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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여자들 - 참 탁월한 이야기다. | 마뇨의 마법서 2020-04-12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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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이름 없는 여자들

아나 그루에 저/송경은 역
북로드 | 2020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북유럽 코지미스터리의 탈을 쓴 탁월한 사회문제 추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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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문명국가에서 그렇게 해요. 정부는 법대로 하는 거죠.

끔찍한 건 사람들이 전부 다, 진짜 정치인들까지도 그 불쌍한 여성들이 집으로 끌려가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다는 거죠.

 

 

 

광고쟁이 단 소메르달.

수사관 플레밍 토르프.

공통점이 있을 거 같지 않은 두 사람의 공통점은 고교 동창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한 여자를 사랑한다는 점이다.

 

플레밍이 먼저 마리아네와 사귀고 있었지만 그녀와 결혼해서 살고 있는 사람은 단이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이웃해 살면서 부부동반으로 자주 모였다.

그러다 플레밍이 아내와 별거를 하는 상황이 되었고, 단은 우울증에 걸려서 무기력해졌다.

그러던 차에 단의 회사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신원확인을 위해 플레밍과 함께 회사에 간 단은 자신에게 광고 말고 또 다른 재능이 있음을 깨닫는다.

 

처음엔 플레밍을 위해 회사 사람들의 인적 사항을 알려주고, 오랜만에 회사를 찾은 자신을 반겨주던 동료들과 함께 수다를 떨다가 본의 아니게 수사에 관련된 정보를 얻게 된다. 그렇게 시작한 단의 탐정놀이는 주변인들에게 알려지고, 살인사건을 취재하는 기자는 단을 앞세워 경찰의 위신을 깎아내린다.

 

대머리 탐정으로 불리는 단과 단보다 추리력이 형편없다는 오명을 쓴 플레밍.

서먹서먹해진 그들은 서로가 가진 정보를 나누지 못하고 그러는 사이에 살해된 청소부 릴리아나와 함께 살던 샐리가 시체가 되어 발견된다.

이 두건의 사건은 어떻게 벌어지게 됐을까?

 

 

 

 

 

 

흘려들었던 이야기들이 사실이 되는 순간.

 

덴마크의 소도시 크리스티안순을 배경으로 고교 동창이자 사랑의 라이벌이었던 단과 플레밍의 우정 어린 수사물은 코지 미스터리라는 느낌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독자로 하여금 단순하게 즐기지 못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알고는 있었지만 한 번도 깊게 생각해보지 못하는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제목 이름 없는 여자들에 담긴 그들의 삶은 어느 한 부분도 그들의 의지를 담은 삶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의 손에 의해 짓밟히고, 망가진 인생이 처참하게 전개된다.

살해당한 청소부 릴리아나의 감쪽같은 죽음을 파헤쳐 가는 과정에서 드러난 인신매매범들과 그들이 평범한 소녀들을 일자리를 준다고 꼬셔서 폭행과 강간을 일삼으며 그들의 의지력을 박살 내버리고 매춘을 하게 만드는 과정들은 우리가 다 아는 이야기다. 그렇게 알고 있는 이야기를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못하고 그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그 문제가 발생하지 못하도록 노력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희생자 릴리아나와 샐리를 통해 이름 없이 살아가야 하는 여자들의 삶을 보여줬다면

자신의 안위를 위해 거짓말을 한 사람으로 인해 어떻게 무고한 목숨이 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작가는 이 한 편에 무수한 이야기를 담아내었다.

 

처음 읽는 작가인데도 필력이 상당하다.

 

약간 어설픈 단과 그다지 예리하지는 못하지만 성실한 플레밍의 이야기는 이 이야기의 재미와 편안함을 이끌고

살인사건을 풀어가는 두 사람만의 방식은 독자에게 읽는 재미를 준다.

그리고 하나의 사건으로 인해 일의 전체가 드러나게 하는 작가의 솜씨는 읽고 나서 독자로 하여금 더 큰 그림을 보게 해주기에 더 경탄하게 된다.

 

인신매매로 인해 고통받은 여성들을 도와주고자 비밀리에 만들어진 단체는

그 안에서 새로운 독버섯이 자라고, 과거를 숨긴 망령과 비뚤어진 가치관을 가진 자들 때문에 여전히 착취의 그늘을 못 벗어나게 된다.

좋은 취지를 망치는 사람은 늘 어디에나 있게 마련이라는 것을 또 한 번 느끼게 되었다.

겉만 번지르르한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도 가져야 함을 이 이야기를 통해서 더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외면하고 있었던 현실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저 멀리 북유럽에서 존재하는 일은 바로 우리 근처에서도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폭력과 강간으로 여성들을 짓밟고 그녀들을 사창가로 내모는 인간들은 다른 겉모습으로 잘 살아가고 있다.

주변에서 폭력을 목격하고도 자신의 동료이자 공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침묵하고, 공조하는 사람들도 있다.

 

옳은 일을 하고,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죄책감을 지고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 사라지길 바란다.

겨우 탈출해서 새 삶을 살기 위해 고국에 돌아간 수많은 피해자가 그곳에서조차 외면당하고, 다시 끌려 나오게 되는 상황이 되풀이되지 말았으면 좋겠다.

 

단 소메르달의 이야기가 시리즈로 계속된다니 앞으로 기다릴 새 시리즈가 생겨서 즐겁다.

아나 그루에의 탁월한 필력으로 전개될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문제점들이 나에게 또 어떤 생각거리를 남겨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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