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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위드 잡스 | 독서와 음악감상 2012-07-3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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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스티브 잡스

월터 아이작슨 저/안진환 역
민음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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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읽기 나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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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쓸만한 책 한권을 읽고 있는데요. 오디오파일의 입장에서 군데군데 재미난 대목이 있어서 몇가지 단상을 적어봅니다....

 

 

 

플레이 위드 잡스 1_히스키트(Heathkit)

 

<어린 잡스의 심미안을 키워주었을 히스키트. 다이나코, H.H.스코트와 같은 완성도 높은 미국의 키트 상품들 중에서도 디자인이 가장 뛰어나다. 과거 미제라면 사족을 못쓰던 시절 미제는 푸짐하고 후덕하고 강건하고 어딘지 모를 세련스러움의 상징이었다. 히스키트처럼>

 

 

히스키트는 Heath Company의 효자 상품이었습니다. 히스키트는 2차대전후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전자기기 키트입니다. 아마추어라디오, 튜너, 앰프, 심지어 컴퓨터까지 키트로 제작해서 판매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어린 시절(아마도 사춘기 접어들면서부터)부터 전자공학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히스키트라는 당시 인기가 많던 납땜 조립 세트가 어린 그에게 상상력과 자신감을 고양시켜주었다고 하네요. 

 

  

잡스는 또한 저녁 시간이면 예전 동네에 살던 엔지니어 래리 랭의 차고를 종종 방문했다. 랭은 잡스를 매료시켰던 탄소 마이크로폰을 나중에 그에게 주었으며, 잡스에게 햄 라디오 등의 전자 기기를 만드는 조립 세트인 히스 키트에 관심을 품게 했다.(히스 키트는 당시 납땜 조립 세트 중에서 최고의 인기를 끌었다.) "히스 키트에는 모든 보드와 부품 들이 알아보기 쉽게 색칠되어 들어 있었는데, 매뉴얼이 따로 있어서 설명을 읽으면 그 기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론적으로 이해할 수도 있었지요. 그 키트는 내가 무엇이든 만들고 이해할 수 있다고 느끼게 해 주었어요. 라디오 한두 개를 만들고 나서는 카탈로그에서 텔레비전 세트를 보며 '나도 저거 만들 수 있는데'라고 자신했지요. 실제로는 만들 줄 모르면서 말이에요. 어찌 보면 저는 행운아였어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와 히스 키트를 접하며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고 믿게 되었으니까요." [스티브 잡스], 월터 아이작슨 씀.

 

 

이 키트들은 솔씨 연배의 70-80세대들이 접했던 라디오 키트에 비해선 훨씬 복잡합니다. 특히나 1950~70년대 아마추어 애호가들이 조립해놓은 히스키트는 디자인이 뛰어나 빈티지 오디오 애호가들도 애써 찾곤 하지요.

 

 

 

 

  

 

<Harmonic Distortion Meter Meter IM-58. 스티브 잡스가 어린 시절 가지고 놀았을 법한 히스키트. 종이 박스를 열면 칼라 인쇄된 조립메뉴얼과 케이스, 푸짐한 부품들이 빼곡히 담겨있다. 귀한 올드 진공관도 여럿 보인다.>
 

 

반면 한국의 애플 킬러들은 이보다 훨씬 품질이 조악한 라디오 키트를 만들며 성장했고, 이후엔 컴퓨터를 조립하며 놀았습니다. 아니 이런 키트를 조립할 시간도 아까워, 공부에만 열중했을수 도 있구요. 속도와 효율이 중요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려먼 한가하게 키트 조립놀음(?)에만 몰두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빠름 빠름~~  

 

잡스의 상상력을 히스키트가 자극했다면, 동양의 애플 킬러들은 컴퓨터 조립에 빠져들곤 했지요. 솔직히 솔씨 역시도 컴퓨터 조립을 취미로 즐길 무렵 심미안과는 한 참 거리가 먼 CPU 클럭 경쟁에 매료된 적이 있지요. 메모리를 확장하고 그래픽 카드를 교체하고....

 

하지만 이런 스펙 따라잡기 놀이에 빠진 자신을 되돌아보니 기능 맹신에 빠져 더 중요한 무언가를 잃어버린듯 싶었지요.(지금은 그러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애플의 제품이 경쟁사의 그것과 다른 이유는 제품에 더 중요한 무언가를 집어넣으려는 노력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단순히 최단 경로만 찾는 기능주의와는 달리, 어쩌면 풍윤한 삶과 좀 더 밀접한 그 무엇 말이죠.

 

잡스는 때때로 세상은 심미안 없는 삼류가 지배한다고 한탄했습니다.

 

개인 블로그니까 무책임한 한마디를 하자면 아이폰은 시적이지만, 삼sung의 따라쟁이들은 설명서와 유행가를 왔다갔다합니다. 물론 대중은 설명서와 유행가 편입니다. 마치 슬로우 푸드보다는 패스트 푸드가 대세인것처럼....

 

하지만, 어찌하겠습니까? 포스트 잡스의 시대가 열리자마자 합리주의와 대중적 취향으로 똘똘뭉친 대한민국의 제품이 IT생태계를 지배하게 되지요.

 

 

 

 

<한국의 효자 상품 스마트폰 갤럭시 S3. 자랑스러운가 하면 한심스럽고, 고마운가 하면 조마조마하다. IT생태계는 변화무쌍함을 특징으로 한다. 싸이월드에 신물이 난것처럼 대중이 스마트폰에 지겨워할 때가 조만간 올 것이다. 아마도 PC 전성기보다도 스마트폰 전성시대의 지속 기간은 짧을듯. 음~ 커뮤니케이팅과 컴퓨팅 본능이 21세기 인간의 본성이라면, 그 지속기간은 다소 연장될지도 모른다....근데, 그게 꼭 스마트 폰일까?>

 

 

이런 제품들을 볼 때면, 과거 미제하면 연상됐던 실질 ,강건, 후덕, 세련, 느림, 감촉 그리고 문화적 가치라는 코드가 그립습니다.(솔씨만의 착각?^^;)  솔씨는 아마도 그래서 철지난 오디오를 하나봅니다.

 

 

 

플레이 위드 잡스 2_ YO-YO MA(요요마, 友友馬)

 

 

 

<요요마. 잡스가 사랑했던 첼리스트. 잡스는 그에게 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을 위한 연주를 부탁했다.>

 

 

스티브 잡스는 1960-70년대 포크송과 비틀스를 아주아주 좋아했다고 합니다.

클래식 음악 쪽으로 오면 글렌 굴드와 요요마가 잡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잡스가 연주자로서도 인간적으로도 존경한 클래식 뮤지션으론 유일한 요요마

 

1981년 우연한 기회에 요요마를 직접 만나 그의 매력에 푹 빠져 결혼식 연주를 부탁했지만,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요요마의 일정이 너무 바빴기 때문이지요.

 

스티브 잡스 전기에 따르면, 후에 잡스의 집을 방문한 요요마는 잡스 앞에서 1733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첼로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연주해주었습니다. (여기서 스티브잡스의 전기를 쓴 월터 아이작슨은 약간의 착오를 일으킨듯 하다. 아이작슨이 쓴 전기원문엔 He came by the Jobs house a few years later, sat in the living room, pulled out his 1733 Stradivarius cello, and played Bach. 라고 되어 있다. 요요마는 2개의 첼로를 소유하고 있는데, 하나는 1733년산 몬타냐나이며 하나는 1712년산 다비도프  스트라디바리우스다. 솔씨의 기억이 정확하다면, 요요마에겐 1733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없다. 스티브 잡스가 들었던 첼로는 무엇이었을까?)

 

그 때, 잡스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당신의 연주는 신의 존재를 입증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군요. 인간 혼자서 이런 일을 해낼 수 있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으니까요. [스티브 잡스], 월터 아이작슨 씀.

 

 

이 대목을 읽으면서 솔씨는 '수백년 묵은 명기의 깊은 소리를 코앞에서 듣다니 잡스도 참 행운아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후에, 암으로 투병중이던 스티브 잡스를 방문한 요요마에게 다시 한번 자신의 장례식 연주를 부탁했습니다. 약속은 했지만, 지켜지진 못했지요.

 

잡스의 추모 연주회에 참석했을 뿐....

 

그러고 보니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법정스님이 생의 마지막 순간에 즐겨 들었던 곡이기도 하네요....

 

솔씨 역시 생의 주제가로 삼고 싶었던 음악들이 있었던가? 요요마의 몬타냐나와 스트라드 같은 소중한 동반자가 있었던가? 마음의 문이 활짝 열렸던 순간들....

 

스펜더 BC1으로 요요마가 연주한 피아졸라의 탱고를 들어봅니다. 음악에 침잠해 있으려니, 잡스 앞에서 바흐를 연주하는 요요마의 환영이 떠오릅니다.

 

 

 <BC1. 보기엔 평범한 궤짝 스피커. 깊고 그윽한 소리는 가히 스피커의 몬타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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