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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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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내용이네요. 잘보고 갑니다 
속삭이는 자 ㅋㅋㅋ스릴러 좋아하는 제.. 
평범한듯하지만 개성있는 인물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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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20 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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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의 성장소설. | 기본 카테고리 2008-01-31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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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케사랑 파사랑

다이도 타마키 저/이수미 역
현문미디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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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사랑파사랑"이라는 말 들어본적 있는가? 나는 이 말을 처음 들었다. 밥 걱정을 해야하는 주부인지라 "파?" 음식재료와 관련이 있는가 잠시 생각해 봤을 뿐 무엇을 뜻하는 말인지는 감히 예상조차 할 수 없었다. 케사랑파사랑은 "행운을 부르는 신비한 생물"이라고 한다. 이녀석을 기르면 행운이 마구마구 쏟아지려나?

 

네 편의 단편들로 이루어진 내용을 가만히 읽고 있다보면 억누르며 그저 착한 딸이라는 말을 들어보고자 조용조용 살아온 내 생활에 반하여 너무도 밝고 명랑한 자신의 의견을 거리낌 없이 뱉어내는 10대들을 보면서 간혹 "이건 아닌데..." 싶다가도 마음한쪽에서는 부러움에 시기심마저 가지게 된다. 성에 대해서도 참 자유롭다.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도 확고하게 밀어붙이며 소신있게 행하는 것을 보면서 난 왜그리도 의존적으로 살았나 반성해 보게 되니 다시 10대로 돌아간다면 이렇게 거칠것 없이 살아갈 용기도 없으면서 그 시절로 되돌아가길 바라게 된다. 분명 똑같은 인생을 걸어갈 것임에도 내가 하지 못한 자유로운 행동을 하는 아이들을 보며 "난 참 못난이"라는 자괴감도 드는 것을 보면 내 안에 숨겨진 일상을 벗어나고픈 마음이 잠재되어 있었나 보다.

 

일상적인 이야기들속에 10대들의 성장이야기를 보는 듯 유쾌하지만 어른도 아니고 아이도 아닌 어중간한 경계에 놓여 어른 흉내를 내려는 아이들을 보려니 왜이리 마음이 불편한 것일까. 너무 문란한가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내가 너무 노인네 같은 말을 하나" 하며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이 조금은 나 자신이 이해가 가지 않기도 한다. 여기엔 열정적인 사랑이야기는 없다. 하지만 좋아하는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을 보면 이쁘게 보인다. 이리저리 재어보고 마음을 고백하는 그런 신중함은 보이지 않아 이런 감정표현이 익숙하지 않은 나로서는 부러움만 느끼게 된다.

 

네 편의 이야기들은 분명 한국의 정서와는 다르게 다가온다. 개방적인 성문화, 집안에서 와인, 위스키를 자유롭게 마시는 것을 보며 좋게 보이진 않는다. 내 어린시절과 비교하여 그렇게 보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너무 솔직한 것 보다 조금은 더 순수한 모습의 아이들을 보았으면 하는 아쉬움을 느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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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하야토. | 기본 카테고리 2008-01-3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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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Boys be 보이즈 비

가쓰라 노조미 저/양윤옥 역
에이지21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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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속이 뭉클하기도 하고 즐거워서 웃음이 나오기도 하는데 도대체 이런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다. 에이조라면 "그냥 느낀대로 말하는거지. 뭘 고민하나?"라고 툭 던지듯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래, 하야토가 동생 나오야를 생각하는 마음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에이조와 하야토가 엄마가 만들어주던 푸딩 맛을 동생에게 맛보게 해 주기 위해 직접 푸딩을 만드는 모습은 이웃들의 마음까지도 따뜻하게 녹인다. 주변 사람들에게 신경쓰지 않고 독불장군처럼 살아가던 에이조의 작업장 가까이에서 그림 수업을 받고 있는 동생 나오야를 기다리다 에이조와 하야토가 만나게 된다. 엄마가 죽었다는 사실을 나오야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에이조에게 조언을 구하게 되고 에이조의 말대로 했다가 실패할 때도 있지만 함께 고민하며 점점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사랑하는 가족이 죽는다는 고통이 얼마나 큰지 느껴보지 못했지만 나조차도 '죽음'이란 것을 눈 앞에 보고서도 믿겨지지 않는 것을, 엄마를 이 세상에서 더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여섯 살의 나오야가 어찌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그저 보이던 사람이 눈에 안보이면 잠깐 어디 여행이라도 떠난 것으로 생각될 뿐 영원히 내 곁을 떠났다는 것을 좀체 믿을 수가 없다. 하야토의 말처럼 삶도 이해하지 못할텐데 어찌 죽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 엄마를 잃은 고통은 아이들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아빠도 혼자있을때 울어버릴만큼 엄마의 빈자리를 느낀다. 그것을 이해하기엔 아직 어린 나이긴 하지만 하야토는 세상에 없는 엄마와 같이 아빠마저 멀리 떠나려는 것 같아 무섭다.

 

아직 어린 하야토는 엄마, 아빠의 자리를 대신해 동생을 감싸안으려고 한다. 에이조가 보기엔 어린나이에 왜저리 신경쓸게 많을까 이해가 되지 않지만 그들만의 세상이 있는 듯 어리긴 하지만 어른 못지않은 깊은 마음 씀씀이에 내 고개가 절로 숙여지게 된다. 엄마의 쌍둥이 자매인 이모가 집에 계속 드나들면서 엄마의 자리가 자꾸 사라지는 듯한 위기감을 느끼는 아이들, 그러나 그 무엇도 엄마의 자리를 대신할 순 없다. 엄마가 없다면 아빠가 그 자리를 메워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늘 꽁꽁 가슴속에 덮어두었던 아빠에 대한 마음이 하야토의 가슴에서 둑이 무너지듯 분출한다. "아빠가 필요해. 엄마처럼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울어버린다.

 

혹여 이모를 재혼상대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내심 걱정이 되었는데 그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에이조라면 하야토, 나오야, 그리고 아이들의 아빠를 즐겁게 만들어 줄 수 있을텐데, 하야토는 에이조의 작업장에 이젠 아빠도 데려오고 싶어진다. 예전의 에이조라면 "싫다"고 고함을 쳤겠지만 이젠 아이들의 할아버지 같이 너무 자연스럽게 느껴져 이 네 사람이 앞으로는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어깨에 짊어진 무거운 짐들을 모두 내려버리고 아이답게 뛰어노는 하야토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엄마와 대화를 나누는 나오야가 에이조와 함께 하는 생활을 들려줄테니 분명 하늘에서 기뻐할 것이다. 세월이 흘러 하야토와 나오야의 마음속에 슬픔은 추억이 되어 옅어져 가겠지. 그러나 엄마의 기억들을 완전히 잊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은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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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무엇을 잃어버렸니? | 기본 카테고리 2008-01-30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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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미싱로즈

세르다르 오즈칸 저/유정화 역
노블마인 | 2008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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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여전히 십대"라며 우겨보지만 어렸을 적의 순수한 모습은 사라져 버린 것 같다. 아니 어렸을때조차 순수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탐나는 것을 가지기 위해 거짓말도 서슴지 않았고 화가나면 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분명 나를 화나게 한 사람을 미워했을 것이다. 누군가는 "그런 것으로 순수의 유무를 따지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태어나고 세상을 알아가기 시작하면서부터 순수했던적이 없었던 것 같다.

 

"미싱로즈"는 어린시절의 나의 감성을 떠올리게 했지만 어른이 된 지금의 나를 변화시키는데는 실패한 것 같다. 이젠 직접적으로 말해주지 않으면 잘 알아듣지도 못하고 돌려서 충고를 해 주면 알아들으면서도 기분이 나빠 못들은척하기 일쑤라 이렇게 자아를 찾아 떠나는 여행, 잃어버렸던 장미가 무엇인지 찾기 위해 떠나는 여행은 정말 어려워서 책을 읽으면서도 내내 무슨 내용인가 알아맞추기 위해 머리가 조금 아팠다면 너무 과장한 것 아니냐고 몰아세울지도 모르지만 내게 이 책은 분명 쉽지 않은 책이었다.

 

다이애나에겐 엄마가 죽은 것도 큰 충격일텐데 죽었다고 이야기 하던 아버지가 살아있으며 거기다 쌍둥이 자매인 메리까지 있다고 한다면 얼마나 큰 혼란에 빠질 것인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조차 위기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어린시절 자주 듣던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처럼 엄마가 눈앞에 있다면 당장에 "다이애나가 소중하냐? 메리가 소중하냐?"라고 따지고 들게 될 것이다. 모든 사실을 알려줄 엄마는 이 세상에 없다. 해답을 찾을 사람은 오직 자신뿐, 메리가 보내온 네 통의 편지를 가지고 메리를 찾아야 한다. 장미와 대화를 하고 꿈 이야기를 하는 메리의 편지를 보면서 나도 "이 무슨 말인가. 어쩌면 정신병원에서 메리를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다이애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으니 역시 메리를 찾는 일은 불가능한 것일까.

 

걸인, 마티아스는 다이애나가 잃어버린 꿈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준비된 사람으로 여겨진다. 메리를 찾으라는 용기를 불어 넣어주긴 하지만 자연스럽지 못한 만난처럼 느껴진다. 제이넵 하님을 만나 장미의 언어를 듣는 능력을 배우는 수업, 다이애나가 자신의 꿈을 버리지 않고 손아귀에 움켜쥐게 하기까지 그 여정이 너무 어렵고 지루하다. 아마도 나는 이미 장미가 하는 말들을 들을 수 없는 불성실한 인간이 되어 버렸기에 제이넵 하님의 말들을 모두 부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냥 다른 방법으로 다이애나를 설득할 순 없었을까. 물질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다이애나는 변호사 일을 시작했어도 언젠가 자신의 꿈을 찾아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내가 너무 속물인지는 몰라도 다이애나가 찾아 떠나는 그 소중한 무엇이 내게는 전혀 공감할 수 없는 것이라서 읽는동안 내내 가슴이 답답했었다. 어린시절로 돌아간다고 해도 장미가 무엇을 말하는지 듣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일까. 조금 더 시간이 지난다면 이 책을 읽었을때 다른 느낌을 받게 될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내가 무엇을 잃었는지도 모르기에 그저 모든 것이 생소할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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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인연은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가. | 기본 카테고리 2008-01-30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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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달을 먹다

김진규 저
문학동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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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단어는 지금이나 아주 아주 오랜 옛날이나 사람의 마음을 참 가슴아프게도 만든다. 대대로 내려온 끊어내지 못한 인연의 시작은 "묘연의 아버지부터라고 해야하나." 묘연의 아버지 류호가 듣는다면 아마 억울해 할지도 모르겠다. 집안에 함께 생활하는 종을 사유재산으로 생각하고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던 행태야 오래전부터 있어왔으니 딱히 종에게서 낳은 아이를 자식으로 생각이나 했던가. 류호가 묘연의 어머니와 동기간이나 다름없이 지내던 몸종 선이에게서 '하연'을 낳았던 것이 모든 인연의 고리가 엮이기 시작한 것으로 본다면 이것으로 인해 모두의 가슴에 아픈 상처만 남게되었으니, 기현이 세상을 벗어나 출가를 했어도 자신으로 인해 시작된 가슴앓이가 끝나지 않고 이로인해 계속 괴로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왜 나는 "달을 먹다"를 현대장르라 생각했을까. 시대를 정확하게 이야기하고 시작하진 않지만 짐작으로 조선시대 어디쯤 될 것이다 충분히 알수가 있었다. 어려운 옛말을 쓰고 있진 않지만 주석이 달리지 않은 옛말들은 역시 대충 예상해서 읽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렇다고 전체적인 내용을 읽어나가는데 무리가 있는 것은 아니어서 읽는것이 그리 버겁진 않았다. "사랑"으로 인한 가슴앓이들을 어쩜 이렇게 절절하게 표현해 놓았을까, 놀라면서 읽었다. 가슴에 담아두고 싶은 구절도 많았다. 하지만 역시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이야기는 내 가슴도 아프게 만든다.

 

기현이 차라리 출가할 용기로 '하연'과 도망이라도 쳤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하연이 도망치듯 최약국에게 시집가서 불행하게 살지 않았다면 마음자리가 불편하지 않았으련만, 하연이 낳은 '난이'로 인해 동기간처럼 자란 묘연의 아들 희우가 또 얼마나 사랑때문에 힘들어했던가. '난이'는 자신이 누구인가 번민한다. 분명 희우와 외가쪽 피를 나눠 가졌건만 나는 '누구'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없다. 그렇다고 '무엇'이라고 말하랴. 아니 '무엇'이라도 되어야 했건만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인지 알수가 없다. 기현과 하연을 보며 함께 자란 묘연은 아들 희우에게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지만 분명 "난이와 함께 하지 않겠느냐"고 물어 기회를 주고자 한다. 그러나 "사랑"보다는 자신의 안위를 선택하는 희우를 보면서 나는 울분을 느꼈다. 가족이니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지만 그래도 "왜 난이를 데려왔느냐?" 원망하기 보다는 마음이라도 표현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난이조차 현실에서 도피하여 자신의 생을 포기하려 하지 않았나. 이런 저런 상황들로 내 마음도 쓸쓸해진다.

 

묘연, 묘연의 남편 태겸, 희우, 난이, 향이를 사랑하는 여문, 기현 등이 화자가 되어 당시의 상황을 이어받으며 이야기 하는 "달을 먹다"는 솔직히 서로 연결된 관계들이 어떻게 되나 헷갈려서 내용을 놓칠때가 많다. 한 집안의 가계도는 물론, 따로 맺어진 인연들로 인해 이어진 이야기들도 있어 가지를 뻗어나가다 보면 전체적인 맥락을 잡기가 힘들어지는 것이다. 신분에 억눌려 살아온 조선시대 사람들도 지금의 나처럼 감정적으로는 얼마나 평범하고 인간다운지, 삭히며 살아야했던 그 시대의 상황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잘 나타내 준 것 같아 "헤어져서 가슴 아파다"고 절절하게 이야기하는 것보다 더 가슴을 쥐어뜯게 하는 애절함을 느껴 표지에 나와있는 '달'을 보며 손을 대면 차가움이 느껴질까 겁이나 감히 가까이 쳐다보지도 못했다. 사람의 인생이란 죽어서도 기억속에 남아 끝나지 않으니 이들이 그 뒤로 어떤 인생들을 엮어갔을까 궁금해지지만 누구하나 행복하지 않았을 것이란 것은 짐작할 수 있다. 기현으로부터 이어진 가슴아픈 사랑의 고리들이 이제는 더이상 이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아파할 사람이 없을테니까. 그렇다고 '사랑'이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져 버리진 않을 것이다. '사랑'이 세상을 살아가게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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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씩 밝혀지는 연주의 기억. | 기본 카테고리 2008-01-28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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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미안해, 벤자민

구경미 저
문학동네 | 2008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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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된 직업이 없는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조금은 섬뜩하게 다가온다. 이연주의 부탁으로 동창인 안수철이 사채업자 김길준을 감금했을때 영화 "올드보이"가 생각나고 '왜 연주는 자신에게 해를 입히지 않는 김길준을 감금해달라 했을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김길준을 벌주고자 한 의도는 자신때문에 자살한 선배 유광호를 닮은 조용희에게 협박을 했기 때문일까? 단지 그 이유뿐?" 아마도 유광호에 대한 미안함을 그렇게라도 풀어보려고 했던게 아닐까. 그러나 조용희의 부인인 김선숙에게 연주가 "너 미행당하고 있다"라는 말을 들은 뒤 생각나지 않는 과거의 기억으로 인해 방어를 한 이유라는 것을 알았을땐 이연주도 "마음이 아픈 사람이구나" 싶어 내 마음까지 아파왔다.

 

정신과 약을 먹지 않고 벤자민 화분에다 부어버리는 연주, 자신은 과거를 하나씩 찾아가지만 약을 먹은 벤자민은 죽어가기에 연주는 벤자민에게 미안함을 느낀다. 나는 연주를 만나면 묻고 싶은 질문이 많다. "왜 김길준의 집을 찾아갔어요? 왜 김길준의 동생과 결혼하려고 했어요? 아무리 가족이 된다고 해도 형의 일을 집안에서 안다면 가족이라고 해서 받아주겠는가" 한마디쯤 해 주고 싶어진다. 김길준이 실종되고 그의 아내가 받은 대우를 보면 알수 있지 않은가. 김길준의 자식까지 있지만 집안에서는 붙박혀 있는 물건쯤으로 생각해 전혀 존재감이 없었으니까.

 

결혼식을 앞두고 안수철에 의해 납치된 연주, 자신의 부탁으로 감금된 김길준을 보고도 알아보지 못하는 그녀를 보면서 내심 화가났다. 한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릴 권한을 누가 주었는가, 김길준의 집에 드나드는 것을 미안한 마음에 하는 행동이라고 변명한다고 해도 얼마만큼의 강심장이면 그럴 수 있을까. 결혼식을 하지 못하게 된 연주를 조금은 동정하게 되지만 이정도의 상황은 그녀에게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을 하지 않던 김길준의 동생 김세준이 연주와 결혼하기 위해 직업을 가졌다고 그녀로 인해 변화된 것이 있지 않냐고 주장을 한다고 해도 분열된 가족의 모습을 보면 큰소리 칠 입장은 아닌 것 같다.

 

연관된 사람들이 직접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 가다보니 마지막에 가서는 인과관계들이 모두 드러나게 된다. 연주는 뿌옇게 안개가 끼어있던 과거의 기억을 안수철에 의해 찾게 되고 자신의 행동의 이유들을 하나씩 알아가게 된다. 안수철도 목적이 있어 연주의 부탁을 들어 주었지만 이제 연주가 설 땅은 없어진 셈이다. 가족들에게도 갈 수 없는 그녀는 이제 어디로 가서 정착을 해야할까.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면 자신의 과거를 덮고 새롭게 살 수 있을까. 아픔을 가진 사람들의 생활을 보니 마음이 쓸쓸해진다. 살아가다 보면 툭툭 끊어서 말하는 연주의 대답이 그리워질 것 같다. 나도 때론 세세한 말보다 간단하게 던지듯이 대답을 하고 싶어질때가 많으니까. 사람들이 내 말 한마디에 모두 이해를 해 줬으면 좋겠지만 이상한 사람 취급하기에 모두 설명을 해 줘야 하는 번거로움을 느낄땐 가슴이 갑갑하기도 하니 점점 마음이 닫혀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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