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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6월 개설, 인생이란 항로에서 떨어져나와 잠시 수면 중인 잠수부입니다. (실제 잠수는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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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밤 독서 (20/04/30) | 독서 습관 2020-04-30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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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전자책)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은유 저/임진실 사진
돌베개 | 2019년 07월


1) 독서 시간과 읽은 분량 

PM 10:00~10:40 / 1부. 김동준


2) 내용과 감상

내일 난 제 정신으로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요? - 김동준

동준군이 고2때 쓴 자기소개서, CJ 신입사원 연수노트, 개인 트위터와 일기장 내용을 참고해서 재구성하였기에 이번 챕터는 김동준이 직접 자기 소개를 하고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임의로 요약해봤다. 

열 여덟 살의 자기 소개
저는 덩치가 커서 남들이 뚱뚱하다고 비웃지만, 제 큰 덩치와 키는 자신감을 주는 요소로 자랑스러운 것이며 아이들이 놀리는 것도 덩치가 커서 위엄이 있는 저를 한 면이라도 이겨보려는 의도임을 간파하고 있답니다.
주변으로부터 ‘인내심이 있다, 착하다, 기다릴 줄을 안다’는 말을 자주 듣고, 그래서 아이들은 ‘멍청한 순딩이’라고 욕을 하지만, 가만히 있다보면 상대방의 얘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자세를 가질 수 있기에 남들은 단점이라고 부르는 것들을 저만의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그런 사람이지요.

외식시켜주는 아빠, 못하는 요리가 없는 엄마
회사에 다니시는 아버지는 말이 좀 없으시지만 제가 원하는 것을 묵묵히 지원해주시고 주말에는 외식하러 나가자고 자주 하십니다.
그럴 때마다 못하는 요리가 없는 간호사 출신 어머니는 뭔 외식이냐며 맛있는 요리를 많이 해주셔서 방학 때마다 몸무게가 늘어납니다. 이제 취업 준비도 해야하니까 체중 80kg을 목표로 감량도 하고 자기 관리를 하겠습니다.

나의 꿈, 프로게이머
제가 동아마이스터고에 들어 온 이유는 꿈인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서입니다. 이 목표를 설정해 중2 때부터 줄곧 달려오고 있습니다. 우선 1차적 목표로 프로그래머가 된 후 그렇게 좋아하는 게임을 직접 만들고 싶기 때문입니다. 고3 때 CJ그룹으로 입사를 결정하게 된 것도 프로게이머라는 꿈에 잘 맞는 회사라는 생각에서였지요.

그리고, CJ 진천 공장에서 보낸 겨울
차라리 죽었으면 편했을 걸, 왜 살아 있어서 회식 자리에 억지로 끌려와 못피우는 담배를 억지로 피워야하고, 억지로 술을 마셔야하는걸까요? 
도대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는 이 곳에서...
신고해봤자 일이 커진다고 하는데 나랑 같이 맞았던 형이 자기가 증인이 되주겠다고 해요.
맞긴 했지만 입술이 터졌을 뿐 상처는 없었어요. 
약한 소리 같지만 정말 무서워서 아침에 출근하기가 싫어요. 
내가 뭘 잘못해서 엎드려뻗치고, 신발로 머리를 밟히고 까여야 하나요?
회식 자리에서 절 때리면서 ‘내가 왜 너희들 때문에 맞아야 하는데!’라고 소리치던 그 회사 동기형의 얼굴이 떠올라 미칠 것 같아요.
억울해서 울고 있는 제게 다가와 그 형은 더 때리더군요.
내일 인사과에 저를 때렸다는 사실이 알려질텐데 
과연 그 형의 반응을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괴롭힘을 당하고 당하고 당하고 당하고 당했던 사람이기에 맞서보기도 전에 겁이 나요. 
도망이냐고 비겁하다, 나약하다 얘기해도 할 수 없어요. 

선생님... 저 무서워요...

1월 20일 0시 9분, 동준은 담임교사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전 9시 13분에 담임 교사는 ‘걱정하지 마. 네 뒤에 샘이 있잖아.’ 라고 답장을 보냈지만 
7시 47분에 회사 옥상에서 투신한 동준은 문자를 확인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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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독서 (20/04/30) | 독서 습관 2020-04-30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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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전자책)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은유 저/임진실 사진
돌베개 | 2019년 07월


1) 독서 시간과 읽은 분량 

AM 8:00~8:30 / 들어가며-하루를 살아가는 용기


2) 내용과 감상


아이가 특성화고에 다녔다는 것, 자살했다는 것,
두 가지 사실로 사람들은 간편하게 시나리오를 썼다.
가난하고 불행한 환경에서 자랐을 것이고 
부모와 사이가 안좋았을 것이고
어둡고 심약한 아이였을 것이라는 말들을 무심히 해댔다.
푸릇한 나이에 왜 죽어야만 했나 질문하지 않고 
이래서 죽었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저자는 짧고 힘든 생을 보낸 청소년의 죽음을 계기로 우리의 삶 자체를 다시 생각해보는 책을 싶다는 생각에 동준 군 어머니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는 긴 편지를 띄우고 약속을 잡아 만난다. 
아이의 정체성이 특성화고 학생, 현장 실습생이 전부가 아님에도, 죽는 순간 ‘비운의 현장 실습생’으로만 납작하게 박제되어 그가 처한 상황이 그같은 삶의 기본 값인양 취급되고, 원래 불우했으니 불우하게 죽었다해도 별로 이상할 게 없는 것처럼 여겨지는 상황을 그냥 둘 수는 없었다. 

생수 공장 현장실습생이 프레스 기계에 몸이 끼어 죽은 사건, 통신업체 고객서비스센터 해지방어팀 현장실습생의 자살, 구의역 스크린 도어를 수리하다 죽은 청년 노동자, 안전장비 없이 엘리베이터를 수리하다 추락하여 죽은 현장 실습생.... 우리가 먹고, 마시고, 이용하는 모든 일상 영역에 동준군 말고도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쉽지는 않았지만 책을 쓰는 과정에서 저자는 수많은 유가족, 특성화고 교사, 특성화고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저자도 청소년 노동에 대해 막연히 ‘안쓰럽다,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해왔으나 이조차 청소년을 동료 시민으로 보지 않는 ‘친절한 차별주의자’의 태도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청소년이 당당한 노동 주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기에 ‘노동 조건’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지 않고 ‘청소년이 일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 집중하려 했음을 반성한다.
한국의 산재사망률은 OECD 회원국들 중에서 2006년과 2011년을 제외하고는 23년간 1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청소년 노동이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환경과 문화 속에서는 누구의 노동도 안전하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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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밤 독서 (20/04/29) | 독서 습관 2020-04-29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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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전자책)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은유 저/임진실 사진
돌베개 | 2019년 07월


1) 독서 시간과 읽은 분량 

PM 10:00~10:30 / 들어가며-하루를 살아가는 용기


2) 내용과 감상


책은 실업계 고등학교에 다니는, 알지 못하는 17세 소년이 오토바이를 타고 치킨을 배달하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을 목격한 한 대학생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피자를 시켰더니 같은 반 아이가 배달을 왔다더라’는 얘기는 몇 번 쯤 들어온 레퍼토리다.
제 몸 써서 정직하게 일하는 노동의 귀함을 설파하는 미담이 아니라
‘너도 공부 안하면 저렇게 된다’ 혹은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걸 복으로 알라’는 식의 
괴담으로 학부모들 사이에 유통된다.
한 아이의 삶을 탈취하여 훈육과 통제의 도구로 삼는 행태는 천박하지만 
그런 무지막지한 경고가 극단적 현실로 드러나는 현실은 더없이 참담하다.
‘저렇게 된다’고 어른들이 떠드는 동안 정말로 한 아이가 죽었다.

책은 알지 못하는 또다른 아이의 죽음으로 옮겨간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해인 2014년, 특성화고 3학년이었던 김동준이라는 학생이 CJ제일제당 현장실습생으로 일하며 장시간 노동과 작업장 내 폭력에 시달리다 ‘너무 두렵습니다. 내일 난 제 정신으로 회사에 다닐 수 있을까요?’라고 트위터에 쓰고 죽음을 택했다. 

책 목차를 훑어보니, 1부는 김동준의 죽음에 대하여, 2부는 이 세상의 다른 ‘김동준들’에 대해서이다.
그러잖아도 두 권짜리 ‘골든 아워’를 읽으며 우리 사회의 근본에 대한 환멸과 실망감, 허무감에 젖어 허우적거렸는데 다시 이런 어두운 현실을 마주해야하는 책을 감당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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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독서 (20/04/29) | 독서 습관 2020-04-29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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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으로 읽는 우리 몸 사전 (전자책)

교양으로 읽는 우리 몸 사전

최현석 저
서해문집 | 2017년 12월


1) 독서 시간과 읽은 분량 

AM 8:00~8:30 / 2장. 감각


2) 내용과 감상

57. 통증


한국인이 아픔과 관련하여 사용하는 단어는 무려 174개라고 하는데, ‘통증’이 가장 일반적으로 쓰인다.

영어로는 pain과 ache가 표준적인데, ache는 headache 에서처럼 접미사로 우리의 ‘~통’과 비슷하다. 결석이나 담석에 의해 요도나 담도가 막혔을 때 느끼는 극심한 통증을 표현할 때는 colic(산통) 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통증도 감각의 일종이지만, 다른 감각들은 인체로 들어온 정보를 통해 외부 세계를 해석하는 것이 일차적인 기능이라면, 통증은 위험한 상황을 피해서 개체의 생존을 유지하게 해준다.

통증은 대단히 예민한 감각이므로 몸에 이상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이다. 그래서 통증은 각종 질환을 암시하는 대표적인 증상이고, 병을 찾아내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선천성무통증’이라는 병이 있는데 통증을 전달하는 신경세포에 유전적 결함이 있어 상처를 입어도 통증을 느끼지 못하므로 입안에는 항상 염증을 달고 살고, 손발에는 늘 상처를 달고 살고 자주 넘어지고 평생 수많은 골절로 여러 번의 수술을 받아야 한다.

전염병으로 인해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되기도 하는데, ‘나병’이 대표적인 예로 나균에 감염되면 세균이 피부와 신경을 침범하기 때문에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귀, 코, 손가락, 발가락 등이 지속적인 손상을 입어 몸에서 떨어져 나가며 몸과 얼굴이 점차 흉측해진다. 그동안 문학 작품이나 영화 등에서 불치의 병처럼 묘사되곤 했지만 현재는 항생제로 완치가 가능하다.

무통증이나 나병에서 볼 수 있듯이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고, 통증은 인간 생존의 기본 조건이며, 이런 기능을 하는 통증을 ‘생리적 통증’이라고 한다.


반면 해로운 환경이 사라졌는데도 통증이 지속되어 오히려 생존을 위협하는 ‘병적 통증’이 있다. 

대부분의만성통증이 이에 해당하며, 국내 성인의 10% 정도는 만성통증을 앓는다. 만성통증이란 3~6개월 이상 지속되는 통증을 말하는데, 급성통증과 달리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있고 심리적인 요인도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통증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구성 요소는 ‘인지 과정’으로, 전쟁 중 군인들이 현장에서는 큰 부상을 당해도 통증을 잘 느끼지지 못하다가 안전한 병원으로 후송된 이후에야 자신의 상처를 보는 순간부터 통증으로 괴로워하는 경우가 있다. 인지 과정이 통증에 통증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는 위약 효과에서도 알 수 있다. 수술 후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진통제라고 속인 후 식염수를 주입하면 75%에서 만족스러운 진통 효과가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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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밤 독서 (20/04/28) | 독서 습관 2020-04-28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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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아워 2 (전자책)

골든아워 2

이국종 저
흐름출판 | 2018년 11월


1) 독서 시간과 읽은 분량 

PM 9:30~10:00 / 종착지~인물지


2) 내용과 감상


나는 우리가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이 모든 것이 허상일 뿐이어서 
한순간에 사라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았다. 
2002년 이후 외상센터와 정부, 사회의 많은 분야를 축으로 벌어졌던 
막장 드라마의 향연이 이렇게 끝나는 것을 몸소 체험하며, 
나는 국가적인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얼마나 말도 안되는 것인지를 느꼈다. 
이런 방식으로 그동안의 노력들이 파장을 맞는, 
한국 사회를 구성하는 조직들의 무영혼을 더는 감당할 수 없었다.

목숨을 걸고 좇아온 것이 결국 신기루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허무함이 진하게 느껴지는 마지막 장이었다. 
저자는 외상센터의 종말을 느끼면서도 ‘정경원이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을 이끌고 나가는 때가 오면’ 이라고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는 모습도 보여준다. 
책을 읽는 내내 인간으로서 이 정도의 스트레스와 신체적 고통, 환멸과 실망, 감동과 배신의 감정적 롤러코스터를 줄곧 타야 하는 인생이 있을까 싶어 단지 책을 읽는 입장에서도 진이 빠지고 감정적으로 힘들었다. 이미 저자가 아주대학교병원내의 경기남부 중증외상 센터장을 그만둔 상태라는 것을 알고 읽은 책이라, 그래도 지금은 그렇게 힘들지는 않겠지 싶어 오히려 안도감이 들 정도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은 어디로 갈 것인가 하는 문제에 생각이 미치면 암담하다는 생각에 한숨만 나온다. 우리의 시스템은 이미 골든 아워를 놓쳐버려 그 어떤 심폐소생술도 소용없는 회생 불가의 단계에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책 말미에는 부록으로 ‘인물지’가 실려있는데, 책 속에 실명으로 등장했던, 중증외상 시스템을 만들어가는데 직접적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친 인물들의 간단한 약력을 실어놓아 가나다 순으로 정리한 인덱스이다. 
한사람 한사람에 대한 애정과 감사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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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독서 (20/04/28) | 독서 습관 2020-04-28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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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아워 2 (전자책)

골든아워 2

이국종 저
흐름출판 | 2018년 11월


1) 독서 시간과 읽은 분량 

AM 8:10~8:40 / 2018, 기록들


2) 내용과 감상


북한군 병사 덕분에 증액되었다는 중증외상센터 관련 예산 250억은 그 겨울이 지나면서 눈 녹듯 사라졌다.
험한 현장으로 출동이 계속되었다. 출동에서 복귀한 후 장비를 점검하면 파손도가 심하고 일부 장비는 잘 작동하지 않았다. 한줌도 안되는 이 장비들이 전부인데, 거친 일상 속에서 하나둘씩 떨어져 나갔고 보충되는 자원은 없었다. 
중증외상센터는 병원 보직자들이 ‘국책사업 현금유치’라는 치적을 쌓을 때만 필요한 것으로, 사업 수주 후에는 태도가 180도 바뀌었고 인력 증원이나 처우 개선은 없이 예산은 연기처럼 사려졌다.

설계부터 잘못되었기에 당연한 결과로 현장에서는 중증외상센터마다 만성적인 중환자실 부족을 호소했으나 보건복지부는 형평성의 문제를 운운하며 추가 지원에 나서지 않았다. 환자를 뉘일 병상이 없어서 아비규환인데 이 다급한 목소리는 세종시 청사 안에 닿지 않았다. 우리는 늘 정책과 형평성이라는 수식어가 만들어내는 사각지대에 고립되어 있었다.
권역별로 치밀하게 짜인 각종 사업에 대한 결과물들은 거대한 세종시 정부종합청사 안의 회의실과 도표상에만 존재했다. 그 어떤 관료들도 실제 상황을 파악하려 들지 않았고, 현장의 나쁜 상황을 보고받는 것 자체를 윗선에서 부담스러워 한다는 일선 공무원의 귀띔이 있었다.

지역 구청에서 헬리콥터 소음에 대한 민원을 담은 공문이 내려왔다. 미국 메릴랜드 외상센터에는 연간 2,500명의 외상 환자가, 영국 로열런던병원의 외상센터에는 연간 1,500명이, 일본 오사카의 외상센터에도 연간 1,200여명 이상의 환자들이 헬리콥터로 실려온다. 그런데 우리는 기껏 연간 300회에 불과한 항공 출동에도 민원에 시달렸다. 해결 방법이라면 비행 중단 뿐이었다. 차라리 헬기 장을 폐쇄하라고 명령하면 소음 문제는 사라질 터이지만, 구청에서 그 책임을 지기는 싫기에 이런 공문을 보내 기관 차원에서 알아서 정리해주길 바라고 공문을 근거로 압박해왔다.

의료용 헬리콥터는 착륙장을 못찾아 헤매는데, 잔디가 망가지거나 죽으면 안된다는 이유로 수많은 시청과 구청에서 헬리콥터 착륙을 거부했고, 대부분의 학교들도 학생들의 학습권을 이유로 헬리콥터 착륙을 거부했다. 선진국에서는 이 모든 장소가 의료용 헬리콥터 착륙장 1순위로 꼽히는 곳들이다.
수술을 하고, 외래를 보고, 야간 새벽 항공 출동을 하고 난 지옥같은 하루의 마감은 소방상황실에서  보내 온 ‘지금 민원이 빗발치고 있으니 소음에 각별히 유의하라’며 사기를 꺾는 경악스러운 문자 메시지였다.

아침이 밝아오지만 새벽의 별빛이 떨어지기 이전의 어둠이 눈에 찾아와 시력을 점점 잃어가고 있었다. 그릇의 크기에 비춰볼 때 너무 많이 와버렸다는 깨달음으로 맞이하는 어둠 속의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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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밤 독서 (20/04/27) | 독서 습관 2020-04-27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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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아워 2 (전자책)

골든아워 2

이국종 저
흐름출판 | 2018년 11월


1) 독서 시간과 읽은 분량 

PM 10:10~10:40 / 풍화


2) 내용과 감상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한국에서의 중증외상센터 사업은 침몰하고 있었다.
미국에서 시스템의 세계적 표준과 원칙을 배웠고, 런던에서 직장 생활을 했으며, 일본 외상외과 의사들이 얼마나 뛰어난지 잘 알고 있는 입장에서 한국의 중증외상 의료판이 침몰하고 있음을 또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 어디에도 본질은 찾아보기 힘들고, 의료계도 행정부도 다들 자기 이권만 관철시키려 할 뿐, 정작 중증외상센터가 무엇인지 해외에서 진정성있게 공부하려는 이들조차 없었다.

15년 전 의욕 넘치던 관료들, 초석을 함께 놓던 행정부와 정치권 사람들은 모두 사라지고, 중증외상센터 정책을 이해하고 추진해줄 고위층도 사라졌다. 
대학의 부속병원은 한국 사회의 축소판으로, 윗선의 보직자들은 시기마다 자리를 달리하고 일은 일관된 방향으로 추진되지 않았다. 각자 의견이 갈리고 편이 나뉘며 조직 안에는 끊임없이 뒷말이 돌았다. 현장에서는 뜻하지 않게 벌어지는 일이 너무 많았고 그것을 감당한 인력은 부족했으나 업무 환경은 조금도 개선되지 않았다.
중증외상센터는 고도의 단계적 뒷받침이 요구되는사업인데 한국 사회의 투명성 정도로는 의료계나 정부 모두 이런 사업을 감당할 수 없다는 암담한 사실만 15년간 줄곧 반복해서 확인했다. 

한국사회에서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시스템을 고수하기 위해 함께하는 동료들의 정신과 신체를 깎아가며 여기까지 밀어붙여왔다. 아파도 아프다하지 않고 힘들어도 힘들다고 내색하지 않던 동료들은 그 허상의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말없이 버티다가 쓰러져갔고, 결국 이 중증외상센터 바닥은 동료들의 피로 물들었다. 언제까지나 이렇게 주위를 깎아가면서 나아갈 수는 없었다.


*'예스블로그 독서습관 캠페인' 참여하며 작성한 포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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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독서 (20/04/27) | 독서 습관 2020-04-27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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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아워 2 (전자책)

골든아워 2

이국종 저
흐름출판 | 2018년 11월


1) 독서 시간과 읽은 분량 

AM 8:00~8:30 / 지독한 재연~잔해


2) 내용과 감상


2017년 11월 13일 오후, 흉복부와 사지에 다발성 총상을 입은 환자가 헬기로 실려온다.

군과 국정원 관계자들이 센터에 들이닥쳐 환자가 북한병사라고 전해줬다. 골반을 부수고 들어온 총알들이 내장 열군데 이상을 파열시켰고 피구덩이 속에서 기생충들이 스멀거렸다. 적은 수가 아니었고 기생충이 봉합한 부위를 다시 뚫고 나오면 내장들이 다시 파열될 것이기에 수술 중인 의료진 모두가 얼어버렸다. 정신을 가다듬어 최대한 기생충들을 짜내며 걷어내고 출열을 봉합하고 1차 수술을 마쳤을 때 수술방 바다는 피바다였고, 의료진 모두가 피칠갑이었다.


2차 수술이 끝난 후 환자 상태에 대한 브리핑에서 기생충에 대한 언급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 날 선 비판이 날아들었다. 다시 말이 말을 낳는 말의 잔치 속에 이리저리 채이는 상황이 되었다.

북한 병사의 목숨은 이승에 남았다. 그 덕에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다시 일어났다. 2011년 석해균 선장이 복지부 캐비닛에 처박혔던 중증외상센터 정책을 끌어내더니, 2017년 북한군 병사가 죽어가던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을 건져낸 셈이었다. 

그러나 북한군 병사 덕분에 순간적으로 다시 일어났던 정치권의 주목은 2011년에 비하면 매우 미미했고 이슈와 관심 자체가 적었던 만큼, 당장이라도 지원을 약속해줄 것 같던 정 관계와 언론이 흩뿌리던 모든 말잔치의 결과물들은 빠른 속도로 사라져갔다.


정치권과 바깥 세상의 ‘저녁이 있는 삶’은, 용광로와 같이 한번 불이 붙어 가동하면 폐쇄하는 순간까지 멈출 수 없는 용광로와 같은 중증외상센터에서는 너무나 먼 개념이었다. 새 정부가 ‘삶의 질’을 개선하겠다며, 증원은 전혀 없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의사들의 업무 공백을 메워주는 전담간호사들의 근무 시간까지 주 52시간으로 묶어버리면 병동을 일부 닫는 수 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우아하게 회의를 하고 대책 방안을 마련해보겠다고 사라져버린 국회의사당과 정부 청사 안쪽의 사람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자는 사람들의 책상에서 결정되는 정책에 따라 24시간 쉼 없이 일하는 사람들의 생사여탈이 결정되는 현실에 신물이 났다. 


*'예스블로그 독서습관 캠페인' 참여하며 작성한 포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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