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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의료윤리 문제다. | 기본 카테고리 2008-10-3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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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너럴 루주의 개선

가이도 다케루 저/권일영 역
예담 | 2008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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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나이팅게일의 침묵"을 읽은 후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나 보다. 같은 시간대에 일어난 사건을 다루고 있는 "제너럴 루주의 개선"을 통해 잊혀졌던 전작의 사건들이 하나씩 기억의 수면위로 떠올라 고마움을 느끼게 되지만 이렇게 교차되는 이야기들을 보면서 굳이 "제너럴 루주의 개선"이라는 책이 나올 필요가 있었을까 자문하게 된다. "나이팅 게일의 침묵"에서 미스터리한 토막살인사건을 다뤄 긴장감을 높였다면 "제너럴 루주의 개선"은 횡령, 뇌물 등 윤리문제를 다루어 사건전개는 느려질 수 밖에 없어 전체적으로 지루하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피투성이 장군, 도조대학병원 구명구급센터의 전설적인 인물 하야미 부장의 리베이트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공방전. 에식스 커미티와 리스크 매니지먼트 위원회의 충돌이라고 말하긴 뭣하지만 에식스 커미티의 누마타 위원장의 말을 듣다보면 헛웃음이 나온다. 말그대로 탁상공론이다. 실제로 구명구급센터에서 생명을 다루는 사람들의 절실한 의견에 반대하는 누마타 위원장의 말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에서 유일하게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함을 느끼는 대목이 누마타가 믿었던 구로사키 부위원장에게 외면당하는 장면이니 이 지루한 공방전에서도 소소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다구치-시라토리 멤버를 다시 만나는 것은 기쁘다. 하지만 시라토리가 이 곳에서 한 일이 너무 미비하다. 오히려 "나이팅게일의 침묵"에서 조금 더 돋보였다고 할까. 전작의 사건에 많은 부분 함께 한 시라토리이기에 "제너럴 루주의 개선"에는 몇 번 등장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아쉽게 느껴지는 것이지만 같은 시간대에 일어난 사건을 둘로 나누어 책을 냈으니 할 수 없는 문제이긴 하다. 뭐 시라토리의 부하 얼음공주 히메미야를 만난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할까. 사실 히메미야가 이 사건에 한 축을 담당하는 줄 알았는데 전혀 상관없는 일 때문에 이 곳에 있었을 줄이야. 조금 배신감이 들기도 한다.

 

구명구급센터의 적자상태를 만회해보고자 노력해온 하야미 부장, 이는 이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를 상대로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협상을 벌려야 하니 도조대학병원에 닥터 헬리콥터 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하야미 부장의 말은 묻혀질 수 밖에 없고 결국 탁상공론으로 끝나게 되어 이 책이 더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하지만 하야미 부장의 지휘로 수많은 생명들이 목숨을 구하는 것을 보며 의사로써 그가 느꼈을 자괴감을 이해하게 되었다. 언젠가는 아니, 3년뒤에 도조대학병원으로 복귀할 하야미가 기필코 이 닥터 헬리콥터 도입을 성공시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그나저나 하야미는 여자야? 남자야? 중반이후부터는 확실히 남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루주를 바르고 사탕을 물고 있는 그를 여자라고 생각하는 내가 이상한걸까? 대형 참사가 벌어져 다친 사람들이 밀어닥치는 도조대학병원에서 창백한 인상의 그가 선택한 루주 바르기, 이건 좀 억지스러운 설정인 것 같아 많은 부분 아쉬움이 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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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장이의 딸.. | 기본 카테고리 2008-10-30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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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사토장이의 딸 (상)

조이스 캐롤 오츠 저/박현주 역
아고라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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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카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힘들었던점이 있다면 그녀가 전남편 '티그너'의 손에 죽지 않고 행복해질 수 있는지, 미리 책장을 넘겨 보고 싶은 마음을 누르는 것이었다. 지금은 책을 통해 레베카가 미국에서 "사토장이의 딸"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알게 되었지만, 솔직히 그녀의 인생 여정을 따라가는 것만으로 버거워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였다. 독일에서 교사였던 아버지 제이곱이 가족들과 함께 살아남기 위해 이 곳 미국에 와서 할 수 있는 일이 '사토장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얼마나 절망했을지 느낄 수 있어 그 절망감 또한 내 마음속에서 떨어지지 않아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우울한 기분으로 책장을 넘기는 일 뿐이었다.

 

'사토장이'라는 뜻을 알지도 못한 채 첫 장을 펼쳤었다. "무덤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사토장이라고 하는데 한시적으로 이 일을 맡게 된 후 돈을 모아 돌오두막을 벗어나는 길만이 목표인 제이곱과 그의 가족들은 오랫동안 이 곳에 머무름으로써 삶의 희망은 물론 행복조차 꿈꿀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그러나 아내 안나를 죽이고 자살로 자신의 삶을 마감해야 했을까. 독일에서 건너와 이 곳에 정착한 많은 사람들이 제이곱과 같은 인생을 살진 않았을 것이다. 이 나라에서 배척당하고,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살아간 많은 날들이 그에겐 죽을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겠지만 독자들에게는 오롯이 그의 마음이 전해지지 않아 안타까웠다. 사토장이의 딸로써 살아간 레베카의 아픔이 더 크게 전해졌다.

 

미국에서 태어난 레베카, 아버지 제이곱은 "그들이 너는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그녀는 살려둔채 레베카의 눈 앞에서 자살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레베카를 '사토장이의 딸'로 기억하는 한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나는 사토장이의 딸인 레베카가 세상에 맞서 당당하게 살게 될 줄 알았다. 물론 갤러허를 만난 후 신분상승을 이루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레베카가 아닌 또 다른 그녀 '헤이젤'로써 살아간 삶이기에 레베카의 삶이라고 보긴 힘들다. 신분을 바꾼 후 만난 그녀의 오빠 '거스'를 모른척 하며 그녀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살아간다. 남편 '티그너'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사토장이의 딸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아갔을 때 부와 명예가 주어졌다는 것은 슬픈일이다. 함께 살기 위해 미국으로 오던 사촌 '프레이다', 미국에서 받아들이지 않아 만날 수 없었던 프레이다를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연락이 되었을 때 그제야 레베카는 그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어깨를 짓눌렀던 삶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게 된다.

 

아들과 함께 그저 안정된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희망했던 레베카, 이제 그녀에겐 안식이 찾아왔을까. 남편 갤러허에게도 밝히지 못한 과거로 인해 두 얼굴로 살아갔을 그녀는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돌이켜 보며 만족했을 것인가. 나는 갤러허를 만나기전까지 당당하게 살아갔던 그녀가 그립다. 안정된 생활을 부여해준 남편의 존재로 인해 아들 잭을 피아니스트로 만든 레베카가 아니라 조금밖에 벌지 못하지만 피아노라는 매개체로 행복했던 과거의 삶을 그녀가 그리워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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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이 현실이 되는 세상. | 기본 카테고리 2008-10-28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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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잃어버린 것들의 책

존 코널리 저/이진 역
폴라북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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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성장소설인데 결코 아름답진 않았다. 꿈 같은 이야기라고 하지만 한 소년이 겪어내기엔 너무 끔찍했다. 아직도 백설공주, 신데렐라의 이야기를 들으며 백마탄 왕자님을 동경하는 나에게 데이빗이 건너간 벽돌담 너머의 세상은 너무나 잔혹해서 내가 살고 있는 현실보다 더 무서웠다.

 

"데이빗! 네 도움이 필요해. 엄만 갇혀 있어. 엄마를 구해다오!"

데이빗에게 죽은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분명 관속에 있는 엄마의 차가운 몸을 만졌었는데 살아있다니, 그러나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엄마가 부르고 있지 않은가. 이 순간에 데이빗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용기있게 정원의 벽돌담 너머로 건너가는 것이었다. 그곳에서 데이빗이 아무것도 할 수 없을지라도 다시 한번 엄마를 구할 수 있다면 가야만 한다.

 

아픈 엄마를 떠나보내지 않기 위해 데이빗은 매일 아침 침대에서 내려설 때 왼쪽 발을 먼저 딛고, 이를 닦을 때에도 스물까지 세고 멈추었다. 홀수는 나쁜 숫자이기에 무엇을 하든 짝수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그만의 의식을 치르며 엄마를 구하고자 했었다. 정말 엄마가 어딘가에 갇혀서 데이빗이 구해주기만을 바라고 있을까. 그러나 이 이상한 숲에 발을 내딛자마자 데이빗은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낯선 세상이 데이빗에게 주는 교훈은 단 하나 가족들의 소중함을 알게 해 주는 것이다. 남동생 '조지'의 이름을 말하면 데이빗이 있던 세상으로 돌려 보내주겠다고 말하는 꼬부라진 남자에게 '조지'의 이름을 끝까지 말하지 않는 데이빗, 이 곳에서 그가 겪은 끔찍한 일들이 그를 어른으로 만들고 있었다.

 

백설공주에게 독사과를 준 것은 사악한 계모가 아니라 난쟁이들이었다? 백설공주가 이렇게 끔찍한 모습을 하고 있을 줄이야. 우리가 알고 있는 동화속의 백설공주는 아름답고 난쟁이들의 사랑을 받는 착한 여자였는데 이 곳에서는 난쟁이가 돈을 줘서 팔아버리고 싶은 존재가 되어 있었다. 이 내용은 현실에 맞게 각색된 설정인데 그나마 이 책에서 유일하게 웃음이 나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여자 사냥꾼이 나오는 부분에서는 연쇄살인범이 떠올라 너무 끔찍했다. 이 사냥꾼의 몸을 반으로 가르고 여자의 오른손까지 자르는 데이빗을 보며 이것을 과연 성장소설이라고 생각해야 하는지 회의가 들 정도였다.

 

상상하는 모든 것이 현실이 되는 세상, 내가 알고 있는 아름다운 동화들이 모두 끔찍한 모습으로 나를 맞이 하는 곳에서 누가 살고 싶을까. 오히려 각박한 이 현실에서 살아가는 것이 행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아이를 훔치는 꼬부라진 남자도 없고 밝은 햇살이 가득한 곳이지만 내가 꾸는 악몽도 현실이 되어 나타나는 곳에서 살아가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나저나 백설공주는 어찌 되었을까. 지금도 여전히 난쟁이들을 고생시키고 있으려나. 어쩌면 꼬부라진 남자가 죽고 세상이 바뀌어 예전의 착한 백설공주로 돌아왔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완벽한 동화속 모습이 재현되는 것인데 이쯤 되면 이 곳도 살만한 곳이겠다. 언젠가는 돌아간다는 그 곳이 내가 알고 있는 동화속처럼 행복한 곳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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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초 그 치열한 전투속으로.. | 기본 카테고리 2008-10-24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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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마스터 앤드 커맨더 1

패트릭 오브라이언 저/이원경 역
황금가지 | 2008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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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전쟁이 절정이던 19세기 초, 바다에서도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다. 함장 잭 오브리와 군의관 스티븐 머투린 시리즈의 처음에 해당되는 '마스터 앤드 커맨더' 1권과 2권의 내용은 적함과의 전투가 대부분인데, 이 두 사람이 어떻게 우정을 쌓아가는지, 소피 호의 선원들이 함장 잭 오브리의 명령 아래 어떻게 한마음이 되어 싸워나가는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잭과 스티븐의 첫 만남은 그리 좋지 않았다. 스티븐은 총독 관저에서 연주를 들으며 새하얀 소맷부리로 박자를 맞추는 잭에게 "박자를 맞추려거든 제대로 맞추라"며 타박하기 일쑤여서 잭은 그에게 적대감을 갖게 된다. 하지만 소피 호의 함장이 된 잭이 스티븐을 소피 호의 군의관으로 초청하여 '오브리-머투린' 시리즈의 서막을 올리게 된다.

 

출세를 위해 제독이나 사령관의 부인과 친하게 지내는게 좋다고 하지만 하트 사령관의 부인 몰리 하트와 부적절한 관계를 갖는 잭이 나중에 정치적으로 얼마나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될지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유부녀와의 부적절한 관계가 그 시대엔 공공연하게 이루어진 일이라고 하더라도 소피 호가 에스파냐 지벡 프리깃 '카카푸에고 호'를 나포한 후 잭이 정식 함장의 지위에 오르지도 못한 배경에는 분명 몰리 하트와의 관계때문이기도 하기에 우편함 호송임무만 하는 소피 호의 역할에 나도 조금 울분을 느낀다. 함께 배를 타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항해하며 치르게 되는 수많은 전투를 지켜본 독자로써 제임스 딜런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얻은 '카카푸에고 호'와의 승리가 아무것도 아닌게 되어 버린 것에 화가 난다.

 

스티븐은 소피 호에서 만나게 되는 제임스 딜런과 예전부터 아는 사이인데 이 두 사람이 어떤 관계에 있는지 둘의 대화를 통해 예측해 보지만 정확히 알 수가 없어 답답하다. 이제 딜런이 죽었으니 명확히 어떤 관계에 있었으며 왜 미국 선박 존 B. 크리스토퍼 호를 수색해서 찾아보라는 수배중인 아일랜드 연맹 반란군을 놓아주었는지 알 수가 없게 되어 버렸다. 딜런은 이 일로 잭과 거리를 두게 되고 포상금때문에 배들을 나포하는 것이 아닌 제대로된 명예로운 전투를 갈망하게 된다. 잭은 영문도 모른 채 딜런의 모욕적인 언사를 참으며 여전히 그를 향한 지극한 마음을 갖는다. 하지만 자기혐오에 빠진 딜런이 그 분노의 화살을 왜 잭에게 날린 것인지 계속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마스터 앤드 커맨더'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드제 호'에 나포된 소피 호, 잭은 나포된 사실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았고 다시 국가의 부름을 받들어 조국을 수호하게 된다. 딜런이 없는 지금 스티븐은 잭에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이후의 모험에도 함께 할 것이다. 적을 속이기 위해 어떻게 위장하는지, 전투함을 따돌리는 항해술과 적함을 나포하는 긴장감을 느끼며 책장을 넘기는 것이 즐거웠지만 해양소설이라 어려운 용어들로 인해 오롯이 몰입할 수 없어서 아쉬웠다. 잭이 선원들에게 내리는 명령중 제대로 알아듣는 말이 없었으니까. 1권 중간쯤까지 이렇다 할 전투가 없어서 내용 전개가 느려 지루하기도 했지만 소피 호의 함장 잭과 군의관 스티븐, 그리고 선원들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벌써 궁금하다. "후자아, 후자아(선원들이 환호할 때 내는 소리)" 그들이 외치는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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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어도 사라지지 않는 공포. | 기본 카테고리 2008-10-22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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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의 식인 룸메이트

이종호 등저
황금가지 | 2008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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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엔 뾰족하고 긴 손톱을 가진 정체불명의 한 녀석이 문을 잡고 있다. 입안의 치아까지 날카로운 것을 보니 선량한 존재로 보이진 않아 친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책 제목인 '나의 식인 룸메이트'는 이 안에 있는 10편의 단편들중 하나의 제목을 가져왔는데 아주 탁월하게 잘 선택한 것 같다. 벽장속에 들어 있는 식인 룸메이트, 이 괴물은 사람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능력까지 보유하고 있어 경찰에 신고해서 죗값을 치르게 하긴 힘들겠다. 사람들을 먹어치운뒤 모구를 뱉어내는 괴물을 첫 단편에 실어놓다니 처음부터 독자들의 힘을 빼는 작전일까.

 

각각 다른 색깔을 담고 있는 10편의 단편들로 인해 이 책을 읽는 것이 즐겁다. 근데 정말 즐겁다고 말해도 되는 것일까. 내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 일어날법한 일들을 다루고 있기에 책속에서만 국한된 내용이라고 마음 편하게 읽어서는 안될 것 같다. 물론 다음 단편에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궁금하다. 대부분의 내용이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인간의 욕심으로 만든 모든 것들이 다시 우리들에게 되돌아오는 것을 볼 때면 독자들의 가슴은 서늘해지고 섬뜩함마저 느끼게 된다. 

 

'공포'라는 것은 인간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지는 추상적인 개념이긴 하지만 이것이 나의 눈 앞에 실체가 있는 존재로 나타났을 때 나는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책을 읽으며 느끼는 공포는 책을 덮어서 외면하거나 더이상 머릿속에 떠올리지 않으면 사라진다. 단지 등뒤로 스멀거리며 뭔가가 다가오는 느낌에 섬뜩하긴 하지만 직접 대면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충격보단 약할 것이다. 나는 마음속에 어떤 공포를 심어두고 있을까. 단편 '공포인자'를 보며 포비아(공포증)에 걸렸을 때 내가 대면할 환상이 무엇일지 생각해 보았다. 고소공포증이나 유령공포증이 올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천길 낭떠러지를 내려다보며 과연 정우처럼 힘차게 발을 뗄 수 있을까, 침대 밑에서 스윽 나오는 귀신는 또 어떻게 물리칠 것인가. 아마도 귀신이 무서워 유미처럼 불을 끄지 못하는 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이렇듯 공포는 한번 나를 덮치면 그 속에서 빠져 나오는 것이 쉽지 않아 실체가 없다고 무시할 수가 없다. 눈앞에서 사라졌다고 다시 그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분명 살아가는 동안 내내 잔혹하게 나를 덮쳐올 것이다.

 

초자연 현상을 다루고 있는 단편들은 그저 애써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가볍게 읽을 수 있겠지만 단편 '은혜'나 '얼음폭풍', '스트레스 해소법'은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벌어진 사건들을 다루고 있어 외면하기가 쉽지 않다. 뉴스에서 오늘의 사건사고에서 심심치 않게 들어온 일들이니까. 물론 혹자는 이 단편들은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할지 모르지만 세상에 제일 무서운게 '사람'이더라고 사람에 의해 저질러진 사건들이 더 큰 공포심을 심어주니 이 범주에 넣는데 무리는 없다고 본다.

 

끔찍하고 무서운 이야기들만 있다고 이 책을 읽는데 주저하지는 말기를 바란다. "나는 전설이다"와 "셀"을 읽는 듯 당신을 즐겁게 해주는 단편 '붉은 비'가 있어 10편의 단편들을 읽으며 긴장된 마음을 조금은 풀어낼 수 있으니까. 뭐 더 무섭더라고? 물론 무섭지 않으면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에 들어갈리가 없었을테니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어야 할게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마지막 책장을 덮은 후 또 다른 공포소설을 찾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니 이 증상에 너무 놀라지 말기 바란다. 이 책이 우리들에게 선사한 일종의 선물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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