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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납치범들의 목적? | 기본 카테고리 2009-10-3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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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달의 문

이시모치 아사미 저/김주영 역
씨네21북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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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문. 이 책을 끝까지 읽으면 이 달의 문을 통해 무엇을 하고자 했는지 알 수 있으나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일이란 대체로 "~했더라더라"고 마무리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개기월식이 일어났을 때 나의 눈 앞에서 사람들이 사라졌다고 해도 믿기 힘들었을 것이다. 마술처럼, 어떤 트릭에 의해 사람들이 사라지지 않았을까 그리 생각하지 않았을까. 7월 16일, 22시 30분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 일에 꼭 필요한 이시미네 다카시가 유괴사건의 용의자로 잡혀간 상황이라 이시미네를 오키나와 나하 공항으로 데려오기 위해 마카베, 가키자키, 사토미는 세 사람은 비행기 납치극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야 만다.

 

탈출경로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 납치범들을 보면서 대체 어떻게 이 일을 해결할 것인지 궁금해진다. 하지만 비행기내 화장실에서 벌어진 밀실 살인으로 인해 비행기 납치극이 갑자기 밀실 살인사건을 밝히기 위한 장소가 되어 버린다. 이래서야 무엇이 중요한 사건이 되는지 독자들이 헷갈리지 않겠는가. 아이를 인질로 잡힌 부모들의 행동은 초반 납치극이 벌어졌을 때 잠깐 보여줄 뿐 그 뒤부터는 납치범들과 이들이 내세운 자마미군과 그의 여자친구, 그리고 또 한 사람인 '마리'와 계속 화장실 앞에 모여서 밀실 살인을 풀어나가는데 여념이 없다. 이런 상황은 지극히 일본소설 다워서 헛웃음이 나오기도 하는데 간혹 영화에서 군인들이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총으로 무장하고 비행기 납치극을 벌일 때 긴장감이 고조되던 것에 반해 "달의 문"은 오로지 화장실에서 일어난 밀실 살인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납치극을 벌린 듯 착각하게 만들어서 지루해진다.

 

자마미군 나름대로 비행기 납치극의 전모를 파헤치기 위해 마카베에게 이런 저런 질문을 던지며 승무원에게 정보가 들어가게 만들거나 납치범 세 사람을 분열하게 만들기 위해 그들을 밀실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납치극의 끝에 서서 이 사건을 아주 명쾌하게 해결함으로써 이들과 공범이라는 느낌을 받게 하기도 한다.

 

이시미네에게는 어떤 능력이 있기에 사람들이 그와 함께 있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일까. 납치범의 요구대로 이시미네가 이들과 합류했을 때 납치극은 그저 해프닝에 지나지 않는 사건이 되어 버리고 이제야 이시미네를 내세워 하고자 했던 일의 서막이 열리게 되긴 하지만 납치극이라는 것이 선한 일은 아니니 그 끝이 좋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지면을 밀실 살인을 풀어내는데 쓰고 진정한 목적이었던 이시미네가 왔을 때 벌어진 일은 단 몇 장으로 마무리 하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닌가. 갑자기 허무해진다. 

 

비행기 납치, 밀실 살인, 판타지라는 세 가지를 다 잡을 것이 아니라 한 가지에만 몰두했다면 더 좋은 작품이 되었을텐데 많이 아쉽다. 납치극이긴 하지만 전혀 긴장감을 느낄 수 없었고 밀실 살인이지만 오로지 자마미군의 머릿속에서 해결 가능한 사건이었다는 점과 달의 문을 통해 이들이 보여주고자 했던 바가 판타지로 보여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오키나와 나하 공항에서 벌어진 이 사건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급속도로 빠르게 잊혀져 버렸을 것 같다. 이제는 이 사건의 중심에서 함께 했던 자마미군만이 그들을 추억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날 곳곳에서 사라졌다는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과학적으로 입증할 순 없지만 이들을 통해 그날 무슨 일이 일어났다고 말할 순 있을테니 납치극이 완전한 실패로 끝난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이것으로 납치범들은 만족했을까. 아니, 스스로 결정한 결말이 너무 아쉽게 느껴져 억울해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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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함께 지식여행을 떠나보자. | 기본 카테고리 2009-10-2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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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마녀의 한 다스

요네하라 마리 저/이현진 역/이현우 감수
마음산책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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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한 다스라고 하면 바로 '12'라는 숫자를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마녀의 한 다스라? 이건 무얼 말하는 것일까. 누구든 이 호기심으로 이 책의 첫 장을 펼치게 되지 않을까? 마녀의 세계에서는 한 다스가 '13'이라고 하는데 정말 신빙성이 있는 것인지는 장담을 못하겠다. 내가 마녀의 세계에 가 본적이 없으니 알 수가 있나. 그렇지만 저자가 그렇다고 하니까 그런거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아는 이들에게 말해 주어야겠다 싶어 머릿속에 각인시킨다.
 
'13'이라는 숫자는 우리나라가 '4'를 멀리하는만큼 불길한 숫자로 다가온다. "13일의 금요일"에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날 문득 금요일인데 '13'일이 찍혀 있으면 왜인지 기분이 별로 안좋다. 지구촌이 세계화가 되면서 이웃나라는 물론이고 먼 나라의 일을 집 안에서 알 수 있는 세상에 살다보니 남일 같이 느껴지지 않나 보다.
 
한국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에 대해서, 일본에서 살고 있는 일본인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면 요네하라 마리가 들려주는 문화인류학은 지루하기 짝이 없었을 것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장소에서 벌어지는 여러 인종들이 겪는 이야기는 그녀가 들려주기에 그래서 더 신선하게 다가온다. 간간이 통역일을 하면서 겪게 되는 일들을 들려주어 이제야 그녀의 글을 제대로 맛볼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에 즐겁기만 했는데 세계 곳곳을 방문하지 않고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지식을 독자들은 이렇게 편안하게 집 안에 앉아서 접할 수 있다는 행복도 함께 누려볼 수 있었다.
 
문화를 이야기함에 있어 '언어'는 결코 빼 놓을 수 없는 부분인가 보다. 그래서 저자와 함께 하는 지식여행은 그리 쉽지 않다. 그저 발길 닿는대로 따라가서 유명한 건축물 앞에서 사진이나 찍는 여행기가 아니기에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 모든 것을 오롯이 흡수하기엔 나의 지식이 너무 짧아 속이 상할 정도다. 아무리 화려하고 좋아도 일본인은 절대 타고 싶지 않을 차가 무엇인지 문제를 내도 둔해 빠진 나의 머릿속에서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 저자의 발걸음을 따라가기도 버거울 정도였다. 저자가 정답을 말해주지 않았다면 끝내 모르고 지나갔을텐데 다행히 뒤에 답을 말해주어 한참을 웃었더랬다. 나도 아무리 좋은 차라도 저 차는 안타고 싶다. 누구든 그러할 것이다. 이렇게 말하니 아마 어떤 차인지 책을 읽지 않았다면 몹시 궁금할텐데 그렇다면 이 책을 읽어봐라. 나는 결코 저자처럼 쉽게 답을 말해주지 않을테니까.
 
요네하라 마리의 책은 지식만을 전하지 않는다. 삶도 함께 이야기 한다. 그녀의 글에는 살아 숨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하다가도 돌연 어떻게 이런 어려운 정보를 얻었나 싶게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그녀를 보고 있으니 저자와 독자사이의 간격이 더 멀어지는 것 같아 못내 서운하게 생각되지만 오히려 그녀의 글을 오랜 세월 계속 볼 수 없다는 안타까움이 더 크게 느껴진다. 독자들에게 들려줄 이야기들이 많이 남았을텐데, 맛깔나게 이야기하는 그녀의 유쾌한 여행에 계속 동참하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 슬프다. 옆에서 들려주는 그녀의 이야기에 내가 버렸던 열정들이 다시 살아날 것 같은데 이렇게 책으로나마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 무척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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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는 내 친구. | 기본 카테고리 2009-10-24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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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그림자는 내 친구

박정선 글/이수지 그림
길벗어린이 | 2008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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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나와 함께 하는 존재가 있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난 후 빛을 통해 보여지는 내 그림자를 보면서 "오랜시간 나와 함께한게 너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가족보다 더 가까이에서 나를 지켜봤을 그림자에게 나는 오롯이 모든 것을 다 보여줬을 것이다. 슬픔, 기쁨 등 모든 감정을 나타내는 나를 묵묵히 지켜봐 준 존재 '그림자', 때론 어디에 숨었는지 보이지 않을 때도 있지만 어쩐지 함께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까지 든든해진다. 

 

갑자기 귀신은 그림자가 없다더라는 말이 생각난다. 등골이 갑자기 오싹해져서 무섭다. 살아있는 존재이든, 아니든 모두 그림자를 갖고 있다. 밤길을 걷다 보면 내 그림자에 깜짝 놀라기도 하고 개나 고양이의 그림자에 놀라 심장이 멎을 뻔 하기도 한다. 숨바꼭질을 할 때면 그림자때문에 들키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움직일 때마다 그림자의 형태가 변하고 늘 졸졸 따라다닌다는 것이 신기하다.  

 

"그림자는 내 친구"는 그림자가 왜 생기는지 어떻게 하면 그림자가 사라지는지 과학적으로 놀이처럼 자세한 설명을 해 줘 아이들이 그림자 놀이에 푹 빠질 수 있게 해 놓은 책이다. 작은 고양이가 그림자에 의해 호랑이만큼 커질 때면 내심 호랑이인가 싶어 깜짝 놀라게 되기도 하고 그림자를 이용해 동물들을 표현해 보려다 나는 '독수리'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좌절감을 느끼기도 했다. 예전에 텔레비전에서 그림자로 보여주는 공연을 본적이 있는데 여러 사람들의 손이 모여서 한 편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탄생될 수 있음을 알게 되어 얼마나 놀라워했는지 모른다. 배울 수 있다면 다른 이들에게 행복을 선사할 수 있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참 대단하게 보였었다. 이렇듯 그림자는 정말 내 친구라고 할 정도로 아주 가까이에서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

 

"이건 뭐야?", "그림자는 왜 생겨?"라고 아이가 묻는다면 나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빛이 있으니까 생기지라며 얼버무릴지도 모르겠다. 더 자세하게 물으면 "몰라"하면서 버럭거리진 않을까.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이 질문을 했을 때 제대로 대답하기 위해선 나도 공부를 많이 해야할 것 같다. 좀 더 나아가 아이에게 그림자로 만든 동물도 보여주고 함께 놀이를 통해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다면 훗날 아이가 기억할 수 있는 추억을 하나 선물한 것이 되지 않겠는가. 이렇게 아이와 가까워질 수 있다면 나도 기억나는 한 가지쯤의 추억을 통해 세월을 이겨나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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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아가, 무얼 먹을까? | 기본 카테고리 2009-10-2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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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냠냠냠 쪽쪽쪽

문승연 글,그림
천둥거인 | 2008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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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들의 색채감을 제대로 살려 놓은 책이다. 생각지도 않게 보드책이라 '괜찮다'라는 생각을 했지만 한 가지 아쉬운게 있다면 좀 더 다양한 과일을 다뤄줬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고 볼 수 있는 딸기, 바나나, 사과, 키위, 귤의 단면을 보여주어 아기가 사물을 익히는데 유용하게 만들어 놓아 과일의 이름을 말해주며 "이건 딸기, 안에는 어떻게 생겼을까?"라며 아기에게 들려준다면 분명 아기도 관심을 보일 것이다. 처음에는 뭔지 몰라도 말이다.  
 
요즘 아기들은 물질의 풍요로움으로 많은 혜택을 누리는 것 같다. 우리 어릴 때야 키위라는 단어나 알고 있었나, 제대로 본 적도, 먹은 적도 없다. 딸기, 사과, 바나나 등도 배 터지게 먹을 수 있는 과일이 아니었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참 가난하게 살았구나, 싶겠지만 그래도 학교 앞에서 팍던 불량식품이라 칭하던 과자들이 아직도 생각나는 것을 보면 먹거리가 풍부하지 않아도 행복했던 시절이었나 보다. 학교 앞에서 우르르 몰려가서 먹던 떡볶이가 아직도 생각나니, 나도 벌써 늙은 건가?
 
과일들을 직접 만져 보고 느낄 수 있는 촉감도 생각해 주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내가 너무 욕심이 많은 건가? 이건 딸기라며 아기 손을 딸기 위에 놓았을 때 아기가 제대로 느낄 수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키위의 거칠함, 사과의 매끈함 등을 만져볼 수 있다면 좋을텐데, 과일을 보는 것만으로도 식욕이 돋을 정도로 색감이 뛰어나긴 하지만 그런 점에서는 조금 아쉽다. 과일의 향까지 맡을 수 있길 바라는 건 너무 큰 욕심???? 아, 갑자기 키위가 먹고 싶어진다. 먹었을 때의 입 안에 감도는 새콤함, 사과의 달콤함 등을 아기가 알 수 있게 되기 위해서는 조금의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과일의 이름들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기쁠까. 물론 "엄마, 아빠"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감동이겠지만 말이다.
 
아가, 아가, 예쁜 아가. 무얼 먹을까? 냠냠냠 삭삭삭 쪽쪽쪽 아휴, 잘도 먹는구나. 입가에 묻히고 먹어도 예쁜 아기, 우리 아기는 어떤 과일을 좋아할까. 이런 생각만으로도 입가에 미소가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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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루한 삶을 산다는 것이.. | 기본 카테고리 2009-10-20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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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공무도하

김훈 저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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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내내 가슴을 치는 슬픔, 이로인해 생긴 먹먹함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다. 김훈님의 '공무도하'의 책을 보면 누구든 '공무도하가'부터 떠올리게 될 것이다. 어쩌면 이 내용을 바탕으로 소설을 만든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공무도하"는 기자 '문정수'가 매일 벌어지는 사건들을 통해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신문 지면에 실리지 않은 진실을 외면하지 못하고 고뇌하는 모습을 보여주긴 하지만 그가 "해망"에 가서 겪는 모든 일들을 스스로 떨쳐내지 못함으로서 실제로 독자들이 문정수와 함께 사람들의 지쳐 있는 삶과 마주하게 만든다.
 
장철수, 방천석, 베트남에서 온 후에 등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삶은 작은 미소 하나 입가에 맺히지 않을 정도로 힘들다. 어깨에 고단함이 묻어나고 입을 열면 한숨소리만 나올 것만 같은 그들에게도 살아갈 이유쯤은 있었으면 좋겠다. 아들이 개에게 물려 죽고도 죽지 못하고 여전히 살아내는 한 여인의 삶은 "이렇다, 저렇다" 말하지 않아도 가슴치는 통곡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해망', 왜 모든 것들이 이곳으로 모여드는 것일까. 이곳에서 뿌리 박지 못하고 떠나는 사람들의 서글픔, 끝내 이곳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계속 오게 되는 문정수, 창야에서 살지 못하고 해망에서 해저 깊이 들어차있는 탄피들을 주우며 하루를 연명하는 장철수, 이들의 삶이 가슴속에 담겨 떨쳐내지지 않는다.
 
힘들다 하여 벗어버리고 건널 수 있는 삶이 아니니 계속 이 세상에서 살아내야 할 것이다. 저승보다야 이승이 낫지, 아무리 비루하고 힘든 삶이라도. 딸이 죽고 그 보상금을 가지고 살아가는 방천석, 이 마을에서 사라져야만 했던 그가 딸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하여도 비석을 보며 가슴에 내려앉은 슬픔을 계속 쓸어내리지 않았을까. 보석을 훔친 전직 소방수 박옥출 또한 살아내기 위해 보석을 훔쳤을 것이다. 가진 것이 없었던 장철수가 후에를 도와주고 빈털털이가 되는 모습에 내 가슴까지 답답해지지만 그 땐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장철수가 힘들게 번 돈을 후에를 위해 썼지만 그 뒷모습이 너무나 쓸쓸해 보여 계속 삶이 비루하다는 말만 입안을 맴돈다.
 
유일하게 노목희가 번역한 '시간 너머로' 책만이 세월을 거슬러 앞으로 나아가는 듯 보인다. 노목희와 장철수, 노목희와 문정수, 그리고 해망으로 모여드는 사람들의 삶은 강 너머의 삶이 아닌 이쪽의 세상으로 나와 전혀 다를 바 없는 이들이 살아가는 삶이라 더 슬프게 다가오지만 힘들어도 살아지는 것이 삶이라, 자식이 죽어도 살아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노곤하고 힘든, 슬프고 비루한 삶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어 지금 나의 삶을 한 번 더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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