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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연재] 성수의가 156 | 연재 소설방 2014-01-2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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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방금 들었나?"
"암, 듣다마다, 성수의가라고 하지 않았나!"

"저런 빌어먹을 파락호 놈들 같으니라고..."
"죽일 놈들, 하다 하다 이제는 감히 성수의가 아가씨들을..."
"허, 세상이 어찌 될려고..."
"처죽일..."

그런데 사람들의 입에서 흘러나와 골목 안을 가득 채우기 시작한 웅성거림의 속 구성이 조금 특이했다. 두자성에게 작살나도록 얻어 터지고 있는 파락호들을 향한 사람들의 측은지심에서 나온 소리들이 주요 자리를 차지하고 들어 앉은 것이 아니라 뜻밖에도 파락호들을 힐난하는 내용의 욕설들이 웅성거림 속의 주요한 대혈들을 모조리 차지하고 앉아 그 부피를 늘려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죽도록 얻어 터지고 있는 파락호들을 향한 동정의 시선이 그 속에는 단 하나도 존재하고 있지 않았다. 그렇다는 것은 평소에도 파락호들의 행실이 사람들에게 지탄 받을 만큼 나빴다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귀결되는 셈이기도 했다.

"햐! 사람들 말을 들어 보니까 저 아저씨들 아주 악질인가 보네."

초혜의 말마따나 악질들인 세 명의 파락호들은 지금 거의 혼절 직전의 상태에 까지 다다르고 있었다. 두자성의 성의있고 무자비한 발길질에 전신을 내맡긴 채 제 정신이 아닌 상태로 묵묵히(?)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맞고 있는 파락호들이 두자성의 발길질에서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두자성의 발길이 닿는 순간 죽고 싶을 만큼 커다란 고통이 엄습해 왔다가 순식간에 그 고통이 줄어든다는 것이었다.

이는 설지 덕분에 두자성이 운용하는 내공이 그만큼 정교해졌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엄청난 고통이 계속 가해져 고스란히 몸 속에 축적됨으로 인해 파락호들의 정신 상태는 이미 공황 상태에 이르러 있었다. 물론 한쪽에서 싸늘한 시선으로 노려 보고 있는 진소청의 손길에서 벗어났다는 것이 두드려 맞느라 파락호들은 의식하고 있지 못하지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아마도 진소청이 손을 썼다면 팔,다리 하나 쯤은 골목 어귀에 살포시 내려 두어야 하는 사태가 빚어졌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잠시 실례 하겠소. 지나갑시다"
"어허, 이 사람이 왜 밀고 그래. 흡"

그런데 갑자기 골목 어귀의 웅성거림이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골목 어귀에 포진한 채 골목 안 상황을 주시하던 사람들 사이로 훼방꾼 하나가 등장했던 탓이었다. 그것도 얼핏 보면 대단히 준수하지만 눈을 씻고 다시 한번 바라 보면 '나 산적이오'하는 명패가 이마팍에 떡하니 붙어 있는 것 처럼 위험하게 보이는 중년 사내였다. 이는 자신을 살며시 밀치며 안으로 들어가려는 사내의 등장에 처음에는 짜증을 발했던 이가 사내의 모습을 다시 한번 바라보고는 흠칫 놀라서 입을 다급하게 다무는 것에서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미안하외다. 급해서 말이오. 설지야 예 있는게냐?"
"응! 철숙부, 우리 여기 있어"

하지만 우렁우렁한 목소리가 골목안으로 날아 들어가고나서 곧바로 아름다운 목소리로 바뀌어 도달하는 것을 지켜보던 사람들의 반응이 좀전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나타났다. 분분히 양쪽으로 물러서며 중년 사내에게 길을 열어주는 것은 물론이고 딱봐도 산적 처럼 보이는 철무륵에게 따뜻한 시선들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 사람들아, 어서 비켜서시게."
"맞네, 어여 어여 비켜들 서게. 성수의가의 어른이신가 보네"
"크흠"

사람들의 이런 반응이 조금 낯설어 헛기침으로 무안함을 달래며 골목 안으로 들어섰던 철무륵은 한쪽에서 왠 물건들을 치도곤내고 있는 초록이를 한번 일별한 후 빠른 걸음으로 설지에게 다가 섰다.

"대체 무슨 일이냐?"
"헤헤, 철대숙이다"
"그래, 그래, 우리 연이... 응? 이,이게..."

설지의 품에 안겨서 자신을 반겨주는 사도연에게 따뜻한 미소를 지어주던 철무륵이 화들짝 놀라 말을 더듬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사도연의 뺨에 붉고 선명한 손자국이 하나 새로 생겨나 있었던 것이다.

"누구냐? 저 놈들이냐?"

길게 물어 보지 않더라도 초록이의 행동으로 보건데 자신의 짐작이 틀림없다는데 총표파자의 자리 까지 걸수 있는 철무륵이었다.

"맞아요. 철대숙, 저 아저씨들이 소홍 언니와 애향 언니에게 손찌검을 한 것은 물론이고 뒤늦게 연이에게도 손찌검을 했어요"

"이런 죽일 놈들이... 초록이!"
"옙! 총표파자님"

자신들을 두들겨 팰때는 저승 사자 보다 더 무서웠던 초록이 두자성의 반응에 파락호들은 물론이고 지켜 보는 사람들도 깜짝 놀라고 말았다. 살기등등한 모습으로 파락호들을 연신 두들겨 패던 두자성이 중년 사내가 부르자 마자 마치 고양이 앞의 생쥐 처럼 부동자세로 바짝 오그라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락호들은 지금 사람들과 다른 점에서 경악하고 있었다.

파락호들답게 총표파자라는 호칭이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헌데 총표파자라니? 난데없이 총표파자라는 호칭이 갑자기 여기에서 왜 튀어나오느냐 이 말이다. 자신들은 그저 곱상하게 생긴 여인들을 단순히(?) 예뻐해주려고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재신이 깃든 꼬마가 등장하는 바람에 재차 수금을 조금 했을 뿐이고 손가락에 끼워져 있던 지환이 무거울까 봐서 그리고 아이의 성장에 방해가 될까 저어하여 잠시 자신들이 맡기로 결정했던 것 뿐이었다. 물론 말을 듣지 않기에 살포시 뺨을 한차례 어루만져 주기는 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여기서 총표파자가 왜 나오냐고?

"그 놈들 정체가 뭐냐?"
"옙! 아마도 이곳 흑도 소속 같습니다."
"흑도?"
"옙"
"자세히 한번 물어 봐"
"옙! 총표파자님"

 

고양이 앞의 생쥐 처럼 철무륵의 앞에서는 너무도 공손하던 두자성이 다시 파락호들을 마주 대하자 분위기가 일변했다. 예의 저승사자의 모습으로 다시 변신했던 것이다. 이에 파랗게 질린 파락호들이 횡설수설하며 두서없이 자신들의 소속은 물론이고 사돈의 팔촌들 이름 까지 술술 불기 시작했다.

그것도 잠시라도 입이 쉴라치면 날아올 발길질이 두렵다는 듯이 서로 경쟁적으로 마구 외쳐대듯이 지껄여대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소리들이 한데 서로 뒤섞이다 보니 정작 중요한 대목에 가서는 하나도 알아 들을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 자식들이 시끄럽게, 한 놈만 이야기 해봐. 너, 그래 너, 네 놈이 이야기해 봐"

두자성에게 지목당한 파락호 하나가 정색을 하며 다시 처음 부터 주절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알아낸 사실은 파락호들이 흑도 연합 세력인 흑사방의 정현 지부 소속이라는 것과 그들이 그동안 벌여왔던 파렴치한 일들이었다. 한편 철무륵을 포함해서 설지 일행들은 파락호의 입에서 술술 흘러 나오는 죄상에 기가 막혀 할말을 잃고 있었다.

"허, 뭐 이런 놈들이... 이 놈들에 비하며 우리 아이들은 그야말로 협객들이구만"
"철대숙, 그건 조금 아닌 것 같은데... 산적들이 협객은 무슨..."
"흠, 흠, 말이 그렇다는 거지. 말이..."

산적과 협객의 정체성을 두고 서로 티격태격하는 철무륵과 초혜를 보며 어처구니 없어 하는 이는 설지와 현진 도사 뿐만 아니었다. 철무륵의 말을 듣고 오죽했으면 초록이 두자성 역시도 '그건 아닌데' 하는 표정을 얼굴에 떠올렸을까. 하지만 초혜와 철무륵의 논쟁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서둘러 말을 끊어버린 설지가 철무륵이 가져온 자신의 가방을 챙겨 들면서 장소를 옮기자고 했기 때문이다.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객잔으로 돌아가기로 해"
"그럴까?"
"알았어, 설지 언니"

그렇게 산적과 협객의 정체성 논쟁을 잠시 수면 아래로 묻어 두기로 한 초혜와 철무륵은 장내를 정리하고 걸음을 옮기려 했다. 사실 만신창이 비슷하게 변한 파락호들을 챙겨가는 것 외에 정리할 것이 따로 없기는 했지만... 하지만 일행들의 발걸음은 땅에 떨어진 무언가를 가리키며 설지에게 칭얼거리는 사도연 때문에 다시 한번 제지당하고 말았다.

"설지 언니, 저거, 저거"
"응? 뭐 말이니"

사도연의 손짓에 따라 시선을 옮긴 설지와 일행들의 시야에 땅 위에서 애처로운 모습으로 굴러다니고 있는 당과의 모습이 다가 왔다.

"응? 저건 당과 아니니?"
"응! 언니들 줄려고 가져 왔던건데 저 아저씨들 때문에 떨어트렸어"
"음, 그랬구나. 아까워서 어쩌지?"
"음, 음, 다시 사러 가"
"호호. 그러자꾸나."
"응, 헤헤헤"

설지의 품에 안겨서 양발을 까불거리며 좋아하는 사도연이었다. 그런데 다음 순간 자신의 품에 손을 넣으려다 말고 고개를 갸우뚱하던 사도연이 두자성을 향해 입을 열었다.

"초록이 아저씨!"
"예? 왜 그러십니까요, 작은 아가씨"
"내 전낭"
"전낭이요? 혹시 이 놈들이 가져갔습니까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는 사도연의 모습을 발견한 파락호 하나가 화뜰짝 놀라며 황급히 자신이 곱게 보관하고 있던 전낭들을 품에서 전부 꺼집어내 두자성에게 두손으로 공손히 바쳤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린 두자성이 자신의 손에 들린 전낭들을 살펴 보다 그 중에서 가장 작고 앙증 맞은 전낭 하나를 들어 보이며 사도연에게 물었다.

"작은 아가씨, 이게 맞습니까요?'
"응, 응, 맞아요. 헤헤"
"어디 보자, 아이쿠 제법 묵직한게 철전 여러개가 들었나 봅니다."
"응? 어떻게 알았어요?"
"하하하, 다 아는 수가 있습지요. 가만 그럼 남은 전낭 두개는 ..."
"그건 저희들거예요"

옆에 있던 소홍의 목소리였다.

"아! 두 분 소저의 전낭이었군요. 여기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소홍에게 전낭을 건네는 두자성의 볼이 조금 붉어진 것과 손이 잘게 떨리는 것은 지켜보는 사람들의 착각만은 아니었다. 묘한 시선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 보는 설지의 시선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이제 그만 가"
"그러자꾸나. 실례하겠소이다. 아참! 초록이는 그 물건들 제대로 챙겨라"
"옙! 걱정마십시오"

걸레 꼬라지가 된 파락호들을 일으켜 세운 두자성이 파락호들의 뒤통수를 후려치며 일행들 중에서 가장 늦게 걸음을 재촉했다.

"설지 언니, 여기야, 여기"
"아이구, 귀여운 아가씨께서 다시 오셨구랴"
"예. 할머니, 당과 주세요."
"몇개나 드릴까?"
"음, 설지 언니, 할아버지들도 사다 드릴까?"
"마음대로 하렴"
"헤헤, 그럼, 어디 보자, 거지 할아버지 하고 도사 할아버지 두 분, 그리고 음음, 스님 할아버지 하고 교주 할아버지 까지 다섯개.. 아! 오라버니꺼 까지 하면 여섯개다"

손가락을 꼽아가며 사가야 할 당과 수를 헤아리는 사도연의 귀여운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두자성이 파락호들의 뒤통수를 후려 쳤다. 마치 저렇게 예쁘고 귀여운 어린 소녀를 때릴 때가 어디 있다고 때렸나는 듯이... 당과 가게에 들러 당과 하나씩을 입에 물고 객잔으로 돌아오는 일행들을 가장 먼저 반긴 것은 객잔 입구 까지 나와서 안절부절하고 있던 호걸개였다. 그런 호걸개를 발견한 사도연이 작은 발로 잽싸게 달려가 손에 들고 있던 당과 하나를 내밀었다.

"할아버지 당과 드세요"
"허허, 오냐, 오냐, 할애비줄려고 가져 온게냐? 응? 아니? 연이 너 뺨이 왜 그러느냐?"

혹시라도 사도연에게 무슨 큰일이 벌어졌나 싶어 안절부절하며 기다리던 호걸개는 별다른 일 없이 무사히 돌아온 사도연이 내민 당과를 보며 함박 웃음을 지어 주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사도연의 뺨에 자리한 붉은 손자국을 보는 순간 급속히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어디보자. 아~ 해보거라"
"헤헤, 정말 괜찮은데... 아~"
"어디, 어디... 흠, 정말이로구나. 다행이다. 다행이야. 헌데 설지가 이랬을리는 없고 대관절 어떤 놈이 그랬느냐?"

그렇게 말하며 일행들의 모습을 살펴 보던 호걸개의 시선에 이질적인 물건(?) 몇개가 잡혀 들었다. 두자성의 손바닥과 계속해서 뒤통수를 마주치며 길 안내를 받고 있는 파락호들이었다.

"허면 저 놈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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