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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 기본 카테고리 2020-10-22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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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장정일 저
마티 | 201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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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에서 발췌하여 필사한 내용입니다.

 

 

글을 쓰기 위해 부지런히 '사고의 땔감'을 주워 오고, 그것을 태워 열량을 얻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책을 쓰는 사람은 늘 책을 가까이하는 독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 어떤 의미에서 그건 '사회 환원'과 같은 것입니다. 도덕 교과서 같은 이야기라서 많이 쑥스럽지만, 글을 쓰고 책을 내서 돈을 버는 사람은 당연히 자신의 수입을 책 사는 데 할애함으로써 출판계를 튼튼히 하고 다른 저자들과 동료애를 나누는 게 맞습니다. 출판의 어려움을 늘 이야기하지만,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사람들이 먼저 품앗이 삼아 책을 구입해 준다면, 좋은 책들을 통해 자신도 보답을 받게 됩니다.

 

필요에 따라 책을 읽는 직업적인 독서가일수록 통독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독서라고 하면 우선 통독"을 뜻한다는 저자는, 필요에 따라 책 여기저기를 읽는 방식은 '살펴본다'거나 '참조한다'고 말해야지, 그것을 온전한 독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직업적인 다독가들은 그렇게 살펴보고 참조한 책들도 자신이 읽은 권수에 포함시킨다. "세상에, 그런 것까지 독서로 계산하다니!"

 

 

아마존에서의 30년 생활을 마친 뒤, 지은이는 신앙을 버리고 무신론자가 되었다. 거기엔 '지금-여기'라는 삶의 직접성에 충실했던 피다한 문화도 한몫 했지만, '보편'이나 '이론'은 복잡한 세계에 대한 '단순화'일 뿐이라는 그의 학문적 치열성이 단순화의 극치인 '유일신' 내지 '기독교적 진리'와 결별하게 이끌었다. 진짜 장엄했다!

 

소말리아 오지의 유목민 부족의 딸로 태어난 와리스는 열세 살 때 집을 뛰쳐 나왔다. 아버지가 낙타 세 마리에 노인에게 시집보내려고 했기 때문이다. 이 자서전의 서두는 굶주림을 면할 식량은 물론이고 사막을 건너는데 필요한 물 한 모금 없이 맨발로 집에서 달아났던 바로 그날부터 시작한다. 그래서 책표지를 여는 순간, 우리는 곧바로 아프리카 소녀의 생생한 모험담과 마주치게 된다.

 

 

불가촉천민으로 태어난 암베드카르는 부모의 교육열과 후원자들의 도움을 얻어 미국과 영국에서 경제학 박사와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다.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린 것은 19273, 봄베이의 공공 저수지를 개방시키기 위해 만여 명의 불가촉천민과 함께 행진했던 일이다. 인도 현대사에서 이 사건은 간디가 반영투쟁의 일환으로 강행했던 1930년의 '소금행진'만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그 사건 이후 암베드카르르는 공개적으로 마누법전을 불태우고 저수지에서 힌두 사원으로 진로를 바꾸어 불가촉천민의 사원 출입 권리를 위해 투쟁했다.

 

인도는 국가보다 사회가 강한 나라라고 한다. 1949년에 공포된 인도 헌법에 의해 불가촉천민에 대한 차별이 완전 금지되었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게 단적인 예다. 법이나 제도보다 종교와 관습의 규제가 더 강한 것이다. 20여 년 넘게 불교를 연구한 암베드카르는 죽기 한 달 전에 한 군중집회에서 50여 만 명의 불가촉천민과 함께 불교에 귀의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포용력이 컸던 이용문 장군이 장도영 장군 대신 군을 대표해서 명실상부하게 훈타의 수장 노릇을 했었더라면 박정희 18년 독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박정희를 매료시켰던 당시 37세의 이용문의 요절(비행기 사고)이 한국의 현대사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고까지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선 지휘관보다는 참모로서 더 적격이었으리라는 평도 들었던 박정희는 그 성격이 뒤에서 일을 꾸미기에 적합했다. 이용문이 사라짐으로써 박정희는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 구테타 지휘관이 되어 전면에 나섰고, 그 뒤의 한국의 정치문화를 자신의 성격에 맞추어 변모시켰던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같은 개발독재 징후군에 속해 있었던 이광요 싱가포르 수상처럼 왜 평화로운 정권 교체 노력을 하지 않았는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가난했기 때문에 사람들의 어려움을 쓰다듬어 주면서도 일단 라이벌의 우려가 있거나 그의 청렴한 유아독존의 비위를 건드리면 가차없이 내리치는 '굴절된 사무라이 정신'의 발로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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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달 농부의 집 짓는 이야기 | 기본 카테고리 2020-10-22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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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건달 농부의 집 짓는 이야기 1

장진영 글, 그림
샘터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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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달 농부의 집 짓는 이야기에거 발췌하여 필사한 내용입니다.

 

 

신문사 만화 작가인 뱁새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너무 고달프다. 그래서 그는 농사를 지으면 돈을 쓰지 않고 살 수 있을 것 같아 '안 쓰고, 안 버는' 삶을 살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시골로 내려간다. 시골에서는 '자기 집'만 있으면 정말 돈이 없어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뱁새는 '자신의 집'을 짓기 위해 땅을 알아보러 다니던 중,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친구들과 만나면서 진정한 시골 생활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게 되는데…….

 

 

이 작업을 준비 하는데 참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하지만 어쩌면 좀 더 시간이 걸렸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내가 그리려던 것이 그냥 집 짓는 과정을 설명하는 이야기라면 그리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한데 그게 아니라 농촌에서 사는 삶과 그 삶을 유지하는 집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을 집 짓는 과정을 통해 다루고 싶었는데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인문적인 깊이가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내 스스로의 내공이 허약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내가 강화도로 이사 가 느꼈던 깊은 인상은 '새로운 세계의 발견'이었다. 그 세계는 내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인간 중심과 생산력 중심의 세계와는 달리, 자연과 뭇 생명이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의 삶이었다. 그 세계는 현실 세계에 강력히 반발하는 게 아니라, 그냥 한쪽에 비켜서서 조용히 현실에서 망가져 가는 삶의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을 보여 주고 있었다. 그때 이후 나는 이런 대안을 모색하는 진지한 움직임을 이야기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이번의 이야기가 그 출발이라 볼 수 있다.

 

 

돈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을 살면서 돈에 얽힌 두 가지 욕망 -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욕망과 돈을 벌기 싫은 욕망을 같이 느낀다. 또 이 욕망은 깊게 들어가면 이 세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궁극적인 문제와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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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글을 쓰는 이유 | 기본 카테고리 2020-10-22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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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내가 글을 쓰는 이유

이은대 저
슬로래빗 | 2016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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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글을 쓰는 이유에서 발췌하여 필사한 내용입니다.

 

 

이런 내가 글쓰기에 빠져버렸다. 나는 오직 나만의 글쓰기를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를 깨달았다. 절망의 끝에서 수도 없이 자살을 결심하며 방황하던 마음에 평화와 안정을 가지게 되었고, 하루를 살기조차 힘에 겨웠던 내가 지금은 얼굴 좋아졌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나에게 글쓰기는 신앙이며, 소명이자 살아가는 이유가 되었다. 글쓰기를 좀 더 제대로 배우고 싶어서 시중에 나온 글쓰기 책들을 꽤 많이 읽었다. 도서관에서 빌려보기도 하고, 없는 돈 쥐어짜서 사 읽기도 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책을 읽을수록 글쓰기에 자신이 없어졌다.

 

그런데도 글쓰기를 포기할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다. 글쓰기를 통해 절망적으로만 보이던 내 인생에서 희망과 빛을 찾았고, 너무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나를 비웃을지도 모르겠다. 전과자에다 파산자이며, 막노동이나 하면서 사는 주제에 무슨 글쓰기냐고, 그렇다. 나는 전과자에다 파산자이며 막노동이나 하면서 사는 주제에도 글을 쓴다. 그러니 당신도 마음을 열고 글을 한 번 써보는 것이 어떨까. 쓰는 순간 모든 것이 바뀔 것이다.

 

 

노가다 출신의 성공한 사업가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하루라도 빨리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것, 목표를 세우고 매일 머릿속에 각인하며 달라지는 모습을 그렸다는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절대로 적응하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처음에 느꼈던 그곳의 낯섬과 힘겨움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글을 쓰고 있다. 나는 적응력이라는 인간의 본능 위에 글쓰기라는 본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두 가지 본능을 테스트 해보고 있다. 막노동판에서 2년 동안 일하면서 적응이 되어버리느냐, 아니면 내가 가진 꿈을 이루기 위해 그곳과 적당한 거리를 두며 매일매일 글을 쓸 수 있느냐, 어떤 본능이 이기게 될 것인지를 말이다. 아직 2년이 채워지지는 않았지만, 지금처럼만 계속할 수 있다면 또 한 번 글쓰기의 승리를 확신한다.

 

 

내가 왜 이 세상에 왔으며, 내가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가, 그리고 나는 진정 누구이며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진심으로 내가 바라는 삶은 어떤 삶인가. 지금 내 앞에 놓인 걱정과 고민, 상처와 아픔은 과연 그 실체가 무엇인가. 문제 해결은 그 문제를 똑바로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대부분 눈앞의 현실을 외면하고자 한다. 두 눈 똑바로 뜨고 마주 보는 것보다 그것이 훨씬 쉽기 때문이다. 현실에는 눈을 감고 과거에 매달리면서 미래를 위한 것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대단히 모순적이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마주하라. 가면을 벗고, 눈을 뜨고 내 모습을 당당하게 쳐다봐야만 당면한 위기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글쓰기는 가면 뒤에 웅크리고 있지 않고 세상 밖으로 나와서 당차게 살아가는 힘을 준다. 덕분에 내가 지금 여기에 있다.

 

 

내가 세상에 다녀갔다는 기록을 남기겠다는 생각만으로도 삶에 임하는 태도가 훨씬 진지해질 수 있다. 나를 영원히 남기기 위해 글을 쓰자는 것이 아니다. 그 반대다. 나만의 글쓰기를 통해 마음의 평안을 얻고 나를 성찰하며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세상의 한가운데 나를 남기게 된다는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 이름을 남기기 위해서, 누군가에게 힘과 용기를 주기 위해서, 단순히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서 등등 글을 쓰고자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여기서 내가 진정 권하고자 하는 바는 오직 글쓰기만을 위한 글쓰기다.

 

숨을 쉬고 밥을 먹을 때마다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서라는 목적을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듯이 글쓰기도 우리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때 진정 그 의미를 느낄 수 있다. 지나치게 목표를 의식하다 보면 자칫 글쓰기가 힘겹고 머리 아픈 노동으로 치부될 위험이 있다는 말이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 글쓰기도 재미가 있고 의미가 있어야 한다. 서툴게 글쓰기를 접하는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특히나 그렇다.

 

나 역시도 처음부터 내 이름 석 자를 세상에 남기기 위해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아니었다. 내가 너무나도 즐거웠다. 너무 편안하고 자유로웠다. 글을 쓰는 동안만큼은 그 누구도 부럽지 않았다.

 

 

나만의 글쓰기가 진정한 나를 만나고 어떠한 시련이나 절망도 치유할 수 있다는 믿음은 그 과정에 있다. 글을 쓰는 동안, 글자 하나 단어 하나를 써내려가는 동안 내 안에서 꿈틀거리는 모든 시기와 질추, 증오와 갈등, 후회와 회한이 하나씩 사라지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내가 쓰고 있는 글 속에 나의 마음이 하나도 빠짐없이 녹아들어야 한다. 아내에게 불만이 많다고 그것만 적는 것으로 그치면 안 된다. 잔소리가 어떤 내용이었는지, 자기는 무슨 일을 하느라 뼈 빠지게 고생했는지, 돈타령하는 아내의 모습과 표정을 어땠는지 등등 그날의 상황도 자세히 써야 한다. , 술을 마시고 싶은 심정은 또 어떤지, 왜 아내를 미친년이라 표현했는지, 내가 죽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지, 과연 아내에게 돈이 전부란 말은 또 맞는 건지. 한 인간으로서의 아내를 인정한 상태에서 글을 써보고, 아내에게 투영된 자신의 마음도 남김없이 꺼내서 써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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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이 어디 공짜로 굴러옵디까 | 기본 카테고리 2020-10-22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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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호박이 어디 공짜로 굴러옵디까

전우익 저
현암사 | 2002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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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이 어디 공짜로 굴러옵디까에서 발췌하여 필사한 내용입니다.

 

 

일직에 계신 권정생 선생도 동의보감두 번 읽었답디다.

 

동의보감중에서 가장 감명 깊게 읽은 곳 몇 대목 인용해 봅니다.

 

유의태는 허준의 망태기에서 쏟아져 나온 도라지 두어 뿌리를 주워들고 그걸 아들 도지한테 내밀면서 "못 찾았으면 모르되 찾았거든 단 한 뿌리라도 이런 정성으로 태야 한다."고 했지요. 이데 아들 도지가 "물건이 너무 작아 약재로 쓸거리가 못 됩니다."하자, 유의태는 "초행부터 제대로 된 물건을 찾을 순 없다. 하나 도라지를 산삼처럼 이렇게 실낱 같은 작은 뿌리 하나하나까지 다치지 않도록 애써 캔 그 정성을 말한 거다."라는 말끝에 유의태는 허준에게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가상한 일이다. 약초를 대하는 너의 이런 정성을 언제까지 지닐지 그건 내 알 바 아니다."했지요.

 

이 말에서 허준은 유의태란 의원이 지리산 백 여든 네 군데 골짜기와 벼랑과 능선에 자라는 수천만 뿌리 도라지의 한뿌리에도 얼마나 깊은 외경을 지닌 사람인가를 발겨한고 가슴이 뜨거워졌지요.

 

하여 그 감정은 높은 의원의 세계를 처음으로 만나는 신선한 충격으로 바뀌어 갔지요. 유지태가 도지한테 허준에게 약재 창고를 맡기라 하자, 도지가 "약초 이름도 모르는 신출내기"라고 반대하자 유의태는 "염소뿔 오래 묵힌다고 녹용이 되더냐? 햇수 오래된 것 무슨 소용이 되느냐? 쑥맥이 아니면 약초 이름쯤은 사나흘 보고 익히면 된다."고 하지요.

 

제자들이 고생과 햇수를 들먹이자 "연기로 따져 누가 오래 되고 덜 되었는지는 내 알 바 아니로되 생수 길러 첫 새벽 왕산골짜기를 오르내린 것이 억울하다면 그건 해명하겠다. 의원이 약효가 있는 약을 지음에 있어 그 비결은 정성이 반이다."

 

이 발에 허준의 눈과 귀가 번쩍 뜨였지요.

 

"하여 약을 짓는 정성을 배우라. 왕산골짜기 새벽 찬물 떠오라 한 것을 깨우치지 못하고 그걸 오로지 고생으로만 여겼다면 그건 의원의 마음가짐일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고 이어서 "지리산 골짜기에 너희들 호미질이 안 찍힌 데가 없다고 우긴다만 백 번 아니라 만 번을 오르내린들 아직 난 너희 중 아무도 이런 정성어린 손길로 캐 온 뿌리를 본 적 없다."고 잘라 말한 다음 아들 손에서 허준이 캔 실뿌리가 달린 도라지를 집어 장쇠의 가슴에 던지지요.

 

"너희가 내 밑에서 오래 머문 것만 내세우나 아직 첫 새벽물 길러 다니는 진정한 뜻을 모른다니 물에 대해 일러주지. 물이란 무엇이냐?"

 

 

제 고향과 강원도 태백 지방에 나는 소나무를 춘양목이라 해서 귀한 목재로 치는데 결이 곱고 빛나며 속살이 황적색을 띠는 아름드리는 황장목이라고 한대요. 옛날에도 이걸 귀한 보배로 쳤답니다.

 

울진군 서면 소광이, 화전민들의 후예들이 전기도 없이 호롱불로 어둠을 밝히며 사는 산간오지가 '가장 잘 생기고 질 좋은 소나무'로 꼽히는 아름드리 금강송이 숲을 이루고 있는 마지막 자생지랍니다. 그곳에 자라는 이십 미터가 넘게 날씬하게 솟은 소나무의 붉은 껍질이, 햇빛이 구름을 벗어날 때마다 황금빛으로 반짝거린답니다.그곳에 자라는 소나무는 최고 오백 년에서 이백 년 이상 된 것이 약 백만 그루 빽빽이 서 있는데 산 아래서는 전봇대 굵기쯤 뵈는데 가 보면 아름드리 거목이 하늘로 뻗어 줄기 끝은 볼 수 없대요. 진짜 금강송은 나무껍질이 지금 것보다 훨씬 얇고 밑둥이 회갈색을 띠며 거북 등처럼 갈라져 때깔과 자태가 지금 것하고는 비교가 안 될 만큰 잘 생겼는데 다 잘려서 볼 수 없대요. 어떤 골짜기엔 가슴 높이 백십 센티미터가 넘는 가장 오래된, 수령 오백 년의 노송이 기묘하게 뒤틀려 뻗은 가지로 풍상의 세월을 견뎌 온 지조를 뽐내고 있는 듯하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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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 기본 카테고리 2020-10-22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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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마루야마 겐지 저/고재운 역
바다출판사 | 2014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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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에서 발췌하여 필사한 내용입니다.

 

 

새장에서 풀려나 자유의 몸이 되었을 때, 생애에 걸쳐 추구허고 전력할 일이나 취미가 있어서 곧바로 그것들로 옮겨 갈 수 없다면 지금껏 헛되고 무의미하게 살아왔다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

 

요컨대 시골 생활을 실천하는 데에도 목적이 확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기가 맑으니까, 자연이 아름다우니까, 인정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서 등등의 동기가 전부라면 그만두는 편이 좋다는 뜻입니다. 나중에 후회할 게 뻔합니다.

 

유기농 야채를 길러 보고 싶엇, 도예를 시작해서 자신이나 배우자가 쓸 그릇을 만들어 보고 싶어서, 젊었을 때부터 꿈꿨던 서핑을 하거나 전자악단 결성을 해 보고 싶어서, 펜션을 운영하면서 마음씨 고운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서, 국숫집이나 민속주점을 열고 싶어서 등등.

 

이런 종류의 동기 또한 좌절을 맛보기 십상입닏. 머지않아 싫증나고 말, 너무나 얄팍하고 현실을 무시한 '사이비 목적'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 당신이 꼭 알아 두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자연이 아름답다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생활 환경으로는 가혹하다는 의미입니다. 바다도 산도 숲도 강도 그것이 아름다울수록 일단 비위를 건드렸을 때에는 본색을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는 뜻입니다. 혹독하고 위험하기 때문에 그림 같은 풍경으로 다가오는 것입니다.

 

전망이 좋은 고지대에다 햇볕이 잘 드는 경사진 남향이라는 부동산 중개업자의 말에 홀려 선택했다가 어처구니없는 참극에 휘말리기도 합니다. 암벽 붕괴나 산사태가 일어나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더 클 수 있습니다.

 

자연에서의 현실이란 것을 잘 몰랐던 젊은 시절, 몰래 눈여겨둔 별장지가 있었습니다. 높은 지대에서 바라본 전망을 아름다운 아즈미노에서도 각별했습니다.

 

만약 당신이 땅값이 싸다는 점에 눈이 멀어 곧바로 사기로 결정하고 말았다면 이는 중대한 실수가 아닐 수 없습니다. 도시 땅값과 비교하면 분명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쌉니다. 하지만 현지 시세를 감안하면 턱없이 비싼 가격으로 바가지를 씌운 것입니다. 그리고 현지 주민인 파는 사람 입장에서 그런 땅은 실제로는 헐값도 안 쳐 주는, 경작지로 부적합하고 자연재해를 입을 확률이 큰 위험한 택지 입니다.

 

그 증거로, 만약 당신이 그 땅을 되팔 때 산값은커녕 5분의 1 이하로 내려도 팔리지 않고, 언제까지고 그 상황에 처하고 맙니다. 요컨대 사기는 해도 팔 수는 없는, 부동산 가치가 제로인 땅을 손에 넣은 꼴이 됩니다.

 

 

남은 연금과 퇴직금을 헤아려 보았을 때 죽을 때까지 유유자적한 시골 생활이 가능하리란 계획은 어디까지나 계산상의 예측이지 실제로 그대로 되는 법은 거의 없습니다. 빨라야 1, 길어도 몇 년 안에는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설계도였즌지 깨닫게 될 것입니다.

 

수입이 없는 경우, 수중의 자금이 줄어드는 속도는 당신 예상을 훨씬 뛰어넘습니다. 처음에는 그토록 실감나던 경제적 여유가 순식간에 무너지고 위기감이 해마다 깊어갑니다.

 

 

유유자적하며 조용히 살고 싶다는 식의 추상적인 바람이어서는 안 됩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도예에 전념하기 위해, 계곡 낚시글 깊이 연구하기 위해, 독서에 몰두하고 싶어서, 집안 사정 탓에 한때 포기했던 학문이나 연구를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와 같은, 다른 일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정도의 강한 목적이 없으면 그만두는 편이 좋을 것입니다. 그것도, 하면 할수록 심오함이 느껴지고 정신을 차리고 나면 하루가 다 지나갔을 정도로 모든 것을 잊고 물도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자연에서 배우지 않으면 안 될 것은 무엇보다 스스로를 다스리는 일입니다. 그리고 홀로서기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몸에 나쁜 것을 그만두지 못하는 야생동물은 곧 죽음을 통해 사라질 운명에 있습니다. 다른 것들에 의지하려 하거나 주의를 게을리하자마자 소리도 없이 슬며시 몸이 파멸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여행하는 사람과 정착해서 사는 사람의 입장은 크게 다릅니다. 요컨대 당신들은 인생에서 최대이자 최악의 충동구매를 하고 만 것입니다. 실패했을 때의 후회가 흔한 후회의 범위를 넘어서는 너무나 어리석은 짓을 한 것입니다.

 

당신의 시골 생활의 정점은 땅을 사고, 집을 짓고, 그 지역으로 이주했을 때입니다. 신축 기념, 이사 기념, 새 출발 기념을 하려고 도시에서 사귄 친구들을 초대해 마당에서 바비큐 파티를 연 날이 행복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빠르면 수개월, 늦어도 몇 년 후에는 권태감과 고독감과 좌절감에 휩싸이는 처지가 될 것입니다. 어느 사이에 도시 친구들도 들르지 않게 되고, 지역 주민들과 삶의 방식이 달라 지칠 대로 지쳐 갑니다. 자연에서 받는 감동은 점점 줄어들고, 자연이 주는 위협에 겁을 먹게 됩니다. 자연은 결코 이미지가 아니라, 삶과 죽음이라는 절실한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하는 현실 그 자체라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임업을 부활시키기 위한 자금도 투입하고, 거주할 땅을 무료로도 빌려 주고, 취직도 알선해 주고, 때로는 집까지 준비해 주는 등 상당한 노력을 기울입니다. 하지만 이렇다 할 결정적인 수단이 없어 생각대로 진척이 되지 않는 모양입니다.

 

그 원인은 많은데, 가장 큰 이유는 한촌 모습이 반죽음 상태로 너무 피폐해 보여서입니다. 도시인이 꿈꾸던 시골 이미지와 동떨어진 풍경 때문일 것입니다.

 

빈집과 노인만이 눈에 띄고, 어디에서도 발랄한 분위기나 활기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정기 버스 노선은 오래전에 없어졌고, 교통수단이라야 자가용이나 마을에서 운영하는 소형 버스뿐입니다. 가장 가까운 슈퍼마켓까지 오가는 데 한두 시간이나 걸립니다. 이런 상태라면 모처럼 도시에서 불러들인 시찰자들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시골에서는 내 일은 내 힘으로 한다는 강한 마음가짐과 체력이 필요합니다. 이주하고 나서 도시의 편리함과 비교하며 불평을 해 본들 소용이 없습니다. 어떤 것이든 스스로 해내는 것을 즐거워하지 않으면 굳이 불편한 곳에서 살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불편함이, 너무 편리한 도시 생활로 흐늘흐늘해진 당신 심신을 단련시켜 줍니다.

 

불편함이, 당신 뇌를 계속 지배해 온 싸구려 이미지를 말끔히 제거하고 가혹한 현실과 대치하는 묘미를 알게 해 줍니다.

 

불편함이, 당신 정신을 본래로 돌려줍니다.

 

불편함이, 당신 모습을 본래로 돌려줍니다.

 

이렇게 발상을 전환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시골 생활을 단념하는 편이 좋습니다. 아무리 오기로 버텨 보려 한들 소용이 없습니다.

 

차를 몰지 않게 되었을 때에는 일주일에 한 번 몰아서 장을 보고, 그때만 택시를 이용합니다. 한 달에 네다섯 번 타면 자가용 유지비보다도 덜 들지 모릅니다. 거리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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