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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와 함께 읽는 셰익스피어 20 | 마뇨의 마법서 2020-01-31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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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화와 함께 읽는 셰익스피어20

윌리엄 셰익스피어 저/존 에버렛 밀레이 외 그림/김기찬 역
현대지성 | 2016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어른이 되어 읽는 셰익스피어는 다르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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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읽어 보지는 않았더라도 이름이라도 들어 본 작품들이 많다.

이 책엔 4대 비극과 5대 희극, 그리고 대표작 20편이 담겼다.

요즘 호가스 셰익스피어를 읽는 중이라 원작들을 읽을 기회를 덩달아 갖게 되어 즐겁게 읽었던 책이다.

 

학생 때는 셰익스피어에 대한 무조건 적인 믿음이 있었다.

지금 어른과 여성의 관점에서 다시 읽는 셰익스피어는 여성을 남성의 아래로 보는 시선들이 많은데

그 와중에도 특출한 여인네들이 등장하곤 한다.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포샤는 기지가 남다는 여성이었고, 겨울 이야기의 파울리나는 왕을 두려워하지 않고 바른 말을 했다.

재밌게도 그의 작품에선 남장 여인도 종종 등장한다.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서, 자기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

그와 반대로 너무하다 싶게 희화된 여성 캐릭터도 존재한다.

한여름 밤의 꿈에서 요정 여왕 티타니아는 남편 오베론에게 속아 자신이 아끼는 남자아이를 빼앗겼지만 너무나 달갑게 수긍한다.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카타리나는 너무나 고분고분한 인물로 탈바꿈되었고, 리어 왕의 코넬리아는 다시없을 효심으로 정성을 다하지만 죽음을 맞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 세상에서 순결과 효심이 항상 승리하는 게 아닌데 참으로 두려운 진리가 아닐 수 없다.

 

 

이야기마다 그 이야기를 배경으로 그린 명화들이 담겨 있어 각 캐릭터들을 상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삽화 같은 느낌의 익살스러운 그림도 있고, 우아한 그림도 있다.

짧은 이야기들의 향연이라서 가볍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고전은 자칫 다 안다고 생각하고 생략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렇게 다시 읽어 보니 내가 잘 못 기억하고 있던 부분들을 다시 수정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등장인물에 대해서도 수많은 정보 속에서 나름 구축되어 있던 이미지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다르게 해석되는 묘미가 있었다.

이래서 고전을 두고두고 읽는 거 같다.

 

나이 들어 다시 읽어 보는 셰익스피어의 이야기가 예전과 다르게 간혹 불편하게 읽히는 이유는

그만큼의 세월이 흘러 여성으로서의 삶이 좀 더 주체적이고, 힘이 생겼다는 의미로 느껴진다.

내가 스무 살 때와 지금의 스무 살은 다르니까.

 

앤 타일러가 셰익스피어를 질색했다는 글을 읽고 참 독특한 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야 그 심정을 조금 알 거 같다.

그래서 어째서 그녀가 제일 싫어하는 작품인 말괄량이 아가씨 길들이기를 각색했는지도 이제 더 이해하게 되었다.

 

오랜 시간 고전 속의 여인들이 얼마나 많은 세월 동안 여성의 상징이 되어 왔는지 깨닫고 나니 뇌가 서늘해진다.

작년 한 해 동안 페미니즘 미술 책들을 읽으면서 명화 속에 숨어있는 차별적 메시지를 습득한 터라

이번에 읽은 이 셰익스피어에서 내 눈에 비친 차별의 모습들을 떨쳐내기가 어렵다.

하지만 분명 셰익스피어는 그 시대에서 최선을 다해 이야기를 만들어 냈을 것이다.

풍자와 은유로 세상을 고발했을 테니 내가 조금 더 고전 읽는 눈을 길러서 다시 읽는다면

재독에선 다른 부분의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여태 고전 문학에 대해서 다른 곳의 세계문학전집만을 탐해왔는데

이번에 현대지성 클래식의 책들을 만나게 되어 내게는 알찬 시간이 되었다.

 

세상에 많은 책들이 있지만

같은 내용이라도 읽어 보지 않으면 모를 그 책만의 매력이 있다는 걸 깨닫는 중이다.

편집에 따라 같은 책도 다르게 느껴지는 것을 알았으니 나중에 독서의 질이 어느 정도 오르게 되면 같은 책 다른 편집본으로 읽어 보리라는 계획을 세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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