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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의 끝, 한 인물의 삶 | 사색과 감상의 길목 2020-11-06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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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역사의 끝까지

루이스 세풀베다 저/엄지영 역
열린책들 |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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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남긴 장편소설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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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게릴라 조직을 떠났던 벨몬테는 크라머와 재회한다. 당시 그는 크라머가 '로이드 한자'라는 보험 회사에서 일한다는 것 말고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고문 피해자 치료를 위한 전문 병원에 베로니카를 입원시키기 위해, 그는 자신에게 접근했던 크라머가 시키는 대로 일을 완수했으나 그 과정에서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그때 일을 빌미로 크라머는 벨몬테에게 또다른 임무를 맡긴다. 소비에트 공산당 기관원이었던 두 사람의 행방을 찾는 일.

 

소설은 벨몬테가 두 사람의 그림자를 밟는 과정을 그리는 한편, 그가 찾는 에스피노사와 살라멘디의 과거 행적과 현재 행보도 같이 보여준다.

 

"그들은 소비에트 조국이 산산이 부서지는 모습을, 그리고 자본주의가 총 한 방 쏘지 않고 승리를 거두는 모습을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았다."(91쪽)

 

벨몬테의 심정도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다음 문장으로 확인해볼 수 있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수많은 혁명전쟁과 게릴라전에 참여한 베테랑 전사였던 나의 동지들은 당시 지휘부 인사들이 순응주의에 빠지고, 많은 혁명가가 신자유주의를 옹호하거나 국가 기구에 기생하는 존재로 전락해 버리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130쪽)

 

크라머가 두 사람의 행적을 찾으려고 한 이유도 "칠레와 러시아 연방의 통상 마찰"과 관련된 것이다. 애초 두 사람은 상부에 의해 카자흐인 크라스노프를 교도소에서 구출하는 임무를 맡았고, 슬라바(이 사람은 소콜로프로 대령으로 소비에트 기갑 부대 군사 학교 교관이었고, 이후 다국적 보험 회사의 공식 에이전트로서 라틴 아메리카에서 러시아 연방으로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을 관할하는 신흥 재벌이 되었다.)가 둘을 만나 "현실적인 협상"을 하고 (둘의 뜻과 무관하게 결과적으로) 통상 마찰을 막는다.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하더니, 이제는 두 사람이 벨몬테를 모종의 계획에 끌어들인다.

 

소설의 에필로그에 이르러서야 두 사람, 에스피노사와 살라멘디의 계획이 밝혀지고 그들과 벨몬테의 공통점도 드러난다. 피노체트 군사 정권하에서 국가 정보국이 반체제 인사들을 불법으로 구금하고 고문할 당시, 고문을 자행한 무리의 수괴는 크라스토프였다. 그로 인해 에스피노사는 아내와 아들을, 살라멘디는 동생을 잃었고, 벨몬테는 동지이자 연인 베로니카를 18년간 고문 피해자 치료 병원에 두어야 했다. 벨몬테는 단지 사적인 복수가 아니라 "인민의 이름으로" 그 수괴의 방갈로를 향해 총을 겨눌 수 있었다. 그를 막은 건, 오랜 침묵을 깨고 나온 베로니카의 목소리 "죽이지 말아요"였고 뒤이은 지진이었다.

 

역사적 장소와 인물, 사건들이 소설 중간중간에 등장하고, 소설 말미 '부록'에서는 앞서 나온 지명과 조직에 대해 상세히 알려준다. 소설 속에서 베로니카가 고통을 당했던 '비야 그리말디'는 실제로 무고한 사람들에 대한 불법 구금, 고문, 살해 및 실종이 자행됐던 곳이고, 에스피노사와 살라멘디가 칠레로 안전하게 돌아온 대가로 정보를 넘겼던 곳인 '모처'는 1989년 군사 독재 체제 말기에서 1990년 초에 전직 정보 요원들과 과거 혁명 활동을 하다 전향한 인물들로 구성된 비공식적 조직 혹은 단체다.

 

역자 엄지영 님의 해설(308-311쪽)을 참고하면, <북위>, <남위>라는 지리적 공간으로 단편화된 구성은 모든 이야기가 강물처럼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믿음 혹은 희망을 의미한다. 각 장마다 완전히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자유로운 시간의 흐름을 타고 독자의 삶과 뒤섞이고 궁극적으로 열정과 희망으로 빚어낸 가능한 세계, 새로운 삶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마지막 장면의 베로니카 음성은 상투적 화해와 관용의 메시지가 아니라, 새로운 역사와 새로운 이야기가 되어 세상에 퍼져 나갈 메아리다. 그 목소리는 페르난데스의 <영원한 여인의 소설 박물관>에 나오는 에테르나의 목소리와 맞닿는데, 둘 다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며 미래를 만들어내는 문학과 이야기의 힘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작가 세풀베다의 작품은 여러 편의 동화책만 읽은 상태였다. 그러다가 코로나에 감염되어 고인이 되었다는 소식을 접했고, 이 소설을 찾아 읽게 되었다. (이 소설은 2016년에 발표된 것이고, 유작은 2019년에 발표된 <흰고래 이야기>라는데 아직 번역이 안 된 듯하다.) 그래서일까. 작가의 모습을 투영한 듯한 벨몬테, 그를 둘러싼 칠레의 옛 혁명가들의 이야기가 담긴 소설이 주는 여운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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