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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행복하게 사는 법 | 다시 읽기 2020-03-31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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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우애의 발견

안셀름 그륀 저/김선태 역
생활성서사 | 2020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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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들이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기 시작하면서 맏이로써 나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 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부모님이 은퇴를 준비하고 계시고, 이전과는 다른 삶을 서서히 준비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이 싹트는 시기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안셀름 그륀 신부님은 예전부터 지인이 이런 신부님이 계시다고 말을 해줘서 알고는 있었지만 책을 읽는 건 처음이었다. 실제 일곱 명의 형제 자매가 있으시다는 신부님께서 우애에 관해 어떻게 이야기를 하시는 지 궁금했다. "어떻게 하면 동생들과 지금처럼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랬다.

성공적인 삶의 다섯 가지 조건

동생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는 나의 소망의 기저에는 '성공적인 삶'을 향한 갈망이 있다. 유산다툼을 하거나, 동생과 부모님을 모시는 문제로 논쟁을 벌이기 싫은 것이다. 동생들과 부모님과 다툼없이, 행복한 삶을 사는 것, 그것이 내가 그리는 성공적인 삶이다. '행복'한 삶.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사랑받고, 소중하게 서로를 여기고, 지지받는 삶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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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자기 자신과 화해하는 것, 곧 자신의 내밀한 본질인 영혼과 일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74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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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셀름 그륀 신부님이 사람들과 상담을 하면서 반복적으로 발견하게 되는 갈망을 다섯 가지로 정리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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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정체성을 향한 갈망. 나의 참된 본질인 유일무이한 자아를 만날 때, 삶은 충만해진다.

둘째, 결실에 대한 갈망. 좋은 인간관계는 행복한 삶을 위한 결정적 요인이다.

셋째, 마르지 않는 샘의 갈망. 어려운 일을 이겨낼 수 있는 치유의 샘(정원 가꾸기, 성경 읽기 등)에 대한 갈망이다.

넷째, 좋은 관계를 향한 갈망.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고, 사랑하고픈 갈망이다.

다섯째, 사회적 능력에 대한 갈망. 사람들을 서로 결합시켜 사이좋은 관계를 이루어 내는 능력이기도 하고, 신뢰와 희망으로 살아가는 능력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이 다섯 가지의 갈망을 가지고 있다. 나 자신과, 내 삶과의 조화, 내 동생들과 서로 지지를 보낼 수 있는 힘, 스스로를 신뢰할 수 있는 힘. 마지막으로 형제자매를 통해 하느님과 결속되어 있다는 확신. 이걸 깨닫는 게 안셀름 그륀 신부님께서 말씀하시는 행복의 조건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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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이해하는 법

이 책은 '우애의 조건'이지만, 읽어보면 결국 형제자매를 통해 세상을 올바르게 사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태어나서 죽기까지의 전 과정을 돌아보며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그렇다고 탄생부터 죽음까지 연령대로 이야기해주는 건 아니고, 신부님 본인의 경험을 이야기하시다 보니 그렇게 정리가 되었다. 단순히 우애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재혼 가정, 이혼 가정의 형제자매 이야기와 유산다툼같은, 어쩌면 수도자들에게는 안 맞는 것 같은 매우 현실적인 이야기도 나온다. 그래서 읽다보면 신부님보다는 심리상담사가 쓴 책같이 느껴질 정도였다.

내가 가장 궁금했던 것은 '서로를 이해하는 법'이란 챕터에 나오는 내용이었다. 나는 동생이 외국에서 정착을 준비하는 중이라 직접 보기보다는 카톡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가 많았다. 그나마 지금은 동생이 미혼이라 이런 것도 가능하지, 결혼을 하게되면 교류가 거의 끊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이런 경우 나는 동생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안셀름 그륀 신부님이 제안하시는 방법은 '유형'을 통해 이해하는 방법이었다. 성경에 나오는 인물의 유형, 애니어그램, 여성과 남성의 전형성 등의 다양한 관점에서 서로를 이해하기를 권하고 있다. 신부님께서는 '이해'의 중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이해는 존립과 연관되어 있다. 스스로를 이해할 수 있다면 당당히 살 수 있고, 결국 잘 견디는 힘이 생긴다. 타인을 이해할 수 있다면, 그가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고 당당히 존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형제자매에게 이해받고 있음을 알면, 더 행복해질 것이다.

189페이지

결국 형제자매를 이해한다는 것은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건, 세상을 사는 데 가장 큰 힘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부님은 이해의 길을 여는 방법으로 스스로에게 '저 형제자매는 나의 어떤 어두운 모습을 지니고 있는가?'라는 물음을 제안하신다. 우리가 종종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상대방에게서 보이는, 스스로 억압했던 나의 모습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상대를 나를 보는 거울로 여긴다면, 상대 위에 군림하려 들지 않고, 그를 통해 보이는 나 자신을 더 깊이 깨달으려는 요청으로 받아들이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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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변화

상대를 통한 나의 모습 보기. 이건 비단 형제자매의 관계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 적용되는 기준이기도 할 것이다. 앞서 읽은 심리서들에서도 공통적으로 말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신부님께서 제안하신 질문은 내게 매우 유용한 것이었다. 나의 어떤 모습인가? 어떤 인간관계에서도 상대방에게 군림하지 않는 자세를 기억해야 겠다.

이 책에서 흥미롭게 읽은 내용 중 하나는 '유산상속'에 대한 내용이었다. 신부님께서 유산상속 시 다투지 않으려면 첫째는 배울 것. 둘째는 서로 사랑할 것이었다. 사람이 배우지 않고 부모의 재력에 기대서 생활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다툼이 일어난다는 내용은 재미있었다. 역시 사람은 배워서 자립해야 한다. 이 책에는 유산상속으로 다투게 되는 경우를 꽤 여러가지를 들어서 이야기해주시는데, 하다못해 부모님의 유품가지고도 다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알게된 것은 매우 의미가 있었다.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형제자매의 관계 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지에 대한 요약본을 읽은 느낌이다. 이 책을 읽고 내가 느낀 점은 단순히 형제자매의 관계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는 거였다. 작게는 형제자매부터, 넓게는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법을 이야기하는 책이었다.

언제든, 우애에 대한 고민이 생길 때, 동생들과의 트러블이 있거나 할 때 펼쳐볼 수 있는 책을 만나게 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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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의 해결사, 고양이 깜냥! | 다시 읽기 2020-03-29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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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고양이 해결사 깜냥 1

홍민정 글/김재희 그림
창비 | 202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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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 수상작에, '고양이'가 주인공인 책이라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어떤 이야기가 들어있을 지 기대하며 첫 장을 펼쳤고, 마지막 장을 덮을 즈음에는 이 다음 편에는 어떤 직업을 가지고 독자를 만날 지 궁금해졌다. 이 책의 매력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크게 3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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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다

우선, 재미있다. 아파트라는 친숙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이면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경비원 아저씨, 택배아저씨, 층간소음 부분은 아파트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을 만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어느 덧 우리 삶에 자리잡은 길냥이도 아파트에 한 두 마리쯤은 있다. 길냥이를 좋아하는 주민과 싫어하는 주민의 갈등, 모두 가능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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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캐릭터

고양이는 도도하다. 주인에게 먼저 요구하기보다 거만한 자세로, 주인을 '집사'다루듯 하는데 이 캐릭터에는 그 점이 잘 반영되어 있다. 특히 말투와 행동이 고양이답다!

하필 고양이 그림책이라니. 깜냥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어. 그래서 슬그머니 바닥으로 내려가 책에 오른쪽 앞발을 턱 얹었어.

"원래 책 같은 건 좋아하지 않는데 내가 좀 봐도 될까? 고양이를 어떻게 그렸는 지 궁금해서 말이야."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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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부분이 '층간소음' 에피소드다. 사실 층간소음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이 에피소드 자체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이 이야기에 나오는 여자아이의 캐릭터가 참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층간소음을 당당하게(?) 유발하는 캐릭터라면 이런 반응이 나올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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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집에서 시끄럽다고 경비실로 연락했어. 그러니까 좀 조용히 해 줘. 알았지?"

깜냥은 아이가 알았다고 대답하면 그대로 경비실로 돌아가려고 했어. 그런데 아이가 뭐라는 줄 알아?

"안 돼! 내일 춤 동아리 오디션 있어서 연습해야 한단 말이야. 미안하지만 좀 참아 달라고 대신 말해 줄래?"

아이는 이렇게 말하고 문을 쾅 닫았어.

p.29

자연스러운 사건 전개

택배 아저씨와 함께 택배를 배달하다가 고양이를 싫어하는 주민을 만나 언쟁이 오가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아파트에서 있을 수 있는 갈등을 사건 전개에 자연스럽게 녹여내어 읽기가 편했다.

아파트의 민원접수가 집중되고, 주민들과의 접촉이 높은 경비실의 특성을 십분 잘 활용하여 다양한 에피소드를 녹여낸 점이 돋보였다

다음 편이 기대되는 작품

주인공 캐릭터가 정말 매력적이라 다음 시리즈가 기대되는 작품이다. 말미에 등장한 깜냥의 화수분 가방! 끊임없이 나오는 그 가방에 숨겨진 이야기들도 함께 풀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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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철학을 가볍게 이해하게 도와주는 책 | 다시 읽기 2020-03-28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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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철학의 이단자들

스티븐 내들러 글/벤 내들러 그림/이혁주 역
창비 | 2019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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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서양의 17세기 근대철학의 탄생을 다루고 있다. 이처럼 방대한 근대철학사를 186페이지짜리 만화로 정리했다는 게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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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를 뛰어넘은 <이단자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왜 제목이 <철학의 이단자들>이었는지가 이해가 갔다. 17세기 등장한 근대철학은 중세까지 엄정하게 유지되던 당시의 기독교적 세계관에 반하면서 등장한 이론이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지동설을 주장했다가 여생 동안 가택연금 처분을 받고 저서들이 금서가 된 사건이 있다. 실제로 이 책에 등장하는 몇몇의 철학자들은 이단으로 선언되었고, 등장하는 모든 철학자들이 바티칸 금서 목록에 오른 저작을 갖고 있다. 철학사의 가장 빛나는 17세기의 시작은 이처럼 밝지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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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의 철학자들

이 책에는 18명의 철학자들이 등장한다. 개중에는 앤 콘웨이나 엘리자베스 보헤미아(팔라틴 공주)처럼 여성도 있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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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등장하는 철학자 중에서 단연 눈에 띈 사람은 데카르트였다. 실제 데카르트의 철학은 17세기 내내 파리나 다른 도시의 살롱과 지성계에서 대유행을 했다고 한다. 한번쯤은 들어봤을 '귀납적 추론'과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를 이야기한 철학자가 바로 데카르트이다.

많은 철학자들이 나오고 이론에 대해 충실하게 설명하지만 역시 철학이론보다는 에피소드에 더 눈길이 가고 기억에 남는다.

라이프니츠와 로크는 오랜기간 본유관념에 대해 서로 논쟁을 벌였다고 한다. 그런데 로크의 이론에 대한 비평을 준비하던 차, 로크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은 라이프니츠는 책을 출간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더 이상 방어할 수 없는 사람을 비판할 수 없기 때문에.

아르노와 말브랑슈의 논쟁을 다룬 삽화가 넘 웃겨서 기억에 남았다. 10년 동안 악에 관한 부분의 견해차이로 싸웠다고 한다.

철학, 읽어볼만 하구나.

이 책이 내게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철학이 여전히 어렵긴 하지만 그래도 읽을만 하구나라고 태도에 변화를 가져온 거였다.

17세기 철학자들은 절대적인 신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이성 중심의 사고관을 확립하는데 기여했다. 신이 모든 걸 행한다고 믿었던 사고관이 인간에게 넘어오는 건 가히 혁명적인 사건이었을 것이다. 데카르트와 스피노자, 로크와 라이프니츠, 갈릴레오와 뉴턴의 세기였던 17세기. 내게 17세기는 이제 좀 특별한 시기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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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작은 방구석 상담소 | 다시 읽기 2020-03-22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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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쁜 기억을 지워드립니다

기시미 이치로 저/이원미 역
부키 | 2020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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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기억은 없다.

제목부터 매력적이다. <나쁜 기억을 지워드립니다>라니! 누구나 인생에서 없어졌으면 하는 기억이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다.

이 책의 저자는 철학자다. 그 철학자가 한국인들을 위해서 저술한 인생상담서다. 상담의 방식은 독특하다. 총 5부로 주제를 나누고, 총 19편의 한국영화의 주인공들이 철학자와 대담을 나누는 방식이다. 유명한 영화들이 포진해 있어서 대화내용을 공감하기 쉬웠다.

책 제목처럼 이 책이 '나쁜 기억'을 지워주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삶은 어차피 고통이며, 다만 이 고통스러운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과거는 지울 수 없는 것이지만, 과거에 대한 의미부여가 달라진다면 과거는 바뀌는 것이며, 또는 지금의 나 자신이 바뀌는 것이 과거를 바꾸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결국 과거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의 차이가 '나쁜 기억'을 만드는 것이다.

'엄마'라는 자리에 대한 고민

이 책은 연인과 부부/ 가족과 부모/ 나와 인생 / 세상에 대해 / 사회 속 인간관계 등 총 5개의 주제로 영화를 다룬다. 그대로 쭉 읽어도 좋았지만, 내게 필요한 상담 주제를 골라 읽는 방법도 좋을 것 같다.

읽으면서 가장 공감이 많이 되고, 와 닿았던 부분은 '가족과 부모' 였다. 이 부분에서 다루고 있는 영화는 똥파리, 수상한 그녀, 마더로 총 3편이다. 이 중 '마더'가 가장 인상이 깊었다.

'마더'에는 품 안의 자식을 떠나보내지 못하는 엄마의 이야기가 나온다. 아이가 생기기 전에는 4살이면 그래도 많이 큰 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내가 아이를 키워보니 4살은 커녕 초등학교 학생들도 다 아기였다. 도무지 품에서 떼어놓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이러다 사춘기가 와서 부모에게 독립하기를 원할 때, 나는 이 미션을 잘 수행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 의문에 깔린, 가장 문제적인 부분을 철학자는 '도준이 엄마'를 통해 보여준다. 그건 아이와 나를 동일시하는 태도였다.

"자신이 누구의 아이라고 생각하나요?”라고 질문을 받은 한 아이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부모님의 아이?”라고 대답하는 장면을 어느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본 적이 있다. 아이는 분명 부모에게서 태어났지만 그렇다고 '부모의' 아이는 아니다. 이처럼 부모나 자식이나 서로 일심동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가 많다.
p.135

이 영화의 엄마는 누구에게든 '어머니'나 '도준이 엄마'라고 불린다. 아이가 부모의 아이가 아닌 것처럼 부모는 아이의 '부모가 아니다.

나는 아이 때문에 힘들어하는 부모에게 부모가 먼저 행복해져야 한다고 늘 말하곤 한다. 아이는 아무 일을 하지 않아도, 그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부모를 행복하게 한다.p.138


행복한 엄마가 되려면?

아이를 키우면서 나도 내 이름을 잃어버렸다. 내 이름을 불러주는 건 극단적으로 말하면 친정엄마와 택배아저씨 그리고 병원에 갔을 때 나를 부르는 간호사님 뿐이다. 아이로 인해 맺어진 인연들이 늘어나면서 "~엄마"로 소개하고, 소개받는 일이 익숙해졌다. 그러면서 내 자아정체성도 '엄마'에 맞춰지는 것 같다.

엄마라는 정체성이 자랑스럽고,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온전히 '나만의 영역'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든지 과함은 좋은 게 아니다. 아이에게 사랑을 쏟아야 할 때는 아낌없이, 언제든 둥지를 벗어나 날아오를 때는 '엄마'가 아닌 '나'를 소개할 수 있도록 나만의 일을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이를 오롯이 믿어주는 태도도 중요한 것 같다.



부모가 아이를 대신해 문제 해결에 나서는 것은 아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럴 때 부모는 애초부터 자식을 신뢰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p.136

행복한 엄마가 되는 길은 '아이'를 믿어주는 것 그리고 '엄마'가 아닌 '나만의 행복'을 찾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내 아이가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아울러 행복하게 사는 아이를 행복하게 지켜볼 수 있는 엄마로 내가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겠다.


나만의 작은 방구석 상담소

살면서 수많은 고민과 의문을 만난다. 수없이 흔들리고, 상처받고, 길을 모를 때는 이 책을 펼쳐보면 좋을 것 같다. 영화 주인공과 나누는 철학자의 대화 속에서 내 고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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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가까운 나라, 북한을 보다. | 다시 읽기 2020-03-1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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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고난과 웃음의 나라

정병호 저
창비 | 2020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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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남한 사이에 있는 나라, 툭하면 미사일을 쏘아대면서 지원을 요구하고, 인권유린이 일상화된 나라.' 이게 내가 가진 북한의 이미지였다. 초등학생 때 김일성이 죽었을 때, 얼마 안 가서 무너지리라 생각했지만 아득바득 이끌고 와서 벌써 손자 김정은이 집권하는 불가사의한 나라이기도 했다. 통일을 해야 한다고 묻는다면 나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쪽이었다. 이미 분단된 세월이 너무 길고, 양쪽의 경제적 격차는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그 갈라진 세월만큼 갈등이 빚어질 것이고, 아울러 경제적 격차를 감당하기 위한 남한의 경제적 부담도 엄청나게 늘어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생각을 갖게 되었는가? 이 책은 북한하고 우리하고 통일해야 한다고 우기는 책이 아니다. 북한이라고 하면 역사에서 38선 긋던 시기에서 멈춰있는 지식을 한단계 뛰어넘어서 핵을 개발하는 이면에 꽃제비가 국경을 넘나드는 북한의 실상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북한은 단연코 가난하다. 한 때 경제적으로 우리를 앞선 적이 있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도 가난하며, 그 가난을 티내지 않으려 애쓰는 나라일 뿐이다.?

기근 상황이 장기화되자 북한 주민들은 필사적으로 들로 산으로 다니며 먹을 만한 것을 구했다...중략...이러한 민간 차원의 실험적 생존전략은 상당한 위험과 부작용을 동반하는 것이었다. 구토·설사와 기생충 감염은 그중 흔한 문제였다. 영양실조로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이런 사소한 증상조차 치명적인 질병이 되어 사망에 이르기도 했다...중략...자신감을 가지고 북쪽 대표들에게 구충제 공급계획을 설명했다. 바로 단호하게 안 받겠다고 했다...중략...비공식적인 자리에서 거듭 설명하고 진의를 파악해보니, 국가 체면을 손상시킬 수 있는 물품을 받으면 문책당할 수 있다고 한다. 기가 막혔다...중략...그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새로운 제안 방법을 궁리해보았다. "영양증진제!" 1년에 한알 복용하면 12~15퍼센트의 영양증진 효과가 있는 새로운 약이라고 소개하기로 하고 샘플포장을 다시했다...중략..."이런 약은 받을 수 있지요!" 다음 해에 만난 북쪽 대표들은 활짝 웃으며 반색을 했다. p.242~243

기근과 가난, 그리고 인권유린의 문제들은 사실 뉴스나 인터넷을 통해 익히 보고, 들었던 내용이다. 이 책에서 처음 알게된 것이 해외로의 고아 파견과 재일조선인들에 대한 북한의 지원이었다. 지금 상황이 어찌되었던, 왜 일본에 조선인 학교가 있고, 그들이 북한 국적을 포기하지 못하는 지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었다. 우리나라가 이런 지원을 먼저 했었더라면...하는 아쉬움이 든다.?

김일성은 시베리아 횡단열차 편으로 고아들을 보내면서 조선의 교사들과 학교체계도 함께 보냈다. 루마니아 교사들에게 현지 언어와 교육내용을 배우면서도 조선의 역사와 언어를 잊지 않도록 교육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정기적으로 격려선물을 전달하는 장학사절단을 보내서 조국을 그리게 했다. 전쟁이 끝나면 조국으로 돌아올 사람들을 키우는 일시적 피난지 학교로서 기능하게 한 것이다. 그 모든 교육과정을 통해서 조국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아버지로서의 김일성이란 존재를 느끼고 그리워하게 했다. p.110


당시도 그렇고, 지금도 남한은 '고아수출국'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피붙이를 중시하는 문화, 육아의 대부분을 부모가 떠맡는 구조이기 때문에 입양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당시 똑같은 전쟁을 겪었던 당사자이면서도 북한은 선전과 외교, 그리고 체제 유지를 위해 남한보다 더 섬세하게 살폈던 것 같다.?

일본 내에 최초로 대규모 민족교육체계가 만들어진 것은 해방직후였다....중략...이는 제국주의 일본에 의해 강제된 일본어 사용과 창씨 개명 등 문화적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했고, 당시 일본으로 끌려온 대다수 동포들에게는 조국으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로서의 민족교육이기도 했다. 그러나 조국의 분단과 정세 불안정으로 바로 귀국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의무교육체계로 들어가라는 미국 점령국의 일방적 명령에 저항하다가 대부분의 민족교육현장이 폐쇄되는 위기를 겪었다....중략...이 곤란한 시기에 북한에서 김일성의 이름으로 보내온 '교육원조비와 장학금'은 민족학교를 재건하려던 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에 생명수 같은 것이었다. 1957년 4월 신학기에 맞춰서 당시의 금액으로 1억 2천만 엔이란 거액의 지원금이 도착해서 여러지역의 조선학교 건립자금이 되었다. 당시 전후 복구사업이 한창이어서 여유가 없는 와중에도 북한이 막대한 교육원조비를 보냈다는 사실에 재일동포들은 감동해서, '조국'이 자신들에게 큰 힘이 된다는 것을 경험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조선학교에서는 그때의 감동을 표현한 노래를 부르고 있다. p.117

1억 2천만 엔이면 지금도 꽤 큰 금액이다. 북한이 왜 무리를 해서 저 금액을 보냈던 걸까? 북한은 여전히 이 재일 조선인들에게 꽤 섬세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 대기근으로 나라가 어려운 시기에도 묘향산에 방문한 재일조선인 학생들에게 헬기로 선물을 보냈다고 하니 말이다. 이는 여전히 '백두혈통'에 의존하는 '극장국가' 북한으로서는 당연한 결과일 지도 모른다. 내부의 실속보다는 외부의 화려함을 더 중시하기 때문이다.

옛날옛적 단군신화 같은 백두혈통 스토리는 나로서는 어처구니가 없고, 웃음이 나는 이야기이지만, 아마도 북한에서는 신성시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이 신성한 존재, 백두혈통이 다스리는 나라, 북한은 행복해야 하고, 잘 살아야 하고, 멋져야 하기 때문에. 가난하면서도 가난을 티내지 않고, 오히려 목에 더 힘을 주게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북한'이라는 나라의 실체에 한발짝 더 가까워졌다. '기근이 들었고, 경제적으로 자본주의의 유입이 시작되었으니 언젠가는 무너지겠지.'라는 생각은 나만의 순진한 생각임을 알게 되었다. 북한은 아마도, 김정은이 갑자기 급사를 하거나 암살을 당하지 않는 한, 그대로 체제가 유지되어 갈 것 같다. 다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저들이 누구인가'이다. 북한이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외부의 '신용도'를 높이는 국가여야 우리에게도 이득이 될 것이기에 우리는 '북한'에 대해 더 알 필요가 있다.?

2005년 가을, 중국정부는 판유리를 생산하는 '대안친선유리공장'을 지어서 북한에 기증했다...중략...나는 남한 기업인들을 만날 때마다 방풍이 잘되고 난방에도 도움이 되는 경제적인 창호를 우선 탁아소, 유치원, 학교에 공급할 길은 없는 지 상의하곤 했다. 머지않아 각 가정단위까지 공급할 수 있는 엄청난 수요를 감지한 한 기업이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때부터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이제는 지나간 옛이야기가 되었다.

p.331

이 외에도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이 책에는 많다. 문화인류학자가 본 북한은 '사람'이 사는 곳이었다. 온 마음을 다해 수령님을 모시는 광신도들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북한에도 'sky캐슬' 식 사교육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는 어딜가나 사람 사는 곳은 비슷하구나 싶어 웃음이 났다. 배고픔에 못 이겨 탈북하고, 탈북자 중 여성들은 탈북한 족족 인신매매를 당한다는 이야기는 참 서글펐다. 공안에 들켜서 북한에 강제북송되었을 때 중국인의 아이를 임신했을 경우 강제로 낙태를 당한다고 했다.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이미 아이를 낳았거나, 아이가 생겼겨나 해서 갈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평양을 제외한 외곽지역은 지원이 끊긴 지 오래이고, 그래서 가족이 해체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먹을 입을 하나라도 줄이기 위해 큰 아이들은 나가서 자신들이 스스로 밥벌이를 한다고 했다. 이 아이들의 영양실조 실태를 다룬 이야기는 정말 마음이 아팠다. 국경접경지역 근처 지역, 평양에서 지원이 끊긴 지역에서 사는 아이들은 극심한 요오드 결핍에 시달린다고 했다. 요오드를 비롯한 필수미량 영양소의 결핍은 두뇌발달과 신체발달을 저해한다. 실제 2002년도부터 이 문제가 논의되었으나 정치적인 문제로 지원이 불가하게 되었다. 10년 후, 2012년에 탈북해서 하나원에 오는 아이들 중에 심각한 인지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평화'와 '공존'의 의미에 대해 다시 곱씹게 되었다. 여전히 우리나라는 휴전상태인 나라이고, 서로 언제든지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이 점을 불안요소로 본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혹은 북한이 보기에 좀 아니어서 이랬다저랬다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평화로운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북한과 접촉면을 넓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접촉면을 넓히고 북한이 세계시민으로 자리를 잡도록 도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조건적인 지원은 자존심 때문에 그들이 받지 않는다. 아무리 뛰어난 설비를 지원해줘봤자 돌릴 능력, 유지능력이 되지 않으니 무용지물이다. 그럼 답이 뭔가? 북한의 개방을 유도해야 한다. 개방을 유도해서 그들이 핵을 포기하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스스로 우리와의 격차를 줄일 수 있도록 해야할 것 같다.

아울러 우리의 문제점도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한다. '평화로운 부강한 나라'가 된다는 것은 국민들이 스스로 이 나라에 대해 만족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 금융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경쟁은 당연시되었고, '돈'을 최고로 아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보다는 '나'에 관심을 기울이고, '공동체'의 문제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게 되었다.?

북한과 남한이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통로가 하루빨리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북한과 남한의 사람들이 만나 서로 대화를 주고 받는 횟수가 늘어나고,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면 그만큼 우리 사이에 벌어진 간극들을 스스로 좁혀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가깝지만 너무나 먼 나라 북한과 남한이 아닌, 서로를 응원해주고 믿어주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우리의 다음 세대가 평화로운 한반도, 더 부강한 나라에서 살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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