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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 뜨는 여자 | 다시 읽기 2008-09-24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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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레이스 뜨는 여자

파스칼 레네 저/이재형 역
부키 | 2008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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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소설에 지친 이들에게 권한다.

 

 이 책 표지 뒷날개에 있는 내용이다. 가벼운 소설에 지친 이들에게 권한다...라. 이제까지 읽은 소설들을 한데 몰아 '가볍다'로 치부해 버리고, 가볍지 않은 그 소설은 어떤 건지 매우 궁금해졌다. 가볍지 않은 소설이란, 대체 어떤 것일까?

 기쁘다. 슬프다. 즐겁다. 누구나 다 아는 인간의 감정이지만, 이를 언어로 구체화 시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밥을 먹는다. 라는 동작 하나에도 주인공이 그 때 그 상황에 누구와 함께,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과거와 미래 사이에 놓인 그 찰나의 순간을 포착해 묘사하기. 파스칼 레네는 이러한 지점을 놓치지 않고 독자에게 전해주는 작가다.

 

그녀가 그녀의 동작 속에 전적으로 존재하듯이, 그녀는 전적으로 내부에 있는 그녀의 이야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무(無) 또는 거의 무(無) 속에서 일종의 피안, 일종의 무한을 그렇게 강력히 불러 일으킨다. 아울러 그녀의 내부에 있는, 어쩌면 그녀 없이 그녀의 내부에 있는 사물들의 단순한 만남에서 그녀를 떼어 놓고자 할 때면, 그녀가 정말로 누구인지를 정작 알려고 할 때면, 그녀는 마치 하나의 상상, 하나의 환상에 지나지 않았던 것처럼 빠져 달아나고 사라져 버린다.

 

 손수 뜬 레이스 자락 처럼 섬세한 여인, 뽐므. 누군가 시간과 정성을 들여 짰을 레이스를 무심하게 지나치거나, 관심있게 들여보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 사이에 '뽐므'라는 여인이 존재한다. 주변 사람에게 영향 받고, 영향을 주고. 삶을 살며 결코 항거하지 않고 "손님 하자는 대로 할게요."라며 '손님'이라는 삶을 받아들이는 뽐므가 있다.

 레이스 짜는 여인, 뽐므. 그녀는 참으로 섬세한 여자다. 그런 여인을 언어로 그린 책이기에 가볍지 않은 소설이다. 뽐므의 감정의 순간순간을 놓치지 않고 기록한 이 책은 독자에게 '뽐므'라는 여인을 생생하게 만나게 해줄 것이다. 정말, 가벼운 소설에 지친 독자들에게 진정 권하고 싶다. 가볍되, 가볍지 않고, 너무 무겁지도 않은 복잡한 '뽐므'라는 여인을 만나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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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우연이었을까 | 다시 읽기 2008-09-2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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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살인자의 책

기예르모 마르티네스 저/김주원 역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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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충실한 하인은 법이 아니라 우발적 사고, 우연, 행운이며,

동일하고 정확한 균형을 가져오는 이러한 것들은

지속적인 시간과 결부되어 있다.

- 조셉 콘래드 - 

 

한때 최고의 소설가 클로스터와 작업하던 매혹적인 타이피스트 루시아나 B. 10년 만에 나와 재회한 그녀는 10년전 내가 기억하던 루시아나가 아니었다. 늙고 추해진 얼굴로 지난 10년 간 자신의 주변에 일어난 일들을 하나하나 털어놓기 시작한다. 한 명씩, 우연을 가장한 '살인'으로 죽어가는 그녀의 주변 인물들. 마지막 남은 여동생, 발렌티나를 지키기 위해 그의 도움을 요청한다.

 

1. 과연 우연이었을까.

 

이 소설은 '우연'의 연속을 보여준다. '우연하게' 가구점들에 화재가 나고, 그녀의 가족 중 한 사람이 이 사건에 휘말려 목숨을 잃는다. 클로스터가 '글'로 어떤 사건을 쓴 순간, 그 사건은 더 이상 가상의 것이 아닌, 현실이 되어- 적어도 그녀에게는 - 루시아나에게 나타나는 것이다.

 

  우연에 관해서는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소설을 썼지만, 공중에 동전을 던져본 적은 한 번도 없는 모양이군요. 게다가 우연이 그 나름의 형태와 연속이 있다는 것도 모르는 것 같고 말입니다.

 

나름의 형태와 연속을 갖는다는 우연. 클로스터는 루시아나의 이야기는 '우연'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우연이었을까. 우연 치고는 '너무 치밀하게 잘 짜여진 기하학' 같은 우연의 연속. 작가는 이 연속적인 우연에 어떤 형태를 부여하며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데쓰노트를 떠올렸다. 글로 쓰여진 순간 죽음을 맞이하는...누군가의 '의지'로 한 사람의 생명이 끝날 수도 있다는 사실. 우리 주변의 '우연적인 사건'들도 결국은 누군가의 의지가 아니었을까?

 

2. 2시간 만에 읽어버린 소설. 살인자의 책

 

남미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 파울로 코엘료, 열정, 삼바, 열대우림, 총기, 위험.

 

영국에 있을 때 남미는 택시를 타고가면 그대로 납치 당할 정도로 위험한 도시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내게 있어 남미는 '매우 위험한 동네' 수준이었다. 길가에는 강도가 들끓는 곳.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매일매일이 위험하겠구나. - 누구나 그렇겠지만, 사람은 종종 뉴스 같이 신뢰성이 높은 매체에서 알려주는 정보보다 '아는 사람'을 통해서 들은 정보를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라는 생각에 그곳에도 이처럼 멋진 이야기꾼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

 파울로 코엘료는 너무 환상적이어서 내 흥미를 끌지 못했던 작가였다. 그에 비해 기예므로 마르티네스는 정말 치밀하게 잘 짜여진 기하학 같은 소설을 선보인다. 너무 어려운 기하학도 아니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으면서, 한 번 잡기 시작하면 빨려드는 그런 책을 쓰는 작가다. 뒷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밤에 잠오는 것을 참아가며 책을 읽은 게 얼마나 오래간만인지 모른다.

 또 한 명의 반가운 이야기꾼을 만나게 되어 너무나 반가웠다. 독특한 소재로, 독특한 전개, 독자를 꼼짝없이 옭아매는 작가 기예므로 마르티네스. 그의 새로운 신작을 조만간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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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글쟁이들 | 다시 읽기 2008-09-04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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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한국의 글쟁이들

구본준 저
한겨레출판 | 2008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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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하나로 먹고사는 이들, 글쓰기가 삶의 중심인 사람들이 있다...중략

우리의 눈에는 학자들의 탁월한 논문과 저널리스트들의 훌륭한 특종이 세상을 이끌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세상을 바꾸는 것은 그 시대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대중에게 이야기해주는 저술가들의 책일 수 있다.

세상은 저술가를 필요로 한다.

- 한국의 글쟁이들 중에서

 

글쟁이가 글쟁이를 읽다.

 

기자인 저자가 각 분야의 대표 글쟁이들을 인터뷰한 책이다. 저자는 각 분야의 대표 저자가 되기까지 어떤 노력을 하였고, 어떻게 글을 쓰는 지 등등, 글쟁이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기자 특유의 정보를 다 전달하면서도 대중성을 놓치지 않는 문체가 이 책에 가치를 더해준다. 글쟁이들의 팬들 뿐 아니라, 예비 글쟁이들을 위한 최고의 책이다. 특히 예비 글쟁이들은 이 책에서 자신만의 ‘스승’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메모광인 글쟁이들

 

어느 날 문득 번개처럼 떠오른 ‘영감’에 의해 글을 쓰는 사람. 대중들이 글쟁이에게 가지고 있는 환상이다. 이 책에서 발견한 글쟁이들은 ‘영감’이 아닌, 직접 발로 뛰며 취재하고, 아이디어를 놓치지 않기 위해 항상 메모지와 볼펜을 들고 다니며, 어찌 보면 수도승 같이 철저하게 금욕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책은 살아 있다. 그리고 세상은 저술가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그 저술가들은 독자들의 관심을 먹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폭넓은 분야에 많은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 수록, 우리에게 풍성한 이야기 잔칫상을 차려줄 저술가들이 더 많이 등장할 것이다. 각 분야별로 대표적인 글쟁이를 찾기 힘들다가 아닌, 너무 많아서 누구를 골라야 할 지 모르겠다라고 할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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