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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개의 시선으로 보니 조금은 희망이 느껴진다. | 기본 카테고리 2007-12-28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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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우리와 안녕하려면

하이타니 겐지로 저/츠보야 레이코 그림/햇살과나무꾼 역
양철북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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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개의 시선으로 본 다섯 편의 이야기. 그러나 난 이 이야기들 가운데 가슴에 와 닿아 마음에 남는 이야기는 단 두편 뿐이었다. 내가 처한 상황에 따라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긴 하지만 짧게 이어지는 다섯 편의 이야기들을 모두 다 이해하지 못해서 그런 모양이다.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누구의 시각으로 썼는지 잠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뭔가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진한 절망과 고독을 표현하고자 한 것 같은데 난 왜 낯설게 다가오는 것일까.

 

특수반 아이들의 "아-우, 어-어" 하며 괴성을 지르는 듯 대화하는 소리, 하늘색 샌들이 댐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보며 다케시가 지르는 "먀!"라는 단어를 일반 사람들은 알아듣질 못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무미건조하게 내뱉는 말들보다 괴성과 같은 이 말이 더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소리"라는 이 단편을 읽고 있노라니 예전 장애우들이 예배를 보는 곳에 봉사를 간 일이 생각난다. 몇번 왔다가 오지 않을 사람으로 생각하는지 1년이 넘게 마음을 주지 않던 아이들이 하나둘 곁으로 모여들고 웅성웅성 떠들며 내게 말을 하는데 도대체가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난처했던 기억이 있다. 그 때 핸드폰을 만든 사람을 얼마나 고마워했던지. 한 아이가 불편한 몸으로 힘들게 핸드폰을 꺼내어 글자를 만들어 내게 보여줬을때 "아, 몸만 불편할뿐이지 생각은 깊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 뒤로 종종 컴퓨터로 채팅을 하기도 했는데 분명 한자 한자 단어를 치기가 힘들텐데도 자신의 생각을 끝까지 표현하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반성을 했는지 모른다. 불편한 몸을 가졌다고 바보로 생각하거나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대화가 된다고 생각했을때 받은 놀라움이란 아마 그 아이들을 나와 똑같다고 생각지 않았기 때문에 받은 충격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소리"의 단편에서 "아, 어, 우" 정도로 의사표현을 하며 대화하는 아이들을 보니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기 보다 잠시 옛 기억에 잠기게 된다.

 

나하의 불탄자리에서 폭탄을 건드려 오른손을 날린 선생님을 추억하며 편지를 쓰는 "손"의 단편글을 읽으며 총알이 터져 손을 잃은 외삼촌이 생각나서 내가 겪지 않은 전쟁의 상흔이 곳곳에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듯이 깜짝놀라게 된다. 내가 직접 겪지 않았다고 "전쟁"의 기억이 사라지겠는가. 대부분의 단편들이 이렇듯 암울한 반면에 "친구"라는 단편은 선생님 같지 않은 선생님에게 반항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어 조금은 밝은 마음으로 읽게 된다. 비록 나의 학창시절이 생각나서 아이들에게 동조하여 울컥하는 마음이 들긴 했지만 '살아보니 아무것도 아닌 일이 그때는 왜그 렇게 죽을만큼 절실하게 와 닿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씁쓸한 기분이 든다.

 

고독과 절망, 깊은 슬픔에서 이야기가 끝을 맺는다면 정말 내 마음도 우울하여 계속 가라앉는 듯한 기분만 느낄텐데 다섯 개의 시선으로 읽어간 다섯 편의 이야기들에는 희망도 보인다. 뱉어냄으로써 상처가 조금 치유가 되고 더불어 이겨낼 수 있는 힘도 얻게 되기에 완전하게 마음에 와 닿지 않은 이야기들이지만 짧은 단편들의 결말이 나지 않은 이야기들의 끝은 희망을 담고 있기를 바래본다. 강한사람들이 주인공이 아닌 약하고 가진 것 없는 이들이 이 책의 주인공이니까, 희망과 행복이라도 있어야 세상은 좀 공평하게 느껴지지 않겠는가. 죽을만큼 힘들고 어렵게 느껴지는 삶이라도 희망이 있기에 또 살아가게 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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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울린 책. | 기본 카테고리 2007-12-28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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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버스탈취사건

미사키 아키 저/전새롬 역
지니북스 | 2008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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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짧은 "버스탈취사건" 단편속에도 반전이 있다니, 단편들을 읽으며 웃다가 울다 보니 어느새 모든 이야기가 끝나 버렸다. 이 허전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저자의 이전 책 "이웃마을전쟁"을 읽었을때와 느낌이 확연히 달랐다. 이웃마을과 전쟁중이라고 하지만 사상자와 부상자를 눈으로 볼 수 없으니 믿어지지가 않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생경스런 느낌을 표현했던 책이 "이웃마을전쟁"이었다. 그런데 유쾌하고 감동이 있는 일곱 편의 이야기라니 같은 작가가 맞는지 다시 한번 확인 해 보게된다.

 

엄연히 범죄행위긴 하지만 버스를 탈취하는 것이 사람들사이엔 암묵적으로 게임이 되어간다. 전설적인 버스탈취범이 되는 것이 얼마나 멋진일인지 나도 가슴이 다 설레었기에 버스탈취범들에게 동조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따윈 하지 않았다. '주연'이 버스에 탄 시민들에게 서론을 다 말하지 않으면 탈취범으로서 시민들에게 명령투로 말할 수 없다. 어겼을때는 벌점 5점, 함께 탄 '후견인'이 벌점을 먹인다. 인질이 된 시민들이지만 당당히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잘하나 못하나 감시한다고 해야할까. 암튼 참 웃긴다.

 

'지원'이 쥔 데스 스위치가 가짜일 경우 "임금님은 벌거숭이다!!"라고 외치고 버스탈취범들을 제압 후 밖으로 던져 버린다. 신고하지 않는 건 승객들의 배려다. 진짜 무기를 소지하고 버스를 탈취하고 아주 멋진 모습을 보여줘야 하니 버스 탈취하는게 참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주게 되니 버스탈취범들이 버스를 강탈하면 시민들은 가슴이 두근거린다. "드디어 만났다. 야호!!" 하며 소리라도 지르고 싶어질 것이다. 평생 만나고 싶지 않은 끔찍한 사람들이 아닌 이런 식의 만남이라면 참으로 유쾌하지 않을까. 나도 이 사람들을 만난다면 "야호~~!!"라며 소리를 지르게 될 것 같다.

 

미스터리한 내용도 있고 아련한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가슴이 아파 눈물도 나게 하는 글들을 보면서 들뜬 내 가슴은 어느새 가라앉아 있었다. 비오는 날이면 자신의 집에 책을 빌리러 오는 여인, 비가 올 때면 따뜻한 홍차를 준비하는 남자. 비가 내린다고 우울하기만 한 것이 아닌 "비"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으니 참 행복하겠다. 빗소리를 들으며 "비오는 날 밤에" 단편을 읽고 있으니 내 마음까지 훈훈해져온다. 먼저 떠나간 사람과 똑같은 마네킹을 만들어 함께 생활하며 떠나 보낼 마음의 준비를 하는 사람들, 갑작스레 찾아온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이렇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남겨진 사람에게 얼마나 다행한 일일까. 나를 포함하여 다른 사람들 눈에는 마네킹을 살아있는 사람 대하듯 말을 하고 음식을 차려주는 모습에서 "미쳤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쓰쓰미가하마 빌리지"에 사는 사람들에겐 정말 절실한 문제인 것을 알 수 있다.

 

배에 태워 마네킹을 바다로 떠나보내는 모습에서 나는 눈물이 났다. 있어야 할 곳으로 떠나보내고 예전처럼 살아야 하는 남겨진 사람들의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기 때문이다. 이해되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에 놀랬던 처음과 달리 지금의 나라면 "안녕하세요? 날씨 좋죠?"라며 늘 잔잔한 웃음을 머금고 있는 마네킹에게 인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별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뻐서 나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이 사람들과 함께 하루를 보내고 싶어진다. 이렇게 "이별의 여름"을 끝으로 내 가슴을 울렸던 "버스탈취사건"의 책은 막을 내린다. 단편 '동물원"에서는 사람이 우리안에서 동물로 변해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어리둥절하여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지만 글 속에서는 되지 않는 일이란 없으니까 낯설긴 하지만 받아들이게 된다. 히노야마봉황이 우리속에서 한껏 날개를 펼쳐 일곱 가지 빛깔을 뽐낸 모습을 직접 보진 못하지만 어떤 모습인지 내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으니까 정말 괜찮은 글을 읽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리며 책을 덮는다. 어쩌면 비가 오는 날 밤에 이 책이 생각날지 모르겠다. 이별을 해야할 때 이 책을 펼쳐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마음에 오래 머물고 가는 글을 통해 잠시 행복감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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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한 마을에서 일어난 사건. | 기본 카테고리 2007-12-27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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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살인의 역사

케이트 앳킨슨 저/임정희 역
노블마인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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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한 마을에서 이렇게 많은 사건이 일어났다니 가슴이 턱 막히는것 같은 공포를 느끼게 된다. 세 가지 사건은 분명 단독으로 일어난 사건이나 세월이 흐르면서 묘하게 얽혀서 상처받은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는새 서로의 아픔을 다독이며 살아가게 되니 어떤 일이든 시간앞에서는 퇴색되기 마련인 것 같아 마음이 아파온다. 분명 죽은 사람들은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잊혀지고 싶지 않을 것이다. 기억만이라도 오래 남아있길 바라지 않을까. 많은 세월동안 자신의 죽음으로 마음 아파하는 것은 바라지 않겠지만 말이다.

 

여러명의 자식들중 유독 이뻐하는 아이의 실종과 죽음, 세상천지가 암흑이었을 것이다. 아버지 빅터가 죽어 아멜리아와 줄리아는 유품을 정리하던 중 올리비아가 늘 가지고 다니던 블루 마우스를 보게 된다. 텐트안에서 아멜리아와 올리비아가 함께 잠들었으나 올리비아는 실종되고 그 시신조차 찾을 수 없었는데 아버지 물건에서 나온, 올리비아가 늘 가지고 다니던 블루 마우스가 발견됨으로써 이 사건의 재수사를 의뢰하기에 충분한 이유가 된다.(사실 난 올리비아를 죽인 사람을 빅터로 생각했으나 범인은 정말 예상외의 인물이었다. 빅터도 연관이 있긴 했지만 말이다.) 잭슨에게 도움을 청하는 아멜리아와 줄리아, 꽤 시간이 지났는데 과연 잭슨이 범인을 찾을 수 있을까. 잭슨이 꼭 해결하리라는 확신은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기대하게 된다. 이미 많은 세월이 지나버려 사건을 해결하는데 있어 전혀 긴박감은 찾을 수가 없다. 그저 가족을 잃어 상처받은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함께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을 보여준다고나 할까. 그래서 조금 지루하다.

 

사건이 일어날때 마다 이 사건들이 어떻게 연결이 되는 것인지, 대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수가 없어 어리둥절해하며 읽었다. 사랑하는 딸 로라를 잃은 테오, 역시 범인을 찾지 못해 잭슨에게 의뢰하고 주변인들을 만나며 잭슨은 로라를 죽인 범인을 찾게 된다. 자식을 땅에 묻었지만 살아있었다면 몇살이었을지를 생각하며 여전히 마음에 두고 그리워하는 테오. 그런 그가 안쓰럽다. 하지만 아직 자신의 곁에 살아있는 딸인 제니퍼에 대해서는 로라만큼의 사랑도 주지 않는 그를 보면 냉정하다는 생각도 든다. 자신의 이기심에 또 다른 사람에게 아픔을 주고 있으니까.

 

남편을 도끼로 죽이고 감옥에 간 미셸, 그녀의 딸 탄야는 여동생이 맡게 된다. 그러나 언니의 바램대로 탄야를 기르지 못하고 형부의 부모님에게 아이를 맡겨 버리는 셜리, 탄야를 찾고 싶으나 연락도 되지 않아 잭슨에게 의뢰하게 된다. 잭슨 자신조차 자신의 생명을 노리는 누군가로 인해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으나 성폭행을 당하고 죽은 누나의 생각에 여러 사람의 의뢰를 거절하지 못한다. 자신도 딸이 있고 가족을 잃은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하면서 자신의 아픔도 서서히 치유가 된다. 

 

탄야가 아닌 릴리-로즈란 이름으로 살아가는 여자, 노숙자처럼 살아가지만 테오에게 딸은 아니지만 로라만큼 마음의 안정을 주는 그녀. 올리비아를 죽인 범인은 물론 올리비아가 묻힌 곳도 찾게 되는 잭슨, 그로 인해 아멜리아, 줄리아에게도 안정이 찾아오는 것 같다. 적어도 올리비아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았으니까. 범인은 멀리 있지 않다. 가까이에 있는 이들에게 희생당하여 오히려 이것이 더 끔찍한 생각이 들게 한다. 잭슨의 누나를 죽인 사람만 알 수 없을뿐 30년간 이 마을에서 벌어진 3가지 사건의 수수께끼는 다 풀어진다. 참 대단하지 않은가. 이렇게 오랜시간이 지났는데 해결되다니, 경찰들의 무능함만 부각된 것은 아닌지. 이제 사람들은 아픔을 딛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살아갈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 수 없지만 이제는 마음의 안식을 얻어 편안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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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팔일과 함께 모험을 떠나보자. | 기본 카테고리 2007-12-2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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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고스트램프 제1권

천하패창 저/곰비임비 역
엠빈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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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책 제목이 '고스트램프'이건만 책장을 넘기며 종이인형이 벌떡 일어나 사람처럼 행동하는 모습에는 등골이 서늘해진다. "나중에 더이상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해지면 십삼리포의 황폐한 묘지"로 찾아오라는 귀신의 말에 솔깃해지는 호국화. 아편을 하려면 돈이 궁한지라 궁여지책으로 무덤까지 가게 되겠지만 지금은 그럴 생각이 없어 귀신한테 호기롭게 외친다. 역시 곤궁함이 턱까지 차오르진 않았나 보다. 결혼한 아내라고 속이기 위해 정묘하게 만들어진 종이인형을 가지고 온 호국화, 큰쥐가 호국화와 함께 아편을 하기 위해 은화를 물어오는 모습은 정말 "중국스럽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호국화가 돈이 궁하여 찾아간 무덤에서 시체가 벌떡 일어나는 모습이란 어린시절 부적이 붙으면 꼼짝않고 서 있던 강시가 생각나 무섭다.

 

호팔일이 할아버지 호국화에게 받은 책 "십육자 음양 풍수비서"로 인해 훗날 귀한 신분의 사람들 무덤을 파헤치며 모험을 겪게 되지 않을까 짐작하게 되지만 지금은 문화대혁명으로 인해 시골 인민공사로 내려가 노동을 하며 미래가 보이지 않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내몽고에서 그가 겪는 일은 십 몇년이 지나고 다시 그 곳을 찾게 되는 계기가 되는데 솔직히 나는 결코 겪고 싶지 않은 일이다. 천식에 좋다는 '보살열매'를 찾아 라마골에 들어간 전소명을 뚱보, 연자, 호팔일이 찾아나서게 되면서 큰 곰을 만나 죽을고비를 넘기고 환상이라고 생각되는 귀신을 만나기까지 기가 약한 사람이라면 당장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을수도 있는 일이 현대에 아무렇지 않게 나타나다니 산속에 들어갈때 무서워서 계속 뒤를 보게 될 것만 같다.

 

문화대혁명을 거치고 군대에서 복역하다 쫓겨나오는 호팔일은 당장 먹고 사는 일이 시급하다. 아마 넉넉하게 살았다면 뚱보를 만나 무덤을 파헤쳐 값나가는 것을 훔치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테지만 역시 살아가기 위해선 무슨일이든 하게 된다. 군대로 들어간 호팔일이 곤륜산 대빙천에 있을때 그 곳을 지나다 만난 파란불꽃의 무당벌레는 영화 '미이라'에 나오는 사람 몸속을 파고드는 무당벌레 같이 생긴 녀석들을 떠올리게 해서 끔찍하다. 닿기만 해도 타올라 죽게 만드는 무당벌레. 곤륜산을 빠져나오기 위해 동료와 함께 겪는 일들을 세상 누가 믿어줄지 괴이하기만 하다. 소리가 울려 산사태라도 일어날까 노심초사 하게 되는 곳에서 무당벌레를 죽이기 위해 총을 쏴야만 하는 상황은 책으로 읽어도 긴장감이 고조된다.

 

호팔일이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무수한 일들이 단편적으로 탁탁 끊어지는 느낌이 있어 그냥 어린시절 할머니께 듣는 옛날 이야기를 듣는 듯 생각 되어지지만 그 내용은 생생하게 전해져 온다. 그러나 배경이 생소하고 민담처럼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호팔일이 겪는 모험을 통해 보여주기에 나에게는 약간 어렵게 다가오는지라 감정이 동화되지 않는것 같다. 우리나라의 "전설의 고향"쯤으로 생각되는 일을 겪어 나간다는 느낌이 드니 배경이 우리나라였다면 더 실감나게 느끼지 않았을까. 아마 더 무서워하면서 읽었을 것이다. 탐험의 시작이긴 하지만 아직 크게 드러난 일들이 없어 명확하게 어떻다라고 이야기 해 줄 순 없지만 뒤에 무슨 일이 생길지 궁금해져서 어서 빨리 호팔일과 함께 모험을 떠나고 싶다.

 

호팔일과 뚱보가 드디어 도굴을 하러 떠난다. 먹고 사는 문제만 아니라면 결코 하지 않았을테지. 도굴이라고 하여 손쉽게 무덤속에서 부장품들을 빼오는 것이 아니라 무덤이 어디쯤 있을지 알아볼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하고 땅을 파들어가는 중에 무덤의 입구가 훼손되지 않아야 하며 입구를 찾았다고 무턱대고 들어가다간 죽을지도 몰라 충분히 살펴보고 들어가야 한다. 값비싼 물건들을 찾다가 촛불이 꺼지면 그대로 두고 나와야 하기도 하니 도굴이 그리 쉽지가 않다. 그러나 이상하게 호팔일과 뚱보는 잘 해낼 것 같으니 이런 믿음이 어디서 생기는지 모르겠다. 
 
드디어 내몽고로 간다. 힘든 이틀 밤낮의 여정이지만 반가운 사람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덜 힘들겠지. 그리고 이제부터가 책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동양의 인디아나존스' 그 탐험이 시작된다. 신나지 않은가. 그런데 역시 무덤을 파헤치는 것은 무섭다. 뚱보는 왜 맨손으로 시체는 만져서 '붉은 야수 대종자'가 깨어나게 하나. 나는 사실 이런 어려운 말은 모르겠고 그저 '강시'라고 생각되어 등골이 서늘해진다. 첫 도굴에 목숨까지 왔다갔다 하다니 참 지지리 복도 없다. 뭐 남의 무덤 파헤치는 것이 큰 죄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후에 일어나는 일은 사실 2000년대를 살아가는 내가 보기에 믿을수 없는 일들 뿐이다. 이 시체를 피해 빨리 달아나야 하는데 출구는 막히고 무덤안을 헤매며 나갈 길을 모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니 그 덕에 '관동군 지하 요새'도 찾게 되어 총으로 무장할 수 있어 다행이려나. 나 같으면 기절하련만 정신차리고 시체에 대항하는 모습이 참 멋지다. '무덤'하면 그저 봉분이 있는 작은 무덤이 떠올라 호팔일, 뚱보, 자영이 있는 이 무덤안에서 벌어지는 소동에 그 크기를 짐작하기 어려우나 꽤 넓은 것 같다. 저택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하다 했으니 죽어도 호사를 누린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왜 이런것도 부러워질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일을 겪는다고 도굴을 그만두지 않을 호팔일과 뚱보의 그 뒤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붉은 야수에 이어 거대늘보까지 나타나고 박쥐는 당연히 나타나는 무덤속에 또 들어가고 싶어질까. 자신들의 목숨마저 경각에 달린 상황에 아이들의 시체를 가져와 초원을 바라보는 산 어귀에 묻어주는 것을 보니 마음이 착한것이 또 도굴을 한다고 해도 죽지 않고 잘 해낼 것 같다. 이런 모습때문에 미워할 수 없는 도굴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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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차가워진 날에 꼭 읽어보세요. | 기본 카테고리 2007-12-24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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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차가운 밤에

에쿠니 가오리 저/김난주 역
소담출판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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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의 작품 중 두번째로 이 책을 만났다. '냉정과 열정사이'를 읽고 그녀에게 반해 버려 그녀의 모든 것을 알고 싶도록 궁금하게 만들더니 이젠 많은 단편들속에 사랑 이야기와 다른 신비롭고 매혹적인 내용을 보여 주어 또 한번 놀라게 한다. 순간 온다리쿠의 단편집을 읽는줄 착각하게 되어 표지에 나와 있는 작가의 이름을 다시 살펴봤을 정도였으니까 짐작이 가리라.  

 

유령과의 사랑을 그린 '쿠사노조 이야기'. 아버지가 유령이라니 후타로와 그의 엄마는 해마다 5월이면 전갱이를 싸 들고 가, 채소 가게 앞에서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다. 후타로가 13살이 된 그 해 "이제 더는 자신이 필요치 않다"며 모습을 보이지 않는 쿠사노조, 유령이지만 아이에게 아버지의 사랑을 보여주어 가슴이 따뜻해진다. "유령과 어떻게 사랑을 나눠 아이가 태어나냐?"고 반발하지 말자. 책속에서는 무슨일이든 일어날 수 있으니까, 불가능한 일은 없다고 그렇게 생각하면 인정 못할 것도 없지 않을까.

 

처음에 등장하는 "듀크"란 개는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죽어버려 그녀가 힘들어서 울고 있을때 지하철에서부터 지켜주는 한 남자가 있어 괜시리 마음이 설레었는데 이 남자의 얼굴이 듀크의 모습을 닮아 있다는 암시를 줘서 '듀크가 이 세상을 영원히 떠나기전 자신을 사랑해 준 그녀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왔나 보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뭉클하여 할 말을 잊고 말았다. "나, 지금까지 즐거웠어요. 그말을 하러 왔어요. 그럼, 안녕. 건강하게 지내요"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간 듀크, 듀크가 맞을까? 작가는 절대 이 남자가 듀크라고 말하지 않지만 그럴지도 모른다는 여운을 남김으로써 듀크가 행복하게 떠나갔음을 생각하게 한다. 다행이라고. 그녀가 더는 슬퍼하지 않을테니까,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음이 외롭고 힘들때면 파를 썰어 눈물을 흘리는 여자. 이럴 때 애인과 통화하면 더 외로움을 느낀다. 나도 외로워지면 파를 썰며 눈물을 흘려볼까. 그럼 후련해지려나. 오늘이 크리스마스 이브여서 그런지 "어느 이른 아침" 단편을 보며 이런 날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는 하야시를 동정하게 된다. 그렇지만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오라는 그의 말에 아침 첫 손님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온 후카자와가 있으니 덜 외로웠을터라, 그제야 안심이 된다. 파를 썰며 외로움을 견디는 방법보다 다른 사람과 함께 함으로써 외로움을 반감시키는 것이 더 좋아보이니까. 물론 오로지 내 생각이다.

 

단편들을 읽으니 마음속에 작은 파문이 일어나지만 오히려 더 편안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읽으면 나의 삶도 이들속에 녹아버린 듯 생각되니까. 일부분으로 생각되어 단조로운 일상이지만 특별하게 생각된다. "차가운 밤에" 책 표지는 보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외로워지지만 글들을 읽고 있으면 내가 느끼는 외로움이 점점 작아져서 없어져 버린다. 누구나 한가지쯤 외로움과 고통을 담고 살고 있는 것을 알게 되어 위안을 얻어서 그런가 보다. 마음이 차가운날에는 이 책과 함께 하는게 어떨까. 그럼 조금 따뜻해질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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