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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고 경쾌한 색감, 그리고 잔잔한 여운 | 동심의 한마당 2020-05-29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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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타이어 월드

조미자 글그림
핑거 | 2020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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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동시 같은 느낌. 오래도록 남는 어떤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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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가끔씩 나는>에서, 작가님의 탁월함에 감탄했었다. 내면의 감정을 이렇게 그림으로, 강렬한 색깔, 원색 대비 등으로 나타낼 수 있구나. 어떤 글보다 확실하게 전달되는 그림의 효과를 극대화한 느낌이었다. 이런 종류의 그림책을 계속 내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신간을 기다렸고 드디어 이 그림책을 만났다.

 

제목만 볼 때는 아이와 재밌게 보면 좋겠구나 싶었다. 집 거실 창문을 통해 큰 도로가 보이는데, 가끔씩 아이와 도로를 지나가는 차들을 구경하곤 한다. 여러 종류의 차뿐만 아니라 자전거, 오토바이, 유모차, 휠체어도 지나간다. 모두 바퀴를 가지고 굴러간다. 창밖을 보게 되면 언젠가부터 이런저런 바퀴에 눈길이 머물곤 했다. 그래서 이번 그림책 제목 <타이어 월드>가 더 특별하게 다가왔나 보다. 

 

특정 자동차가 아니라 굴러가는 바퀴가 주인공인 그림책이라니, 아이와 함께 나눌 이런저런 이야깃거리도 많겠구나 싶었다. 자동차 타이어들이 모여 있는 세상이라면, 다양한 차 종류가 나오는 것일까. 타이어들끼리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것일까. 닳고 닳아 폐기 처분되는 타이어들이 모인 곳이라면 쓸쓸한 느낌을 받게 될까. 책을 넘겨보기 전까지 여러 가지 상상을 해보았다. 어떤 이야기, 어떤 그림이 펼쳐질까 두근두근 기대하는 마음으로.

 

역시 조미자 작가님 특유의 시원시원한 색채와 구도, 터치감이 돋보인다. 특히 철조망을 사이에 둔 채 달의 원형 일부와 타이어의 원형 일부가 대비된 그림은 인상적이다. 어디든지 굴러가고, 언제든지 굴러왔고, 어떤 날씨에도 한결같이 굴러온 타이어들의 종착지는 '타이어 월드'다. 타이어들은 이제 이곳저곳 세상을 돌아다니지 않는다. 가만히 한곳에 정착한 셈이다. 그런데 여기는 타이어들이 떠나온 곳이자 동시에 돌아온 곳이다. 결국 출발지와 종착지의 이중적 의미를 가지는데, 왠지 자연에서 왔다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인생의 느낌 같다.

 

그림책 중간 부분에 나온 "황량한 우리의 안식처"라는 표현이 쓸쓸한 감정을 전해주지만, 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지금까지 수고한 타이어들을 위해 누군가 작은 축제를 준비해주는 느낌이다. 쌓여 있는 타이어들 앞에 알록달록한 나무 장식이 빛나고 강아지가 뛰놀며 노란색 스크린이 보인다. 이 장면만 보면 어떤 쓸쓸한 분위기는 전혀 없다. 오히려 밝고 경쾌한 느낌이다. 그러면서 잔잔한 여운을 준다.

 

"우리가 지나온 세상

이제 세상이 우리를 지나간다.

 

우리가 나누는

우리만의 이야기."

 

어떤 생각과 감정에 빠지게 하는 대목이다. 바쁘고 열심히 굴러온 타이어들이 경험한 세상, 이제 타이어들은 그 세상의 뒤편에 있다. 다른 타이어들에게 세상 경험을 물려주고 자기들끼리 그간의 사연을 나눈다는 것일까. 인생의 말년 혹은 마무리 느낌이 들면서, 마지막 장면의 노란색 스크린에는 각자 살아온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친다는 의미로 연결 짓게 된다.

 

<타이어 월드>, 밝고 경쾌한 색감으로 잔잔한 여운을 주는 특별한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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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떠나는 아이, 길 떠나보내는 부모 모두에게 | 동심의 한마당 2020-05-28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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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길 떠나는 너에게

최숙희 글그림
책읽는곰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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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순간 새로운 길을 떠나게 되는 우리 모두를 위한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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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희 작가님의 그림은 예쁘고 따뜻하고 부드러워서 좋다. 이번 그림책은 기존의 느낌이 더 풍성해졌다. 아마 작가님의 글 덕분이 아닐까. 그림을 먼저 보고, 그림과 글을 함께 보고, 그리고 글만 따로 보았다. 소리 내어 천천히 읽었다. 반복해서 더 천천히 읽었다. 아이를 위해서, 또 나 자신을 위해서.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책은 혼자 길을 나서는 아이에게 건네주는 말들이다. 격려하고 응원하고 힘을 주는 말들로 가득하다. 그런데 단순히 "모든 게 잘될 테니 아무 걱정 말고 잘 다녀와" 하는 초긍정이 아니다. 그렇다고 "낯설고 무섭거나 힘들면 당장 돌아와" 하는 방패막도 아니다. 그림책 속 세상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아이가 만날 무수한 길들, 그 가운데는 예기치 못한 어려움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의 표지처럼 언제까지나 아이 앞에 꽃길만 펼쳐졌으면 싶지만, 아이는 강물도 만나고 비도 만나고 절벽에도 이른다. 이 책은 그런 상황마다 아이에게 꼭 필요한 말들을 건네준다.

아이에게 자립심을 키워주는 것과 아이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 이 딜레마 앞에서 균형 찾기, 지혜롭게 대처하기란 정말 어려워 보인다. 어쩌면 일상에서 아이에게 건네는 말들도 "해봐"와 "안 돼"의 혼재일지도 모른다. 그런 가운데 이 책이 뭔가 기본 가이드가 된 느낌이랄까. 그래,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주면 되겠구나. 그래, 이런 마음으로 혼자 뭔가 해보려는 아이를 지켜보면 되겠구나.

그림책 속 아이는 "다녀오겠습니다"로 웃으며 문을 나섰다가 "다녀왔습니다"로 웃으며 돌아온다. 그림책 중간에는, 아이 혼자 만나게 될 다양한 길이 있다. 그에 따른 여러 가지 표정이 있다. 만나는 길동무도 있다. 아이의 선택과 의지로 펼쳐질 그림들이 있다. 그 장면들을 엄마와 아빠의 목소리로 들려주자. 새로운 길을 떠나는 아이뿐 아니라 그 길로 떠나보내는 부모 모두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부모 자신에게 스스로 해주는 말이 될 수도 있겠다. 어른도 매번 새로운 길 앞에 서면 두렵고 뒤로 물러나고 싶고 주저앉고 싶을 때가 많으니까.

이 그림책에서 그림만 봐도 응원 메시지를 읽게 된 장면들이 있는데, 특히 절벽 위에 주저앉던 아이가 다음 장면에서 새를 타고 날아가는 모습이 마음속에 새겨졌다. "다 끝났다고? 아니 이제부터 날아오르는 거야" 하는 비상 메시지. 그림만으로, 그림과 글도 함께, 글만 따로! 어떻게 읽든 아이와 어른 모두 행복한 그림책을 만나서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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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와 상징을 한아름 안겨주는 그림책 | 동심의 한마당 2020-05-2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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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차표는 어디로 날아갔을까?

리우쉬공 글/김현정 역
옐로스톤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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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수록 재미와 상징을 만나게 되는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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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제목만으로 흥미를 끌었고, 소개글을 보면서 열린 생각거리를 제공해주리라 기대했다. 한 권의 그림책 안에 재미뿐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이야기 나눌 비유나 가치가 담겨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 그림책이 그랬다. 리우쉬공의 그림과 글은 처음 접했는데, 이 책을 계기로 그동안 번역된 그의 책들을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또한 옐로스톤 출판사에서 이 책을, 다른 나머지 두 권과 함께 '여행을 주제로 한 그림책'으로 묶었던데 그런 분류도 꽤 흥미롭다. (기회가 되는 대로 그 책들도 찾아 읽어보겠다. 또 어떤 의미의 여행이 펼쳐질지 궁금하다. 여행을 갈 수 없는 지금의 상황 때문인지, 왠지 '여행'이라는 말에 마음이 들뜨는 것 같다.)

이 그림책에서 사람들은 차표를 들고 어딘가 목적지로 가는 출발선상에 있다. 갑자기 차표가 바람에 날아가자, 버스 운전사는 예정된 길을 벗어나 차표를 찾으러 바삐 여기저기 움직인다. 승객들도 덩달아 그 길을 동행하는데, 버스는 서둘러 가는 과정 중에 차표를 찾지 말라고 조언해주는 산신령들, 위험한 길을 다닌다고 야단치는 바다 용왕, 눈을 굴리며 놀자는 괴물들도 만나고 얼떨결에 자동차 경주 우승도 하게 된다. 운전사 아저씨는 오직 차표 찾을 생각뿐이어서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다. 차표만 아니라면 모두 좀 천천히 놀다 가도 될 텐데. 경주 우승을 만끽해도 될 텐데. 운전사 아저씨의 조급증 탓일까. 독자의 마음까지 바쁘다. 빨리 가자, 차표 찾으러!

도대체 차표는 어디 있지? 찾을 수나 있을까? 정말 궁금했던 차표의 행방에 이르면, 독자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슬며시 미소를 짓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운전사 아저씨의 행동은 재미와 생각거리를 동시에 던져준다. (너무 중요한 부분이라, 이 책을 안 읽은 독자들이라면 이 부분을 모르는 상태로 확인하는 게 좋을 듯하다. 그림책 말미에 덧붙여진 해설도 미리 읽어보지 마시길!)

운전사 아저씨의 조수인 강아지가 승객들에게 부채질해주는 장면, 모두 차를 끌고 나무에 올라가는 장면, 또 조심스럽게 내려오는 장면 등 그림만으로도 아이들이 재밌게 볼 요소가 많다. 무엇보다 이 그림책의 유익은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가 성장할수록 풍성해질 것이다. 그래서 더 기대된다. 이 책의 글과 그림에 대해, 정신없이 차표만 쫓아가는 모습에 대해, 나아가 차표의 상징과 결말이 주는 느낌 등에 대해 자유롭게 혹은 깊이 있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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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적, 철학적 윤리의 비교 | 사색과 감상의 길목 2020-05-2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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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기독교 윤리학

우병훈 저
복있는사람 | 2019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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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윤리의 핵심에 대한 비교, 고찰을 통한 기독교 윤리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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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주요 신학자들의 윤리학으로, 아우구스티누스의 '영혼과 초월성의 윤리', 장 칼뱅의 '자기부인의 윤리',  마르틴 루터의 '소명 윤리'를 설명한다. 그리고 철학적 윤리학의 유형을 존 프레임의 분류에 따라 셋으로 나눈다. 실존론적 전통은 소피스트, 흄, 루소, 카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니체,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 정서주의, 실존주의, 포스트모더니즘을 포함한다. 목적론적 전통은 키레네 학파의 쾌락주의, 에피쿠로스, 아리스토텔레스, 존 듀이, 공리주의 등을 포함한다. 의무론적 전통은 플라톤, 견유학파의 냉소주의, 스토아 철학, 임마누엘 칸트, 관념론, 무어와 프리처드 등을 포함한다. 이 중, 이 책에서는 니체, 에피쿠로스 학파, 칸트의 윤리를 간단히 언급하고 기독교 윤리학은 위의 세 전통을 종합한 윤리학이라 칭한다.

 

저자는 특히 레비나스의 윤리에 주목하는데, 레비나스는 그동안의 서구 철학이 인식 주체 중심의 철학으로 타자를 대상화했다면 타자에 대한 책임성을 강조하고 타자의 얼굴에서 신의 얼굴의 현현을 본다. 또한 타자의 다양한 형태를 모두 동일한 것으로 전환하여 이해한 그간의 존재론과 구별되며 타자의 요구를 경험하고 반응하는 윤리 개념을 가진다.그런데 레비나스 윤리학의 대속 개념은 히브리 성경과 신약성경의 모티브를 붙잡은 것인데도 불구하고, 엘리트주의적 윤리학의 약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타자는 여전히 '좀 더 강한' 나에 의해 떠받쳐지는 '나보다 약한' 존재로 남기 때문이다. 이는 나치 수용소의 경험에 기인하는데, 당시 레비나스는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타자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 강자들의 모습에 큰 환멸을 느낀다. 따라서 그에게 윤리란 연약한 자의 부르짖는 얼굴을 마주 대하는 '실존적 경험'이다. 이는 타자를 대속하는 힘 있는 주체와 그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연약한 대상으로 양분하는 결과를 낳았고, 그의 윤리학은 약자를 위한 윤리학이긴 하나 그 실천면에서는 강자만을 대상으로 삼는 약점을 가진다. 저자는 레비나스의 윤리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음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타자를 무조건적으로 섬기는 동력은 어디서 나오는가?"

"타자가 나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않을 때 타자를 어떻게 포용할 수 있는가?"

 

칸트는 기독교 속죄 개념을 비판하면서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능력대로 윤리적 삶을 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언 명령, 곧 "네 행동의 준칙이 너의 의지를 통하여 하나의 보편적인 자연법칙이 되는 것처럼 행동하라"는 명령은 '나의 의지를 통하여' 수행하는 것이다. 니체는 속죄 개념을 완전히 없애야 인간이 진정 자유로워지고, 디오니소스적이며 창조적인 인간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레비나스는 주체가 타자의 밑바닥으로 들어가 타자를 섬길 책임이 있다고 보았다. 그에게 속죄는 각 개인의 사명이자 의무다. 결국 이들에게 속죄는 '내가' 거부하거나 '내가' 행하는 것, '나'에게 달려 있다. 반면 기독교의 속죄 개념은 '나 대신, 우리 대신 그리스도'라는 정신에 기반한다.

 

저자는 교회와 국가의 관계에 대해, 아우구스티누스, 재세례파, 칼뱅, 자연법 사상 등의 모델을 융합하여 적용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리고 웨스터민스터 대교리문답을 통해 공공신학적 토대를 설파한다. 공공신학이란 기독교 신앙과 가치를 가지고 사회의 공공선, 복지, 평등, 정의, 인간 존엄성, 공적 대화와 정치 시스템 등을 발전시키고 향상하기 위한 목적으로 구성된 신학을 말한다.

 

철학적 윤리와 기독교 윤리를 비교한 내용, 특히 성경의 개념을 많이 차용한 레비나스 철학에 대해 상세히 서술한 대목을 흥미롭게 읽었다. 저자가 제시한 공공신학의 개념은 기독교 윤리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해 계속된 논의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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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접근의 결혼관 | 사색과 감상의 길목 2020-05-25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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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팀 켈러, 결혼을 말하다

팀 켈러 저/최종훈 역
두란노 | 2014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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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 의미를 숙고해볼 사람에게는 필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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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배우자가 자기주장을 앞세우면서 고집을 부리면 상대편은 더 조급해지고 분에 차서 거칠고 냉담한 태도로 응수한다. 간단히 말해서 상대의 자기중심성을 자신의 자기중심성으로 받아치는 것이다. 자기중심성은 상대방의 이기적인 면모에 대해서는 예민하게 반응하고, 불쾌해 하며, 억울해 하고, 낙담하지만 자신도 똑같은 성질을 가졌다는 점은 보지 못하게 만드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관계에는 발전이 없고 늘 자기연민과 분노, 절망의 구렁텅이로 끌려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요즘 '자기중심성'을 숙고 중인데, 거기에 딱 부합하는 문장들을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저자는 결혼 후 한두 달, 길게는 한두 해가 지나 세 가지 증상이 나타난다고 진단한다. 근사하던 파트너가 얼마나 이기적인지 깨닫게 되고, 그 훌륭한 인간도 이편을 가리켜 이기적이란 말을 입에 담기 시작하며, 배우자의 이기심이 자신의 것보다 더 문제가 된다는 결론을 내린다는 것. 험한 세월을 거치면서 무수한 상처를 입었다고 느끼는 경우일수록 이런 증세는 더 또렷해진다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해결책은 하나다. 남편과 아내 모두가 한마음으로 자신의 자기중심적인 성향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상대방을 돌보는 데 힘을 기울이는 것. 어느 한쪽이 먼저 나서는 것만으로도 앞날은 훨씬 밝아질 수 있다고.

 

저자는 감정과 행위를 구분하라고 말한다. 감정은 일관성이 없기 때문에. 감정은 복잡한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요인들이 작용할 때마다 널을 뛰고 우리 뜻대로 되지 않지만 행동은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다고. 감정이 먼저 뜨거워진 뒤에야 사랑의 행동이 나올 수 있다는 조건을 내세우면 지혜롭게 사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감정과의 거리 두기는 공감되는 말이다.

 

"서로 손가락질하며 이기적이라고 비난하기 전에, 남편이나 아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왜 인식하지 못하는지 먼저 짚어 봐야 할 것이다. 배우자가 주로 쓰는 사랑의 언어를 배우고 자신 편에서가 아니라 상대방이 열어 놓은 채널을 통해 사랑의 신호를 보내라. 적절치 않은 사랑의 언어는 의미를 '거꾸로' 전달할 수 있다는 것도 기억하라."

 

결혼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우정, 섬김, 은혜라는 말을 곱씹게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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