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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빵과 진저브레드 | 마뇨의 마법서 2020-04-30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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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생강빵과 진저브레드

김지현 저/최연호 감수
비채 | 2020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문학 작품속의 음식들 궁금하지 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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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음식 그리고 번역 이야기

소설 속엔 다양한 음식들이 나온다.

주인공이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일 수도 있고, 잊지 못할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매개체일 수도 있고, 누군가의 정성을 떠올리는 맛일 수도 있고, 어릴 적의 기억을 소환하는 추억으로 가는 터널일 수도 있다.

음식은 어느 이야기에서든 빠질 수 없다.

 

그러한 음식들에 대해 호기심을 가진 적이 있나요?

 

저자 김지현은 소설가이자 번역가다.

그가 다른 나라의 언어를 우리의 언어로 바꾸면서 느끼는 어려움에 대해, 음식이 가진 문화적 배경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한 바를 적은 이 책을 읽으며 평소에 궁금했던 문학 속의 음식들에 대한 궁금증이 풀린다.

그리고 그것이 작품 속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아가는 과정이 굉장히 흥미로운 산문집으로 탄생했다.

 

사실 책을 읽으며 음식 이야기가 나올 때는 정말 대충 넘어가는 적도 있다.

이유는 맛도 모르고, 모양도 모르고, 냄새도 모르는 음식에 대해 구구절절하게 알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음식 배경을 모르면 그 작품 속 인물들을 모르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우리가 흔하게 말하는 소울 푸드가 어떤 의미였는지를 생각해본 적 있냐면 없다.

그냥 글자 그대로를 해석했을 뿐이다.

 


원래 소울 푸드는 미국 남부의 흑인 계층에서 발달한 음식들을 가리키는 단어이다. 옛날 아프리카 사람들이 미국으로 끌려와 노예살이를 하던 시절에 즐겨 먹었던 음식들 말이다. 한국에서 전재와 식민 통치에 시달렸던 빈민들의 음식을 '애환의 음식'이라고 부르듯이, 흑인들은 아픈 역사 가운데 자신들을 달래주었던 음식을 '영혼의 음식'이라고 불러온 셈이다.



 

 

억지로, 납치되어 낯선 땅에 끌려와 죽도록 일만 하던 흑인들에게 자신의 땅에서 먹던 음식과 조금이라도 비슷하게 해 먹은 음식들.

노동으로 지쳐서 허기진 배를 채우거나 간단하게 일하면서 배를 채울 수 있게 만들어진 음식들엔 그들의 비극적인 삶의 애환이 담겨 있었다.

우리가 흔히 고향의 맛이라고 표현하는 말이 바로 소울 푸드를 지칭하는 말일 것이다.

 

버터밀크는 버터를 만들고 난 뒤 남은 액체를 말한다.(나처럼 버터 맛 우유를 상상했던 아이들에게는 참 실망스러운 일이지만) 버터가 녹아 있는 우유가 아니라 버터를 분리하고 남은 우유이고, 발효 크림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아서 톡 쏘는 냄새와 시큼한 맛이 특징이다. 그런데 영어로 '시큼하다sour'라는 말에는 '뚱하다' '심술궂다'라는 뜻도 있다. 그러니 메리 몸에 피 대신 버터밀크가 흐른다는 말은 메리가 그만큼 뚱하고 심술궂은 성격이라는 뜻이다.



 

 

알고 읽으면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결코 음식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비밀의 화원에 나오는 버터밀크에 이런 뜻이 숨어 있다는 걸 번역본만 읽는 사람들은 알 수 없다.

그게 바로 저자가 이 글을 쓴 이유다.

 

음식이 들어간 대목을 적고, 그 대목에 언급된 음식에 대한 배경을 설명해 주고, 그 음식이 이야기에서 무엇을 뜻하는지를 알려주는 이 책을 읽고 나면 이미 읽었던 책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쌓게 된다.

그리고 읽지 못한 책의 목록이 늘어난다.

 

번역은 번역가의 성장 배경, 번역가의 안목, 번역가의 경험 안에서 번역된다.

그러니 얼마나 다양한 경험을 했는지, 얼마다 다양한 지식과 감성을 지녔는지에 따라서 번역되는 이야기의 "맛"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책에 담긴 음식 이야기에 단순한 칭찬을 하고 싶지 않다.

좋다, 맘에 든다, 괜찮다는 말로는 이 책을 표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 안에는 번역가로서의 고뇌가 함축적으로 담겼기 때문이다.

자신이 어릴 때부터 읽어왔던 문학작품 속의 한 배경이었던 음식을 소재로 자신이 어른이 되어 더 많이 알게 된 이야기의 배경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고심해서 적은 글이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단순한 기분으로 읽었다가 이런 책들이 더 많이 나와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되어간다.

 

사소함이라고 치부하고 넘어갔던 이 작은 소재에서 더 많은 걸 깨달은 느낌이 꽤 오래갈 거 같다.

 

각 나라의 문화적 배경을 모르면 작가의 의도를 의도치 않게 묵살하는 경우가 많게 된다.

번역가들이 경계해야 하는 부분이 바로 이런 부분 아닐까?

 

진저브레드의 우리 말은 생강빵이다.

진저브레드에는 많은 다양한 느낌이 담겨 있는데 생강빵엔 딱 고정된 느낌만이 담겨 있다.

제목을 생강빵과 진저브레드로 한 이유가 이 책의 모든 걸 함축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글로벌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

번역은 단순한 말 바꿈이 아니다.

그건 번역기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다.

문학은 그것에 담긴 영혼을 느껴야 한다.

올바른 번역은 그곳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번역본들이 더 다양하게 나와주길 저자와 똑같은 마음으로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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