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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남겨둔채_061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 이야기를 나누다 2021-09-2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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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마쓰이에 마사시 저/김춘미 역
비채 | 2016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여름과 잘 어울리는 글이라는 생각이 드는건 단지 제목때문일까? 제목 속의 '여름'은 단지 어느 한 계절만을 일컫는 것일까? 책을 읽을수록 단순히 계절만을 일컫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풋풋한 봄을 지나 성숙해지는 가을로 향하는 짧은 한때, 손에 움켜잡을 수 없이 빠져나가버리지만 마음 한구석을 계속 차지하는 그런 시간, 내게 책 속의 여름은 그렇게 읽힌다.

그런 시간이기에 무라이 선생과 함께한 그들의 건축은 미완으로 남겨지고, 사카니시와 마리코의 사랑도 여름이라는 시간 속에 박제된다. 건축 설계경합에 당선이 되거나 혹은 떨어지는 것으로 확실하게 결론이 났다면, 사키니시와 마리코의 사랑이 결실을 맺었다면 , 해피엔딩이군. 깔끔하니 좋은걸하고 내심 안도했을텐데, 저마다의 열정을 품은 시간은 그대로 멈추어 버린다. 마치 그 아름다운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려는 것처럼 말이다.

 

이 책에 적힌 이야기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주인공 사카니시가 무라이 설계 사무소의 여름별장에서 국립현대도서관 설계경합을 준비하며 보낸, 그 한여름 만난 공간과 그 속에 자리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건축을 넘어선 여름 숲의 전경, 함께 나누던 음식, 그리고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깎던 연필향까지 다양한 이야기들과 감정들이 남아서인지 선뜻 글이 쓰여지지 않았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제국 호텔이나 군나르 아스플룬드의 숲의 묘지’, 이야기 속 아스카야마 교회의 모델이 되었다는 산리즈카 교회그리고 여름 별장의 배경으로 알려진 요시무라 준조의 가루이자와 별장을 하나, 하나 찾아보며, 건축 여행을 하듯 읽었던 그 기분을 적고 싶기도 했고,

 

계수나무며 산초나무 그리고 숲을 배경으로 지저귀는 새소리, 갓 구워낸 스콘의 맛과 향기, 짙게 깔린 숲의 향처럼 나를 사로잡았던 다양한 감각들을 이야기해보고 싶기도 했다.

 

실제로 그 이야기들을 몇 번이고 적어내려가기도 했었다. 하지만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서일까? 책을 읽은지 제법 시간이 지났는데도,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몰라 몇 번이나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렇게 끄적이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어떻게 적어내려가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그저 내 기억 속의 여름이 다 가기 전에 짧은 글이라도 남기고 싶은 마음에, 손에 잡히지 않는 찰나의 마음이라고 담기 위해 그 여름에 대해 짧은 글을 적기로 했다.

그리고 겨울과 봄을 지나 다시 여름이 시작될 무렵 다시 한번 그 여름을 만나보기로 한다.

 

   나는 나한테 배정된 이층 서고에 짐을 갖다놓고는 양말을 벗고 맨발이 되어보았다. 나무 바닥이 차가워서 기분이 좋다. 여름내내 맨발로 보내던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가운뎃마당에 면한 작은 유리창을 열자, 눈앞에 커다란 계수나무가 보였다..(중략)..모든 유리창이 열리고 공기가 흐르기 시작한다. 여름 별장이 천천히 호흡을 되찾아간다. p.27

 

 

*나에게 적용하기

또다른 여름, 이 책을 다시 읽어보기(적용기한 : 2022년 여름)

 

*덧붙이는 말

원제는 火山のふもとで로 번역하면 화산의 기슭에서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여름별장이 위치한 아사마산을 의미하는 것일까?

(일본어에 능통하신 이웃님들, 도움 주세요^^)

 

*기억에 남는 문장

   “장작을 너무 붙이면 안 타. 너무 떼어놔도 안 타고. 약간 떨어져 있는게...... , 이게 가장 잘 타는 간격이야.”

   나는 잠자코 불을 보고 있었다. 장작과 장작 사이에 약간의 틈을 주고 늘어놓으면 그 틈새로 신나게 불길이 솟구친다. 사이를 떼어놓으면 그 순간 불길이 약해지고 빨갛던 장작이 하얀 연기를 내면서 까매진다. 장작을 가까이 갖다붙이면 다시 불꽃이 일어난다. 불꽃은 장작과 장작 사이에서 태어나는 덧없는 생물 같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주변은 불타는 장작 소리만 이따금 튈 뿐, 빗소리도 바람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p.41

 

   연필 깎는 소리로 하루가 시작되는 것은 기타아오야마나 여름 별장이나 같았다. 시작해보니 분명히 그것은 아침에 제일 먼저 하는 작업으로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를 끓이는 향내처럼, 연필을 깎는 냄새에 아직 어딘가 멍한 머리 심지가 천천히 눈을 뜬다. 사각사긱 하는 소리에 귀의 신경도 전원이 켜진다. p.63

 

   “선생님 건축에 들어서면 아무도 큰 소리를 안 내게 되지. 마음이 포근해지는 촉감이라든가 부드럽게 들어오는 광선이라든가 늘 쓰는 사람이 한참 지나서 겨우 알아챌 수 있는 장치들은 소곤소곤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어오는 것이나 같으니까, 사람 목소리도 거기 맞춰 작아지지.” p.81

 

   “남의 마음이 그대로 전달돼오는 것을 좋아해. 빙빙 돌리거나 복잡한 것은 싫거든. 새들도 세력 범위라든가 사랑이라든가 심플한 것을 노래하니까 순진하고 예쁜 소리를 내는 게 아닐까?” p.98

 

   “혼자서 있을 수 있는 자유는 정말 중요하지. 아이들에게도 똑같아. 책을 읽고 있는 동안은 평소에 속한 사회나 가족과 떨어져서 책의 세계에 들어가지. 그러니까 책을 읽는 것은 고독하면서 고독하지 않은거야..(중략)..독서라는 것은, 아니 도서관이라는 것은 교회와 비슷한 곳이 아닐까? 혼자 가서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장소라고 생각한다면 말이야.” pp.180-181

 

   달이 없는 밤이었다. 회중전등을 켤 때까지 주변은 깊이도, 폭도, 수평도 알 수 없는 암측헤 싸여 있었다. 슬라이드식 스위치를 켜서 뿌옇고 희미한 빛의 원을 좌우로 움직여 바큇자국을 찾는다. 우리는 밟혀서 단단해진 바큇자국에 의지해서 저 멀리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콩알만 한 여름 별장 불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p.243

 

   여름 별장을 밤의 어둠 속에서 올려다보는 것은 좋은 풍경이었다. 안에 있는 사람들 모습은 안 보인다. 그래도 백열등 빛은 인기척을 띠고 있는데 우리를 기다리는 사람이 여기 있다는 표시로 보였다. p.248

 

   “우치다 군은 셔터를 내려버리니까 말이야. 그렇게 해서 자기 자신을 무감각하게 해놓고 불합리하거나 억지를 잠자코 받아들이려는 성향이 있어. 자기가 다치지 않고, 잘 흘려보내기 위한 방위책일지도 몰라. 그러나 그래서는 오히려 상처를 입는 결과가 되거든.” pp.352-353

 

   “슌스케씨는 의식이 돌아와도 일은 이제 못하겠지요. 유감스럽지만 어쩔 수 없지요. 사람한테는 주어진 시간이 있다고 생각해요. 얼마나 시간이 남아 있는지 자기는 모르지만 그 끝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와요. 나는 매일 아침 오늘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다, 내일이 이 세상하고 하직하는 날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젊은 사람은 그런 일을 생각할 필요가 없지만, 그렇지만 사실은 똑같아요.” p.366

 

   “어떻게 끝내는가 하는 것은 중요하지.”

   “그렇지만 자기가 언제 마지막을 맞이할지 아무도 모르잖아? 내일 일은 내일이 걱정해줄 거라고.” p.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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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독서습관] 우리 사회를 생각해본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 일상독서 2021-09-26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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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혼자 읽은 책 :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2. 책에서 만난 이야기

   민주주의를 확립함으로써 오는 평화는 독재자들이 만들어내는 안정과는 다르다. 민주주의는 인권을 보호하고 평등주의적 원칙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다. 이는 한 집단이 권력을 상실하더라도, 혹은 처음 집권하는 집단도 예외 없이 지켜야 하는 원칙이다. p.239

 

   윈스턴 처칠은 민주주의가 최악의 정부 형태임을 인정하면서 나머지 모든 정부 형태를 제외하면이라는 단서를 붙였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완벽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우리가 내면의 어두운 본성은 잠재우고 선한 본성을 발휘할 수 있음을 견실하게 증명해온 유일한 정부 형태가 민주주의다. p.244

 

   플라톤은 <국가>에서 말했다. “폭군의 최우선 관심사는 갖가지 갈등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래야 사람들이 지도자를 원하기 때문이다.” p.245

 

   나치 지도자 헤르만 괴링이 뉘른베르크 감옥에서 말했듯이, “지도자는 언제든 국민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다. 아주 쉬운 일이다. 그저 우리가 공격받고 있으며 평화주의자들에게는 당신들이 나라를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고 말한 뒤, 애국심이 부족하다고 비난하면 된다. 어떤 국가에서든 원리는 동일히다.” p.255

 

연일 매체를 통해, 또 주변 사람들을 통해 접하는 대선 이야기 때문인지 유독 책에서 언급한 정치와 지도자에 대한 문장들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사회는 과연 어떠한가?

 

3. Joy의 수다

분명 '과학' 도서라고 했는데, 어느 지점부터는 '사회(심리)학' 도서를 읽힌다. 읽다보면 내가 지금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와 '공정하다는 착각'을 읽고 있는 것은 아닌가 갸우뚱 하게도 된다. 

책의 마지막 장까지 40페이지 남짓 남았는데, 공교롭게도 김영하 작가의 9월 라이브방송까지도 이제 4일 남았다. 최소한 하루에 10페이지는 읽을 수 있을테니 완독가능하겠지?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브라이언 헤어,버네사 우즈 공저/이민아 역/박한선 감수
디플롯 | 202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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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Joy님 또또 감사드립니다!!! | 공감백배 2021-09-26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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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속에 저 바람속에

 

 

오늘 오전, 낙엽수집가로의 탈바꿈을 눈앞에 둔 열매수집가와 어린이 도서관 순례를 마치고 집에 들어오니 작은 택배 상자가 저희 부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주문한 책이나 서평단 도서가 올 게 없는데' 하면서 상자를 열어본 순간, "와!"라는 탄성이 절로 나올 만큼 (학창시절 눈을 편안하게 해주는 에버그린 공책을 즐겨 사용했는데, 그 시절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책표지가 너무도 어여쁜 <비밀의 화원>이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바로 최근 Joy님의 깜짝 이벤트에 당첨(이라 쓰고 저혼자 북치고 장구쳤다고 말해야할 것 같습니다.ㅎㅎ;;)된 후 고민 끝에 제가 선택한 책입니다.

Joy님의 깜짝 이벤트1 관련 포스팅 바로가기

Joy님의 깜짝 이벤트2 관련 포스팅 바로가기

<비밀의 화원> 밖에는 자타공인 예스마을 골드핑거이신 Joy님의 손글씨가 쓰여진 (저를 포함한 여러 이웃님들의 '마음의 친구들'인 앤과 다이애나가 그려진) 엽서, 그리고 이번 걸클래식 시리즈 서평단의 한 축을 담당했던 '피노키오'를 주제로 한 퍼즐이 들어있었습니다. 퍼즐광이기도 한 열매수집가가 저보다 더 기뻐하였답니다.ㅎㅎ

 


 

이 포스팅을 빌어 Joy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깊어갈 가을밤에 비밀스럽게 아껴가며 읽겠습니다! 아이유가 리메이크하여 부른 「비밀의 화원」을 화답으로 보내드립니다.^^

 

 

[출처 : Secret Garden (비밀의 화원), https://youtu.be/eGXJs7zOHC4]

 

 

 

비밀의 화원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저/이경아 역
윌북(willbook)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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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네버랜드에 간 웬디 엄마_060 (피터팬) | 이야기를 나누다 2021-09-2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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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피터 팬

제임스 매슈 배리 저/최세희 역
윌북(willbook) |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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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피터팬이 주인공이라 생각했고(책 제목이 괜히 피터팬이겠는가), 그다음으로 주요 캐릭터를 꼽자면 라이벌 후크 선장이 아닌가 생각했었다(영화 '후크'를 만든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물론 웬디도 피터와 나란히 떠오르는 이름이기는 하지만, 둘에 비하면 평면적인 캐릭터로 기억에 남아 있었다. 오히려 짧은 분량이지만 팅커벨이 웬디보다 더 인상적이라 여겼을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다시한번 읽고 나니, 이야기를 끌어가는 핵심 인물은 피터도 후크 선장도 아닌 웬디’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엄마'역할에 몰두하는 웬디 말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부제를네버랜드에 간 웬디 엄마라고 붙이고 싶어졌다.

 

   "아이구, 아이구." 웬디가 외쳤다. "이럴 땐 정말 결혼 안 한 여자가 부럽다니까." p.178

 

이렇게 투덜거리는 웬디지만, 이야기가 이어지는 내내 아이는 끝임없이 이상적인가정의 엄마 역할을 자처하며, 그것을 피터와 아이들에게도 주입시킨다.

 

   "하루 일과를 끝내고 저녁이 되어 이렇게 어린 자식들과 함께 난로가에 앉아 쉬는 것만큼 좋은 게 있을까?“"

   "정말 좋지, 피터?" 더없이 즐거워진 웬디가 말했다. "피터, 컬리가 당신 코를 닮은 거 같아."

   "마이클은 당신을 닮았어." 웬디는 피터에게 다가가 어깨에 손을 얹었다.

   "사랑하는 피터." 웬디가 말했다.

   "대가족을 일구느라 이제 난 볼품 없어졌지만, 그래도 다른 여자를 원하는 건 아니겠지, 그렇지?"

   "당연하지, 웬디." p.181

 

   "웬디." 마이클이 항의했다. "난 너무 커서 요람이 너무 작아."

   "그럼 어떡하니, 요람에서 자는 사람이 꼭 있어야 하는데." 웬디가 핀잔 주듯 말했다. "그리고 네가 제일 어리잖아. 요람이 하나는 있어야 진짜 가정집 분위기가 난단 말이야." p.178

 

이런 웬디의 모습은 그 개구진, 때로는 심각한 생각을 외면해버리는 피터마저 겁먹게 만든다.

(나 역시 웬디의 몰입에 조금 겁나기도)

 

   피터가 살짝 겁먹은 듯 말했다. "이건 그냥 역할극이잖아, 그렇지? 내가 쟤네 아빠라는 거."

   ", 그럼." 웬디가 까탈스럽게 말했다.

   "있잖아." 피터가 변명하듯 말했다. "내가 쟤네들의 진짜 아빠면 너무 늙은 게 아닐까."

   "하지만 우리 자식이 맞는 걸, 피터, 너와 나의 아이들."

   "하지만 진짜는 아니지, 웬디?" 피터가 초조하게 물었다. p.182

 

# 엄마 찾아 삼만리

웬디는 왜 이렇게까지 엄마 역할에 몰두하는 걸까? 책을 읽어보면 웬디 만이 아니라 피터와 아이들, 심지어 해적들까지 엄마에 집착한다.

네버랜드의 아이들에게 웬디를 소개하는 자리에서도 피터는 새로운 친구가 아닌 엄마가 생겼다고 말한다.

 

   "다들 들어봐. 대단한 소식을 갖고 왔어." 피터가 외쳤다.

   "내가 드디어 너희 모두를 위한 엄마를 데려왔어!" pp.117-118

 

해적들 역시 마찬가지인데, 아이들로부터 웬디를 납치해 엄마로 삼자고 한다(해적아저씨들의 엄마라니! 듣기만 해도 소름이 오소소 돋는다).

 

   "선장님, 놈들의 엄마를 납치해서 우리 엄마로 삼으면 안 될까요?"

   스미가 간절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자 후크는 침울한 마음을 떨치고 일어섰다.

   "거참 대범한 계략이로구나!" 후크가 외쳤다. 그 즉시 그의 뇌 속에서 원대한 계략은 실질적인 모양새를 갖추었다.

   "아이들을 잡아 배로 끌고 간다. 그리고 널빤지 사형식으로 해치워버린 후 웬디를 우리의 엄마로 삼는다." pp.154-155

 

   웬디를 돛대에 묶은 건 스미였다.

   "날 봐, 아가야." 그가 속닥거렸다. "내 엄마가 되어준다고 약속하면 살려줄게." p.235

 

이런 집착은 다소 광적이기까지 한데,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웬디를 보며 아이들은 그녀를 가두려고까지 한다.

 

   웬디를 잃는다는 생각에 눈앞이 캄캄해진 아이들이 웬디를 위협하며 몰아세우고 있었다.

   "웬디가 오기 전보다 더 나빠질 거야." 아이들이 외쳤다.

   "웬디가 그냥 가게 놔둬선 안 돼."

   "웬디를 감옥에 가두자."

   "그래, 사슬로 묶자." p.193

 

심지어 이야기의 말미, 어른이 된 웬디가 더 이상 네버랜드에 갈 수 없게되자 낙담해 울음을 터뜨렸던 피터는 웬디의 딸인 제인을 엄마라 부르며 빠르게 마음을 추스르기도 하고, 이런 끝모를 집착은 이후에도 계속 이어진다.

 

   "얘가 우리 엄마야." 피터가 설명했다. 그러자 제인은 피터 옆에 내려와 섰다. p.292

 

   그러다 마거릿도 어른이 되면 딸이 생길 것이고, 그러면 그 딸이 피터의 엄마가 될 것이다. 아이들이 명랑하고 천진하고 무정한 한, 영원히 그러하리라. p.293

 

어쩌면 자신을 기다리지 않았다며 엄마는 필요없다 외친 피터였지만, 누구보다 엄마를 갈구하고 필요로 했던 것이 아닐까? 기억 속의 피터는 웬디와 짝꿍으로 남아있었는데, 이쯤되니 웬디가 아닌 '엄마'가 필요했던 것이구나 싶어지기도 한다.

 

# 이렇게나 무심한 피터라니!

다시 만난 이야기에서 또 한가지 놀란 점이 있었는데, 바로 피터의 무심함과 짖궂음이었다. 이제껏  피터팬을 다소 허세가 있기는 했지만 항상 유쾌한 아이로 여기고 있었다면, 다시 만난 아이는 매사를 가볍게 넘기려 하는 다소 무심한 아이였다.

 

   "죽었네." 피터가 켕기는 투로 말했다. "죽는 게 무서웠을 텐데." p.118

 

심지어 네버랜드에 도착한 웬디가 죽었다고 착각했을 때 피터는 슬퍼하지 않고 그저 떨떠름하게 반응하고, 이후 웬디가 떠나겠다고 했을 때는 어른들이 밉다며 짜증을 낸다.

 

   당연하지만 피터는 이만저만 아쉬운 게 아니었다. 어른들이 미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어른들은 언제나 모든 걸 망쳐놓는다. 피터는 자기 나무 구멍으로 들어가자마자 작정하고 1초에 다섯 번 숨을 쉬었다. 네버랜드에선 숨을 한 번 쉴 때마다 어른 한 명이 죽는다는 말이 있다. 피터는 원한에 차서 어른들을 최대한 빨리 죽이고 있었다. p.192

 

어디 그뿐인가, 다시 만난 웬디가 후크 선장과 팅커벨에 대해 묻자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 이 정도면 후크 선장을 라이벌이라 해도 될지, 피터팬과 함께 하고 싶어 웬디를 질투했던 팅커벨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웬디는 피터와 신나는 옛 시절을 이야기할 기대에 부풀어 있었지만, 피터의 마음속에서 옛 시절은 밀려난 지 오래였다. 그 안엔 새로운 모험들이 가득 차 있었다.

   "후크 선장이 누구야?" 웬디가 대단했던 원수 이야기를 꺼내자 피터가 관심을 가지며 물었다. p.280

 

   "팅커 벨이 누군데?"

   ", 피터!" 웬디는 충격을 금치 못하며 외쳤다. 하지만 웬디가 설명을 해줘도 피터는 기억하지 못했다.

   "그런 요정들이 얼마나 많은데." 피터가 말했다. "아무래도 이제 이 세상에 없을걸."

   피터 말이 맞을 것이다. 요정들은 오래 살지 못하니까. p.281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이순간의 즐거움에 온전히 집중하는 명랑하고, 천진한 피터, 그렇기에 우리는 놀라고 조금은 서운해 하면서도 그 변함없는 무정함에 끌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 너는 누구이며 뭐 하는 놈이냐." 후크가 쉰 목소리로 외쳤다.

   "나는 젊음, 나는 기쁨이다." 피터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했다.

   "난 알을 깨고 나온 작은 새다!" p.253

 

그리고 피터가 알려준 주소를 기억해 두었다가 (아마도 헤매겠지만?!) 언젠가 네버랜드로 떠날 여행을 기대하게 되는 것일거다.

 

   "오른쪽에서 두 번째, 그리고 아침까지 곧장 쭉." p.78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윌북'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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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erelf


Joy님의 깜짝 이벤트 21.09.12. 응모 / 21.09.25. 수령

 

이벤트 당첨된 후 신청한 <나의 위대한 도시, 파리>외에 "안녕하세요! 물의 요정님~ "으로 시작된 Joy님의 손편지 엽서와 108개의 피스로 된 퍼즐도 함께 왔습니다.

Joy님, 감사합니다.*^_^*

보내주신 책, 즐겁게 읽겠습니다.^^

 

나의 위대한 도시, 파리

로제 그르니에 저/백선희 역
뮤진트리 | 2018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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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옆길로 가야 다시 앞길로 가잖아.. 
왜 엄마의 존재는 참고 견디며 사는 .. 
맞아요 그렇네요 엄마도 이번 생에 엄.. 
나쁜 자녀의 참회 같기도 하고 엄마의.. 
동백꽃, 이 아닌 동백곰이군요!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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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9 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