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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운명과 분노

로런 그로프 저/정연희 역
문학동네 | 2017년 04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로토는 평범한 보통의 남자였다. 특별한 어머니와 특별한 아내를 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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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자국이 아닌 서너 발자국 뒤에서 바라보는 거 같은 긴 서사와 인용들이 난무하는.
그래서 몰입도가 떨어졌던 로토의 이야기는 이 책과, 그리고 이 작가에게 주어진 찬사들을 못 믿게 만들었다.

자꾸만 덮어버리고 싶은 짜증을 유발해서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다.
미국살이를 안 해봐서 그들의 정서를 다 헤아리지 못했나 싶은 생각을 하면서 마틸드를 향해서 나아갔다.

마틸드의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로토의 이야기에서 미진했던 부분이. 장황한 서사들이. 주변의 관계들이. 그리고 그들의 상황이 점차 맞춰지고 이해됐다.

마틸드의 반전.

로토의 뒤에서 이루어진 어머니와 아내의 노력들.
그것들 위에서 한 소년은 청년이 되고 청년은 남자가 되어갔다.
위대한 극작가 로토의 뒤에는 마틸드의 헌신이 있었다.
그녀가 없었다면 로토는 렌슬롯이 될 수 있었을까?

나는 로토가 생각 없이 자기만족에 빠져사는 그렇고 그런 남자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마틸드의 이야기 속에서 로토가 가진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되었다.

순수한 사람.

앤트워프도 콜리도 마틸드도 로토를 놓지 못 했던 건 그의 순수함이었다.

사람을
그 이면이 아닌 바로 그 자체로 바라보고 사랑하는 로토의 순수함을 갖고자 그들은 그의 뒤에서 그를 차지하기 위해 추악한 짓들을 했다.

결혼은.
비밀을 공유하는 게 아니라
과거의 일들을 묻는 것이다.

내가 존재하지 않았던 시간에 있었던 일들로 미래를 망칠 필요는 없으니까.


"하지만 거짓말을 했어요." 그가 말했다.
"제발. 결혼이란 건 거짓말투성이야. 대체로는 친절한 거짓말이지만. 말하지 않는 거짓말 말이지. 날마다 배우자에 대한 생각을 입 밖에 내어 말한다면 결혼생활을 짓밟아 뭉개는 거나 마찬가지일 거야. 그애는 거짓말은 하지 않았단다. 그저 말하지 않았을 뿐이지."


로토는 그의 착각 때문에 비밀을 묻지 못하고 비밀에 의해서 질식해갔다.

로토는 남자였다.
아주 지극히 보편적인.

지극히 보편적이지 않은 여자에게서 태어났고.
지극히 보편적이지 않은 여자를 사랑했을 뿐.


중간까지 잘 인내한다면 멋진 반전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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