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블로그 | 랜덤블로그 쪽지
율리의 흥밋거리
http://blog.yes24.com/witgirl
리스트 | RSS
태그 & 테마링 | 방명록
율리
읽고, 보고, 들은 것들
파워 문화 블로그

PowerCultureBlog with YES24 Since 2010

1기 책

프로필 쪽지 친구추가
4월 스타지수 : 별198
댓글알리미 비글 : 사용안함
전체보기
일지
이벤트
잡담 - 영화
나의 리뷰
영화
공연
전시
음반
기타
나의 메모
기본 카테고리
태그
THE33 칠레광부에세이 광부구출 칠레광부 월드김영사 나잇&데이 미중년
2010 / 08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월별보기
나의 친구
나의 친구들
최근 댓글
우연히 발견한 책이었.. 
정성 담긴 리뷰 잘 보.. 
기억은 아직도 풀어야.. 
추리소설 중에서 꽤 .. 
냉정한 시각으로 읽으.. 
새로운 글
오늘 4 | 전체 43870
2007-01-19 개설

2010-08-21 의 전체보기
악마를 보았다 : 영화적 틀 안의 악마 | 영화 2010-08-21 13:56
http://blog.yes24.com/document/2511770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영화]악마를 보았다

김지운
한국 | 2010년 08월

영화     구매하기

 

 하도 잔인하다는 이야기가 많아서 다소 망설이긴 했지만 기회가 되어 결국 보고 말았는데, 각오를 단단히 하고 봐서 그런지 상상만큼 엄청나지는 않았습니다. 영화 끝나고 있었던 감독과의 대화에서 김지운 감독은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후 당황스럽고 어리둥절했다는 말을 하는데 그 말이 이해가 됐어요. 물론 보기에 끔찍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렇게까지 엄청나지는 않거든요. 세 번 정도 정말로 눈을 가린 적이 있는데 그 정도만 제외하면 일반적인 스릴러나 공포물의 표현 수위와 비교했을 때 그렇게 유별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거의 모든 잔혹 장면이 직전부터 예상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런 장면에 약한 사람은 미리 피할 수 있어요.

 

 무고한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과연 속이 거북해지지만, 이 영화에서 정말 무지막지한 폭력을 받는 건 대부분의 경우 오히려 악마인 경철, 최민식입니다(택시 강도들도;). 제 느낌으로는 폭력 장면들보다도 강간 장면들이 더 끔찍했어요.

 

 중간중간에 분명히 구멍이 있습니다. 시대 배경이 90년대도 아닌데, 수현은 경철이 장인 집으로 갈 줄 알면서도 처제에게는 연락하려는 시도를 안 했어요. 타이밍상 장인은 구할 수 없었더라도 처제의 핸드폰으로 전화 한 번만 했으면 그녀는 구할 수 있었을 텐데. 실은 수현이 장인은 몰라도 처제의 안위에는 생각보다 관심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_-; 이미 누가 더 다치든 결과가 어떻게 되든 상관 없이 경철을 족치는 데만 관심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결과를 생각 안 하고 그냥 하고 싶은 것만 관심 가진다는 점에서 경철과 똑같습니다. 경철을 상대하면서 악마가 되었다기보다 원래 악마 끼가 다분했습니다. 과거를 알 수 없고 그간의 삶이 어땠는지 알 수 없는 것은 수현도 경철이나 마찬가지거든요. 아니, 경철은 그나마 부모와 자식이라도 있습니다만 수현 이 사람은 도대체 어떻게 된 사람일까요?

 

 "만일 당신이 심연을 오랫동안 바라본다면 언젠가 심연이 당신을 들여다보지 않을 지 주의해야 한다." 는 니체의 경구는 많이 인용되었고 많은 영화의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이 영화도 기본적으로는 그 새로울 것도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긴 합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사적 형벌을 금하고 공권력이 공식적으로 '인간의 기본권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보복을 대행해주는 현대 형법이 과연 진일보하긴 한 것이구나 싶긴 했습니다. 가해자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건 감정상으로 반발을 사기도 합니다만, 사실은 사적 보복을 감행할 때 피해자 역시 카타르시스보다는 피폐함을 더 느끼게 되지요. 이 피폐함은 병균처럼 사회로 퍼질 수밖에 없습니다. 금하는 것이 옳습니다. 인간다움을 지킨다는 건 생각만큼 쉬운 것이 아니고 지키려고 애를 써야만, 기본 원칙에 어떤 예외도 두지 않아야만 가까스로 지켜지는 것입니다.

 

 ...이긴 하지만, 이 영화를 보다 보면 메시지는 사실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다 싶습니다. 제 생각에 김지운 감독은 항상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영화를 만들기보다는 자신이 보고 싶어하는 멋진 장면들을 구현하는 데 더 심혈을 기울였던 것 같고 분명히 그 쪽에 훨씬 더 재능이 있습니다. 이야기보다는 이미지에 강하고 대사보다는 표정에 강하죠. '악마' 보다 그 악마를 '보는' 데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화면이 정말 세련되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어요.

 

 그렇기 때문인지, 이 영화의 폭력과 살인마들은 일면 현실적인 것 같으면서도 대단히 비현실적입니다. 아마 그래서 생각보다 치를 떨지 않고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영화적 논리에 충실한 '캐릭터'들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 영화의 악마들은 끔찍하지만 그래도 영화적 세계의 틀 안에서 존재합니다. '괴물' 에서의 괴물이 이상할 만큼 실존할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던 것과 대비됩니다. 저는 아직도 '추격자' 는 못 보았습니다. 아마도 추격자의 살인마는 훨씬, 훨씬 더 실제같겠지요.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1
진행중인 이벤트
나의 북마크
이벤트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