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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패자부활전이 없는 사회다 | 기본 카테고리 2022-05-1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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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단속사회

엄기호 저
창비 | 2014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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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패자부활전이 없는 사회다

박용범 독서작가(2022)

 

멀지 않은 미래에 지구 어느 한쪽 귀퉁이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살고 싶다. 사람의 욕망은 시대 혹은 장소에 따라 바뀐다. 사람의 욕망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자신을 설명하는 틀도 바뀐다. 한 예로 티베트 사람들은 자신이 왜 고통받는지 혹은 무엇 덕택에 물질적 여유를 누리고 사는지를 '환생'이라는 말로 설명한다. 중세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종교로써 설명했다. 칼뱅 이후의 청교도라면 자신의 삶을 설명하는 언어가 바로 '예정'이었을 것이다. 그 징표는 오로지 현실에서 근검절약하며 부를 축적함으로써 확인할 수밖에 없다. 칼뱅이 인간의 삶을 설명하고자 내놓은 '예정론'은 이처럼 당대 현실을 살아가는 태도와 상당히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몽골 초원에서 '길 없는 길'을 만난다. 몽골 초원에서 게르는 문을 잠그지 않는다. 낯선 사람이 방문하여 문을 여는 것이 그리 큰 실례가 아니다. 몽골인들은 낯선 사람들의 방문을 두려워하면서도 환대한다. 낯선 이는 그들에게도 당연히 두려운 존재다. 특히나 죽고 죽이는 일이 빈번했던 유목의 역사에서 낯선 이는 언제 나와 내 가족을 위협하고 재산을 가로챌지 모르는 존재다. 칭기즈칸이 어린 시절에 겪은 숱한 역경이 그것을 잘 보여주고 있지 않는가? 이 때문에 오히려 환대는 혹시라도 나에게 적개심을 품고 있을지 모르는 자가 벌일 미래의 적대행위를 방지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그렇다. 한국의 근대는 돌고 돌아 결국 달동네로 돌아온 것이다. 아니 달동네와는 다른 교류조차 없는 거대하고 텅 빈 박스로 돌아왔다. 이 아파트는 관계는 없으되 사생활은 알 수 있는 곳, 그리하여 그 어느 곳보다 이웃을 경계하고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으면서도 혹 나에게 어떤 해를 끼칠지 몰라 늘 경계하며 '촉'을 세우고 있다. 소유하고 있다는 감각이 사생활을 압도했다. 자산 가치가 이 모든 것을 견디게 한다. 이것이 바로 한국의 근대다.

 

P201

노동자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면 다들 노동이 지루하다고 말한다. 〈모던타임스〉에 나오는 것처럼 컴 베이어 벨트 위의 노동자는 외롭다. 그는 말을 해서도 안 되며 말을 할 수도 없다. 하루 종일 동일한 단순 작업만 반복한다. 그 일에서 창의성이나 자율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2013년 광주 기아자동차 강연에서 만난 노동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이제 갓 입사해서 양복을 빼입고 신입사원 연수에 들어온 후배들을 보며 선배 노동자들은 연신 벙긋거렸다.

"지금은 대기업에 들어왔다고 부모가 사준 양복 입고 한껏 부풀었겠지요. 하지만 컨베이어 한 달만 타 보세요. 저 살아 있는 눈이 동태 눈깔 될 겁니다. 힘들고 지치고 지겹고 내가 여기서 뭐 하나. 지금은 세상 다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이제 곧 쪼그라듭니다."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나마 내가 다른 데보다는 돈을 더 받으니 그걸로 됐다고 자위하면서 살게 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한국 사회는 이미 한번 탈락하면 재기가 불가능한 패자부활전이 없는 사회로 전환했다. 바우만에 따르면 근대 자본주의는 언제나 본질적으로 잉여인간을 생산하고 관리한다. 특히 노동의 기계화, 전자화와 맞물린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완성은 잉여인간을 단순히 일시적인 잉여인간이 아닌 영원히 쓸모없는 쓰레기도 전락시킨다. 이들은 생산과 소비의 영역 모두에서 경제적으로 아무런 효용가치를 갖지 못한다. 모두가 자신이 잉여인간이 될지 모른다는 탈락의 공포에 시달리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파업에 대한 대가로 해고된 노동자가 느낄 추방에 대한 공포는 상상을 초월한다.

 

 

 

 

《단속사회(엄기호 저)》에서 일부분 발췌하여 필사하면서 초서 독서법으로 공부한 내용에 개인적 의견을 덧붙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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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고백 | 한줄평 2022-05-11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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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상념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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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상념에 빠지다 | 기본 카테고리 2022-05-1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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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고백

안도현 저/한승훈 사진
모악 | 2021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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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상념에 빠지다

박용범 독서작가(2022)

 

원대한 꿈이란 겸허한 마음 없이 이루어지지 않고, 가난과 남루를 받아들일 줄 알아야 사람은 당당해진다. 어느 시인이 들녘에 널린 수많은 들꽃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구별해서 부를 줄 안다면 그것은 그이가 꽃이 존재하는 이유를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름을 알게 된다는 것은 그 존재의 형식을 아는 것뿐만이 아니라 존재의 내용과 존재 이유까지를 알게 된다는 뜻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싶어 하는 눈, 그리하여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줄 아는 눈, 상상력은 우리를 이 세상 끝까지 가 보게 만드는 힘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첫 입맞춤이 뜨겁고 달콤한 것은, 그 이전의 두 사람의 입술과 입술이 맞닿기 직전까지의 상상력 때문이다.

 

가까이에서 산비둘기가 운다. 서럽게 울다가 한참 그쳤다가 또 운다. 무슨 생각인가 하다가 다시 운다. 슬픔이 넘쳐 목멘 듯 너무나 간절한 듯 쉬었다가 운다. 울지 않고서는 배기지 않을 수 없다는 듯 운다. 울지도 못하는 것들에게 들으라는 듯 자꾸 운다.

꽃씨가 꽃씨로 사는 것은 무엇보다 작고 가볍고 단단하기 때문이다. 작아서 짐승의 못된 뿔에 부딪힐 일이 없고, 가벼워서 가장 멀리까지 날아갈 줄 알며, 단단해서 쉽게 깨지지 않는다. 꽃씨는 이쪽 마음의 꽃이 저쪽 마음의 꽃에 가닿을 때까지 온몸에 고인 향기를 함부로 퍼뜨리지 않는다.

고양이가 꼼짝도 하지 않고 혼자 가만히 볕을 죄고 있다면 그건 수행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 옆을 지나갈 땐 발소리를 죽여야 한다. 하루에 단 한 시간도 그 무엇에 몰입해 보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고양이에게 배워야 한다.

 

길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앞에 길은 절대로 나타나지 않는다. 반드시 길이 있을 거라고 믿는 사람 앞에서만 없던 길도 생기는 법이다. 뛰어오르라고, 도전하라고 벽은 높이 솟아 있는 것이다.

주인이란, 손때를 가장 많이 묻힌 사람을 말한다. 절실하지 않은 책은 두 번 다시 읽지 않는다. 손때 묻은 물건들이 아름다운 것은 손때를 묻힌 사람의 간절함이 묻어있기 때문이다.

책상이 없는 사람은 책상을 가지면 무슨 일이든 잘 될 거라고 생각한다. 애인이 없는 사람은 애인이 있으면 행복할 거라고 말한다. 날이 갈수록 책상 위에 쌓이게 될 골칫거리들이, 사랑 때문에 생기는 복잡한 감정들이 보이지 않을 때 그렇다. 하나라도 더 가짐으로 해서 생기는 불편은 때로 우리를 옭아매는 올가미가 되기도 한다. 베란다가 허전해서 화분을 하나 들여놓으면, 잊지 않고 물을 주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아야 하며, 때로 예상치 않았던 벌레가 끼어 우리를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 안에서 비로소 평화로워진다는 어느 작가의 말이 떠오른다. 아무도 없는 사막, 아무도 없는 빈 방, 아무도 없는 바다에 가본 지도 오래되었다.

 

사람은 사람대로 사는 방식이 있고, 풀은 풀 대로 사는 방식이 있다. 또한 풀들은 서로 경쟁하고 시기하고 질투하며 일생을 보낸다. 잎이 넓은 풀은 자기의 그늘을 더 많이 확보하려고 잎이 넓은 것이며, 그 끝이 날카로운 풀은 외부의 간섭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 날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든 풀이든 얼마나 현명한가. 아니, 얼마나 예리한가.

빈둥거리고 어슬렁거리고 게을러져라. 적막을 사랑하라. 적막에 사로잡힌 적막의 포로가 돼라. 적막 속에서 빈둥거리다가 보면 문득 소란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그렇다고 세상의 소란 속으로 단번에 뛰어들지 말고, 가능하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라. 그러다 보면 시를 쓰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시간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이광웅 시인은 『목숨을 걸고』라는 시에서 "뭐든지/진짜가 되려거든/목숨을 걸고"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열정의 노예가 되어 열정에 복무할 때 우리는 그 열정에 대한 신뢰를 가까스로 재능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고백(안도현 저)》에서 일부분 발췌하여 필사하면서 초서 독서법으로 공부한 내용에 개인적 의견을 덧붙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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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나무처럼 산처럼 | 한줄평 2022-05-11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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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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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다 | 기본 카테고리 2022-05-11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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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무처럼 산처럼

이오덕 저
산처럼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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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다

박용범 독서작가(2022)

 

산, 산에 무엇이 있나? 모든 것이 있다. 흙이 있고 돌이 있고 물이 있다. 나무가 있고 새가 울고 풀이 우거지고 벌레가 기고 온갖 짐승이 산다. 꽃이 피고 열매가 열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쳐져 있다. 해와 달과 별이 있다. 사람도 거기 안겨 살아간다. 나는 지금 여기에서 무엇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산으로 들어가고자 하는가. 그렇다면 산으로 들어가면 된다. 인간의 욕망, 그 끝에는 무엇이 도사리고 있는가? 無. 없음이다. 아무것도 없을 따름이다.

강이 있는 곳에 살고 있다면 강에 들어가 강을 느껴야 한다. 자연의 일부가 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효율적이지 않아도 좋다. 자연과 함께 하면서 어울리는 것 자체로 행복한 것이다. 자연과 너무나 멀리하면서 오랫동안 살아왔다. 가까운 곳에 가서라도 자연을 즐겨야 한다. 시냇물에 발을 담그고 자연과 접촉하면서 온몸으로 자연을 느끼면서 살아가자.

 

P51

그런데 까치는 옛날부터 제비와 함께 사람에게 이로운 새로 알려져 왔는데, 어째서 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가면서 기를 쓰고 잡아 없애려고 할까? 들으니까 요즘 까치는 논밭의 곡식을 먹는다고 한다. 우리 아이도 "까치가 벼를 훑어 먹어요"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까치가 어쩌다가 한두 마리 눈에 띌 정도이다. 그런 까치가 벼를 훑어 먹은들 얼마나 먹겠나? 이건 농민들이 논밭에 제초제를 마구 뿌리고, 마당이고 길가고 논둑 밭둑에까지 심심하면 제초제를 뿌려 풀과 나무들이 무섭게 타 죽은 땅으로 만들고 있는 것과 똑같은 짓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리고 까치가 곡식을 먹게 된 까닭이 있다. 농약을 마구 뿌려서 벌레들이 다 죽어없어졌으니, 이제 까치가 먹을 거라고는 논밭의 곡식밖에 없는 것이다. 사람들은 농약을 뿌려서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싹쓸이로 죽이는 데 아주 재미를 들였다. 그리고 개구리고 뱀이고 까마귀고 고양이고 너구리고 곰이고 닥치는 대로 잡아먹느라고 환장을 했다.

사람이 그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개나 소나 돼지만큼 정직하고 깨끗하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 싶다. 사람이 무슨 학문이고 철학이고 예술이고 문학이고 떠벌리면서 거짓과 속임수로 살지 말고 저 풀숲에서 우는 벌레만큼 고운 울림으로 자연 속에 어울려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 그것이 내 꿈이었는데……

우리나라가 남의 것 숭배하는 것은 뿌리 깊은 병통이다. 왕조 시대에는 천년 동안 중국의 문물을 하늘같이 떠받들어 살았고 일본의 식민지 시대에는 일본을 상전으로 받들어 친일파들의 세상으로 만들었고, 일본이 물러간 뒤로는 또 미국에 기대어 살면서 미국의 군대가 이 땅을 떠나면 우리는 버림받은 고아 같은 신세가 된다고 떨고 있다. 이 얼마나 한심하고, 불쌍하고, 알 수 없는 이상한 일인가?

 

P94

아직도 자연의 모습을 제대로 보고, 자연의 소리를 놓치지 않고, 자연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 가끔 있다. 이런 사람은 여름날 감나무 밑을 결코 무심히 지나가 버리지 않는다.

하늘이 거의 보이지 않게 덮여 있는 그 짙푸른 잎들이 보여주는 싱싱한 목숨의 빛깔에 그는 우선 감탄할 것이고, 그래서 그 넘쳐나는 푸른 기운을 온몸으로 흠뻑 들이마시고 싶어 할 것이다. 그리고 거기 한참 머물러 서 있거나 차라리 땅에 두발을 뻗치고 드러누워 있고 싶어 할 것이다. 그리하여 쳐다보는 푸른 잎 사이사이 푸른 열매들이 어머니 등에 업혀 잠든 아기처럼 더없이 평화스러운 모습으로 달려 있는 것을 보고 온몸에서 솟아오르는 기쁨을 느낄 것이다.

만약 그 푸른 잎들 속에 보이지 않게 숨어서 짹짹거리는 참새 아기들의 소리와 그 아기들을 거느린 어미 참새의 째르륵거리느 소리를 들었다든지, 짙푸른 잎 사이 어쩌다가 감 잎사귀 한두 장만큼 되는 하늘이 파랗게 틔어 있는 것을 보았다면 그는 분명 이 땅 위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의 세계에 와서 숨 쉬고 있다는 행복감에 젖게 될 것이다.

 

 

 

《나무처럼 산처럼(이오덕 저)》에서 일부분 발췌하여 필사하면서 초서 독서법으로 공부한 내용에 개인적 의견을 덧붙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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