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판카지 미슈라의 방대한 지식에 감탄하게 되는 책이다. 서구와 비서구의 대결 구도를 조장하고 있는 초강대국 미국의 민낯을 알게 되는 책이다. 서구 사상의 이분법으로 세상을 바라보려는 관점은 어느 정도 편협한 생각에 기인한 것이다. 세계는 동양과 서양의 이분법으로 절대 나누어질 수 없다. 민족주의에 의거한 18세기 이후의 세계 각국의 행보에 주목해야만 한다.
19세기 말 프랑스에서 파시즘이 태동했다. 절대 군주제가 무너지면서 파시즘 또한 태동한 것이다. 대대적으로 변화하는 세계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를 권리와 욕망과 이해관계를 가진 개인으로 주로 인식한다. 애덤 스미스가 살던 시대는 거대한 전환의 시대였다. 절대왕정, 왕권 신수설, 자연법 사상, 계몽사상, 동인도 회사가 한 시대를 풍미했다. 산업 성장과 소비 증가가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다. 현재 미국을 포함한 서구 강대국들은 지구 온난화 대처에 대한 미온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19세기 미국에서 태어난 소설가 헨리 제임스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우리를 줄곧 띄워 주던 물결이 꾸준히 여기까지 달려와 거대한 나이아가라 폭포로 떨어진다〉라고 말했다. 현재 21세기에도 달라진 것은 없다. 미국은 이슬람 국가를 테러리즘으로 규정하고 전쟁을 통해 이슬람 국민들을 학살하고 있다. 대의명분이 부족한 전쟁을 하고 있다. 애덤 스미스는 자기 이익을 경쟁적으로 추구하는 개인과 국가를 자유주의적이고 근대화된 세계주의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정리했다. 자유롭게 살기 위해서는 동요와 변화와 위험으로 가득한 삶을 사는데 익숙해져야 한다.
2014년, 『이코노미스트』는 국제통화기금 IMF의 자료에 근거해 개발도상국, 즉 인류의 대부분이 서구의 수준을 따라잡으려면 300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평가에 따르면, 지난 10년의 고도성장은 일탈적인 현상이었다. 오늘날 해수면의 상승, 변덕스러운 강우와 가뭄, 수확량의 감소와 파괴적인 홍수 등에서 뚜렷이 드러나고 있듯이, 비서구 지역은 환경에 치명적인 훼손을 가하는 데 일조하고 있지만 서구의 수준을 따라잡을 실직적인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루소는 우연히 신문에서 시론 경연 대회를 알리는 광고를 보았다. 시론의 주제는 〈과학과 예술의 진보가 도덕의 타락과 향상, 어느 쪽에 더 많은 기여를 했을까?〉였다. 루소는 이것을 보는 순간, 또 다른 우주를 보았고 완전히 다른 인간이 되었다. 그는 길가에 앉아 무아지경에 빠져 한 시간을 보냈고, 그 사이에 그의 겉옷은 눈물로 흠뻑 젖었다. 루소는 예술과 과학은 〈우리를 짓누르는 쇠사슬 위에 덧씌워진 화학〉에 불과하고, 인간의 지식이 증가함에 따라 〈우리 마음은 그에 비례해 타락해 왔다〉고 썼다. 〈문병인은 노예로 태어나 노예로 죽는다. 갓 태어나서는 배내옷에 꽁꽁 싸이고, 죽어서는 못으로 고정되는 관에 갇힌다. 살아 있는 동안에는 온갖 제도에 속박을 받는다〉라고 그는 주장했다.
개인의 자기 이익 추구에 기반을 둔 세계주의 문명이 확실한 성취가 아니라 위험한 실험이었던 것으로 판명된 이유를 이해하고, 민족주의가 세계주의 문명과 떨어질 수 없는 쌍둥이 관계에 있는 이유를 이해해야 한다. 힌두 국수주의자들은 서구화된 인도인이 되는 경향이 있는데, 나이폴이 말했듯이 이들은 〈자신들의 처한 현실을 확인하기〉 위해 근대 서구에 아주 강하게 의존하고 있다.
인도와 중국, 유대인과 무슬림 세계에서 국가 건설과 관련된 주된 이데올로기를 수립하는 데 기여한 근대 주의자들은 당시 유럽의 세기말을 지배하던 사상, 즉 부르주아의 자기 본위적인 태도를 넘어 역동적인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고 역사를 개조하려는 의지로 자유를 재규정하려던 사상에 동조했다. 따라서 이들과 이들이 궁극적으로 만들어 낸 결과물인 이슬람주의, 힌두 민족주의, 시오니즘, 중화 민족주의 등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들의 지적 배경으로 문화적 타락과 비관주의라는 유럽의 사상이 놓여 있다는 사실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영국은 사바르카르가 수감된 지 14년 가까이 흘렀을 때 결국 그의 형을 감형해 주었지만 그가 반제국주의 활동에 나서는 것을 전면 금지했다. 인도 서부의 한 작은 마을에 구금된 상태에서 사바르카르는 힌두인의 자아를 자신이 아닌 것과의 대립 속에서 규정하는 작업에 홀로 매진했다. 안다만 제도의 감옥에서 사바르카르가 지낸 감방에는 하인리히 폰 트라이치케와 허버트 스펜서의 책들, 그리고 마치니의 전집이 있었다. 그는 마치니의 책을 강박적일 만큼 몰두해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