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고수가 되어야 한다
박용범 독서작가(2021)
팔기 위한 책이라면 출판을 거절해야 한다. 글쓰기의 진솔한 목적은 자아 성찰에 있다. 자본주의에 빠져 버린 사고방식으로 베스트셀러를 목적으로 책을 출간하는 것은 안 된다. 책 쓰는 것과 글 쓰는 것은 다르다. 그렇다면 글쓰기에 인생에 걸자. 사상가이자 철학자로 거듭나는 것이다.
자신만의 글을 집중해서 쓸 수 있게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갈고닦아야 한다. 어설픈 전략을 세워서 도전해서는 망하게 되어 있다. 목숨을 걸어야 한다. 책 쓰기 또한 글쓰기가 하나의 꼭지를 물고 가면서 진행되는 것이다. 많은 훈련과 반복에 의한 노하우를 쌓으므로 해서 자연스러운 글쓰기가 이루어져야 한다. 글은 다만 글일 뿐이다. 가식을 보태어 꾸미려고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생활 속에서의 절실함이 한 문장의 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수련의 시간이 중요하다. 깨어있는 정신으로 크게 떨치고 굳세게 나아가야 한다.
자신의 필살기가 없는 상태에서 책을 내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단지 그것이 전부이다. 더 이상의 베스트셀러는 나오지 않는다. 운이 좋아 집필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다. 이런 경우를 피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한다. 자숙하면서 세상을 관찰하고, 작가의 관점에서 쓰고 떠 써야 한다. 그렇게 이어지는 것이 글쓰기의 수련 과정이다.
책에 대한 관념이 정립되어야 한다. 시장 조사를 한 후에 지금 잘 팔릴 수 있는 책을 집필할 것인지, 교과서에 수록이 될 정도로 가치가 있는 글을 쓸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다. 책을 써서 전업작가로 먹고살기는 애당초에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먹고살기 위한 글쓰기를 할 필요는 없다. 일상생활 속에서 내면의 성찰을 통해서 깨우치고 느낀 바를 글로 정리하는 작업에 몰입하자. 몰입 속에서 그 해답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전공 분야에 대한 선택을 정신과 의사로 정했다. 대학교에 입학한 후에도 8년간의 수련 생활을 해야 의사 자격을 갖출 수가 있다. 졸업 후에 공부를 멈춘다면 거기에서 성장은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고 그저 그런 본능에 충실한 자존심만을 지키려는 쪼잔한 의사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실력이 모든 것을 이야기해 준다. 한 사람의 마음이라도 감동을 줄 수 있는 알찬 글쓰기 훈련을 하면서 생활 수도자로 살아가면 좋다.
창작 활동의 본질은 창의성에 있다. 창작에 따르는 고통이 당연히 수반된다. 펜을 들었다고 글이 저절로 쓰이는 것이 아니다. 하루하루의 수련 과정이 체내에 스며드는 과정을 통해 한 문장씩 튀어나오게 된다. 습관적인 행동만을 하고 호기롭게 배우려고 하지 않으면서 창작물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본질에 충실하자.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으면서 글쓰기를 할 수는 없다. 글쓰기는 생활이 문장으로 펼쳐지면서 나오는 것이다. 어떤 형태의 글을 쓸 것인가를 고민해서 결정하지는 마라. 몰입으로 파고 들어가라. 가능한 마음이 끌리는 분야를 깊숙하게 연구해야 한다. 흥미롭지 않다면 당장 그만두어야 할 것이다. 물론 인간의 감정이 항상 항상성을 유지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그 순간에 가장 흥미롭게 빨려 드는 것에 몰입해야만 한다.
한 번쯤은 인생에서 고수가 되어야 한다. 전문 분야에는 모든 것을 올인하라. 세부적으로 들어간 분야에서는 이 세상에서 자신이 최고의 고수가 되어야 한다. 자신만의 독특한 필살기가 있지 않고서는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 삶을 향해 펼쳐지는 여러 가지 상황들이 있다. 삶의 지향점이 한 곳으로 집중되어야 한다. 돋보기가 있다고 종이에 그냥 불이 붙는 것은 아니다. 태양빛을 모아 한 곳에 초점을 집중시키고 연기가 나고 불꽃이 일 때까지 지속하는 몰입의 시간이 필요하다. 불이 피어날 때까지 몰입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나도 작가다(남이영 저)》에서 일부분 발췌하여 필사하면서 초서 독서법으로 공부한 내용에 개인적 의견을 덧붙인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