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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연재] 성수의가 114 | 연재 소설방 2013-03-3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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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쯧쯧! 개방 제자들이 네 놈들을 보면 걸신을 만났다고 기겁을 하며 도망가겠다"
"할아버지도 좀 드실래요?"
"되었다. 너희들이나 많이 먹거라. 그보다 너희들의 먹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전혀 변하지가 않았구나"
"사람들이 그러는데요."
"응? 뭐가?"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을 때가 된거래요. 호호호"
"예끼. 이 녀석, 허허"
"호호호"

귀둔산을 귀역으로 만든 이의 존재를 확인하고 후기지수들 까지 무사히 구조한 설지가 진소청과 초혜와 함께 늦은 아침 겸 점심 식사를 하며 일성 도장과 나누는 대화였다. 설지와 초혜, 그리고 백아와 호아가 합세한 그들만의 식사 자리는 늘 이렇게 시끌벅적해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는 했었다. 그나마 진소청이 조금 얌전한 자태를 보이는 까닭에 보아줄만 했지 그렇지 않았다면 차마 눈 뜨고 보기 어려울 만큼 험악하고 살벌한 전쟁터가 또 그들만의 식사 시간이기도 했다.

"이제 대충 식사가 끝난 것 같으니 내 하나 물어보마. 어떻게 할 셈이냐?"
"예? 무슨 말씀이세요?"
"허허, 녀석. 귀둔산 중턱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부녀의 일 말이다."
"아! 그 일... 글쎄요. 아직은 어떻게 할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식사가 끝나고 나면 오랜만에 회의나 해볼까 해요"
"회의? 아! 너희들이 한자리에 빙 둘러 앉아서 수근거리는 것 그거 말이냐?"
"예. 바로 그 회의요. 호호"
"끙! 설마 이번 회의에 밍밍이도 참가하는게냐?"
"그럼요. 밍밍이도 우리 식군데 당연히 참가해야죠"
"허허허, 박산현령의 목숨줄이 당나귀에게 달렸다는 걸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몹시도 궁금하구나."
"밍밍인 사람을 해치지 않는데요?"

"허허허, 그래, 그래, 하여간 알았다. 회의가 끝나고 나면 결과나 알려다오"

"예. 할아버지"

그렇게 일성 도장이 물러난 자리에서는 즉석으로 회의장이 마련되었다. 설지와 두 여인, 그리고 호아와 백아를 비롯해서 용아와 설아 그리고 비아와 밍밍이 까지 빙 둘러 앉아 머리를 맞댄 까닭에 한편으로는 장난처럼 보이기 까지 하는 그 회의 석상은 예상 보다 상당히 긴 시간이 흐른 후에야 마무리가 될 수 있었다. 이처럼 수많은 무인들이 지켜 보는 가운데 진행된 회의였지만 회의의 결과에 대해서 아는 이는 전무했다. 그 이유는 회의에서 이루어지는 그들의 대화가 보이지 않는 벽에라도 가로막힌 듯이 바깥으로 흘러 나오지 않았던 까닭이었다.

대화를 들을 수 없는 가운데 지켜 보는 무인들이 회의가 끝났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 것은 비아가 날아 오르면서 부터 였다. 설지 등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있던 비아가 가장 먼저 회의 석상에 벗어나 창공으로 솟아 오르고 뒤 이어 설아가 설지의 가방 속으로 사라졌으며 밍밍이는 주변의 풀을 뜯기 위해 코를 킁킁거리며 땅바닥을 헤매기 시작했던 것이다. 세 마리의 영수들 까지 제각기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고 나자 지켜보고 있던 일성 도장과 혜명 대사, 그리고 화산파 장문인 유도옥을 포함한 각 문파의 수장들이 설지를 향해 다가왔다.

"그래, 어떻게 하기로 했느냐?"
"예. 할아버지. 청청 언니의 뜻을 따라서 무인의 방식으로 해결하기로 결정했어요"
"호! 무인의 방식이라... 허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말이더냐?"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똑 같이 되갚아줄 생각이예요."
"똑같이 되갚아준다라... 허면 그 놈들 처럼 인간 사냥을 하겠다는 말이더냐?"
"아니, 아니, 그건 아니고 비슷한 상황을 만들어 낼 생각이예요."
"비슷한 상황이라면... 누군가 미끼가 되어야 한다는 말로 들리는구나?"
"호호, 역시 할아버지는 눈치가 빠르셔. 맞아요. 초절정 꽃미녀인 우리 막내가 기꺼이 미끼가 된다고 했어요"
"응? 초혜가? 위험하지 않겠느냐?"
"예? 할아버지가 가르쳐 놓고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설마하니 관병들 중에 무당 태극권을 극성으로 펼치는 이가 있겠어요? 그것과 권강을 담아서 말이예요"
"응? 허허허, 그것도 그렇구나, 그러고 보니 혜아 걱정 보다는 그 놈들 걱정을 먼저 해야 되겠구나. 그런데 과연 그 놈들이 걸려들까?"
"음, 그게 말이죠. 자신은 없지만 한번 해보는거죠. 뭐"
"허면 수송단의 일정도 조정을 해야겠구나"
"아니에요. 그러실 것 없어요. 그냥 예정대로 오늘 산을 넘고 박산현으로 들어 가기로 해요. 외지인들이 들어 오면 경계심을 갖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 경계심을 풀어 주기도 하니까요"
"허허허, 이제 보니 네 녀석의 혜안이 산전수전 다 겪은 노인네들 보다 더 낫구나"
"어머, 그럼 제가 할아버지 보다 더..."
"예끼. 이 녀석. 허허허"
"호호호"
"그러면 서둘러야 되겠구나.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어"

설지와 일성 도장의 대화가 이렇게 마무리 지어지자 각 문파의 수장들은 서둘러 자파 무인들에게 돌아가 출발 준비를 서둘렀다. 그렇게 한 식경 정도의 시간이 더 흐르고 나서야 비로소 마화 수송단의 선두가 귀둔산을 향하기 시작했다. 조금 빠른 걸음으로 산을 오르기 시작한 마화 수송단이 중턱 어림에 도달했을 무렵이었다. 그때 까지 묵묵히 산을 오르던 화산파 장문인 유도옥이 곁에서 산을 오르고 있던 혜명 대사를 향해 넌지시 입을 열었다.

 

 

"대사 물어볼 것이 있소이다"
"아미타불, 하문하시지요"
"다른게 아니라 아까 신녀가 한 말이 계속 신경이 쓰여서 말이외다."

 

"무슨?"
"아! 그게 말이오. 성수의가의 초혜라는 소저가 무당 태극권을 극성으로 익혔다고 해서..."
"허허허. 그 말씀이시군요. 저도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태극권을 십이성 대성한 것은 틀림없을겁니다. 일성 도장의 지도와 신녀의 도움을 받았다면 어려운 일도 아니지요"
"허면 권강을 담는다는 말이 그냥 해본 소리가 아니란 말이시오?"
"아미타불, 그렇소이다. 신녀께서 처음으로 태극권을 따라 하시다가 권강을 뿌렸던 것을 생각 하면 초혜 소저도 권강을 그리 어렵지 않게 구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외다."
"바,방금 뭐라고 하셨소? 태극권을 처음 따라하다가 권강을 뿌렸다고 하셨소?"
"아미타불, 그렇소이다. 그날 그 자리에서 제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었지요"
"허허허, 권강, 권강이라... 그것도 처음 시전하는 권법으로...
"아미타불, 그러니 화산파에서도 기회를 잘 노려 보시지요"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허허허, 신녀께서 보실 때 슬며시 매화검법을 시전하게 하시든가... 아! 아침에 매화검수들에게 기본적인 매화검법을 수련하게 하시지요. 신녀의 관심을 끄는데는 그 편이 더 좋을 것 같소이다."
"아침에... 말이요?"
"허허. 아미타불, 무당과 소림에서도 아침 수련을 기회로 신녀께 덕을 보았지요. 손해볼 것 없으니 한번 시도해 보시지요"
"아침이라. 아침..."


그 말을 끝으로 화산파 장문인 유도옥은 산을 모두 넘을 때 까지 무슨 생각에 골몰하는지 더 이상은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런 유도옥을 바라보는 혜명 대사의 얼굴에서는 의미모를 미소가 그려지고 있었다. 한편 혜명 대사의 당부를 받은 유도옥이 생각에 잠기는 사이에 마화 수송단은 걸음을 재촉한 끝에 귀둔산의 정상을 넘어 박산현으로 향하는 하산 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마화 수송단의 걸음을 붙잡는 일이 산을 거의 다 내려온 지점에서 발생하고 있었다.

온통 녹색이 차지하고 있는 숲길에서 유독 주변의 녹색과는 다르게 눈에 띄는 녹색 하나가 마화 수송단의 길을 가로 막았던 것이다. 그 특이한 녹색의 정체는 다름아닌 옷이었다. 즉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모두 녹색으로 차려 입은 사내 하나가 산길의 한 복판에 우뚝 서서 길을 가로막고 있는 모습이 마화 수송단의 걸음을 멈추게 하였던 것이다. 마화 수송단의 선두에서 행렬을 인도하고 있던 무당십이검의 청진 도사가 그런 사내의 모습을 발견하고 앞으로 나섰다.

"무량수불! 무당의 청진이라고 합니다. 무슨 일이신지요?"
"아! 그,그것이 그러니까..."
"크하하! 일은 무슨 일, 산적 일이지"
"으응? 설지 언니. 이 목소리는..."
"그래. 숙부 맞아"
"그렇지? 철대숙의 목소리지 그렇지?"
"응! 그리고 저기 저 아저씨는 초록이 아저씨고..."
"아! 그러고 보니, 호호호, 온통 초록색 옷을 입었던 대현채의 그 아저씨 맞네"

그랬다. 녹림칠십이채의 총표파자 철무륵은 산채에서 빈둥거리다 대현채에서 설지를 만났다는 소식을 전해듣고는 득달 같이 산채를 빠져 나와 곧장 대현채로 향하였다. 그리고 대현채에서 설지로 부터 초록이라는 별명을 부여 받은 녹림도에게 상세한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초록이를 앞세워 마화 수송단이 향하는 길목으로 서둘러 달려 왔던 것이다.

"무량수불! 총표파자 께서 오셨군요."
"크하하, 오랜만이외다. 청진 도사"
"무량수불, 그동안 별고 없으셨는지요?"
"관군들을 피해 도망 다니는 산적 놈이 늘 그렇지 뭐, 다른 별고야 있었겠소, 크하하"
"무량수불!"
"설지 놈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저 놈에게서 들었는데...오! 거기 있구나"

설지에게 초록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산적을 가리키며 말을 하던 철무륵은 설지를 발견하고는 반색을 하며 설지를 향해 다가 갔다.

"철숙부, 여기 까지 무슨 일이야?"
"응? 오랜만에 이 숙부를 만났는데 반갑지 않느냐? 그것도 이런 산중에서 말이다."
"오랜만은 무슨, 얼굴 본지가 한달도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으응, 그랬었나? 크하하!"
"철대숙! 우린 안 보여요?"

불쑥 끼어드는 뾰루퉁한 목소리의 임자는 초혜였다.

"응? 아! 우리 귀여운 혜아도 있었구나. 소청이도 있었고...크하하"
"철대숙을 뵈어요"
"오냐, 오냐. 크하하"
"철숙부, 여기 까지 무슨 일이냐니까?"
"으응? 아! 그거 이 숙부가 요즘 너무 심심해서 곧 죽을 것 같더구나. 그런데 네가 강호로 나왔다기에 재미있는 일이 있을 것 같아서 달려 온게지"
"아휴! 못말려."
"크하하. 아! 일성 도장도 계셨구려. 오랜만에 뵙겠소이다."
"무량수불, 오랜만이시네"
"철숙부, 스님 할아버지랑 다른 분들하고도 인사해"
"크하하. 오냐 오냐. 내 그리하마"

산중을 떨어 울리는 우렁우렁한 목소리의 철무륵과 각 문파의 수장들이 인사를 나누기 위해 잠시 지체했던 마화 수송단은 인사가 모두 끝나자 다시 산을 내려 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서둘러 하산한 마화 수송단은 반시진도 채 지나지 않아 박산현의 관문에 당도하고 있었다.

"철숙부! 그런데 저 초록이 아저씨는 왜 데리고 온거야? 저 아저씨는 대현채 소속 아니야?"
"저 놈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의외로 상당히 머리 회전이 빠르더구나. 그래서 당분간은 내가 데리고 다니기로 했다. 잘하면 녹림의 지낭 역할을 할 군사로 써먹을 수도 있겠고 말이야"
"호! 이제 보니 숙부에게도 의외의 구석이 있었네. 단순무식과격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말이야"

"어허! 이 녀석이... 이래뵈도 내가 녹림 총표파자야. 총표파자"
"알았어, 알았어. 누가 뭐래, 산적 두목 아저씨!"

"크하하. 참! 어떻더냐?"
"응? 뭐가?"
"흐흐흐. 저기 눈알을 반짝이고 있는 후기지수 놈들 말이야. 마음에 드는 괜찮은 놈 있더냐?"
"호호호, 난 또 무슨 소리라고"
"철대숙! 설지 언니는 저런 덜 떨어진 사람들 관심 없을걸요"

나직히 소리 죽여 이야기 하는 초혜였다. 그런 초혜의 말에 어리둥절해 하는 철무륵에게 설지는 지난 밤에 있었던 후기지수들의 일과 억울하게 죽은 매군려와 그녀의 부친에 대한 이야기 까지 모두 상세하게 들려 주었다. 이야기를 듣는 철무륵의 몸에서 가끔 날카로운 기파가 뿜어져 나오는 것으로 봐서 상당히 분노하고 있는 것 같았다. 겉으로 표현은 하지 않지만 진소청을 보면서 늘 가슴 아파 하던 철무륵이었기에 그 분노의 깊이가 깊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철무륵이 포함된 마화 수송단은 이제 막 박산현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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