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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퍼시'와 마주할 용기를 가질 수 있을까. | 기본 카테고리 2008-07-31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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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듀마 키 1

스티븐 킹 저/조영학 역
황금가지 | 2008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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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아무런 재능이 없는 나도 듀마 키에 가면 신들린 듯이 예술혼을 불태울 수 있을까. 나를 잘 아는 사람이 내가 에드거처럼 그림 그리는 것을 봤다면 분명 "뭐에 씌였다"고 말했을 것이다. 머리를 다친 엘리자베스가 갑자기 그림을 그려대는 것을 보면 나에게도 그리 불가능해 보이는 이야기는 아닌데 솔직히 섬뜩하고 두려워 '퍼시'와 마주할 용기가 없어 무너지고 말았을 것이다.

 

'듀마 키'를 읽기전 어느 정도의 내용을 알고 첫 장을 펼쳤다. 에드거가 그린 그림이 현실에서 신비함 힘을 발휘하고 그림에 따라 살인마가 처단되고 친구의 병이 고쳐진다는 글 말이다. 그런데 듀마 키에서 만난 엘리자베스를 간병하고 있는 와이어먼의 머릿속에 박힌 총알을 빼내는데까지 이르면 1권이 겨우 마무리 되니 전개가 느려 그림에 대한 비밀을 빨리 알고 싶은 나는 갈길이 바빠 마음만 급해진다.

 

에드거의 이야기 사이에 등장하는 또 다른 이야기. 이 이야기가 도대체 누구의 이야기인지 모르다가 어느 순간 엘리자베스가 어린시절 겪었던 일이란 것을 알게 되며 긴장감은 고조된다.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엘리자베스는 기억이 간간이 돌아오게 되면 에드거에게 "아무리 힘들어도 그림을 거기에 두면 안돼. 밖으로 빼내야해. 다락에 피크닉 바구니를 찾아"라는 말을 한다. 에드거의 그림들을 보면 모두 섬뜩하고 기이한 느낌을 받지만 이 몽환적인 느낌은 손을 뻗게 하는 마력을 가진다. 대체 이 그림들이 왜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는 것일까. 4년 후 과거를 회상하며 '듀마 키'를 쓰는 에드거는 그 당시 자신이 그린 그림이 엘리자베스의 가족들이 죽은 사건을 그렸다는 것을 알고 얼마나 무서워했던가. 하지만 어린 엘리자베스는 '퍼시'의 존재와 마주하고도 그것을 가둬버렸다. 무섭고 끔찍한 그 존재를 가둬버린 것이다.

 

"테이블이 새고 있어. 다시 잠재워야해"

나는 '퍼시'가 아주 큰 인형인 줄 알았다. 엘리자베스와 늘 함께 했던 '노빈'이라는 인형과 '퍼시', 이 둘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았다. 엘리자베스의 죽은 쌍둥이 언니들 테시와 로라, 큰언니 에드리아나의 남편 '에머리'가 물을 뚝뚝 흘리며 에드거가 지내고 있는 빅 핑크에 나타났을 때 이것이 꿈이 아닌 현실임을 알았을 때 나는 무서움에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퍼시'의 선원이 되어 많은 사람들을 물 속으로 끌어당기는 물귀신들, 그런데 이 '퍼시'의 최종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자신을 가둔 테이블의 물이 새고 있어 이미 그 힘은 아주 먼 곳으로도 뻗어나가지 않았던가. 메리에 의해 에드거의 딸 일제가 죽은 사건은 에드거가 그린 그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퍼시'의 손길이 뻗어나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퍼시가 자신의 세력을 키우기 전에 엘리자베스와 에드거가 막았기 때문에 오히려 퍼시가 원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가 없어 안타깝다. 왜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는지, 사람도 아닌 인형인 퍼시가 듀마 키 섬의 해변에 사람들을 왜 끌어들여 죽이는지, 물론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보복을 하기 위해 가장 사랑하는 가족들을 데려가는 것이지만 바닷물에 수장된 사연, 그 사악한 힘을 어떻게 가지게 되었는지 그 사연을 알 수 있었다면 공포가 배가 되었을 것이기에 아쉽게 느껴진다. 오로지 퍼시의 존재를 알기 위해 보낸 시간들, 오른팔이 없는 에드거가 이 오른팔에 통증과 가려움을 느끼면 신들린 듯이 그림을 그리고 이 그림을 통해 사람들을 조정하는 퍼시의 존재가 무엇인지 마지막에 이르면 알게 되지만 역시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퍼시는 지금도 자신이 갇힌 공간을 빠져나가기 위해 힘을 쓰고 있을 것이다. 그 때는 아주 강력한 힘이 아니면 가둬둘 수도 없으리라. 지금 퍼시를 꽁꽁 싸고 있는 물이 조금씩 새어나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젠 그 어떤 곳에서 자신을 드러낼 것인가. 이렇게 열린 결말은 또 다른 위험을 안겨주어 나를 더 섬뜩하게 만든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도 그 느낌이 사라지지 않아 이 소름끼치는 결말로 인해 한동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듀마 키로 불려 온 사람들, 와이어먼과 에드거. 모든 불의의 사고가 이 퍼시가 조정한 것이라면? 퍼시의 힘이 어디까지 뻗어있을지 정말 무섭지 않은가? 시원한 여름을 보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 권해주고 싶다. 그러면 꺼지지 않는 공포심을 느끼게 될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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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색깔의 단편들. | 기본 카테고리 2008-07-3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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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한국스릴러문학 단편선

최민호,강지영,세현,김상환 등저
시작 | 2008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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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추리, 공포소설에 열광하는 나. 다른 사람들은 무서워서 못보겠다는 책을 나는 무서워서 가슴을 졸이면서도 읽는다. 왜? 무엇이 나를 이토록 끌어당기는 것일까. 치밀한 내용전개, 탄탄한 구성, 생각지도 못한 반전, 아마 이 모든 요소가 완벽하게 들어맞는 책들이 자꾸 나를 그들의 늪속으로 끌어당기는 것이리라. '한국스릴러문학단편선'은 이런 나에게 다양한 소재들을 가지고 한걸음씩 목을 죄이며 다가온 책이었다. 일단은 한국 작가들이 스릴러 장르의 책을 낼 수 있음에 기쁘고 8명의 작가들이 들려주는 각각의 새로운 이야기들이 나를 흥분시켰다. 물론 소재는 다르지만 비슷비슷한 느낌의 글들이 있어 조금 아쉽지만 읽는동안 참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 같다.

 

단편들이지만 그 소재들을 가지고 장편소설로 만들어도 좋겠다는 내용들이 많았다. 단편 '인간실격'은 사람들을 잡아먹으며 악취를 풍기는 녀석들을 정의의 이름으로 심판하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아내와 딸을 이놈들한테 잃고 직접 사냥꾼이 되어 이들을 처단하는 것이다. 인간이 아닌 이것들에게 물리면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몽롱한 상태로 나의 몸은 뜯어먹히게 된다.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을 법한 이야기, 맞다. 그러나 정말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나의 왼손'과 '피해의 방정식'은 비슷한 느낌이 드는 단편들이다. 소재는 물론 다르지만 자신의 머릿속에 감춰진 진실들이 눈 앞에 나타났을 때 비록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인간의 추악함에 가슴까지 서늘해진다. 사람들을 죽인 기억을 고스란히 갖고 있는 '나의 왼손' 외면했던 현실과 마주하면서 나의 왼손이 하는 행동이 그동안의 나의 삶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에 반해 내용은 다르지만 '피해의 방정식'은 잠깐 정신을 잃고 깨어나면 어김없이 높은 빌딩에서 사람이 떨어져 죽어 있지만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박준희가 등장한다. 쌍둥이 동생이 이 모든 일을 꾸미지 않았을까 언급하지만 이쯤에서 두 개의 자아를 가진 사람이란 것을 눈치채게 된다. 자신의 대화상대인 정신과 의사와 박준희의 관계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밝혀졌을 때 이야기의 흐름이 어색하진 않았지만 조금 더 깊이있게 다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단편으로 끝나는 아쉬움 때문이었으리라.

 

'질주', '주말여행', '사냥꾼은 밤에 눈을 뜬다'는 왠지 삶 자체를 게임으로 즐기려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보여서 역시 다른 소재임에도 비슷한 느낌을 갖게 한다. 5천만원을 가지고 지정된 장소에 도착하면 5천만원을 더 준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물론 많은 사람들이 이 돈을 차지하기 위해 나의 목숨을 위협한다. 컴퓨터 게임에서나 등장할 이런 일이 실제 현실에서 일어났을 때 나도 박민기처럼 사람을 죽이게 될지도 모른다. 이제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 목숨, 살아남는 것이 목적이 되어 버리니까. 깊은 산속에 있는 산장에서 예약한 손님이 함께 온 사람을 죽일 수 있게 마련된 곳, 이제는 전화예약만으로도 죽이고 싶은 사람을 데리고 가서 처치할 수 있다. '주말여행', 이 단편의 제목에선 이미 죽음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사람들을 잡아와 저택안에 풀어놓고 살인을 즐기는 사람들, 이 세 단편들은 이렇게 다른 내용을 담고 있지만 삶 자체가 게임인 듯 그 섬뜩함마저 느끼게 한다.

 

마지막 단편 '세상에 쉬운 돈 벌이는 없다'에서 스토커의 등장까지. 아마 이 책에는 나올 수 있는 소재는 거의 다 담아 놓지 않았을까. 이 단편 덕분에 택배 아저씨들을 더 경계하게 되겠지만 사람에게 겪을 수 있는 모든 감정을 이 책속에 다 녹여낸 것 같다. 내가 가해자가 되거나 피해자가 되어 감정이 이입되기도 하고 나의 이성이 본성에 저항하지 못하고 굴복했을 때 나는 이 소재들중 어떤 사람으로 나타날 것인지 고민해 본다. 누구도 알 수 없지 않은가. 내 안에 숨겨진 본성을 무엇이 깨우게 될지 말이다. 마음속으로야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죽였으니 부디 나의 이성이 본성을 억누르고 잘 버텨주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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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의 문턱에서.. | 기본 카테고리 2008-07-2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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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보스코네로 가의 영원한 밤

플라비오 산티 저/주효숙 역
문학동네 | 2008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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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의 마지막 나날에 대해 적혀 있는 "보스코네로가의 영원한 밤", 이 고백록을 통해 괴테는 광기의 문턱까지 갈 정도로 추락한 자신을 조금은 추스리고 세상을 떠났겠지만 그의 책을 읽는 독자들은 이 감정을 어떻게 다스리란 말인가. 괴테는 '마지막 나날에 대한 고백록'을 남김으로써 보스코네로 가의 후손인 페데리고의 '인간 거울'의 역할을 잘 해내고 떠났다. 이 사실을 알고 있다면 영원한 밤을 살고 있을 페데리고는 지금 더 없이 흡족한 기분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1787년 4월 6일 괴테는 유명한 제 샤베리아 선술집으로 향한다. 이 곳에서 그는 "가장 무시무시한 남작의 문장이 어느 건지"를 물었고 한 사람이 "어두운 숲...." 이라는 말을 하며 그에게 아주 끔찍한 이야기들을 들려주게 된다. 보스코네로가의 후손 아담과 페데리고, 아담은 그의 아버지 루시퍼를 죽인다. 어린시절부터 아버지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아담, 나는 정신병원에 갇힌 아담이 책 속에 등장하는 머리가 떨어진 살인사건들을 저지른 범인이라고 생각했다. 정신병원에서 사라진 시기와 사건들이 벌어진 시점이 잘 맞았으니까. 하지만 괴테가 광기의 문턱까지 갔다고 고백한 이야기는 이 모든 사건의 끔찍함을 덮어버릴 정도의 위력을 보여준다.

 

"삶은 피를 먹고 산다"는 문장은 가정교사 텔라모니오가 페데리고에게 늘 하는 말이었다. 이 뜻을 알아내기 위해 그를 찾아나선 페데리고, 그는 수면발작증으로 인해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몽롱한 세상에서 살아간다. 매일 떠오르는 태양이지만 늘 새롭게 느끼는 페데리고, 기억상실증을 겪는 그에겐 자신이 하지 못하는 일을 대신 해줄 '인간 거울'이 필요했다. 첫 번째 인간 거울 바르첼로나는 갑자기 사라진다. 그가 어디에 있는지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밝혀진다. 페데리고에게 여인으로 다가온 열 살의 소녀 네르베타가 머리가 떨어져 불에 그을려 죽었는지조차 괴테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은 밝히지 않는다. 계속 궁금하게 만들어 한발 한발 다가오게 하여 목을 조이려는게 분명하다.  

 

계속 살인사건은 일어나고 이 일을 조사하는 경감 모이오는 토니오 시코네를 잡아들이고 사라진다. 토니오 시코네가 범인이든 아니든 사람들의 입을 통해  이 사건의 범인은 흡혈귀라는 말이 간간이 나오게 된다. 흡혈귀, 지금 시대를 살고 있는 나에겐 너무나 낯선 낱말이 아닌가. 이 일을 모두 흡혈귀가 한 짓이라고 떠넘겨 버리려는게 아닌지 의심이 생긴다. 괴테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은 페데리고의 이야기가 아닌 다른 사건에 대해서 들려주어 지루하게 만들지만 이 모든 것이 페데리고에 이르기 위해 그가 조금씩 늪속으로 끌어당기고 있음을 알게 된 것은 이미 모든 사실을 들어버린 후였다.

 

괴테는 남작에게 초대받아 모든 사실을 알게 된 후 죽임을 당하지 않음에 가슴을 쓸어내리지만 죽을 날이 얼마남지 않은 그는 이 일이 기쁘게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이란 이렇게 간사한 것인가. 오로지 세상에 이 일을 알려야 할 의무를 가진 괴테는 "삶은 피를 먹고 산다'는 문장의 뜻을 알게 된 후 오히려 살아남은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깨닫고 그 끔찍스러움에 얼마나 몸부림을 쳤을까. 이 책을 읽은 나도 싸늘하게 내 몸을 감싸오는 냉기에 나도 모르게 이 책의 마지막장을 덮는 손길이 가늘게 떨리는 것을 느낄 정도이니 그가 처한 상황이 어떠했으리라 짐작이 간다. "보스코네로가"의 비밀을 알고 싶은가. 그에게 손길을 뻗고 싶은가. 그러면 이 책의 첫 장을 펼치면 된다. 그러면 어느 새 내 발밑은 늪속으로 꺼져들어가고 있을 것이니 그때서야 도움을 청한 들 그 누구도 돕지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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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지만.. | 기본 카테고리 2008-07-2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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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서라벌 사람들

심윤경 저
실천문학사 | 2008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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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라벌 사람들"을 읽어보면 분명 역사속의 인물들인데 신화속에서나 존재하는 듯 등장인물들에게 현실감을 느낄 수가 없다. '지증, 연제태후를 가마에 태울때면 열여섯 장정이 힘을 써도 눈알이 벌겋게 부풀어 오를정도로 몸이 육중하다'고 표현한 것만 봐도 그렇다. 열여섯 장정이 들어도 힘이 들 정도였다니 참 대단하지 않은가. 첫 단편 [연제태후]에서는 중국의 복색을 따라하는 사람들을 꾸짖고 우리 것을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연제태후에 맞서 불가의 법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청하는 이차돈이 처형당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젖빛 피를 흘리고 죽은 사람, 아마 내가 이차돈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곤 이것이 다일 것이다.

 

하늘의 제를 올릴 때 교합제를 올리는 성스러운 핏줄을 타고난 자들, 정말 낯뜨겁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잠깐 책을 펼치고 읽을 때면 역시 이 장면에 이르러서 고개를 드는게 어찌나 힘들던지. '교합'이라는 단어가 아무렇지도 않게 자주 등장하는 책을 접하고 보니 예전에는 '성'에 대해 얼마나 자유로왔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고나 할까. 신라시대 하면 '삼국통일', '화랑'부터 떠올리게 되는데 어린 소년을 좋아하는 화랑들을 보면 너무 화랑에 대해 문란하게 그려 어리둥절하다. 작가의 손에 의해 역사들이 재탄생된 느낌이 드는데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단편 [혜성가]를 보면 혜성이 나타나 나라가 위기에 빠질까 염려되어 신궁 제주에 의해 교합제를 치르지만 왕실에서 큰 상을 받는 것은 융천사인 불가의 사찰이니 이젠 나라에서조차 교합제를 인정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점점 전통은 사라져가고 중국에서 들어온 종교에 그 자리를 내어주는 것을 보면 씁쓸해진다. 한 나라의 흥망성쇠를 보는 기분은 마음속에 바람이 부는 듯 쓸쓸해지는 것이다. 이 책은 5편의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이야기들이 연결되는 느낌이 들어 탁탁 끊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역사를 좀 더 사실적으로 그려줬으면 하는 바람은 지나친 것일까.

 

독서토론회에서 본 저자 심윤경님은 이 책을 내기까지 삼국유사를 종이가 너덜거릴 정도로 읽어보았다 했다. 말도 안되는 역사이야기를 쓴 것이 아닌 많은 시간 자료를 찾아보고 기록한 책이란 것이다. 이 책을 읽기전 저자에게 모든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일까. 머릿속에 맴도는 질문들이 길을 찾지 못하는 것 같다. 쉽고 재밌게 그려진 '서라벌 사람들', 그렇기에 역사에 대한 궁금증을 누구에게나 터 놓고 물어볼 수 없는 가벼움이 느껴져 조금 아쉬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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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벰베가 정말 존재할까. | 기본 카테고리 2008-07-25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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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환상의 괴수 무벰베를 찾아라

다카노 히데유키 저/강병혁 역
미래인 | 2008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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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벰베"를 찾아 아프리카 콩고의 밀림으로 떠난 와세다 대학 탐험부.

'와세다 1.5평 청춘기', '별난 친구들의 도쿄 표류기'를 통해 친숙하게 다가오는 다카노가 드디어 '무벰베'를 찾아 떠났다. 사실 한참전에 다녀온 일을 책으로 엮은 것이지만 텔레호를 향해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였을 탐험부 사람들의 모습이 현재의 일인 듯 생생하게 다가온다. 이전에 읽은 책들을 통해 '무벰베' 이야기를 들어온 터라 그가 언제쯤 환상의 괴수 무벰베를 찾아 떠난 이야기를 들려줄까 내내 기다려온 참이라 첫 장을 넘기기 전 어떤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무벰베가 있을까, 없을까. 구체적으로 어떻게 생겼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지만 대체적으로 비슷한 형태의 목이 긴 브론토사우루스의 모습을 그려내는 것을 보면 환상속의 괴물 같기도 하고 큰 나뭇잎을 잘못 보고 무벰베라고 우기는 것 같기도 하다. 아마 나 같으면 그런 괴물을 다수가 목격했다고 해도 아프리카 밀림속으로 갈 엄두도 내지 못하리라. 역시 젊음 외에 열정도 있어야 이런 모험도 할 수 있는가 보다.

 

원숭이나 고릴라, 도마뱀 등을 사냥해서 해체하는 장면을 여러번 목격한 다카노는 이제 그 음식에 대한 애정으로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말할 정도라 설마 그정도로 밀림에 동화되었는지, 야생에서 오래 있다보니 사람이 변했는지 솔직히 조금 무섭다. 고릴라는 사람과 비슷하게 생겨 먹지 않는 종족도 있다는데 배 위에 누워있는 고릴라의 모습을 직접 보지 못했지만 저자의 생생한 증언으로 마음까지 불편해진다. '해체작업', 사냥감을 어떻게 한다는 것인지 짐작이 간다. 오지에서 살아남으려면 이것 저것 가리지 못하고 먹어야 했겠지만 이러다 인간을 해체하고 먹는 것에도 거부감이 없어질까 걱정이다.

 

24시간 감시체제로 텔레호를 지켜보는 탐험부 사람들. 그러나 역시 나타나지 않는 무벰베를 기다리는 일이 쉽지가 않다. 말라리아로 생명이 위독해지는 다무라, 사람들의 몸은 온갖 벌레에 물려 고름이 줄줄 흐르고 급기야 식량마저 바닥나는 지경에 이르니 이거야 말로 완전 제대로 야생을 즐기는 셈이다. 국가의 힘이 미치지 않는 이런 오지에는 마을의 촌장과 추장, 나라에서 나온 공무원이 절대적인 힘을 갖는다. 서로 힘을 과시하고 돈을 더 받아내고 식량을 빼돌리는 그들의 모습은 순박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역시 탐험부 사람들이 떠날 때 배웅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헤어지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특히 다카노에게 잘해준 할아범은 아주 친숙하게 느껴진다.

 

무벰베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모두들 다카노를 원망하진 않는다. 그것이 무엇이든 괴물이 아니라도 그 실체가 무엇인지 알았으면 좋겠다는 의견, 차라리 나타나지 말고 환상속에 남겨지길 원하는 사람, 이것을 기회로 다른 탐험을 떠나는 사람, 텔레호를 다녀온 후 지금까지의 인생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거기엔 다카노도 포함된다. 자신이 작가가 되리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그는 친구에게 말하듯이 자신이 겪은 이야기들을 책으로 엮어 냈다. 많이 팔리진 않지만 먹고 살 정도는 된다고 하니 지루한 일상에 늘 똑같은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다카노의 자유로운 삶이 부러운 모양이다.

 

비온 뒤에 뜨는 무지개처럼 순식간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무벰베, 텔레호의 바닥의 수심이 깊지 않아 이 곳에 괴물이 살고 있으리라 생각되지 않지만 그래도 무벰베가 있을 것이라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사람들. 언젠가는 다시 찾아오리라 미련을 남겨두고 떠나지만 오히려 무벰베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어디쯤 사람들이 모르는 무언가가 살고 있다는 생각만으로 엉덩이가 들썩거릴정도로 떠나고 싶게 만드는 힘, 미지를 향해 손을 뻗게 만드는 이 힘이 우리들에겐 필요할테니까 말이다. 뭐, 원숭이나 도마뱀을 먹어야 한다면 거기까지 가는 문제는 다시 생각해 봐야겠지만, 그러고보면 그 곳 사람들과 똑같이 먹고 생활한 탐험부 사람들이 참 대단하다. 생각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사람은 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기회가 된다면 한번 만나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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