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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와 사랑에 빠진 남자 | 독서와 음악감상 2010-10-31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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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AR 인티앰프. 자사의 AR 스피커와 잘 어울린다. 팝송엔 대안이 없다고 평가된다. 소릿결은 호방하고 다소 투박한 편이다.>

 

오디오에 미친 사람들을 영어론 오디오파일(Audiophile, 오디오광)이라고 부르고, 일본식으론 오디오마니아라고 한다.

 

책 제목이 오디오 마니아 매뉴얼이라고 한 것은 이 일본식 명칭을 따른 것이다.

 

저자는 일본에서의 근무경험을 지닌 건축설계사이자 사업가로서 자기만의 실용주의 빈티지 오디오관을 구축한 진정한 '오디오 마니아'이다.

 

모 포탈 싸이트에서 꽤나 유명세를 탄 블로그를 통해 입소문이 났고, 이런 인기를 바탕으로 그간의 글들을 모아서 펴낸 책이 오디오 마니아 바이블이다.

 

오디오 문화가 척박한 대한민국에서 오디오와 관련하여 거의 최초라고 할 정도의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오디오 마니아 바이블은 오디오 취미생활의 가이드 북에 목마른 사람들에게 생수와 같은 역할을 했나보다.

 

이 '오디오 마니아 바이블'이 나오자 이 책에서 극찬한 AR 스피커들의 가격은 치솟아 올랐고, 저자는 오디오와 관련한 문의전화에 시달려야 했다고 한다.

 

사실, 오디오 마니아 바이블이라는 책은 제목과는 다르게 다소 개괄적인 오디오 취미생활 안내서이자, 오디오 취미생활과 관련한 여러 단상을 모아논 수필집에 가까웠다.

 

그래서 저자는 보다, 실용적으로 중고 오디오를 구입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적절한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구상하게 되었고 이 책을 펴낸 것이다.

 

나 역시 이책을 통해 AR스피커며 피셔 리시버며 마란츠 인티앰프 등 쟁쟁한 과거의 명기들을 접하고 오디오 취미생할과 관련한 목마름을 충족시킬 수 있었다.

 

이책의 백미는 역시 스피커와 앰프를 묶은 베스트 매칭일듯 싶다.

 

예를 들면 저자가 역사상 최고의 스피커라고 극찬한 AR-2ax라는 스피커에는 AR 인티앰프와/리시버가 최적의 매칭이라는 식이다.

 

또한 저자가 선정한 역사상 최고의 파워앰프인 다이나코 stereo 70앰프에는 스펜더 S-100이라는 스피커가 잘 맞는다는 식으로

 

100개의 조합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 부분을 읽다보면 아찔한 소유욕에 충동질당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실제, 이 책에 소개된 조합으로 중고 오디오를 구입하려는 사람들 통해 이책에 소개된 제품들의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후문이다.

 

그럼, 그가 추천한 제품을 사용한 사람들의 평은 어떤지 궁금할 노릇이다.

 

오디오와 낚시의 공통점은 약간의 뻥이 이 바닦의 인지상정으로 용인된다는 점이다.

 

저자의 취향은 팝송쪽이어서, 그가 추천한 AR리시버를 사용한 한 사용자는 좋긴한데 클래식 음악을 듣기엔 쪼오금 미흡하다고 솔직한 사용담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놓기도 했다.

 

아무튼, 그의 오디오 입담은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오디오 거성의 활약상에 빠지게 만드니, 오디오파일은 이책이 어떤 환타지 소설이나 대하역사물 못지 않게 흥미진진할 것이다.

 

그를 통해 현대 오디오가 지니지 못한 빈티지 오디오들의 품위를 알게되었고, 스펜더 스피커의 어두운 마력에 대한 갈망을 품게 되었으며, 북미 오디오 제작 거장들의 레전드에 매혹되었다.

 

<스펜터 BC1 스피커. 오리지널 상태의 BC1은 사진 처럼 우퍼에 엷은 그릴이 고정식으로 부착되어있다. BC1 스피커의 우퍼는 벡스트렌이라는 재질로 클래식 음악에 잘어울리는 어둡고 그윽한 소리를 내주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나도 언제 오리지날 상태의 스펜더 BC1을 들여놓고 득의만만한 미소를 지을 수 있을까 입맛만 다시게 하는 귀한 스피커(가격이 비싼 것이 아니고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의미에서)이다.>

 

 

본적도 없으면서, 거의 내게는 '옹'이라는 일본의 '사마'에 해당하는 극존칭을 붙이게 만든 오디오 취미생할의 정신적 스승과 같은 존재이다. 솔직히 밝히자면, 한 오디오 쇼장 근처 식당에서 혼자 식사메뉴를 고르는 그를 멀리서 뵌 적이 있다.(이런거 밝혀도 되나요? ㅋ^^;) 머, 거의 무슨 도인과 같은 풍모였었다.

 

오디오 마니아 바이블과 오디오 마니아 매뉴얼의 인기에 힘입은 저자는 잡지사 인터뷰도 하고 직접 스피커와 DAC 제작에 나서기도 했다.

 

그의 여정이 성공에 이를지는 미지수지만 마니아에서 제작자로 나선 그의 전도가 앙양하기를 같은 동호인의 입장에서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는다.

 

이 책을 통해서도 뭔가 미진하고 뭔가 아주 끝장을 보고픈 분들은 김영섭 님의 오디오의 유산이라는 책과 이시하라 슌의 오디오 도락 입문(국내에 번역되어 나왔음), 신세대 오디오 파일 최윤옥의 굿모닝 오디오라는 책, 윤광준 님의 소리의 황홀, 김갑수 님의 텔레만을 듣는 새벽에와 역시 황준의 세번째 오디오 입담인 어느날, 내가 오디오에 미쳤습니다라는 책을 찾아보시면 될듯.

 

하지만, 오디오라는 것은 결코 책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소리의 세계이기에, 책읽을 시간 못지 않게 용산(일면 마운틴 드레곤)이나 종로 세운상가, 충무로, 서초 전자센터, 강변역, 신설동, 황학동 중고 시장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어여쁜 스피커와 앰프를 찾아 헤메고 다녀야 할 것이다.

 

뭐, 이미 괜찮은 물건을 지니신 분들은 지금 당장 비발디의 첼로협주곡이라도 낭낭창창하게 틀어놓으시면 에스테르하지 공작과 태양왕 루이13세의 호사가 부럽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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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오디오 길라잡이 | 독서와 음악감상 2010-10-30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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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오디오의 유산 A HERITAGE OF AUDIO

김영섭 저
한길사 | 2008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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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오디오계의 황태자 마란츠7 프리앰프의 내부. 소울 마란츠의 걸작으로 전면 패널부의 모던한 디자인은 현대 앰프 디자인의 효시가 되었으며, 약간 가늘고 매끈하며 섬세한 소리는 현악마니아에겐 없어선 안될 아이템으로 통한다. 상당히 고가여서 카피(복제품)본도 많이 제작된다.>

 

누가 나에게 1억원을 주고 최고의 빈티지 오디오를 꾸며보라고 한다면?

 

오히려 신품으로 최고의 시스템(까지는 못돼고...요즘 오디오 가격이 워낙 비싼게 많아서)을 꾸미기는 쉬워도 빈티지 최고의 시스템을 꾸미기는 하늘의 별따기일듯

 

우선 서울 중심부의 종로 세운상가를 방문해야 할 것이고

 

동쪽으로 서울 강변역의 테크노 마트를 들려야 하며

 

서쪽으론 용산 전자랜드의 오디오 상가를

 

남쪽으론 서초의 국제전자센터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야 하며

 

북쪽으론 황학동이나 신설동 중고 오디오가게를 훑어야 하리라.

 

또한, 인터넷 중고 오디오 매매 사이트를 이잡듯이 뒤지고 다니는 것도 필수일듯

 

하지만, 괜찮아 보이는 물건을 구하러 간 숍이나 중고를 내놓은 개인들과의 만남에선 각종 상술과 심리싸움에 말려들 소지도 많다.

 

오디오의 세계에서 중고라는 것은 꼭 싸다는 의미는 아니고, 오히려 빈티지 대우를 받는 몇몇 명품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라간다.

 

비싼 가격에 덜컥 스피커며 앰프며 튜너(라디오 수신장치)며, 턴테이블을 들여놓았는데, 소리는 별로라면?

 

빈티지 오디오의 소리라는 것이 듣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호오가 갈리는 물건인지라, 도대체 내맘에 딱 드는 소리를 찾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작업이 아닐 수 없다.

 

재미를 가장한 고행길이 오디오라는 취미생활이 아닌가 싶다.

 

이 바닥에선 풍부한 재력만 믿고 덜컥 (빈티지) 오디오에 입문한 분들이 돈만 날리고 맘고생만 잔뜩하고 손을 뗏다는 이야기도 꽤 있다고 한다.

 

사실, 제대로 된 빈티지 오디오 안내서라곤 내가 알기론 사진작가 윤광준 님의 책과 건축가 황준 선생의 오디오매니아 바이블 등 몇 권되지 않는다. 이 분들은 오디오 파일 2세대에 속한다.

 

이 책은 저자 김영섭 님이 평생을 수집한 자신의 빈티지 오디오 시스템을 구하게 된 내력과 그 제품의 역사와 기술적 특징 등을 담은 책이다. 화보가 들어가지 않은 페이지가 없을 정도로 오디오마니아에게는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화려한 오디오 시스템의 성찬이 펼쳐진다.

 

우리 나라 오디오파일 1세대 최고의 이론가이자 진정한 듣기의 달인으로 건축학자로서의 풍부한 공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시스템을 찬찬히 설명해주고 있다.

 

이 정도의 안내서라면 중고오디오 숍에 가서 전혀 기죽지 않고 흘러간 세월의 명기들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

 

화보집의 성격이 강한 도서라 가격이 약간 사악한 것이 흠이라면 흠.

 

오디오파일에겐 일용할 양식과 같은 책이다.

 

특히 빈티지 오디오 하시는 분들에게 요책 한권은 지도와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할 듯~

 

이 책을 읽은 후에 빈티지오디오의 세계에 슬그머니 들어와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문제는? 이 책을 통독하고 나서도 정말 괜찮은 빈티지 오디오 시스템을 꾸미기엔 뭔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또한 저렴한 가격으로 괜찮은 빈티지 오디오시스템을 꾸미려는 분에겐 오히려 좌절감만 안겨줄 수 있다.

 

이런 분들에겐 오히려 황준 씨의 오디오 마니아 바이블이나 오디오 마니아 매뉴얼이라는 책이 훨씬 실용적이다.

 

역시 오디오는 들어보고 발품을 팔며 경험을 쌓아서 내가 좋아하는 소리를 직접 구축하는 수밖에 없다. 이 책 역시 그런 점을 행간 행간에 암시하고 있기는 하다.

 

이 책에서 기억에 남는 명언은 "좋은 재료를 가지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주방장인 것처럼 좋은 음원을 가지고 음악의 숨결을 불어넣는 일은 프리앰프(preamplifier)가 그 역할을 맡고 있다."

 

말하자면, 프리앰프는 솜씨좋은 주방장의 손길과 같은 것으로 프리앰프의 음색적 조율 기능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또한 트랜지스터 앰프에 대한 진공관 앰프 소릿결의 우위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어 나와 같은 진공관 신봉자에겐 쌍수를 들어 반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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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디바리우스와 과다니니의 앙상블 | 독서와 음악감상 2010-10-29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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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2년산 베일럿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 워낙 고가이다 보니 볼로냐의 리스파르미오 재단이 카르미뇰라에게 대여해 주었다.>

 

 

비발디 사계에서 불꾳튀는 속주로 유명한 바로크 바이올린협주곡의 대가와

얼음공주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여류바이올리니스트가 만났다.

 

카르미뇰라는 스트라디바리우스에 고음악기 현(거트)을 사용하였으며

 

뮬로바는 1750년산 과다니니에 현대현악기의 강선(철심)을 사용하였다.

 

신구와 남여, 스트라디바리와 과다니니, 거트현과 강철현의 조화~

 

오디오파일이라면 구미가 당길만한 흥행코드는 모두 집어넣었다.

 

자아~~~~~~ 비발디의 2대의 바이올린을 위한협주곡이라는 믹서에 넣어보겠습니다.

 

결과는?

 

카르미뇰라도 아니고 뮬로바도 아닌 닝닝한 협주곡~~~~

 

카르미뇰라의 청량하고 눈부신 속주도 억제되어 있고

 

뮬로바의 힘이 넘치는 강선의 울림도 자제되어 있네요.

 

클래식 음반에선 강한 개성을 가진 대가 둘이 만나서 무명연주자의 음반 보다 못한 결과는 낳은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도 그런거 같습니다.

 

그렇다고 이 음반을 구입한다고 했을때, 뜯어말리고 싶을 만큼 아주 형편없는 음반은 아닙니다.

 

감상 포인트는 역시 카르미뇰라가 평생 대여로 사용중인 1732년산 베일럿 스트라디바리우스에 거트현을 감은 약간 가는듯하면서도 균일한 바이올린 음색과

 

보다 두꺼우면서 힘이 넘치는 울림이 귀에 남는 뮬로바의 1750년산 과다니니의 바이올린 음색의 비교일듯 싶네요.

 

<1750년산 과다니니 바이올린. 스트라디바리우스에 비해 만듬새가 수수하다. 스트라디 바리우스 바이올린은 사실상 스트라디바리우스의 천재성에 의존하여 당대에 생산이 중단되었으나 과다니니 바이올린은 과다니니 가문에 의해 몇대에 걸쳐 생산되었으며, 중립적이면서도 당당하며 달콤한 음색을 지니고 있다. 가격은 올드바이올린 치곤 스트라드에 비해 저평가 되어 있다. 그래도 억대입니다^^>

 

 

대체로 카르미뇰라가 앞서고 뮬로바가 뒤를 받치는 형국인데, 서로에 대한 배려로 치고 나가는 연주는 아닙니다.

 

다만, 제가 가지고 있는 50년된 젠센 스피커로는 이 음반의 베일럿 스트라드와 과다니니의 음색 차이를 구분할 수 없었습니다.

 

스튜디오 모니터 급의 중대형 스피커로 재생시키면 양자의 음색 차이가 살아나면서 아아~ 요것은 양창자 현을 걸은 스트라디바리우스이군....음, 이 울림은 과다니니군 하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전 솔직히 현대바이올린 현을 걸은 과다니니 바이올린 소리가 더 좋더군요^^

 

뮬로바의 과다니니 음색에 감질나고 아쉬우셨다면, 과다니니 바이올린 음색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아래 음반을 강력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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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 리스닝의 시대를 그리며 | 오디오와 일상 2010-10-26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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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 리스닝 시대의 최종 승자 아이폰. 과연 슬로우 리스닝의 시대에도 왕좌를 유지할까?>

 

 

햄버거로 상징되는 패스트푸드가 열풍처럼 번져가던 시대가 엊그제 같더니,

 

웰빙바람을 타고 슬로우 푸드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난듯 싶다.

 

하지만 아직까지 음악 감상은 패스트 리스닝이 대세인 시대이다.

 

컴퓨터와 인터넷, 아이팟과 아이폰 그리고 이어폰을 통해

 

원하는 곡을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고 잽싸게 듣는 시대가 바햐흐로 만개하였으니...

 

CD를 판매하는 음반 판매점보다는 인터넷 음원싸이트가 더 각광받고

 

가수들도 새로운 곡의 성패를 주로 이런 음원 싸이트의 내려받기 순위에 의존하고 있다.

 

삼성과 같은 대기업도 현재는 차세대 음악 재생장치라고 부르기도 민망할만큼 대중화된 MP3플레이어 시장을 장악하려고 자사의 기술력을 쏟아붓고 있다.

 

손가락 마디 만한 음악깡통을 위해 사운을 거는 시장의 거인들의 싸움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반면, 하이파이의 시대를 주도했던 과거의 오디오 거인들은 고가의 하이엔드 기기를 내놓고 극소수의 매니아들에게 의존하는 신세가 됐다.....

 

그렇다면, 21세기의 재생음악의 품질은 첨단화되었을까?

 

패스트 푸드가 대중의 기호를 정량화해서 빠른속도로 제조해서 입맛에 맞게 후딱 먹기는 좋지만, 진정으로 입맛을 만족시켜주는 최고 고급요리가 아니듯이

 

MP3로 재생되는 패스트 리스닝 역시 정성스럽게 다듬어진 음악을 듣는 행위는 아닌듯 싶다. 대중적이긴 하지만, 뭔가 허전하고 아쉬운 음악듣기이다.

 

나도 한때, 예쁘장한 크라프트 디자인의 빨간 아이리버에 이어폰을 연결해서 귀에 딱 꼽으면 긴 시간의 출근길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또 하드디스크가 내장된 아이팟을 두개씩 구입해선, 듣고픈 음악은 모두 집어넣겠다는 일념으로 디지털 클래식 음원을 하나 둘씩 모으곤 했었다. 수백개의 음반을 손바닥만한 아이폰에 집어넣어서 주머니에 쏙 집어넣는 다는 행위가 뭔가 두둑한 용돈을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기분이었으니....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아이리버의 크라프트형 MP3 플레이어. 뭔가 메카닉하고 남성적이고 단단한 디자인이 예술적이다>

 

 

그러길 한 3년 하니까, 가는 귀가 살짝 멀고 두통이 생겨서 도저히 더는 들어줄 수 가 없게 되었다. 조금씩 그 소리가 싫어지더니 한두 해 지나서는 멀리하게 되었다.

 

길 가다 이어폰 낀 청소년이나 대학생들을 보면 멋들어진 개인주의자의 모습이 시크해보이긴 한데, 귀가 피곤하겠다는 안스러움도 들기 시작했다.

 

대체로 이어폰으로 음악듣는 행위는 무게의 경량성에 비추어 볼때, 음악듣는 가장 간편한 방법이긴 하다. 하지만 여기엔 약간의 함정이 있다. 재생되는 음악이 깡통을 따서 먹는 음식과 비슷하게, 딱 들을 수 있을 정도로만 맞추어진 깡통음악이라는 점이다. 나 같은 하이파이 신봉자들이 보았을때, 음악을 이어폰으로만 듣는다는 행위는 거의 귀에 대한 고문으로 여겨질 지경이다.

 

솔직히 MP3와 이어폰은 뭔가 푸근하고 따스함이 결여된 아이템 같다. 재생되는 음악도 가늘고 차가워서 아쉬움이 많다.

 

그래서 요즘은 MP3플레이어나 핸드폰에 이어폰을 연결해서 듣기보단, 보다 고음질 디지털 음원을 컴퓨터와 DAC을 이용하여 하이파이 스피커에 연결해서 듣는 PC-FI라는 음악듣기가 새롭게 부각하고 있다.

 

나 역시 얼리어답터와 빈티지의 신나고 행복한 만남이라는 취미생활 모토에 딱 들어맞는 PC-FI를 적극 추천하는 입장이다.

 

좋은 DAC을 통해 아날로그화된 음악은 상당히 점성이 강한 음악으로 바뀐다.

 

<뮤지컬피델리티사의 DAC. 디지털 음악 파일을 점성이 강한 아날로그 음악으로 바꾸어준다.>

 

여기에 디지탈 앰프보다는 초소형의 진공관 앰프를 연결하면 더할 나위 없이 따스한 음악으로 바뀐다. PC-FI에서 진공관 앰프는 슬로우 리스닝의 핵심 역할을 한다. 진공관의 특성상 어느 정도 예열하지 않으면 좋은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요즘 진공관 앰프들은 5분 정도만 예열해도 음악을 들을 수 있지만, 이왕이면 10분 정도 빨갛게 달아오르는 진공관 알맹이를 바라보고 있으면 좋겠다. 정성들여 조리한 좋은 음식을 먹듯이 숙성의 시간을 거친 음악 재생은 그만큼 마음에 푸근하게 와 닿는다.

 

<PC-FI가 인기를 얻으면서 고만고만한 데스크탑용 진공관 앰프들이 많이 출시되었다. 소리는 따스하고 아련하고 지극히 아날로그적이다.>

 

이왕이면, 무늬목 마감의 소형스피커나 크기는 좀 더 크더라도 30~40년이상 된 빈티지 스피커를 연결해주면 근사한 하이파이 시스템이 완성된다.

 

<빈티지 AR7 스피커. 빈티지 스피커들은 목질의 향기가 어우러진 넉넉한 울림으로 메마른 감성을 어루만져 준다.>

 

컴퓨터로 재생되는 음악이긴 한데, 음이 느긋하고 따스하며 목질의 향기가 느껴지면서 슬슬 마음도 이완될듯 싶다. 실제 나는 그렇게 하고 있다. 뭐 나는 오디오파일 계열이라 초소형 진공관은 아니고 거창한 진공관 앰핑에 중대형 빈티지 젠센스피커이긴 하지만...

 

자녀가 음악을 좋아하고 감성적이긴 한데, 좀 개인주의적이고 차가운 성격으로 자라는 것 같아 염려스러우면 슬로우 리스닝의 세계로 안내하는 건 어떨까?

초소형 진공관 앰프를 중심으로 한 PC-FI가 슬로우 리스닝의 친절한 안내자가 되리라 기대해 봅니다.

  

블루오션을 찾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 전기전자 대기업들 역시 슬로우 리스닝의 시대를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미 시장은 조금씩 이런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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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편견 | 오디오와 일상 2010-10-2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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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를 하다보면 어떤 편견의 벽에 부딪힙니다.

 

그 사람이 지닌 오디오의 가격에 비례하여 오디오 취미생활의 식견과 자질을 평가하려는 태도이지요.

 

오디오라는 취미생활이 어차피 물신숭배적 요소를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런 오디오 편견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세상의 편견은 사람을 괴롭게 하는 경우가 많지만, 오디오에 있어서 대중들의 편애나 편견은 오히려 괜찮은 디바이스를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오랜 세월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굳어진 일반적인 명성과 평가로 굳이 비싸게 사지 않아도 될만한 아이템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이와 반대로 실제 인클로져를 두드려보고 만져보고 소리를 들어보면 꽤 괜찮은 스피커인데도 가격은 매우 저렴한 경우도 많습니다.

 

심지어 스피커 유닛이 매우 유사한데, 유명세 때문에 고가로 판매되는 반면, 별로 인기가 많지 않은 브랜드의 중고 스피커라는 이유로 아주 싸게 거래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PMC의 EB1 스피커. 트랜스미션라인(저음을 확장하기 위한 공명용 음도)이 설치되어 중후한 저음을 자랑하며. 평면 우퍼를 채택하여 저음이 낮게 깔리면서도 맑고 선명하다고 평가된다. 중음 유닛은 돔형 유닛으로 ATC사의 중형 스피커와 같은 고가의 스피커에 설치되어 귀에 착착 감기는 좋은 중역(사람 목소리의 음역대)으로 유명하다>

 

PMC사는 로저스, 하베스, 스펜더를 잇는 BBC 모니터 스피커 납품회사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습니다. BBC사에 납품되는 스피커의 제조회사는 음악성을 최고로 치는 오디오파일 사이에서 높게 평가받고, 민수용으로도 대단한 인기를 누립니다.

 

이 PMC사에서 새롭게 기술을 투입하여 멋들어진 스피커를 만들었는데, 여기에 투입된 기술은 어드밴스드 트랜스 미션 라인(신형 음도), 평면형 우퍼, 돔형 스쿼커 등 업계의 오래된(?) 신기술이 총출동합니다. 이런 신기술로 소리는 선명하면서도 구수하고 찰지게 된다고 평가됩니다.

 

당연히 가격은 천만원대를 훨씬 웃도는 고가 제품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헌데, 사실 이런 신기술이라는 걸 뜯어보면 이미, 어디선가 등장했던 개념과 제품입니다.

 

평면 진동판을 먼저 선보여서 제품화한 회사는 페이즈텍이라는 LP 플레이어 카트리지 회사입니다.

 

<페이즈 텍 사의 3way 스피커와 우퍼. AV용으로 개발되었으나, 하이파이용으로도 출중하다고 한다. 평면 우퍼와 스커쿼는 당대의 신기술이었다. 하지만, 불운하게도 이 평면형 진동판을 채택한 이 스피커는 큰 인기몰이를 하지 못하고 아주 저가에 중고로 나오곤 한다>

 

오디오 중고 장터나 샵에 나온 페이즈 텍 사의 대형 스피커는 수십만원 정도이더군요. 천만원 이상의 PMC의 평면 우퍼나 그 선배격인 페이즈 텍사의 평면 우퍼의 소리 차이가 천만원의 가치가 되는지는 의문입니다. 불편한 진실을 말하자면, 청자에 따란서는 페이즈텍사의 스피커가 더 좋은 소리로 들릴 수도 있을 겁니다.

 

PMC사의 EB1 스피커의 돔형 스커쿼는 독특한 모양으로 마치 실크돔 트위터를 확대한 모습처럼 보입니다. 이런 돔형 스커쿼로 유명한 회사는 ATC사가 있는데요, 이 회사의 중대형 스피커 역시 굉장히 비싼 가격에 팔립니다. 소리 또한, 영화제작용 모니터 스피커나 오페라 하우스의 음향 장비로 쓰일 정도로 최고라는 인정을 받습니다.

 

<돔형 스쿼커를 채택한 ATC사의 SCM50 스피커. 워낙 고가라 일반적인 소비자 가격은 잘 공개하지 않고 오픈 프라이스로 판매되곤 한다.>
 

그런데, 돔형 스커쿼(중음 유닛)를 먼저 채택한 회사는 독일의 듀얼이라는 턴테이블 회사입니다. 듀얼사의 빈티지 스피커들은 골수 오디오 매니아에겐 나름 관심을 끄는 아이템입니다.

 

 

 

<독일 듀얼사의 CL-720 스피커. 밀폐형 스피커임에도 감도가 90db로 꽤나 높고. 돔형 스커쿼를 채택하여 중역대의 밀도감이 아주 좋다>

 

 

헌대, 이 스피커의 중고가는 그냥 평범한 대학생의 한달 용돈 수준입니다. PMC나 ATC사의 대형 스피커와 동일 선상의 돔형 스쿼커(중음 유닛)의 소리맛을 마음껏 즐길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PMC사의 어드밴스드트랜스미션라인이라는 복잡한 명칭의 기술도 사실, 예전부터 존재했던 것입니다. 과거에 국내의 회사에서도 이런 트랜스미션라인을 채택한 스피커를 출시한 바 있지만, 이 스피커는 아주 저렴한 가격에 거래됩니다.

 

새것과 헌것의 차이. 최근의 인기와 유명세의 차이로 사실상 같은 기술, 같은 디바이스를 채택한 것임에도 가격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저는 이를 일종의 오디오 편견에서 비롯된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편견은 대체로 부정적인 뉘앙스를 띄는데, 이런 오디오 편견 때문에 정말 좋은 소리를 싼값에 즐길수 있는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잘만 지혜를 발휘하면 이런 오디오 편견은 오디오 파일에겐 알짜배기 제품을 구할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오디오 세계에선 심지어 수천만원과 수십만원이 등가의 사용가치를 지닐때도 있는듯 싶습니다.

 

이런 빈틈이 존재하는 취미생활이라서 오디오가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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