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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 | 기본 카테고리 2009-03-30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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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위저드 베이커리

구병모 저
창비 | 2009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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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 이 책을 판타지 소설로 보아야 할까, 성장소설로 보아야 할까. 이 책속에 언급된 동화 "백설공주", "헨델과 그레텔" 등의 이야기들은 사실 현실만큼이나 끔찍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아름다운 동화라고 말하기 어려운데 한 소년이 처한 상황을 보면서 그의 암울한 삶이 그저 한 편의 동화나 판타지 소설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엄마의 죽음, 아버지의 재혼, 배 선생과 그녀가 데려온 딸 무희와 함께 하는 새로운 삶의 생소함. 그저 새엄마에게 구박 받는 소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면 이렇게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도 기분이 우울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런 가정에서 보이는 아버지의 무관심, 철저하게 아들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기에 이 책의 장르를 어디에 넣으면 좋을까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새엄마 배 선생을 피해 달아난 곳, "위저드 베이커리". 정말 수상한 곳이다. 하지만 소년이 몸을 숨기고 보호를 요청할 곳은 이곳뿐. 다행히 점장이 그를 받아준다. 온갖 주술이 행해지는 곳으로 여겨지는 곳이지만 소년에게는 지금까지 살아온 집보다 더 아늑하게 느껴진다. 점장보다는 마법사로 불러야 되지 않을까. 분명히 사람들을 위해 맛있는 빵을 만드는 그의 손길에 주술적인 의미를 지니는 빵들도 만들어지고 있으니까. 점장이 만드는 빵들은 초상화에 화살을 쏘거나 짚으로 만든 인형에 바늘을 꽂아 죽게 만드는 그런 행위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가지는데 장남삼아 사가거나, 실제 악한 마음을 품고 이 빵들을 사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더 놀라게 된다. 하지만 짝사랑하는 상대의 마음을 가지고 싶거나 경쟁하는 상대에게 위해를 가해 이기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을 들여다보면 나 또한 이들과 다르지 않기에 이 주술에 호기심을 가지는 나도 별 수 없다는 생각에 힘이 빠지기도 한다.

 

소년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때론 과거로, 때론 현재로 왔다갔다 해서 조금 산만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점장과 낮에는 인간으로 밤에는 파랭새로 살아가는 이들 존재에 대한 이야기가 부족한 것 같아 이야기의 흐름이 툭툭 끊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단지 소년에게 현실의 문제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설 용기를 주는 역할을 하는 '위저드 베이커리'이기 때문에 그 자세한 설명을 더하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조금 더 이 '위저드 베이커리'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들려주었다면 판타지 같은 일들이 조금은 아름답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소년이 이 '위저드 베이커리'의 간판을 보고 뛰어가는 모습을 통해 꿈과 희망을 주는 존재로 다가오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인간의 욕망을 부추기는 존재로 그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기에 이 성장소설이 암울하게 느껴진다.

 

현실에서 접할 수 있는 사건들이, 환상의 세계에서나 볼 수 있는 '위저드 베이커리'와 함께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어도 그 이면에 있는 현실적인 모든 문제들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어 소년이 처한 모든 상황이 그저 꿈이었기를, 판타지 세계에서 겪은 일이었기를 간절히 원했었다. 시간을 돌릴 수 있다해도 이전의 기억이 없다면 또 똑같이 반복적인 삶을 살아갈 수도 있고 전혀 다른 기회를 선택하여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소년이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게 배 선생을 처음 만났던 그 때로 시간을 돌렸다면? 물론 또 하나의 결말의 가능성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를 독자들에게 안겨주긴 했지만 이 책은 인간의 욕망을 위해 주술적으로 행해지는 것들은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철저하게 깨닫게 해준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똑바로 마주할 수 밖에 없음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나에게도 이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오로지 그 몫은 자신이 짊어져야 할 것이지만 그 유혹에 한번쯤 손을 뻗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어느날 문득 내 앞에 '위저드 베이커리'가 모습을 드러낸다면 그 문을 열고 들어가지 않고 지나쳐버릴 자신이 있는지 가만히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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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우리들의 이야기. | 기본 카테고리 2009-03-1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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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대한민국 표류기

허지웅 저
수다 | 2009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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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에 끌리는 이유가 30대이지만 아직 내 삶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나를 가리키는 것 같아서인가 보다. '대한민국 표류기'는 이제 갓 서른을 넘긴 저자가 대한민국에서 보통의 사람으로 버텨낸 기록을 남겼다고 한다. 보통의 사람이라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데 저자의 이력을 보면 비록 고시원에서 시작했지만 그 싹이 보였다고 할까. 지금은 이렇게 떡하니 책을 내기도 했으니 분명 평범하지 않은 인생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힘들었지만 유쾌했던 고시원 생활과 군대에서 걸린 치질로 생리대까지 차야 했던 저자의 발랄한 글이 이 글 뒤부터는 조금씩 우리네와 같은 현실의 모습을 드러낸다. 여자친구를 생각하며 자살시도(근데 정말 자살시도 맞아?)까지 하는 것을 보면 그 지고지순한 사랑에 가슴이 뭉클해야 하나, 조금 어이없게 느껴지는 것이 냉정하다 할지 모르겠지만 이미 저자가 그 사랑이 끝난 후에야 이 글을 씀으로써 크게 감정이입이 안되는 이유도 있겠다.

 

짧게 이어지는 글들을 읽으면서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일까, 생각해 봤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일들도 언급되어 있어 저자의 생각이 정리가 되어 있는 글들을 보면서 책 제목 '대한민국 표류기'에 맞는 글들인가 자문하게 되는 것이 조금은 저자의 글에 공감이 되지 않는가 보다. 이정도 현실을 겪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나, 대한민국에서 20대로 살아가며 버텨낸 이야기? 자신의 이야기를 이렇게 두서없이 써 놓아 무얼 어쩌겠다는 건지 30대인 나는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벌써 마음까지 늙어가고 있는 것일까.

 

그때 그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적어놓은 글을 보면서 나는 어디까지 솔직할 수 있는지, 진실할 수 있는지 나에게 물어본다. 일기같기도 하지만 내가 이만큼 살아내기까지 있었던 일을 들려주는 저자의 글에는 어느정도 호소력을 지니고 있는 바, 나의 삶은 어디까지 타인에게 이해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자신이 없어진다. 내가 대한민국에서 30대까지 버텨낸 기록은 이제는 표류하고 싶지 않은, 어디든 정착하고 싶은 나의 강렬한 마음과 더불어 지금까지 살아낸 삶이 앞으로 살아갈 삶에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고 있는지도 생각해 보면 부끄러워질 뿐이다.

 

대한민국에서 20대, 30대로 살아가기. 아니 40대, 50대 그 후에까지 살아간다는 것이 어찌 쉬울 것인가. 툭툭 던지듯 써 내려간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참으로 치열하게 살다간 자신의 삶을 기록하며 앞으로 살아갈 자신의 삶의 목표를 정하는 저자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었다. 아마도 저자가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이것이었을 것이다. 죽는 날까지 표류하며 살아갈 우리네 인생을 돌아보면서 저자처럼 이렇게 솔직하게 나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지 못한게 아쉽다. 땀흘리며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이 땅의 수많은 사람들을 응원하는 책 '대한민국 표류기', 이 책을 읽으면 힘들겠지만 삶이 또 살아질 것이다. 타인의 삶을 들여다 보면 이렇게 힘을 얻게 되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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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 | 기본 카테고리 2009-03-12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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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스웨터

글렌 벡 저/김지현 역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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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엄마가 손수 짜 주신 스웨터가 생각난다. 그때 모자도 함께 뜨셔서 입혀주셨는데 참 따뜻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나도 솜씨를 부려보고 싶어서 가끔 도와드리겠다고 나서서 꼭 털실을 더 늘려놓거나 빠뜨려서 낭패를 보았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는데 그때를 떠올려보니 입가에 미소가 머문다. 이 모든 것이 이제는 세월이 지나 하나의 추억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에디처럼 설레이는 크리스마스에 대한 추억이 없어도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너나 할 것 없이 그때는 먹고 사는 것이 힘들었으니까. 생일 날 먹는 케이크조차도 그때는 사치였던 시절이었으니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외식을 할 때 우유 한잔 사 먹을 여유가 없는 에디를 보면서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열두 살 에디가 겪는 현실은 참으로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리스마스에 자전거를 받고 싶어 착한 일을 열심히 했건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엄마가 손수 짜주신 스웨터 한 벌, 에디가 자전거 욕심에 심통이 날만도 하다. 하지만 아주 어린 나이가 아닌데도 심통을 부려 피곤한 엄마에게 운전을 하게 만들어 사고가 나게 한 것은 솔직히 조금 이해가 가지 않기도 했다. 열두 살이면 아버지가 안계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어려운 집안 사정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닐까.

 

물론 엄마의 행동 또한 이해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집안 형편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해 아이를 힘들게 만든다. "집에 우유가 있으니 밖에 나와서 우유를 사 먹는 것은 낭비다"라고 말하는 것만 봐도 넉넉하지 못한 집안 형편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함으로써 아이에게도 그 책임을 질 수 있게 만들고 있다. 조금은 어리광을 부려도 될 나이인데 말이다. 사주고 싶은 것을 사주지 못하는 부모의 마음이 어떨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매일 길을 오가면서 에디가 갖고 싶은 자전거를 보며 얼마나 사주고 싶었을 것인가. 그게 부모 마음인 것을.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기만 했다.

 

엄마가 사고로 죽고 할아버지, 할머니의 집에서 지내는 에디의 행동 또한 이해할 수 없는 일 투성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왜 저렇게 화를 내고 그들에게서 벗어나려고 하는 것인지 너무 억지를 부리는 것 같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친구의 집에서 지내고 싶고 할아버지댁에서 벗어나고 싶기만 한 에디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 것일까. 나중에야 이 모든 행동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되었지만 책을 읽는 동안 에디의 행동은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이 많아 마음까지 불편해질 정도였다. 엄마가 손수 짜주신 스웨터의 가치를 왜 모르는 것인지. 단 한번의 실수로 소중한 엄마를 잃어버린 에디, 그때 집에 간다는 엄마를 할아버지가 잡아 주었다면 상황은 분명 달라졌을텐데 하는 안타까움을 작가는 한번에 날려버리고 에디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선사한다.

 

너무 감사합니다. 에디 못지 않게 이 가족의 불행에 가슴 아팠던 나도 이렇게 조용히 마음속으로 감사의 말을 전한다.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설레이는 날 크리스마스, 가족의 소중함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준 "스웨터"를 통해 올해 맞이하는 크리스마스는 참 행복한 날이었으면 좋겠다고 한껏 기대하게 된다. 물질적인 선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마음, 가족간의 사랑이 중요하다는 것을 분명 떠올리게 되는 하루가 되지 않을까. 눈이 온다면 누군가의 선물이라는 생각도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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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귀하게 길러졌지만 노예였던 옥타비안. | 기본 카테고리 2009-03-1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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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옥타비안 낫싱, 검은 반역자

M. T. 앤더슨 저/이한중 역
양철북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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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실험은 실재했다"는 글을 읽으면서도 왜이리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다. 나의 일이 아닌 타인의 일이라서? 아니, 그건 아닐 것이다. 책을 읽는동안 내내 나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던 것은 태어나기 전부터 자신의 운명이 정해져 있었던, 고귀하게 길러졌지만 자신도 노예일 뿐이었던 옥타비안과 다르게 그의 어머니는 자신의 처지를 충분히 알고 있었음에도 그대로 수동적으로 살아갔다는 것이었다. 실제 자신의 신분이 공주이긴 했지만 "흑인도 고등교육을 통해 백인과 같은 지적 능력을 발달시킬 수 있는가"라는 명제를 입증하기 위한 실험 대상이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음에도 보스턴의 저택에서 비싼 드레스를 입은 화려한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공주의 신분에 맞는 대접을 받는 모습은, 그녀가 지적이고 교양이 높은 사람으로 보여질수록 나는 옥타비안이 겪는 내적 갈등과 고통에 그녀에게는 동정심마저 가질 수가 없었다. 물론 천연두 파티에서 희생된 그때부터 그녀를 보는 시선이 달라지긴 했지만 크게 다르게 느껴지진 않았다.

 

옥타비안과 그의 어머니 카시오페이아를 제외하고는 모두 이름이 아닌 번호로 불리어진다. 03-01이 주로 두 사람의 실험을 맡고 있는데 다른 이들이 숫자로 불리어지는 이 상황이 오히려 그들이 실험대상으로 보여지게도 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이름이 아닌 숫자로 그 사람을 기억해야 하는 것이 독자들로서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일이라 나중에는 이 숫자가 누구를 말하는지 기억나지 않아 옥타비안이 훗날 과거를 회상하며 쓴 이 글에 상세한 설명이 곁들여지지 않았다면 앞에 설명된 문장을 찾아보아야 하는 수고로움을 겪었을지도 모르겠다.

 

'노뱅글리안 석학협회'의 리처드 샤프가 이 실험에 동참하게 되었을 때 실험의 명제는 바뀐다. 이때부터 옥타비안과 그의 어머니 카시오페이아는 자신이 실험자들에게 속한 사유재산으로, 실험대상으로 처지가 바뀐다. 하인들이 하던 일을 자신들이 맡아서 하게 되고 신분에 맞는 옷이 주어지며 맡은 일을 해내지 못하면 채찍을 맞는 옥타비안은 육체적인 고통은 있을지언정 그때부터 그는 오히려 자유로움을 느낀다. 다른 곳으로 팔려가기 전까지 옥타비안과 카시오페이아의 의지처가 되어 주었던 보노와 더불어 옥타비안은 다른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옥타비안이 세상에서 겪게 되는 수많은 일들에 부딪치며 자신이 배운 것들이 흑인으로 살아가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은 것을 보고 절망했을까. 자신의 처지를 더 잘 알게 되었을까. 여기에 대한 답변은 잘 모르겠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생겼을 때 자신이 실험대상이 아닌 진짜 인감임을 느꼈다는 것이다. 단지 자신이 가진 음악적 재능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 줄 수 있었을 뿐이지만 말이다. 땅을 파는 단순한 노동일지라도 그는 여기에서 자유를 느낀다. 그동안 옥타비안이 배웠던 교육들이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된 적이 있다면 아마도 트레퓨시스 박사와 함께 탈출했을 때일 것이다. 전략적으로 모든 상황을 고려하여 실험자의 손에서 멀리 탈출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 이것이 옥타비안이 세상에서 배운 생존방식이요, 자신의 의지로 행한 일이었다.

 

흑인의 시선으로 노예제도를 바라본다는 것이 괜찮았다. 하지만 늘 승자에 의해 쓰여진 글들을 통해 실상을 파악할 수 있었기에 흑인들이 겪었던 노예제도를 그 안에서 바라볼 수 있었던 점은 좋았지만 오히려 이런 점이 더 넓은 시각으로 볼 수 없는 걸림돌이 된 것 같다.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알게 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흘러야 했고 모든 것을 알게 된 후에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늘 수동적인 삶을 살아야 했던 옥타비안을 보면서, 결국엔 실험자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을 때 독자들까지도 옥타비안과 같이 의지가 묶여버린 듯 감정의 자유로움을 느낄 수 없었고 억압된 삶에 짓눌린 사고 밖에 할 수 없었다. 우물안 개구리처럼 좁은 시야에서 보고 느끼고 행한 것들을 넘어서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살 수 있을때만이 옥타비안은 물론 독자들도 이 문제를 제대로 알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한쪽으로 치우진 시선으로 본 것이 아닌 제 3자의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보고 글을 썼다면 좀 더 깊이 있게 알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랬다면 지루하지 않게 독자들을 이끌어 갔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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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소설이야? 미스터리 소설이야? | 기본 카테고리 2009-03-10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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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이니시에이션 러브

이누이 구루미 저/서수지 역
북스피어 | 2009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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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지막 3줄을 읽은후에도 트릭을 눈치채지 못했으니 어디까지나 이 책을 연애소설로 읽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해설을 읽고 모든 것을 알게 되어 다시 처음부터 스즈키와 마유가 겪은 일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퍼즐을 맞추듯 이어 붙여 보지만 마찬가지로 역시 연애소설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 이유는 왜일까. 꼼꼼하게 읽지 않은 나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안다. 일본 사람들의 이름은 성으로 불리어질 때도 있고, 이름를 보면서도 성별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헷갈려 도대체가 몰입이 되지 않는데 어쩌란 말인가.

 

누구나 side-A면과 side-B면의 이야기를 전혀 다른 사건으로 인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저자의 의도가 그러했겠지만 과연 이것을 트릭이라고 해야하는가 의문이 든다. side-A면에서는 풋풋한 스즈키와 마유의 사랑, 아직은 대학생인 스즈키가 미팅에서 만난 마유와 사랑을 나눈다. side-B면에서는 도쿄로 발령받은 스즈키와 원거리 사랑을 하는 마유의 사랑이 결국엔 어떻게 될지 그 수순대로 밟아나가면서 역시 side-A면과 side-B면의 분위기가 확연하게 달라지고 만다. 이 때 트릭을 눈치채고 있었냐고? 전혀, 아무것도 몰랐다. 마유가 낀 루비반지, 금요일마다 스즈키와 만나던 마유가 아파서 한 주를 그와 만나지 못한 사연까지, 이는 모두 해설을 읽고 나서야 끼워 맞출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래, 나도 조금은 이상한 점을 느끼긴 했었다. side-A면에서 스즈키와 미팅에서 처음 만남 이후 이어지는 계속된 만남에서 마유는 스즈키에게 자신이 바라는 외모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렇게 바꾸길 요구한다. 차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까지 표현하는 마유를 보면서 이미 그녀에게 다른 남자가 있음을 어렴풋이 예측 가능할 수 있어 스즈키와 마유의 사랑이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래서 이어진 side-B면에서는 많은 시간이 흘러 이 두 사람의 사랑이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치고 서로가 멀어지게 되었다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니 머릿속이 조금은 혼란스러웠다. 그렇게 많이 혼란스럽진 않았다. 비슷한 시간대에 일어난 두 가지 사건을 독자들에게 시간의 흐름에 따라 들려준 것이 아니라 따로 두 사건을 떨어뜨려 놓음으로써 혼란속에 빠뜨렸기 때문에 해설을 읽고 나면 두 사건을 자연스럽게 연결 시킬 수 있었으니까.

 

이 책은 연애소설일까, 미스터리 소설일까. 그냥 연애소설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마지막 책장까지 덮은 지금 스즈키와 마유의 풋풋해 보이는 사랑이 얼룩진 사랑으로 보여진다. 마유의 사랑이 필요에 의해, 자신을 위해 상대방의 마음을 이용하는 사랑, 이것이 과연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유난히 육체적인 사랑에 대한 묘사가 자주 나와서 읽는 것이 불편했는데 마유와 스즈키의 이중적인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장면이었나 보다. "연애소설과 미스터리의 완벽한 조화"라는 말에 너무 큰 기대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책장을 넘겨가면서도 대체 미스터리는 언제 등장한다는 건지 알 수가 없어 지루했고 스즈키가 마유, 이시마루와 양다리를 걸친 사랑을 할 때, 가이도가 이시마루를 사랑하지만 그녀의 마음이 스즈키에게 있는 것을 알았을 때 혹시 살인사건이라도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해 보기도 했다. 그래서 미스터리인가 보다 하는 어리석은 생각까지 했었는데 모든 것을 알고 나니 마음이 허무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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