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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 버지니아 울프를 만난 시간 | 마뇨의 마법서 2020-11-0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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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WHY : 세 편의 에세이와 일곱 편의 단편소설

버지니아 울프 저/정미현 역
이소노미아 | 2018년 09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최상의 즐거움과 최고의 모험을 떠난 버지니아 울프. 였다 라고 생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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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더 이상 원래의 우리가 아닙니다. 기분 좋은 저녁 시간, 네 시와 여섯 시 사이에 집을 나서면 우리는 친구들이 알고 있는 우리의 본모습을 벗어던지고 익명의 뚜벅이들로 이뤄진 거대한 공화국 군대의 일원이 됩니다.


런던의 거리를 산책하기 딱 좋은 시간을 울프가 알려주었다.

겨울날 네 시와 여섯 시 사이에 집을 나설 것.

낯선 뚜벅이들 사이에서 아무도 모르는 나조차도 모르는 나로 걸을 것.


온 사방이 책입니다. 그리고 그만큼의 모험 의지가 우리 안에 충만합니다. 중고책은 야생의 책이지요. 떠돌이 책입니다. 온갖 깃털로 만들어진 둥지로 중고책이 모여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도서관에서 길들여진 책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매력을 품고 있습니다.


책을 보는 시각도 남달랐던 울프.

세 편의 에세이는 제각각 다른 사람이 썼다고 해도 믿을 만큼 서로 다른 느낌을 준다.







원고용지가 저렴하다는 사실이 여성이 다른 직업으로 성공하기에 앞서 작가로서 성공한 이유입니다.


집안의 천사를 죽이고

자기 안에서 솟아나는 욕망에 대한 이야기조차도 숨죽여야 했던 그때.

울프는 그렇게 자유를 박탈당한 채로 서서히 침몰해간 것이 아니었을까.

그 시대 그 어느 여성들보다도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없는 시간들이 견디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마치 정신은 살아 있는데

온몸이 마비된 느낌이었을 테니.


이렇게 우리는 서점을 슥 훑어보다가 이름 없이 사라져 간 누군가와 변화무쌍한 깜짝 우정을 나눕니다. 이를테면 이 작은 시집 말이에요. 멋지게 인쇄되었고 저자의 초상이 섬세하게 새겨졌어요. 그는 시인인데 물에 빠져 불시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홀연히 어느 해 서점에서 발견했던 시집의 시인처럼 울프도 그렇게 물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진리는 있는 법. 다들 입 밖에 내길 두려워하는 그것은 바로 행복이란 매우 저렴하다는 것이다.

공짜로 행복을 얻을 수도 있다. 아름다움도 그렇다.


남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던 그녀는 초상이라는 글에서 그녀 다운 시선을 나눠준다.

각각의 인물들의 어느 한 단면을 집어서 묘사한 초상.

작가적 시점에서 바라본 그들은 지나가던 사람일 수도 있고, 늘 보던 사람일 수도 있고,

어느 지루한 파티에서 보았던 사람일 수도 있고, 평소에 심술궂은 마음으로 바라보았던 사람일 수도 있다.

울프의 상상력이 빚어낸 인물들의 속내. 초상을 읽는 묘미다.


벽에 나 있는 못 자국을 바라보며 온갖 생각을 하는 울프의 모습이 눈에 보인다.

자려 하면 할수록 꼬리에 꼬리는 무는 생각처럼 벽에 난 구멍 하나를 보면서 온갖 생각들이 꼬리를 문다.

결국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볼 뿐이다.

버지니아 울프조차도! 그녀가 보고 싶은 대로 보았다.

그 못 자국의 실상은 전혀 다른 것이었고 어쩜 그건 울프의 재치였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남긴 유산은 그녀의 글들이었다.

어쩜 그녀의 또 다른 일기가 어딘가에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레너드를 사랑했고, 그만큼 또 다른 것을 사랑했을 수도 있으니.


울프는 많은 걸 사랑했고

또 그만큼 많은 걸 스스로 버렸다.

지금 이 시대에 울프가 살았더라면 자유로웠을까?

그리고 뭇사람들에게 이해받았을까?

어쩜 지금 세상에선 그런 모든 것들이 무의미했을 지도 모르지.

이해받기를 원한 게 아니라 아무런 관심도 받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르니까.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롭고 싶었던 한 마리 여린 새는

날아가는 대신 추락을 택했다.

스스로의 날개를 꺾어 버린 버지니아 울프.


그녀를 읽기 전 나는 울프가 21세기에 태어났더라면 좋았을 거 같다고 생각했다.

시대를 앞서 태어나서 이해받지 못했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녀를 짧게 읽고 나서 그 섬세함의 정신은 21세기에서도 버티기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수한 댓글들이 쏟아내는 그녀에 대한 말.말.말. 들을 견뎌내지 못했을 테니.


일탈은 최상의 즐거움이에요. 겨울의 거리 유랑은 최고의 모험이지요.


그녀는 삶의 일탈을 택했다.

최상의 즐거움과 최고의 모험을 떠난 버지니아 울프. 였다 라고 생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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