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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셀마의 가족 앵무새 루이지토. | 기본 카테고리 2008-05-29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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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마법의 앵무새 루이지토

수산나 타마로 저/이현경 역
레드박스 | 2008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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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했던 어린시절에 읽는 동화와 다르게 어른이 되어 읽는 동화는 나를 부끄럽게 만든다. 순수함을 잃어버린 지금, 동화책을 많이 읽어 잠깐이라도 어린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좋은 것이겠지. 남편이 죽고 자식들이 모두 결혼한 후 홀로 사는 안셀마, 삶에 대한 미련도, 의욕도 없던 그녀에게 가족이 생긴다. 어느 날 쓰레기통에서 발견한 앵무새다. 동물을 만지지 못하는 나는 쓰레기통에서 울음소리가 들렸을때 분명 외면했을 것이다. 무섭다는 생각과 함께.

 

안셀마는 앵무새에게 "루이지토"라는 이름을 붙인다. 어린시절부터 함께 했던 소중한 친구 "루이지타"를 추억하면서 말이다. "짹, 짹"거리는 루이지토. 난 순간 앵무새가 왜 참새처럼 울까 생각했다. 한번도 앵무새를 가까이에서 본 적도 없으면서 미리 판단해 버린다. 루이지토를 위해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안셀마, 예전 교사시절 함께 했던 이들을 초대한다. 모여드는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아직은 세상이 따뜻하다는 것을 느낀다. 불행했던 결혼생활, 자식들은 그녀가 가진 재산에만 관심을 가지고 앵무새 루이지토만이 자신의 곁에 있다.

 

집안에 나폴리 민요가 흐르고 창고에 쌓아두었던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옛 기억들도 하나씩 벗어던진다. 하지만 이 작은 행복조차도 안셀마에겐 허락되지 않는 것인가. 누가 신고라도 한 것인지 경찰들이 '야생동물 보호센터'로 루이지토를 데려가 버린다. 루이지토가 '안셀마'라고 말했을 때 나 또한 얼마나 감격했던가. 야생동물 보호센터에서 털을 다 뽑고 힘이 빠져있는 루이지토의 모습에 가슴이 아파온다. 루이지토가 낳은 알마저 경찰들이 왔을 때 바닥에 떨어져 깨져버리니 이제 더이상 소박한 행복은 꿈꿀 수 없는가 보다.

 

쓰레기통에 버려진 앵무새에겐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보다 그 출신을 증명하는 앵무새 서류가 더 중요하다. 사랑보다 법이 우선인 이 사회에서 루이지토가 있을 곳은 어디인가.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질까. 안셀마와 루이지토가 죽을때까지 함께 했으면 좋겠다. 무지갯빛 앵무새 루이지토, 찬란한 무지개의 모습으로 안셀마의 품에 안긴다. 이 책은 홀로 남겨진 노인문제, 버려지는 동물들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며 가슴을 울리는 따뜻한 메시지를 전한다. 이 아름다운 이야기로 인해 많은 이들의 가슴이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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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브라경이 다시 나타났다. | 기본 카테고리 2008-05-28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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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피터팬과 런둔의 비밀 1

데이브 배리,리들리 피어슨 공저/공보경 역
노블마인 | 2008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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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팬 전편 시리즈의 완결판"

이제야 마지막까지 왔다는 안도감과 피터팬과 몰리를 더이상 볼 수 없다는 서운함이 교차한다. "피터팬과 그림자 도둑"에서 공포심을 안겨 준 옴브라경이 살아있다니, 앞으로 피터팬과 옴브라경의 대결이 쉽지 않겠다. 하늘에서 별가루가 떨어지고 이것을 반환하는 과정, 악의 무리들이 이 별가루를 이용해 세상을 어떻게 만들려는지 모든 것들이 밝혀지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그림자를 통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아내는 옴브라경, 그를 대적할만한 사람은 역시 피터팬뿐이겠지. "피터팬과 그림자의 도둑"이 나온후 이 책이 나오니까지 세월이 많이 흘렀던 탓인지 친절하게 전편의 내용을 설명해줄땐 고맙기까지 하다. 알고 있는 내용을 알려주는지라 조금 지루하게 다가오는 사람도 있겠지만.

 

여기에서 피터팬은 영웅의 모습을 하고 있다. 자보프 3세(이사람을 말할땐 손가락 3개를 꼭 펼쳐야 한다.), 글로츠 박사, 옴브라경은 별가루를 이용해 지구를 멸망시키려고 한다. 물론 자보프 3세는 세상을 지배할 욕심에, 글로츠 박사는 자신의 발명품의 성능을 보는게 목적이겠지만 옴브라경은 지구를 파멸시키고 빛의 무리들을 없애버리는게 목적이다. 자보프 3세가 이 일을 알았다면 동조를 하지 않았겠지만 이제 옴브라경이 바라는대로 세상이 파멸되고 온통 암흑천지가 될 것인가.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몰리와 레오나드의 위험뿐 아니라 이번엔 말러스크 섬에도 위험이 발생했다. 전갈족이 쳐들어와 말러스크인들의 목숨이 위태롭다. 전갈족들을 멋지게 물리치면 좋겠지만 수적으로 열세인 말러스크 인들은 포로가 되어 전갈족의 감시하에 다이아몬드를 캐내는 작업을 하게 된다. 뜬금없이 다이아몬드라니, 하지만 피터팬이 살아가는 낙원과 같은 이 곳에도 현대의 물질만능주의가 파고들어 가는 듯 해 안타깝지만 이것이 아이들에게는 문명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해 주기에 불안했던 마음을 잠시 내려놓는다.

 

전갈족으로 인해 해적과 말러스크인들의 화해가 이루어지지만 역시 '후크'로 인해 다시금 적이 되어 긴장된 상태로 돌아간다. 하지만 선장대리였던 '스미'가 빛나는 진주를 도와주었기에 이전의 험악한 분위기가 되진 않을 것이다. 악랄한 해적들이 아닌 어리숙하고 정이 많은 해적들이 이 일을 통해 말러스크 인들과 함께 살아간다면 더 좋았겠지만 후크를 향한 의리와 자신들은 말러스크인들이 아니라는 생각때문에 다시 해적들의 소굴로 돌아가게 된다. 말러스크인들이 살아가는 섬, 이곳에 이방인들은 피터팬과 함께 살아가는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책도 읽고 싶고 푸딩도 먹고 싶은 제임스, 터비, 토마스, 프렌티스가 레오나드를 따라 떠나는 모습은 피터팬의 마음을 쓸쓸하게 만든다. 영원히 아이로 살아가야 하는 피터팬, 다른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가는 것을 보는 건 분명 고통스러울 것이다.

 

이 완결편에서는 우연히 일어난 일은 하나도 없다. 모두 운명적으로 엮어진 일들, 악의 무리들은 모든 것들을 계획하에 진행시켰고 그로 인해 피터팬의 부모님들까지 이들에게 희생당했다. 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 잘 모르겠지만 피터팬은 자신의 가족들이 누군지 알면서도 이 곳 말러스크 섬을 떠나지 않는다. '조지'의 멋진 배 조종술, 하늘을 날아다니는 배, 팅크벨의 몰리에 대한 끝없는 질투심, 그리고 레오나드와 함께 떠나는 아이들이 그리워질 것이다. 이후 몰리와 조지는 어떻게 될까. 몰리는 언젠가는 자신을 찾아줄 것이라 믿는 피터팬을 기다리고 있겠지? 아이들이 악한 무리와 맞서 싸우다 보니 위험한 장면이 많아 조금 불만이지만 역시 순수한 아이들이야말로 악의 무리와 싸울 수 있는 자격이 될 것이다. 피터팬이 몰리의 곁에 있길 바라는 마음과 영원히 소년의 모습으로 살아가기 바라는 이기적인 마음이 들지만 이 책을 덮을때쯤 나는 벌써 이들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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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 정원의 철학. | 기본 카테고리 2008-05-28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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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베란다 정원의 철학

윤혜린 저
글빛(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 2008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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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집으로 이사오면서 베란다의 공간이 넓어졌음에도 나는 조그마한 공간에 화분 몇 개만을 가져다 놓았다. 그 중 아버지께서 세 개를 주셨는데 받아올 때 얼마나 들고 오기 싫던지. 하지만 몇 개월동안 꽃을 피우고 있을 때면 대견하기도 하고 '잘 보살펴 주지도 못했는데' 싶어 미안함을 느끼게 된다. 산이 허물어지고 아파트들이 들어설수록 쉴 공간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다. 산책로를 찾을라치면 도로의 아스팔트를 건너 한참을 걸어가야 하니 도로에 심어져 있는 가로수가 반가울밖에. 봄에 벚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도로를 달려가며 그제야 봄이 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이렇듯 나무와 꽃들과의 거리가 베란다에 나만의 공간을 만들게 하는게 아닐까. 친정에 가면 마당에 토마토, 고추, 딸기 등이 심어져 있는 것을 보면서 시골에 온 듯 잠시 마음을 내려놓을 수가 있었는데 친정도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그런 작은 여유도 누릴 수 없게 되어 아쉽기만 하다.

 

우리집에 있는 화분들은 이름이 없다. 행운목, 철쭉, 난 등 그저 태어날때부터 가지고 있는 것들 뿐이다. "누구야~" 라고 불러주면 식물들도 좋아할텐데. 나이가 들어갈수록 내 이름이 잊혀진다는 것이 얼마나 서글픈 일인지 잘 알면서도 몇 년을 함께 하는 화분에 이름조차 붙여주지 않다니 책을 읽으면서 부끄러워 저자의 나무와 꽃을 사랑하는 마음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요일을 정해두고 물 주는 것조차 귀찮아 하는 '나'이니 말 못하는 식물들이 날 얼마나 원망했을까. 차가운 베란다에서 자기네들끼리 옹기종기 모여 하루를 보내고 있는 화분들은 자식들 다 장성하여 분가하고 홀로 늙어가는 우리네 모습을 보는 듯 하여 마음까지 쓸쓸해진다.

 

행운목 분갈이를 해 줘야 하는데 아직이다. 햇빛을 너무 많이 쬐였을까. 잎도 시들시들하다. 영양제를 놔 주고 가끔 말을 붙여보지만 나의 목소리에 대답이 없다. 이럴땐 어디가 안좋다, 어떻게 해 달라 말이라도 들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작년에 화분 하나는(얻어온 화분인데 이름도 모른다.) 너무 많이 자라 베란다의 공간이 부족해 뻗어나가지 못해서 나무를 대어 줬더니 벌레가 생겨버렸다. 약이라도 뿌려줬어야 하는데 나는 그저 그 화분을 죽여버리고 말았다. 그 땐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왜이리 가슴이 아픈것일까. 새삼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기라도 한 것인지. 조용한 아파트에 홀로 있다보니 생명을 가진 것들에 대한 애착이라도 생겨나는 모양이다.

 

나무와 꽃을 바라보며 인생을 보는 저자와 달리 나는 찰나의 시간밖에 보지 못한다. 그저 물 주는게 귀찮고 혹여 죽이기라도 할까봐 겁이 날뿐이다. 얼마만큼의 물을 줘야 맞는 것인지 아무것도 모르니 저자처럼 자신의 가족인 화분들을 어디 분양도 못하겠다. 그저 살아주면 고마우니까. 어디 먼곳으로 가야 깨달음을 얻는 것은 아닐게다. 우리집 작은 베란다에서도 삶과 철학이 보인다. 어깨에 올려진 무거운 짐을 내려두고 잠시 쉴 공간을 마련해 둔다면 삭막한 이 곳에서도 조금의 여유로움을 찾을 수 있겠지.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힘쓰는 나무를 보면서 나도 오늘은 좀 더 알차게 보내야겠다 생각한다. "철학", 이 단어만으로 무겁게 다가오지만 평범한 한 문장이 내 마음에 담길 때 뭐 어려운 철학이 필요한가. 삶을 살아내는게 곧 나의 철학인것을. 오늘도 화분에 물을 주면서 사색의 시간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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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남과의 연애. | 기본 카테고리 2008-05-25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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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연하연애

우메다 미카 저/오세웅 역
북애비뉴 | 2008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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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까운 친구가 연하를 사귀고 있다고 말한다면 나는 어떤 기분이들까. 연애만 한다면 모를까 결혼에 대해서는 조금 심각하게 고민해 볼 것을 권유하겠지. 물론 속마음은 엄청 부러워하면서 말이다. 아사코와 미나코는 절친한 친구사이로 최근 똑같이 연하와 연애를 하고 있다. 딸 사키를 키우는 싱글맘 미나코는 현실을 고려하여 조금은 경제적인 능력이 있는 남자를 만나야 함에도 예전에 여름을 함께 보냈던 안정된 직업을 가지지 못한 에이타를 만나고, 아사코는 능력있는 커리어우먼으로 여덟살 어린 부하직원인 노부유키를 만나고 있다. 두 사람은 연하를 만나는 비슷한 연애를 시작하고 있지만 그 결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연봉이 높은 아사코는 부하직원 노부유키가 상하이로 떠날 때 선뜻 따라가겠다는 말을 하지 못한다. 이제까지 쌓아올린 자신의 자리를 버릴 수가 없다. 그러나 아이는 갖고 싶기에 더 늦기전에 사랑하는 사람 옆에서 안주하고 싶은 마음을 가진다. 사랑하는 사람과 직장, 이 두 가지를 다 갖고 싶은 아사코의 마음은 분명 욕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20대와 30대의 마음은 그런 것일까. 모든 것을 버리고 다시 시작하기엔 손에 쥐고 있는 것이 너무나 많은 30대. 노부유키를 따라 상하이로 가는 하루카를 보며 아사코의 마음이 쓸쓸해지는 건 어쩔수가 없다.

 

"연하남과의 사랑은 해피엔딩이어야 한다!" 과연 해피엔딩이 될 확율이 얼마나 될까. 남자가 나이가 많은 경우에도 해피엔딩이 될 확율이 낮을 수도 있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역시 연하남과의 사랑은 힘든 조건에서 출발하기에 주위에서 우려의 말을 하게 된다. "마음이 따라가는 건 역시 어린 여자에요. 남자란 동물은 원래 그렇게 생겨 먹었거든" 이라며 오사무나 노부유키가 하는 말을 볼 때 역시 연하남과의 연애는 현실적으로 힘든 일인 것 같다. 그래서 이 사랑이 이루어졌을때 대단하다고 말할 수 있다.

 

아사코가 노부유키와 만날 때부터 나는 이미 이 둘이 이루어지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노부유키를 향한 아사코의 마음이 진정 사랑이었을까, 단순히 외로워서 자신에게 호감을 가진 노부유키에게 마음이 기울어진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아사코의 마음이 사랑이 아니라고 단정해 버린 것 같다. 아사코가 노부유키를 쉽게 떠나보내면서 노부유키를 잡기 위해 치열하게 자신의 마음을 내보이지 않았기에 자신의 것을 잃지 않으려는 조금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며 역시 열정적인 사랑이 아니었다고 생각 해 버린다. 노부유키 또한 누나같은 포근함을 원했던게 아닐까. 물론 아사코를 만났을 때 행복하다고 했지만 주위를 의식하고 점점 거리를 두는 노부유키를 보며 그 또한 사랑에 대한 열정은 찾아볼 수가 없다.

 

이와 다르게 딸 사키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미나코에게 다가온 에이타를 보면 이들의 사랑은 굳건하고 또 핑크빛으로 행복하게 결말을 맞을 것이란 짐작을 하게 한다. 미나코와 아사코, 그럼 이 두사람은 무엇이 달라 이렇게 결말이 달라진 것일까. 미나코는 누구나 알아주는 직장을 다니지 않아서 사랑을 선택하는데 있어 아무런 장애도 없어서? 아니, 문제는 마음이다.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 아사코와 노부유키에게 없었던 열정과 마음이 미나코와 에이타에겐 있었다. 유행처럼 번져가는 연하연애, 나이가 많음에도 어린 남자를 만난다는 것은 설레이고 꿈같은 일이지만 단순히 그저 잠깐의 흥미를 위해서 하는 것이라면 아직은 사랑을 시작할 때가 아니다. 좀 더 성숙한 마음이 생겼을 때 연하든 연상이든 동갑내기든 만나야 하지 않을까. 단지 외로워서, 누가 연하를 만나니까란 이유로 사랑을 시작해서는 안된다. 그 누구를 만나든 결말을 생각하지 말고 그 사랑에 열정적인 마음을 담아라. 이것은 내게도 해 주고 싶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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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컴컴한 '촐라체'를 나 또한 마주보게 된다. | 기본 카테고리 2008-05-24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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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촐라체

박범신 저
푸른숲 | 2008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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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책장을 덮은 나는 비로소 긴장하며 꼭 쥐었던 주먹을 풀어낸다. 지금 내가 있는 이 곳에 촐라체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어두컴컴한 촐라체의 북벽을 마주하고 절대고독을 느꼈다. 잠깐의 정적도 참아내지 못해 홀로 있을 때 텔레비전의 소리라도 켜 두는 나로서는 그들이 느꼈을 절대고독을 완전하게 이해할 순 없다. 단지 자신의 소리외에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 곳에 있다는 것이 어떤 느낌일지 잠시 상상해 볼 뿐이다. 촐라체의 정상을 넘어선 상민, 영교에게 위험이 닥쳤을때 얼마나 긴장했던지 이들이 어떻게 돌아오는지 뒷장을 살피고 싶은 마음을 억눌러야 했다.

 

네이버에 연재했다는 '촐라체'를 나는 연재하는 동안 한번도 보질 못했다. 동상으로 자신의 신체 일부가 사라지는 것을 감수하고, 아니 자신의 목숨조차 장담할 수 없는 이 곳을 왜 그들은 오르고자 했던 것일까. 이 글의 화자인 '나'는 교생실습을 나간 중학교의 반장으로 상민을 만나 인연을 맺게 되어 그들이 등반하는 촐라체의 베이스캠프를 맡게 된다. 상민과의 인연이라고 하지만 그 또한 아들 현우로 인해 생긴 인연의 고리를 여기에 묻어버리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상민 또한 자신과 함께 안자일렌 상태로 등반을 하다 자신을 살리기 위해 줄을 끊고 추락한 김형주 선배의 생각에서 놓여나기 위해 온 이 곳엔 도처에 사람들이 묻거나 버려둔 '인연'들이 보인다.

 

실화에 가까운 이들의 이야기들을 통해서 무수히 많은 촐라체들과 마주한 내 자신이 떠오른다. 때론 충분이 견딜 수 있는 일임에도 힘들다고 투정도 부렸던, 내 앞을 가로막았던 캄캄한 촐라체, 나는 상민과 영교처럼 촐라체의 빙벽에 피켈을 박고 올라갈 자신이 없다. 단지 가혹한 생존의 갈림길에서 무사히 돌아온 상민과 영교를 보면서 끝이 보지 않는 촐라체를 넘어선 그들을 보며 함께 그 길을 걸은 듯 가슴벅차는 감동을 느낀다.

 

'나팔귀'를 칼로 찌르고 상민에게 온 영교는 상민과 함께 촐라체를 오르며 묻고 싶은 것들이 참 많다. 피가 섞였지만 온전한 형제가 되지 못하고 살아온 세월, 죽음의 길목에서 이제야 상민과 영교는 비로소 형제가 된다. 죽음에 굴복하지 않고 살기 위해 노력했던 상민과 영교의 모습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인연, 어느 크레바스 안에서 죽어간 영원히 더 이상 늙지 않는 모습으로 그 곳에 남아있는 유한진, 그의 머리카락을 잘라내어 한국에 가져간 상민의 행동은 김형주 선배의 기억에서 놓여남은 물론 그 인연의 고리를 끊어냄을 의미한다. 죽음직전에야 놓여날수 있었던 그 촐라체를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상민과 영교, 나에게는 물론 다른 사람에게도 묻고 싶어진다. "너의 촐라체는 무엇이냐"고.

 

한편의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듯 긴장감을 선사하며 나에게 감동을 주었던 '촐라체'. 이 생소한 단어가 이제는 내 마음에 깊이 박혀 떠나질 않는다. 내 귓가에 그들이 박는 피켈 소리가 들리고 '찌잉'하며 빙벽이 갈라지는 소리도 들리는 것 같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절대고독 앞에 나는 어떤 생각을 할 것인가. 잠시도 '나'를 위해 내어주지 않는 그 어떤 인연과 삶의 기억들이 내 머릿속에서 펼쳐질지 그 고독과 마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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