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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연재] 성수의가 160 | 연재 소설방 2014-02-23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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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초혜가 누각을 향해 냅다 질러버린 커다란 권강이 만든 참상(?)에 파락호 못지않게 놀라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다름아닌 초록이 두자성이었다. 그동안 초혜가 천마신교의 흑룡대 대원들과 비무를 하는 것을 지켜 보면서 지닌바 일신 내력이 엄청나다는 것을 무척 잘 알고 있던 두자성이었다. 하지만 비무 때와 달리 거칠 것이 없다는 듯이 뿌려대는 엄청난 신위(?)는 비무 따위와 비교할 바가 절대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초혜의 엄청난 신위(?)를 지켜 보면서 누군지 모르지만 소요나찰이라는 별호를 정말 잘 지었다는 생각을 두자성은 하고 있었다. 물론 '아참! 이런 멍청이, 소요나찰이라는 별호는 현진 도사가 붙여준거잖아'라는 쓸데없는 생각은 아예 무시하면서 말이다. 하여간 초혜의 신위를 이번에 제대로 목도한 두자성은 자신의 곁에서 입을 떡 벌린채 놀라고 있는 파락호를 보면서 갑자기 이 놈이 참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호호홋!"

엄청난 먼지를 사방으로 흩날리며 커다란 누각이 그대로 폭삭 주저 앉는 것을 바라 보던 초혜가 시원하다는 듯 양손을 탈탈 털면서 커다랗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데 그 모습을 지켜보던 두자성은 왠지 모를 한기가 자신을 덮치는 것 같은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아울러 절대 입밖으로 발설해서는 안되겠지만 초혜가 광기에 휩싸인것이 아닌가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또한 앞으로 초혜의 신경을 거스르지 않도록 좀더 조심해야겠다는 다짐을 함께 하는 두자성이었다.

"역시! 막내 아가씨, 끝내줍니다요"

더불어서 구차하지만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리면서 이런 아부성 발언 까지 날려줘야 뒷탈이 없다는 것을 그 동안의 경험을 통해서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두자성이었다.

"막내 아가씨, 나머지는 소인에게 맡겨주십시요.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요"
"아직 아니예요. 하나 더 시험해 볼 게 있어요"
"예? 시험...이라고요?"

"예! 헤헤, 봉황후라는건데 익혀만 놓고 그동안 기회가 없어서 한번도 제대로 시전해보지 못했거든요"
"봉황후라고요? 그게 뭡니까요?"
"헤헤, 보시면 알아요. 그럼 어디 해볼까"

그렇게 말하면서 심호흡을 두어차례 한 초혜가 별다른 동작 없이 입을 벌렸다. 그러자 그 작은 입에서 엄청나게 큰 소리가 터져 나왔다.

"다 나 와!"

초혜의 입에서 빠져 나온 후 공기를 찢어 발기는 듯한 날카로움과 육중한 무게를 담게 된 목소리는 그대로 전면을 가로지르고 날아가서 전각의 벽과 강하게 부딪쳤다. 쾅하는 충돌음도 없었고 봉황후가 날아가는 모습도 눈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두자성의 눈에는 선연히 보이는 듯 했다. 한편 누각이 무너지는 소리에 놀라서 밖으로 우르르 몰려 나왔던 파락호들은 전각을 빠져 나오자 마자 생전 처음 접해보는 괴이한 경험을 해야 했다.

온갖 다양한 욕설들을 퍼부으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뒤죽박죽인 상태로 몰려 나왔던 수십명의 파락호들이 자신들을 향해 무자비하게 덮쳐오는 것 같은 정체 모를 어떤 기운을 느끼고 화들짝 놀라서 움직이던 상태 그대로 굳어 버렸던 것이다. 이제 전부 죽었구나 하는 생각이 그 순간 파락호들의 뇌리에 잠시 침범했다가 사라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런 파락호들의 우려와는 달리 엄청난 기운이 스치고 지나쳐 갔음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자신들의 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그제서야 자신들의 몸 여기저기를 살펴보며 안도의 한숨을 토해내는 파락호들이었다. 그리고 이런 사태를 야기한 주인공을 찾아서 파락호들의 시선이 자신들의 앞에 보이는 괴이한 녹색 복장을 한 장년인을 향해서 모아졌다. 그렇다면 봉황후에 직격 당한 전각은 멀쩡한 것일까? 그럴 리가 없었다. 봉황후의 기운과 부딪치마 마자 커다란 전각 전체가 무엇엔가 두드려 맞은 것 처럼 부들부들 떨리더니 급기야 전각을 떠받치는 기둥들에 금이 쩍쩍 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더불어 지붕 위의 기와들은 산산히 부서져 사방으로 비산했다. 모진 풍파에도 흔들지지 않고 굳건히 그 자리를 지켰던 전각이 초혜의 봉황후에 고스란히 직격 당하면서 곧바로 무너져도 하등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모습으로 순식간에 변해버린 것이다.

"이,이게, 마,막내 아가씨, 혹시 봉황후라는게 사자후의 또 다른 이름입니까요?"
"헤헤, 비슷하긴 하지만 조금 달라요. 설지 언니랑 제가 심심해서 함께 만들어본건데 어때요?"
"예? 심심해서요? ....."

갑자기 말문이 턱하니 막히는 두자성이었다. 심심해서 만들었다니... 대저 사람들이 심심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오면 무언가를 하려고 하거나 혹은 무언가를 만들어 보려고 하기는 한다. 하지만 말이다. 아무리 심심하다고 해도 그렇지 이런 살벌한 위력을 가진 무공을 만들다니... 절로 기가 막히는 두자성이었다. 물론 강호에서 활동하는 무인들 중에는 녹림의 총표파자인 철무륵을 위시해서 지닌바 내력이 엄청난 절대 고수들이 사자후라는 이름으로 커다란 목소리를 토해내기는 한다.

하지만 그런 사자후도 단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거나 잠시 동안 움직임을 제한하는 위력을 가지고 있을 뿐이지 이처럼 전각이 무너질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지는 못한 것이다. 여기 까지 생각한 두자성은 초혜가 왜 봉황후를 사자후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다고 했는지 순식간에 이해가 되기도 했다. '가만 그러고 보니 조금 다른게 아니고 전혀 다르잖아. 이 아가씨야.' 물론 내심으로 떠올렸던 이와 같은 말을 꿀꺽 삼키면서...

"귀,귀하들은 뉘시요?"

봉황후가 남긴 끔찍한 위력에 의해서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처럼 위태위태하게 흔들리는 전각을 바라 보면서 흡족한 미소를 짓는 초혜와 이를 지켜 보면서 경악한 두자성을 향해 당황스러운 목소리 하나가 날아 들었다.

"헤헤, 초록이 아저씨. 이제 아저씨가 정리하세요."
"옙! 막내 아가씨. 지켜봐 주십쇼."

그렇게 말한 두자성이 우르르 쏟아져 나온 수십명의 파락호들을 향해 몸을 움직였다.

"우리가 누구냐고? 이 자식들아! 우선 좀 맞고 이야기하자."

그때 부터 흑사방 정현 지부의 고행은 시작되었다. 마치 토끼 무리에 난입한 용맹한 사자 같이 닥치는대로 주먹과 발을 휘두르는 두자성의 손속에는 거침이 없었다. 실상 마구잡이로 파락호들을 두드려 패는 것 같았지만 그런 두자성의 모습에서는 어딘가 모르게 현기가 엿보이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 파락호들을 상대로 펼치는 두자성의 박투술은 설지가 소림오권을 기초로 하여 두자성에게 적합하게 새롭게 만든 무공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그 위력을 삼류 무공을 조금씩 익히고 있는 파락호들이 당해낼리가 없었던 것이다. 일각이라는 짧은 시각이 채 지나기도 전에 바닥에는 전각에서 떨어진 파편과 같은 신세로 나딩구는 파락호들이 무수히 생겨나고 있었다. 어디를 어떻게 맞았는지 바닥을 나딩구는 파락호들 중에는 제대로 운신을 하는 이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흑사방 정현 지부의 누각과 함께 지부를 대표하던 커다란 전각도 마지막 파락호가 쓰러지는 것과 때를 같이 하여 봉황후의 위력을 견디지 못하고 끝내는 굉음과 함께 무너지고 말았다. 흑사방 정현 지부가 폐허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한편 같은 시각 천룡객잔의 이층에서는 설지에 의해서 힘만 엄청 센 무식한 녀석이 되어 버린 초혜의 이야기로 웃음 꽃을 피우고 있던 사람들이 몹시 특이한 경험을 하고 있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담소를 나누던 사람들이 갑자기 객잔 전체가 부르르 흔들리는 것을 느꼈던 것이다. 이 바람에 대화가 중단된 사람들이 놀라서 서로를 돌아 보았다. 초혜의 봉황후가 삼십여장이나 떨어진 객잔에 까지 그 여파를 끼친 것이다.

"응? 설지야 이건 초혜의 목소리가 아니더냐?"
"호호, 맞아 철숙부, 그 녀석 기어코 봉황후를 시전했나 보네"
"봉황후? 그게 뭐냐?"

"아! 그건 귀양 본가에 있을 때 심심해서 초혜랑 나랑 둘이 함께 만들어본거야. 사자후를 참고해서 만들어본건데 어떤 위력이 있을지는 확인을 못해 봤어. 근데 오늘 보니 제법 강력한데, 호호호"
"아미타불! 허허, 봉황후라... 명불허전이외다"
"허허허, 그러게나 말이외다. 원시천존!"

"켈켈켈, 심심해서 만들었다고 했느냐? 인석들아 앞으로는 심심하더라도 저런건 더 이상 만들지 말거라"
"응? 왜요?"
"켈켈켈, 생각해보거라. 저런 무공을 거지가 동냥하는 것 보다 더 쉽게 뚝딱 뚝딱 만들어내면 우리 같은 늙다리들을 포함해서 무인들의 상실감이 좀 크겠느냐? 난 그동안 뭐했냐 하면서 말이다. 이 놈아"
"호호, 난 또 무슨 말씀이시라고.. 생각해 볼게요. 그런데 장담은 못해요. 호호호"
"끙!"

앓는 소리를 커다랗게 내는 호걸개의 익살은 폐허로 변한 흑사방 정현 지부와는 다르게 천룡객잔 이층을 웃음 꽃이 만발하는 풍경으로 바꿔 놓고 있었다.

"으윽! 도대체 우리에게 왜 이러시오? 우리를 이리 만들어 놓고도 괜찮으리라 여기시오"
"이런 잡놈이 지금 협박하는게냐?"
"으윽, 그렇지 않소? 아무리 우리가 흑도라 하나 불현듯 들이닥쳐서 흑사방 정현 지부를 이리 만들어 놓다니 후환이 두렵지 않소?"

"하하하, 후환, 후환이라고, 이 자식들이 아직 까지 정신을 못차렸네"
"대,대관절 귀하는 누구시요?"
"나, 궁금하다면 알려주지, 난 녹림의 두자성이라고 한다."

"아이 참, 아저씨"
"예? 왜 그러십니까요?"
"초록이라는 말이 빠졌잖아요"
"아! 예. 막내 아가씨. 들었느냐? 흠흠, 다시 한번 이야기해주마, 잘 듣거라 이 놈들아, 난 위대한 녹림의 전사 초록이 두자성이다"

초록이라는 말이 어딘가 모르게 허술하게 보인다는 생각에서 위대한 녹림의 전사라는 표현 까지 써가며 자신을 밝히는 두자성이었다.

"녹림? 방금 녹림이라 하셨소"
"흥! 귓구멍은 제대로 뚫려 있구만. 맞다, 녹림이라고 했다"
"노,녹림에서 왜 우리를 공격하는 것이요?"
"뭐 공격? 햐, 이 자식 봐라, 지금 네 눈에 이게 공격으로 보이더냐?"
"그럼 이게 공격이 아니면 뭐란 말이요"

어디가 분질러졌는지 끙끙대면서 항의하는 파락호를 바라보던 초혜가 해맑은 표정으로 이를 정정해주었다.

"이건 공격이 아니라 징치라고 하는거예요"
"들었느냐? 이 자식아 공격이 아니라 징치다, 징치"
"대,대관절 우리가 녹림에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고 이렇듯 우리에게 수모를 안겨주는게요"
"수모? 하, 이 놈 봐라, 이거. 너 좀더 맞을래?"

계속 항의성 발언을 하고 있던 파락호의 입이 '좀더 맞을래'라는 두자성의 엄포를 듣는 순간 갑자기 조개입 처럼 꾹 다물려졌다. 어떤 수를 썼는지 모르지만 두자성에게 얻어 맞는 순간의 너무도 끔직했던 고통이 다시 생각나자 잔뜩 위축되었기 때문이다.

"네 놈이 계속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여기 지부장인가 보구나? 내 말이 맞느냐?"
"마,맞소, 내가 바로 흑사방 정현 지부를 맡고 있는 경동각이오"
"경동각? 무슨 이름이 그래? 하옇든 무슨 영문인지 궁금한 모양인데 귀 씻고 잘 듣거라. 저기 앞에 계신 소저가 바로 성수의가의 막내 아가씨인 초혜 아가씨다. 놀랍지? 그럴 거다. 허면 성수의가의 고귀한 막내 아가씨 께서 뭐 얻어 먹을게 있다고 이런 흑도 방파에 까지 찾아 오셨을까?"

녹림에 이어 난데없이 성수의가라는 이름이 툭 튀어 나오자 쓰러져 나딩구는 파락호들 대부분이 무척 놀라는 눈치였다. 성수의가와 흑도 방파가 엮일 일이 뭐가 있다고 성수의가의 막내가 깆접 찾아 왔다는 말인가. 그것도 온통 초록색으로 도배하다시피 한 녹림의 이상한 산적과 함께 말이다. 하지만 이어진 두자성의 말을 듣게 되자 경동각은 자신의 머리 위에 있는 하늘이 갑자기 노란색으로 변하는 것 같은 착각을 경험하고 말았다.

"모르겠지? 허면 내가 알려주마, 잘 듣거라, 내가 끌고 온 이 놈이 여기 소속이라던데 맞느냐?"
"그, 그렇소"
"당연히 맞겠지. 이 놈들도 실토를 했는데, 그런데 말야. 이 놈과 함께 패거리 세 놈이서 성수의가의 식솔들을 건드렸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긴 그건 문제도 아니지. 이 멍청한 놈들이 감히 성수신녀의 제자 뿐께 무례를 범한 것도 모자라 심지어 따귀 세례를 퍼부었다고 하더구나. 어때? 그만하면 죽일 놈들이지 않느냐?"
"예? 그,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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