 서로 부딪칩니다. 그래야 겨우 소통이라는 게 가능해지니까. 그러다가 가끔 실수를 한다 해도, 그런 실수를 점점 덜 겁내게 되는 걸 성장이라고 부르는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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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를 보았다 : 영화적 틀 안의 악마 | 영화 2010-08-21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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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악마를 보았다

김지운
한국 | 2010년 08월

영화     구매하기

 

 하도 잔인하다는 이야기가 많아서 다소 망설이긴 했지만 기회가 되어 결국 보고 말았는데, 각오를 단단히 하고 봐서 그런지 상상만큼 엄청나지는 않았습니다. 영화 끝나고 있었던 감독과의 대화에서 김지운 감독은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후 당황스럽고 어리둥절했다는 말을 하는데 그 말이 이해가 됐어요. 물론 보기에 끔찍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렇게까지 엄청나지는 않거든요. 세 번 정도 정말로 눈을 가린 적이 있는데 그 정도만 제외하면 일반적인 스릴러나 공포물의 표현 수위와 비교했을 때 그렇게 유별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거의 모든 잔혹 장면이 직전부터 예상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런 장면에 약한 사람은 미리 피할 수 있어요.

 

 무고한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과연 속이 거북해지지만, 이 영화에서 정말 무지막지한 폭력을 받는 건 대부분의 경우 오히려 악마인 경철, 최민식입니다(택시 강도들도;). 제 느낌으로는 폭력 장면들보다도 강간 장면들이 더 끔찍했어요.

 

 중간중간에 분명히 구멍이 있습니다. 시대 배경이 90년대도 아닌데, 수현은 경철이 장인 집으로 갈 줄 알면서도 처제에게는 연락하려는 시도를 안 했어요. 타이밍상 장인은 구할 수 없었더라도 처제의 핸드폰으로 전화 한 번만 했으면 그녀는 구할 수 있었을 텐데. 실은 수현이 장인은 몰라도 처제의 안위에는 생각보다 관심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_-; 이미 누가 더 다치든 결과가 어떻게 되든 상관 없이 경철을 족치는 데만 관심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결과를 생각 안 하고 그냥 하고 싶은 것만 관심 가진다는 점에서 경철과 똑같습니다. 경철을 상대하면서 악마가 되었다기보다 원래 악마 끼가 다분했습니다. 과거를 알 수 없고 그간의 삶이 어땠는지 알 수 없는 것은 수현도 경철이나 마찬가지거든요. 아니, 경철은 그나마 부모와 자식이라도 있습니다만 수현 이 사람은 도대체 어떻게 된 사람일까요?

 

 "만일 당신이 심연을 오랫동안 바라본다면 언젠가 심연이 당신을 들여다보지 않을 지 주의해야 한다." 는 니체의 경구는 많이 인용되었고 많은 영화의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이 영화도 기본적으로는 그 새로울 것도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긴 합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사적 형벌을 금하고 공권력이 공식적으로 '인간의 기본권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보복을 대행해주는 현대 형법이 과연 진일보하긴 한 것이구나 싶긴 했습니다. 가해자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건 감정상으로 반발을 사기도 합니다만, 사실은 사적 보복을 감행할 때 피해자 역시 카타르시스보다는 피폐함을 더 느끼게 되지요. 이 피폐함은 병균처럼 사회로 퍼질 수밖에 없습니다. 금하는 것이 옳습니다. 인간다움을 지킨다는 건 생각만큼 쉬운 것이 아니고 지키려고 애를 써야만, 기본 원칙에 어떤 예외도 두지 않아야만 가까스로 지켜지는 것입니다.

 

 ...이긴 하지만, 이 영화를 보다 보면 메시지는 사실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다 싶습니다. 제 생각에 김지운 감독은 항상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영화를 만들기보다는 자신이 보고 싶어하는 멋진 장면들을 구현하는 데 더 심혈을 기울였던 것 같고 분명히 그 쪽에 훨씬 더 재능이 있습니다. 이야기보다는 이미지에 강하고 대사보다는 표정에 강하죠. '악마' 보다 그 악마를 '보는' 데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화면이 정말 세련되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어요.

 

 그렇기 때문인지, 이 영화의 폭력과 살인마들은 일면 현실적인 것 같으면서도 대단히 비현실적입니다. 아마 그래서 생각보다 치를 떨지 않고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영화적 논리에 충실한 '캐릭터'들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 영화의 악마들은 끔찍하지만 그래도 영화적 세계의 틀 안에서 존재합니다. '괴물' 에서의 괴물이 이상할 만큼 실존할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던 것과 대비됩니다. 저는 아직도 '추격자' 는 못 보았습니다. 아마도 추격자의 살인마는 훨씬, 훨씬 더 실제같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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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 원빈의, 원빈에 의한 | 영화 2010-08-15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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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아저씨

이정범
한국 | 2010년 08월

영화     구매하기

 원빈이 나오는 액션 영화라는 것만 알고 보러 갔다가...

 19금의 폭력 장면에 약간 데이긴 했습니다.

 잔인한 것도 그리 움츠리지 않고 보는 체질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 봐야겠어요.

 

 이 영화의 모든 것은 그저 잘 생긴 원빈이 연출하는 멋있는 폭력 장면을 묘사하기 위한 떡밥일 뿐입니다. 복수의 동기가 되는 소녀와의 관계도 그냥 '발랄하고 정이 가는 옆집 소녀' 라는 식으로 던져 줄 뿐이지요.

 

 이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감상은 그저 원빈의 미모가 대단하다는 것과 액션이 괜찮았다는 것 뿐. 애초에 제작 의도가 그랬을 테죠. 원빈은 정말 멋있더군요. 머리가 짧아도 멋있고 길어도 멋있고 행복한 장면에서도 멋있고 분노할 때도 멋있고 맛이 갔을 때도 멋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액션 장면도 매끄럽게 잘 만들어서 남성 관객들도 즐겁게 볼 수 있을 테고. 이젠 우리 영화도 특수 효과나 액션 연출 면에서도 정말 어색함 없이 훌륭해졌고, 가짜 피, 절단된 가짜 신체 일부 같은 것도 참 잘 만든다 싶네요.

 

 사실 저는 그다지 즐겁게 본 편은 아닙니다. 모든 캐릭터들, 그들의 감정 표현과 이야기 진행, 전부 다 도식적이고 뻔해서 도무지 감정 이입이 안 되고, 그 상태에서 보는 폭력 장면은 아무리 매끄럽고 잘 만든 것이어도 별다른 카타르시스가 안 느껴지더라고요.

 

 원빈이 멋있는 액션 하는 게 이 영화의 알파요 오메가입니다.

 

 생각보다 이 영화에 나오는 신체 훼손 장면을 보는 게 괴로워서, (그리고 만삭의 임산부가 잘못되는 장면도 구체적인 묘사가 안 나옴에도 불구하고 진짜 끔찍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끔찍하다고 난리가 난 '악마를 보았다' 를 볼 수 있을지 망설여집니다. 기대작이어서 당연히 보러 갈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이렇게 신체 훼손에 약했었나 의아하네요. 볼까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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