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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이이효재

박정희 저
다산초당 | 2019년 09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이이효재. 이 분에게 빚을 진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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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소수의 깨어난 이들에 의해서 시작되는 법이니까.

 

빚을 진 기분이 든다.

알지 못했던 누군가에게 내 인생의 편안함에 대해 나는 나도 모르게 빚을 졌다.

 

1924년 생.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한국전쟁을 겪고, 유신독재와 광주항쟁과 민주화를 이룩하는 모든 과정을 겪어 온 분이다.

인권의 불모지 땅에서 인권을. 그것도 여성의 권리를 위해 자신의 온 생애를 바쳐온 분의 이야기 앞에서 숙연해진다.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이 당연한 자유는 그녀와 그녀의 동지들이 일구어 온 과정 위에 세워진 자유였다.

 

1920년대에 유치원을 다니고 미국 유학까지 다녀온 그녀는 그 시대 여성들 중에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은 여성일지도 모른다.

거기서 그쳤다면 그녀도 그저 그런 이름있는 댁의 사모님으로 남았을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해 미안함을 느꼈다.

 

동시대 대부분의 여성들이 꿈도 꾸지 못할 만큼 특별한 환경에서 자라났다. 그렇게 자라난 사람들은 대부분 가진 이들, 누리는 이들 편으로 갔다. 하지만 그녀가 선택한 자리는 평생 사회적으로 억눌린 여성들 곁 낮은 자리였다.

 

가진 자들은 더 많이 가지려 하거나 그저 누리고 있는 안락함을 버리지 못한다.

하지만 시대의 아픔 앞에서 자신과 동등한 수많은 여성들이 이름 없이 가부장제의 종이 되어 삶을 연명하는 걸 그녀는 두고 보지 않았다.

 

우리 사회의 바람과 욕구, 우리가 형성해온 관습, 역사에 뿌리박은 사회학, 실천을 위한 사회학을 해야 한다.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여성의 권리에 관심을 가진 깨인 여성이었던 이이효재는 다방면으로 많은 일들을 해냈다.

그 당시에 먹고살기조차 숨 가빴던 시대에 미래를 내다보았던 그녀는 여성의 힘이 곧 미래의 힘이라고 믿었다.

유신독재로부터 박해를 받고, 빨갱이로 몰리기까지 했던 수모를 견뎌내며 이 대한민국의 여성들을 위해 총대를 멘 분이다.

그분으로부터 일구어져 온 지금의 대한민국 여성들은 할머니와 어머니 세대를 거쳐 나의 세대를 지나치며 더 많은 힘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이분을 이제야 제대로 알게 된 내가 참 모자란 사람처럼 여겨졌다.

 

나는 대한민국의 여성으로서 나보다 힘겨운 상황에 있는 이들에게 얼마나 손을 내밀었을까?

아무런 사심 없이.

그런 적은 없었다. 살아오면서.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잘 못된 생각을 가지고 그분이 일구어 놓은 길을 편하게 살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내가 참 부끄럽게 느껴졌다.

 

인간에게 깊이 뿌리박힌 이기적인 생각을 쉽게 넘어서기는 어렵겠지만 공공의 이익과 혜택을 누린 세대는 저절로 사회를 위하는 공익적 마음이 길러질 거라고 믿습니다.

 

이 분의 말씀처럼 되어야 하는데 나조차도 공익적 마음보다는 사익적 마음으로 살고 있으니 심히 부끄러운 일이다.

한 번도 이렇게 깊고 넓게 생각해 보지 못했다는 생각에 스스로 반성하게 되었다.

어른이라는 모습으로 너무 안이하게 살아내고 있는 건 아닌지 이분의 일대기를 읽으며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젊은 여성들이 사고에서 더 자유로워지고 선택을 즐기며 살아나가길 권한다. 자신을 사랑하며 그 사랑으로 내가 속해 있는 공동체에 뿌리를 내리면서도 인류의 한 구성원으로서 품위 있는 삶을 영위해나갔으면 한다.

 

구순의 어른이 대한민국 모든 여성들에게 전하는 말씀을 읽으니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마음이 설레어진다.

지금이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부지런히 내 뒤를 이어 올 여성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생겼다.

나의 여 조카들이 살아갈 세상이 지금보다는 좀 더 존중받고, 자신의 꿈을 펼치는데 자유로웠으면 하는 바람으로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다.

 

여성으로서 이 땅에 살면서 내 할머니와 어머니가 누리지 못했던 권리와 자유를 누리고 사는 게

결코 당연한 게 아님을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누군가의 노력과 희생으로 일구어진 이 권리와 자유를 내 뒤에 올 여성들에게 더 많이 물려주려면 좀 더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여성들이 이이효재를 알았으면 한다.

그분의 발자취를 알고 갔으면 좋겠다.

이 아직도 부조리한 세상에서 그녀가 우리에게 주는 힘과 용기를 알게 될 테니.

 

누군가의 일대기를 읽으며 스스로 부끄러웠던 적은 지금이 처음이다.

그 빚진 마음으로 조금이라도 갚고 싶어졌다.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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