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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도시. | 기본 카테고리 2011-01-28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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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꿈의 도시

오쿠다 히데오 저/양윤옥 역
은행나무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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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왜 이렇게 지었는지. 눈이 휘날리지만 온통 회색 빛인 유메노 시는 분명 꿈의 도시는 아니다. 어쩌면 지지리도 이렇게나 안풀릴 수 있는지 감탄스러울 정도로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는 '꿈의 도시'. 그래서 마지막 책장을 덮은 지금 충격적인 결말에 놀라기 보다는 이 충격적인 결말에 피해 볼 사람들이 생각나 가슴이 아파온다. 물론 이 결말때문에 벌을 받을 사람들은 제대로 벌을 받게 되고 덕분에 직접 발로 뛰어야 할 경찰들이 편하게 되었지만. 종교싸움, 납치, 살인 등 이 작은 책속에 이 세상에서 벌어질 수 있는 온갖 끔찍한 범죄들이 모두 담겨져 있다니 사실 결말보다 이것이 더 놀랍다. 

 

나는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 '공중그네', '걸' 등의 유쾌함과 '스무살 도쿄' 같은 잔잔함을 담은 책을 좋아한다. 늘 이런 책들을 내어주길 바라는 건 욕심이겠지만 오쿠다 히데오의 책 중에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는 웃음이 터져 나오지 않는 답답함만을 느껴 이 책 이후부터 그의 책을 통 읽지를 않았다. '꿈의 도시'는 '스무살 도쿄'와 같은 잔잔함이 있었다. 허나 후미에가 은둔형 외톨이에게 납치를 당하는 순간부터 이 책은 여느 다른 소설들과 다르지 않은 책이 되어 버렸다. 최근에 읽은 엠마 도노휴의 '룸'이 떠오르고 납치와 살인을 하는 아주 심각한 상황도 일본 소설 특유의 가벼움으로 꾸며져 이 책을 가볍게 읽어야 하는지, 서민들의 삶에 가슴 아파하며 읽어야 하는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후미에가 납치된 후 작가의 의도대로 독자들은 그녀의 생사가 궁금해 긴장하기 시작한다. 여러 명의 등장인물들이 등장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에 후미에가 또 등장하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해 애꿎은 독자들만 초조해진다. 그러나 탈출 의지가 없어지는 후미에를 바라보는 것이 답답하기만 하다. 출세를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고 저지르는 시의원 준이치까지 등장하여 도대체 이 유메노 시에는 제대로 행복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나름대로 자신을 위해 살아간다고 주장할지도 모르겠지만.

 

생활보호비 수급자를 줄여야 하는 정책으로 인해 한 노파가 동사로 죽게 되고 엄마를 죽게 한 공무원을 원수로 생각해 죽이려고 하는 사태까지 벌어지니 이건 뭐 세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모르겠다. 도모노리에게도 할 말은 있다. 생활보호비 수급을 위해 늦게 시청에 나왔으니 처리되는 동안에 분명 노파가 동사 되었을테지만 노파의 장례문제로 도모노리는 인간 이하의 짓을 저질러 버렸다. 거기다 근무시간에 매춘까지 하는 도모노리에게 더 이상의 면죄부를 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오쿠다 히데오에 의해 이보다 더 멋진 결말이 만들어질 수는 없다. 이건 인정하는 바다. 하지만 어느 공간 한 곳이라도 햇볕 드는 따스한 곳을 마련해줬으면 이렇게 마음까지 시리며 책장을 넘기진 않았을 것이다. 내가 사는 현실의 냉혹함을 책 속에서도 봐야 한다는 건 너무 잔인한 일이다. 가끔은 이 현실에서 벗어나 책 속의 가짜 세상이지만 이 곳에서 마음의 안식을 얻고자 하는데 이것마저 못하게 하다니 너무 속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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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 국도. | 기본 카테고리 2011-01-2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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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7번 국도 Revisited

김연수 저
문학동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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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연수가 13년 만에 새롭게 선보이는 "7번 국도". 새롭게 선보인다고 하지만 나는 이 "7번 국도"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는 책과의 만남은 이 책이 처음이다. 13년이라.......13년이면 아이가 어른이 되는 아주 긴 시간이다. 7살이었던 아이는 20살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시간이 될 것이고 20살이었던 사람은 30대에, 30살이었던 사람은 40대에 이르는 아주 긴 세월이다. 5년에 한 번씩 변한다는 강산이 3번째 변화하는 중인 이 세월동안 '7번 국도'는 작가 김연수에게 어떤 의미로 남겨져 있었을까. 숙제......같은 것이었을까. 작품의 화자가 짜장면으로 글을 끝맺고 싶다는 바람처럼 작가에게도 '7번 국도'에 마침표를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긴 시간이 흐른 후 '7번 국도'는 많은 변화를 겪었고 작가가 이 곳을 다시 여행해야 할 정도로 이곳은 세월의 흐름을 비껴가지 못했다.

 

'나'(작품속 화자)와 재현, 세희, 서연이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에도 그들의 삶이 겹쳐지는 공간은 그들이 딛고 서 있는 '길' 뿐이다. '나'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재현의 이야기와 '나'의 이야기가 순서에 상관없이 나열되어 있어 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누구의 이야기란 것인지 헷갈려 괜히 툭, 툭 손가락에 힘을 줘 책장들을 건드려 본다. 결국 '시간'이라는 것인데, 타인이 겪는 일에 시간의 순서가 무슨 상관이란 말이람 심술을 부려본다. 결국은 모든 것들의 색은 바래지고 말텐데. 두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하는 것, 세희의 두 남자를 오가는 행동. 이 모든 것들은 결국 세월 속에서 희미해진다. 길 위에 뿌려진 수많은 시간들이 나의 마음까지 부드럽게 만들어 세희의 외로움이 무엇인줄 알게 되었을 때 그녀의 모든 행동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7번 국도'뿐 아니라 자전거 여행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모든 길 위의 도로들이 매력적으로 보일 정도로 가쁜 숨소리를 느끼게 한다. 자동차들이, 사람들이, 건물들이 서 있는 길이 더이상 죽어 있는 길이 아닌 살아있는, 숨쉬는 길로 변한다. 굳이 '7번 국도'에서 죽어간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아도 수많은 사람들의 슬픔과 한숨이 녹아있을 것 같은 이곳은 재현과 작품의 화자, 세희, 서연이 디디고 서 있는 길과 이어져 있을 것만 같다. 무수히 많은 길이 이어지고, 이어져 어느 곳에선가 이 '7번 국도'와 맞닿아 있지 않을까 하는. 내가 지금 딛고 서 있는 이 길도 무수히 많은 길을 잇다보면 꼭 그곳에 도착할 것만 같다.

 

'7번 국도'를 땀흘리며 직접 달려보진 않았지만 재현과 '나', 그들이 가는 길에 나도 숨가쁘게 달려갔으므로 그들이 만난 사람들의 삶도 나의 마음 안에 가두어 공유했다. '나'와 재현이 한 음반을 공유하며 맺은 인연이 또 다른 인연을 맺게 하고 또 다른 길을 만든다. '7번 국도'의 끝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지만 내가 만나는 인연들의 끝엔 무엇이 놓여 있는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이 책의 마지막 책장을 덮지 못하고 손안에 계속 두고 싶은 이유는 이 안에 담겨져 있을지도 모르는 손 안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지나간 나의 시간들이 안타까워서 일 것이다. 이 책은 작가 김연수에게 선물과도 같은 책일 것이다. 자신의 삶에게 주는 선물, 자신의 청춘에게 주는 선물. 이 책이 나에게도 네모난 사진안에 갇혀 멈춰진 나의 과거를 떠올리게 해 나의 젊음을, 나의 시간들을 떠나 보낼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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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 | 기본 카테고리 2011-01-26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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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원피스 ONE PIECE 1

오다 에이이치로 글,그림
대원 | 1999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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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가 그 원피스일 줄이야. 처음 이 책을 읽은 사람들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거다. 입는 옷인줄 알았을 거다. 혹시 나만 그리 생각했나? 으이구. 9권까지 밖에 읽지 않아 루피, 조로, 나미, 우솝, 상디까지 밖에 만나지 못했다. 물론 애니메이션으로 루피 멤버들의 최근 상황까지 알긴 하지만 역시 이들을 책으로 만나는 것이 더 친근감 있게 느껴진다. 해적은 무조건 나쁜 사람들이다, 라는 인식을 여지 없이 깨버리는 책, 원피스 시리즈. 등장인물들 중에 평범한 인물들이 없다. 주인공인 루피만해도 악마의 열매를 먹고 몸이 고무처럼 쭉쭉 늘어나니, 이 시리즈는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상식들을 깬다. 로보캅 같은, 영화속에서나 볼 수 있는 인물들을 모두 모아 놓은 책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거기다 사연 없는 사람들이 없다. (여기에 인어 종족도 등장하지만 모두 인간이라 칭하기로 하자. 온 몸에 갑옷을 두르고 있질 않나, 동강동강 몸이 나눠지는 녀석이 있지 않나. 이건 뭐 모두 인간이라 불러야 하나 고민되지만 귀찮으니까 모두 인간이라 부르기로 하자.) 만화책을 읽으면서 울어본 적이 학창시절 때를 제외하고는 없는데 원피스 이 책이 나를 울려 버렸다. 그 범인은 상디인데 그가 루피와 합류하면서 같이 지내던 사람들과 인사하는데 코끝이 찡해지면서 눈물이 왈칵 났다. 루피가 밀짚모자를 귀하게 여기는 것, 우솝이 "해적이 온다"라며 거짓말을 하며 살아온 내력, 나미의 이유 있는 보물 훔치기 등은 명함도 못내밀 정도로 슬프다. 늘 담배를 물고 있는 상디 녀석이 나빠 보이기 보다는 싸움을 할 때조차 담배를 물고 있으니 여유로와 보여 꽤나 실력 있는 녀석으로 보인다. 물론 실력도 있다. 발차기가 현란하다. 뭐 담배를 물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진 않지만 역시 멋진 녀석이다. 여자를 밝히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겠지만.

 

롤로노아 조로는 칼에 맞아도 도통 죽지를 않길래 무슨 악마의 열매를 먹어서 죽지 않는 녀석인가 했더니 온몸에 붕대를 감고 사는 것을 보면 그렇지도 않은가 보다. 끔찍할 정도로 잔인한 장면이 많은 만화책이지만 아주 못된 악당녀석들만 죽음을 당하지 주인공들은 아무리 맞아도 죽지 않아 안심하고 책장을 넘긴다. 검을 쓰는 사람들 중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조로, 그에게도 친구와 한 약속이 싸움에서 늘 목숨을 걸게 한다. 지금은 루피와 함께 하며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있지만 이 녀석은 분명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원피스 시리즈를 책으로 보는데 단점이 있다면 동작이 너무 빨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애니메이션으로 보면 확 와 닿을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해 보니 루피 같이 이렇게 몸이 쭉쭉 늘어나면 화면 속에서도 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상태로 쭉 끝까지 보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바보 같은 일이. 루피가 해적을 모으는 길목마다 악당들이 나타나니 이들의 발걸음이 더딜 수 밖에 없는데 에피소드라고 할까 이런 것들이 여기저기 산재해 있다 보니 이야기의 흐름이 마구마구 끊어지는 느낌이 들지만 루피와 함께 할 해적들이 하나씩 합류할 때마다 즐거움은 배가 된다. 작가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이 책의 결말은 나지 않을 지도 모른다. 도저히 끝이 나지 않을 이야기들이다. 작가의 상상력만 무한하다면 이대로 쭉 죽을 때까지 원피스 시리즈를 출간해도 되겠다. 물론 이건 협박이다. 계속 책을 내라는 협박? 맞다. 루피가 가야할 길이 아직 멀지만 독자들과 함께 라면 가는 길이 결코 외롭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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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의 간주곡. | 기본 카테고리 2011-01-24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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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허기의 간주곡

르 클레지오 저/윤미연 역
문학동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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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텔의 종조부 솔리망 씨가 죽지 않았다면 이 책은 한 편의 동화처럼 끝날 수 있었을 것이다. 연보라색의 집을 짓는 상상을 하면서도 에텔은 행복했으니까. 꽤 오래 이곳을 잊고 살아왔던 시간도 있었지만 그녀에게 종조부 솔리망은 유일하게 자신이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것을 알게 해 준 사람이었다. 그녀에게 찾아온 사랑? 그것은 삶이 바닥까지 내려갔을 때 다가왔기에 그리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사랑에 구걸하지 않고 당당하게 받아들이는 에텔의 모습에 안도하게 되었다고 할까. 때문에 그녀의 사랑에 나는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았다. 오히려 제니스와의 위험스러운 우정에 더 긴장감을 느꼈다.

 

에텔은 어린 시절 제니스에게 어떤 감정을 느꼈던 것일까. 자신과 다른 삶을 살아가는 제니스에게 색다른 관심을 가진 것일까. 사랑? 이것을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제니스와의 모든 것에 질투를 느끼는 에텔을 보면서 이건 사랑이 아닌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이에 대한 동경(?)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워지고 점점 여성스러워지는 제니스를 보는 것에 질투를 느끼지 않았을까. 솔리망 씨가 살아있었을 때 에텔은 자신의 감정 어느 한 부분도 부족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부모의 불화, 불안정한 세상에 불안을 느꼈지만 불행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솔리망 씨의 죽음은 에텔의 한 부분을 앗아가 버린다. 그 중에 하나가 세월이다. 솔리망 씨가 죽은 후 그에게 재산을 상속받은 에텔이 이 모든 재산을 아버지 알렉상드르가 탕진하기까지 그리 오랜 세월이 걸리지 않았지만 이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전쟁의 포화속에 놓여진 에텔에게 작은 희망마저 가질 수 없게 만든다. 어린 소녀였던 에텔이 단숨에 어른이 되어야만 했던 현실, 그것은 너무나 가혹했다. 제니스와 함께 했던 어린 날의 시간을 추억으로 간직하며 되돌아 보기엔 이마저 사치스러운 일로 여겨질 정도로 삶은 가혹하다. 이런 중에 에텔에게 찾아온 사랑은 마음의 안정감을 심어줬을 것이다. 이 사랑이라도 없었다면 에텔이 너무 가여워진다.

 

에텔의 어머니 쥐스틴은 수동적인 여성으로 에텔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알렉상드르와 잦은 다툼을 하면서도 남편이 에텔이 물려 받은 재산을 탕진하는 것을 묵과하고 남편으로서의 권위가 떨어지는 것 또한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사기꾼들에게 사기를 당해 재산을 잃었을 때 그 재산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었는데도 말이다. 이는 모두 에텔에게 시련만 안겨줄 뿐이다. 전쟁도 에텔에게는 절망만 안겨줄 뿐이다. 그러나 어머니 쥐스틴처럼 모든 것에 수동적으로 살아갔다면 이 책의 결말을 만들어낼 수 없었을 것이다. 작가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이는 에텔 스스로 만들어낸 자신의 삶이다. 

 

이 책의 저자는 남성임에도 여성의 심리를 아주 잘 표현하고 있다. 예전에 읽은 작가의 다른 작품 '황금물고기'에서도 감탄한 일인데 어째 여자인 나보다도 더 이렇게 감성적으로 쓸 수 있는지 놀랍다. '허기의 간주곡'에서 에텔이 겪은 일이 아주 힘들고 불행한 일임에도 슬프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작가의 섬세한 표현력이 이 책을 한 편의 서정적인 작품으로 만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주인공이 처한 불행한 운명에 함께 가슴 아파하고 슬퍼해야 함에도 한 편의 동화가 행복하게 마무리 될 것처럼 모든 일이 잘 될 것처럼 안심하게 된다. '황금 물고기'에 등장한 주인공 라일라가 이 '허기의 간주곡' 책 제목에 더 잘 어울리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볼 때 역경을 이겨낸 라일라 역시 그다지 비참한 모습으로 기억속에 떠오르지 않는다. 에텔과 라일라 모두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갔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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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워크. | 기본 카테고리 2011-01-21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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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블러드 워크

마이클 코넬리 저/김승욱 역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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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매케일렙의 심장이 내 손 안에서 아니, 매케일렙의 몸 안에서 쿵쿵쿵쿵 뛰고 있었음에도 나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고,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마이클 코넬리가 책 제목에서도 충분히 이 책이 어떤 책이라는 것을, 그 흐름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었으나 이 또한 나에게는 와 닿지 않았다. 늘 그렇지만 이번에도 마지막 책장을 덮은 후에야 그동안 지나치고 놓친 것들이 눈 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변명을 하자면 나는 매케일렙이 악의 수혜자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 그 자신이 괴물이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그러나 나는 매케일렙이 괴물이 된다고 해도 이 책의 첫 장을 망설임 없이 넘겼을 것이다. 넘길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매케일렙과 상관없이 전혀 예측조차 할 수 없었던 범인이 누구인지, 그리고 범인의 살인동기 무엇이었는지 너무 궁금했으니까.

 

그런데 '블러드 워크'에 등장하는 연쇄살인범의 살인 동기가 이해되지 않는다. 잡히지 않고 살려면 매케일렙을 자극하지 말아야 할텐데 범인은 FBI를 그만둔 그를 왜 세상으로 나오게 한 것일까. 매케일렙 또한 자신과 똑같이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질문을 하고 너무 빨리 결론을 내리는지는 모르지만 나의 육감이 그렇게 말한다. 아마도 그랬을 것이라고. 악의 수혜자가 된 매케일렙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그러나 범인에게는 충격적인 일이었겠지만 매케일렙은 자신의 삶을 자신이 선택한다. '악'에 노출된 모든 이들이 '악'이 되는 것은 아니니까. 그럼 나는? 이런 질문은 나중에, 나중에 다시 생각해 보자.

 

우선 나와 매케일렙과의 만남부터 떠올려 봐야겠다. 매케일렙이 FBI시절 연쇄살인범 '시인'을 상대했다고 하는데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봐도 매케일렙과 나의 만남은 '블러드 워크'에서 처음 만나는 것 같다. 매케일렙이라는 이름이 낯설기 때문인데 그와 이전에 만난 적이 있었다 해도 할 수 없다. 해리 보슈 시리즈에서 언급되는 미키 할러 2세(마이클 코넬리의 작품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주인공. 또 미키 할러는 해리 보슈의 이복 형제), '블러드 워크'에서도 윈스턴이 매케일렙에게 언급하는 미키 할러 2세, 이렇듯 마이클 코넬리가 창작한 주인공들은 책이 끝나면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늘 생생하게 나의 주위에서 살아 숨쉬고 있으니 누구를 어디에서 만났든 그것은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 현재가 중요하다.(나의 기억력의 문제를 이런식으로 그럴싸하게 포장하여 도망간다 해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해리 보슈 시리즈 '블랙 에코', '블랙 아이스'를 읽었기에 '블러드 워크'에 매케일렙이 아닌 해리 보슈가 등장했다면 이 책의 분위기가 어떻게 바뀌었을까 상상해 보는 것은 나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결말은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범인을 대면했을 때 하는 행동은 둘 다 똑같았을 테니까. 범인을 향한 증오심, 악에 대항하는 행동은 매케일렙과 해리 둘다 비슷하다. 그러나 해리는 매케일렙처럼 높은 탑처럼 쌓인 서류들을 진득하게 앉아서 읽을만한 인내심은 조금 부족하다. 생각하면서 행동하는 저돌적인 면이 있다고 할까. 하지만 매케일렙은 충분히 생각하고 행동한다. 이런 두 사람의 가장 큰 장점이자 특징은 '정의'를 위해 법을 어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법 먼저 챙기다가 잃는 것이 너무 많다. 소중한 사람도, 사랑도 잃게 되니까. 선 응징 후 조치를 취한다. 이점이 독자들이 마이클 코넬리의 책에 열광하는 수많은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블러드 워크'를 읽기 전 '시인의 계곡'의 몇 장을 읽었기 때문에 나는 처음부터 매케일렙을 만나는 것이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매케일렙이 죽지 않을 것임을 알면서도 범인의 힘이 두려워 범인과 매케일렙의 대면하는 장면부터 빠르게 넘겨 보았다. 이같은 행동을 하고 난 뒤에 나는 편안하게 책장을 넘길 수 있는데, 긴장감이 나를 죽일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을 이 책을 통해 처음 느낀 것이다. 죽은 자들이 등장하고 그 죽음을 파헤치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책들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주인공들이 활발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건 여전히 낯설다. 잦은 만남으로 서로가 점차 익숙해지고 그들과 나 사이에 유대감이 생겨 더 이상의 불행을 보고 싶지 않아서일 것이다. '블러드 워크'를 읽은 후 '시인의 계곡'을 읽으려 했으나 해리 보슈 시리즈를 순서대로 읽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얻어 매케일렙과의 만남은 이 책으로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아직은 '시인의 계곡'을 읽을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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